편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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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요시와 나오키..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두 형제를 힘들게 키우는 어머니의 목표는 두 형제가 대학에 가는 것이다. 어머니의 잔소리는 늘어가고 첫째 츠요시는 비뚤어진다. 엇나가기만 하는 첫째에게 싫은 소리를 하고 바로잡아보려 하던 어느 날, 어머니는 출근길에 현관에서 쓰러져 다시는 눈을 뜨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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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요시는 그때 깨닫게 된다.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동생 뒷바라지를 시작하고 엄마의 유언대로 동생이라도 대학에 보내기 위해 온갖 일을 하며 돈을 벌지만, 가세는 점점 기울고 동생 나오키도 그것을 알고 대학 진학을 포기하려고 든다.
츠요시는 강도 짓을 해서라도 돈을 모을 생각에, 혼자 사는 할머니 집에 도둑으로 들어가 돈을 훔치는 과정에서 할머니를 우발적으로 살해하고 15년형을 받고 교도소에 수감된다.

동생 나오키는 살인자의 동생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너무 고욕이었다. 살인자 동생으론 취직도 힘들고, 대학은 일찌감치 포기했다. 그러던 중, 고등학교 담임의 소개로 금속을 재활용하는 회사에 들어가 단순노동을 시작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그곳에서 구라타라는 거친 사내를 만나 다시 대학의 희망을 갖게 된다.

야간 대학을 갔다가 편입도 하지만, 세상은 형의 그림자를 그냥 두지 않는다.
처음으로 하고 싶고 잘하던 밴드에서 형제처럼 지내던 동료들에게 버림 당하고, 두 번째는 사랑하는 애인의 가족에게 헤어짐을 종용당하고 세 번째는 회사에서 역차별 인사를 당한다. 살인을 저지르고 수감 중인 형이 있다는 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더더욱 숨기면 살아 가지만, 결국 밝혀지게되고 그럼 결국 차별받고 버려지게 된다. 나라는 사람과는 상관없이 살인자를 형제로 둔 것만으로도 차별과 불이익의 대상이 된다. .
하지만 여기서 아주 중요한 것이 나온다. 범죄자의 가족이 받는 차별은 당연하다는 것. 살인자 본인에게 나타나는 차별이나 죄가 아니 가족이 사회적으로 매장되는 것(매장까지는 아니지만, 차별)은 당연하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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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키는 형과 인연을 끊으려 노력한다. 새로 꾸린 가족을 위해서.. 피붙이가 아닌 아내와 딸까지 살인자 가족이 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형은 이런 나오키의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편지를 쓰고 나오키가 더 이상 편지를 쓰지 말아 달라는 내용을 마지막 편지에 쓰고 나서야 형은 깨닫는다. 교도소에서 수감으로 죗값을 치른다고 생각한 츠요시는 밖에서 동생 나오키가 혼자 감당하는 것은 나보다 더 힘든 죗값을 받고 있으며, 세상의 차별을 온전히 받으며 힘들고 힘들게 받고 살고 있다는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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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63 거짓말을 하기는 싫지만 세상을 살다 보면 숨기는 게 나을 때도 자주 있단다. .
🔖p.200 많은 사람이 자신을 응원해주고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론 사람들이 응원은 해도 자기 손을 내밀어 주지는 않는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나오키가 잘 살기를 바라지만 관계를 맺고 싶지는 않는 것이다. .
🔖p.420 범죄자 가족이 세상 사람들에게 차별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건 오히려 필요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거기서부터 사람과의 관계를 어떻게 쌓아가느냐이다. .
🔖p.422 도망치지 않고 정직하게 살아가면 차별을 당하더라도 길이 열릴 것이다. 하지만 그것 역시 투정이라고 생각하네.

500페이지 가량되는 벽돌책이지만, 순삭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정말 대단한 것 같다.

너무너무 괜찮은 소설이고, 추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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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소설집
장류진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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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살겠습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인간 종류가 나왔다. 나뿐만 아니라, 세상 모두가 싫어하겠지.. 호의를 권리라 생각하고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이고, 심지어 눈치도 없다.
최악이다. 빛나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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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기쁨과 슬픔
월급 루팡이 가능한 직장인 이야기이자, 일반적인 우리 직장인 이야기다.
우리 직장에 관한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내가 다니는 곳은 시간외 근무가 비교적 쉽다. 업무 시간에 뺑뺑 놀고, 시간 외 달고 일하거나, 주말에 나와 와장창 일할 수 있는 구조이다. 뭐 일을 하는지 안 하는지는 알 수 없다. 이 시간외 근무 유혹에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다. 그냥 놀고 돈 벌 수 있는데 안 하는 게 바보이기 때문이다. 근데 이것 또한 양심의 문제이다. 부도덕하지만, 모두가 다 하니깐 안 하면 나만 바보 같은 구조? 예전 부서는 이 짓거리를 안 하면 바보 되는 조직이었는데... 이 글을 보니 이런 것이 일의 기쁨인지 슬픔인지 모르겠다.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
모야.. 이 설렘.. 로망.. 떨림... 완전 흥미진진 로맨스다(초반 느낌). 이 설정에 흥분 안 될 남자가 있겠나? 넘나 떨리는 여행인데 아쉽네.. 그렇지만 남자 놈의 속이 너무 뻔히 보였고, 너무 날로 먹으려고 했다. 하룻밤 실패 후 욕지거리하는 위선은 독자를 깜짝 놀라게 할 만큼 반전이지만, 현실이라는 거..
🔖p.88 가만 보면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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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94 실제로 잤는지 안 잤는지보다는, 자고 싶다는 마음, 그 마음 자체가 중요한 거잖아요. ➡️이 대목은 <임경선 요조,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에서도 나온 대목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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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낮음
유미는 장우를 잘 떠났고, 장우는 세상 정신 못 차리는... 그러니깐 쥐뿔 없으면서 고집만 있어서 주변 사람 피곤하게 만드는 타입이다. 이 고생은 혼자만 해야 된다.
현실 세계에도 있다. 돈은 못 벌지만, 자기 하고 싶은 거 하는 사람들. 그러면서 불평불만 늘어지게 하는 사람들.. 한국에서 일하는 사람치고 지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사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나 하고 싶은 거 하려면 포기해야 될 것이 당연히 있기 마련이고... 그게 안되면...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
장우는 자존심이 세고, 고집도 있고, 먹여살릴 유미가 있음에도 굴러들어온 복을 찼으며, 본인의 자존심과 신념만 최고로 생각했다. 두 달이나 밀린 전기세에 허덕이는 유미 생각은 안 한 거다. 당장 유미는 떠나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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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의 손길
아.. 진짜 무슨 저런 아줌마가 다 있나 싶다. 이기적이다. 초심을 잃은 것은 모 그렇다 쳐도 저렇게 무례하게 말하는 사람. 나름 배려하며 대했는데, 역시나.. 호의를 권리라 생각하는 무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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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한번째 이력서와 첫번째 출근길
작가의 이야기를 쓴 것 같다. 첫 출근길의 기대와 설렘? 약간의 걱정을 포함하는 심정을 썼다.
겨드랑이가 젖어 있다고 나가라고 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을 하는 게 신입사원의 심정이다. ㅋㅋ

새벽의 방문객들
결혼까지 약속한 전 남친이 성매매 업소로 착각하고 내 현관문 초인종을 눌렀을 때 기분이 어떠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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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페레 공항
가슴 먹먹해질 정도로 따뜻한 글이다. 노파의 배려심. 가히 상상도 하지 못한 부분까지 배려한 배려심에서 취업에 허덕이고 당장 학자금을 갚아야 되고 기말고사를 봐야 하는 젊은이와는 정반대의 여유로움을 배운다. 4시간 남짓 만난 낯선 이방인에게조차 이런 배려는 곧 여유로움인 것 같다. (대체 이런 글을 쓰는 작가가 정체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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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류진 작가는 직장을 다니면 책을 쓰고 결국 직장을 그만둔... 진짜 진짜 멋진 작가다. 부럽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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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최고로 핫하기도 하지만, 왜 핫한지 읽어보면 알 것이다. 추천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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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33 소설을 쓰는 일, 그건 내 오래고 오랜 비밀이었다. 그렇게 좋아하면서도, 이상하게 부끄러웠다. 소설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동안은, 늘 누군가 내 귓가에 대고 '네가 무슨 소설을 써? 소설 쓰고 있네...'라고 속삭이며 하하 웃곤 했는데 그건 슬프게도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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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고독
강형 지음 / 난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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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한 소설을 하나 읽었다. 다 읽고 무언가 명쾌하거나 깔끔하거나 그런 기분이 안 든다.

묘지를 관리하는 관리인 피터. 미제 살인 사건을 파헤치려고 온 경찰관 마틴.
카타리나 사망의 비밀을 알기 위해 피터를 찾아와 이야기를 듣고, 피터는 그 사망과 관련이 있을 법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7일간의 마틴에게 해준 이야기이다.

배경은 외국이고, 등장인물도 외국인인데 어딘가 모르게 한국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판타지라고 해야 되나? 유령을 보는 피터의 이야기인데, 실제로 유령을 보는 사람은 배제하고, 일반인은 판타지로 생각이 된다. .
금방 읽힌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한 소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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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60 사람들은 자기고민에 대한 나름의 답을 다 갖고 있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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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43 그리움은 그런 것인지 모른다. 그리움은 물과 같다. 가로막으면 고이고, 잊으려 외면하면 더 깊은 심연으로 흘러가는 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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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84 말이 그렇게 무서운 거야. 지울 수 없고 잊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게 말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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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16 맛을 아예 모르면 모를까, 한번 맛본 달콤함을 어떻게 잊나. 안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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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 김영하 산문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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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작가가 대단한 건지 김영하 작가가 쓰는 작품이 대단한 것인지….
그가 쓰는 작품은 희한하게 글이 잘 읽힌다. 그렇다고 대단히 재미있는 것도 아니지만, 글들이 자꾸 읽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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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가는 아니지만, 대중작가라고 말해야 될 것 같다. 굉장히 트렌디하고, 이 시대 지금, 이 상황에 필요한 글, 그러니까 독자의 니즈를 잘 파악해서 충족할 수 있는 글을 쓰는 것 같다. 이건 능력이다. 탁월한…. 그러니 요즘 시대의 김영하 작가를 책이든 TV든 라디오든 여러 군데에서 볼 수 있는 것 같다.

여행의 이유도 마찬가지다.
이 산문이 특별하게나 특출나지 않는다. 하지만 느껴지는 감성이 있고, 공감되는 부분이 있고, 뭔가 여행이 떠나가고 싶게 하고, 여행이 필요하다고 느껴지게끔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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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바디 여행…. .
유명인이 아니라도 우리가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시간이다. 그것이 직장에서 일하든 집에서 집안일을 하든…. 재충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간이라 생각하고, 기회가 된다면, 여유가 된다면, 얼마든지 권해주고 싶다, 여행이란 인생과 같다는 말이 정답인 것 같다.
-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 라고 이건 나태주 시인이 말씀하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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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0 인간의 삶은 매우 연약한 기반 위에 위태롭게 존재한다는 것, 환각과 미망으로 얻은 쾌락은 진정한 행복이 아니라는 것들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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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1 기대와는 다른 현실에 실망하고, 대신 생각지도 않던 어떤 것을 얻고, 그로 인해 인생의 행로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한참의 세월이 지나 오래전에 겪은 멀미의 기억과 파장을 떠올리고, 그러다 문득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되는 것, 생각해보면 나에게 여행은 언제나 그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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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60 삶의 안정감이란 낯선 곳에서 거부당하지 않고 받아들여질 때 비로소 찾아온다고 믿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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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55 특별한 존재 somebody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개별성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여행자는,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이, 결국은 ‘아무것도 아닌 자’, 노바디 nobody일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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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05 여행은 고되고, 위험하며, 비용도 든다. 가만히 자기 집 소파에 드러누워 감자 칩을 먹으며 텔레비전을 보는 게 돈도 안 들고 안전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 안전하고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떠나고 싶어 한다. 거기서 우리 몸은 세상을 다시 느끼기 시작하고, 경험들은 연결되고, 통합되며, 우리의 정신은 한껏 고양된다. 그렇게 고양된 정신으로 다시 어지러운 일상으로 복귀한다. 아니, 일상을 여행할 힘을 얻게 된다, 라고도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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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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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되게 안 읽히는 책이다. 내가 집중을 못 해서 그런지.. 열흘은 본 것 같다.
<오베라는 남자>의 할머니 버전이라는 생각이 초반에 너무 확실하게 들어서 차라리 오베를 안 봤더라면 재미있게 봤을 것 같은데, 볼 때마다 이 할머니는 오베 할아버지랑 성별만 다르지 똑같다.

근데, <오베라는 남자>랑은 또 다르다. 오베는 오베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되지만, 이 <할.미.전> 은 할머니보다 손녀 엘사가 중심이다.
서른살 같은 일곱 살 엘사를 통해 스토리가 전개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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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나는 이 책이 별로 와닿지도 재미있지도 않았다. 동화와 현실이 왔다 갔다 하는 것도 배크만 특유의 자동차 브랜드를 언급하는 것도.. (오베 때도 그랬다. 스웨덴 차가 아니면 다 안 좋은...) 스웨덴 감성을 잘 이해 못 하겠다. 웃음 포인트도, 감동 포인트도 잘 모르겠다. 그러니 책만 펴면 졸이고.. 그런데 두껍기까지 하니 열흘 동안이나 찔끔찔끔 보았다.ㅠㅠ

제일 의문 나는 건, 자동차 브랜드를 꼭 언급하는 거다. 이유가 뭘까 정말 궁금하다
할머니는 르노를 타고, 아빠는 아우디를 타고, 엄마는 엘사 때문에 학교에 불려갔을 땐 기아를 탔다. 뭘 뜻하는지 모르겠다. (이거 아는 분 좀 알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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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개의 챕터 중 14번째 챕터가 가장 괜찮다.
엄마가 엄마의 어릴 적을 회상한다. 할머니는 어린 엄마를 두고 엄마보다 더 필요한 사람들의 위해 나갔다. 의사였던 할머니, 어린 아이(엄마)는 할아버지와 이웃 주민에게 맡기고 떠난 할머니.. 그렇지만 내 딸(엘사)에게만은 좋은 할머니로 기억하게 하고 싶은 엄마. 씁쓸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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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5 나쁜 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으면 좋은 걸로 덮어버려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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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7 고릿적부터 다들 담배를 피웠어도 건강한 애기들이 잘만 태어났구먼. 인류는 너희 세대가 등장해서 '나 잘났소' 라기 몇천 년 전부터 알레르기 테스트나 그 비슷한 헛소리 없이도 잘 살아왔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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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29 죽음의 가장 강력한 힘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게 아니라 남겨진 사람들을 더 이상 살고 싶지 않게 만드는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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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40 주글 수밖에 없어서 미안해. 주거서 미안해. 나이 먹어서 미안해. 너를 두고 떠나서, 이 빌어먹을 암에 걸려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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