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풀니스 -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
한스 로슬링.올라 로슬링.안나 로슬링 뢴룬드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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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종이를 재활용하는 행동은 흔히 미덕으로 여겨진다. 나무를 보호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 사람들은 재활용 덕분에 적어도 당분간은 나무를 보호하게 된 세상을 상상한다. 재활용을 지지하는 많은 사람이 상상하는 세상에는 나무가 무성하다. 그런 믿음은 잘못된 것일뿐더러 사실과 정반대다. 종이를 재활용하자는 주장에는 분명 타당한 구석이 있지만 오늘날 미국에서는 나무의 숫자가 줄어드는 결과를 낳고 있다. 미국에서 종이를 만드는 목재 대부분은 애초에 종이를 만들려고 기른 나무에서 얻는다. 하지만 재활용은 펄프재 수요를 감소시킨다. 그리고 일단 수요곡선이 내리막을 그리면 가격은 내리고 수량은 줄어든다. 나무를 기르는 데 적합했던 땅은 가격이 바뀌면서 이제 더는 그 용도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가격 차이만큼의 면적을 다른 용도로 사용한다. 채식주의자가 늘면 소가 줄어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재활용 때문에 결과적으로 나무가 줄어든다."


- 데이비드 프리드먼,「데이비드 프리드먼 교수의 경제학 강의」중 pp242~243, 옥당, 2015.


대략의 뜻은 짐작이 갔으나, 막상 영어 사전에는 나오지 않아 사뭇 당황했었던 단어를 제목으로 내세우고 있는 이 책,「팩트풀니스 Factfulness1」를 통해 저자들이 주장하고자 하는 바를 저에게 요약하라면, 


① "수치2 없이는 세계를 이해할 수 없으며, 수치만으로 세계를 이해할 수도 없다." (p182)

② "세계를 정말로 바꾸고 싶다면 누군가의 면상을 갈기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부터 이해해야 한다." (p315)

③ "걱정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걱정할 대상을 제대로 알자는 뜻이다." (p344)


라는 답안지를 내놓겠습니다. 세 문장 모두, 우리가 모르고 있던 사실을 새롭게 알려주는 것도, 뭔가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담고 있는 것도 아니죠. 그 어느 신문이나 잡지 등지에서도 볼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내용들일 뿐입니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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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특정한 질서를 신뢰하는 것은 그것이 객관적인 진리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믿으면 더 효과적으로 협력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 상상의 질서(imagined order)는 언제가 붕괴의 위험을 안고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신화에 기반하고 있고, 신화는 사람들이 신봉하지 않으면 사라지기 때문이다. 상상의 질서를 보호하려면 지속적이고 활발한 노력이 필수적이다. 이런 노력 중 일부는 폭력과 강요의 형태를 띤다. … 하지만 상상의 질서는 폭력만으로는 유지될 수 없다. 진정으로 믿는 사람이 일부 있어야 한다." 


- 유발 하라리,「사피엔스」중 pp165~167, 민음사, 2015.


그것이 권력의 강제로 인함이건, 미디어의 교활한 속임수에 넘어간 것이건, 혹은 스스로의 확신으로부터 기인3하는 것이건, --- 일 개인의 믿음/가치관이란 해당 개인의 삶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발전 또는 퇴보에 어느 정도, 어느 방식으로건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존재론적으로 현실이 그러하든 그렇지 않든 많은 사람들이 당위론적으로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믿는 것, 나아가 현실도 결국에는 당위를 향해 움직여 갈 것이라고 믿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만약 어떤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현실은 물론 그렇지 않거니와 앞으로도 당위로부터 점점 더 멀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사회는 정상적으로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 류동민,「마르크스가 내게 아프냐고 물었다」p169, 위즈덤하우스, 2012.


물론! 우리 모두는 '지금 보다 더 나아진 미래'를 원합니다. '더 나아진'의 정의(definition)이 경제적인 면에 국한되건, 보다 더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과 같은 보편적 가치로까지 확장되건 어쨌든! --- 모두가 원하는 '이상(ideal)'4으로 조금이나마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는 합의 자체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왜, 이 세상에는 전쟁과 테러가 빈번한 것이고, 국가간 · 집단간 · 개인간의 마찰에는 왜 끊임이 없는 걸까요. 


이 책의 저자들은 그 이유를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 세상에 대한 "'지식'이 '적극적'으로 잘못되"(p23)어 있기 때문이라 지적해줍니다. 그렇다하여, 우리 스스로를 너무 자책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한 '잘못'은 특정 개인, 집단의 무지 때문이 아닌, 이 책이 소개하고 있는 10가지의 '본능'으로부터 기인되는, 제거하기 쉽지 않은 일종의 필터들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라 설명하고 있으니까요. 



【 데이터에 기반한 판단 】 


며칠 전 퇴근길에, 일산 교보문고에 들러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반일 종족주의」라는 책의 일부를 읽어보았습니다. 이미 읽었었던 저자의 두 권의 책과 그리 크게 다른 내용이 담겨져 있지 않아 보였기에, 구매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저 개인적으로는, 이영훈 (전)교수의 연구 방법론에 동의합니다. 역사라는 것을 이해하고 해석함에 있어, 당시의 정치 · 사회적 배경의 렌즈를 사용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겠으나, 거기에는 반드시 데이터에 기반하는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라 생각하기에,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통계적으로 연구하는 그 분의 학문적 결과들은 나름의 합당한 평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오해에 사로잡힌 사람을 설득할 때는 그의 의견을 데이터와 비교하는 방법이 매우 유용하다. (p42) … 오해를 추적해 찾아내고 다른 것으로 대체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데이터다. 데이터를 보여주고 그 이면의 현실을 설명해야 한다. (p69)


이영훈은 결국, 자신이 찾아내고 분석한 수치들을 기반으로 (한국 사회가 이것에 동의하느냐의 여부와 상관없이 오로지) 본인의 의견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죠. 그에 대해, "이런 구역질 나는 책을 낼 자유가 있다면, 시민들은 이들을 '친일파'라 부를 자유가 있다"라는 식으로 비난한 조국 전 민정수석의 발언에, 저는 절대 동의할 수 없습니다. 조국의 발언은 "위안부 문제를 반일 민족주의 운동의 소재로 삼고자 한다"라는 또 다른 반론을 불러낼 뿐, 이영훈의 분석 자체에 대한 비판이 아니기 때문이죠. 조국의 발언은 흡사, 


그 당시엔 편을 나누는 것이 생활화되어 있었다. 그래서 얘기를 하다가도 꼭 친구들은 '넌 어떤 편이야?'란 질문을 던지곤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때는 모든 것이 선명하게 나뉘어 대립해 있던 시절이었다. 세계는 미국과 소련으로, 나라는 남과 북으로, 운동회에선 청군과 백군이, 영화에선 좋은 놈과 나쁜 놈이. …… 소련이 언제 핵을 쏠지 모르고, 북한은 연신 땅굴을 파대는 이 불안한 세계 속에서, …… 정의는 늘 승리했다.  


- 박민규, 「지구영웅전설」중 pp27~28, 문학동네, 2003.


본인이 정의(justice)의 편이라는 사실을, 상대방은 악(evil)이다라는 규정을 통해 인정받아내려는 것과 다름 없는 겁니다.5 암튼, --- 저 그 둘의 논쟁에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다만, 이 논쟁이 우리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낳게 되는 것에만큼은, 우리 스스로가 조심하고 있어야 하겠죠. 


"빈곤층을 악의적으로 모함하는 정치가나 가난한 이들을 공격 대상으로 삼는 신문 기사들이 목적하는 바는 뻔하다. 경제적 상황을 불문하고 인권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인식, 가진 것이 많은 이들이 연대의식을 발휘해 어려운 이들을 도와야 한다는 여론, 인권 수호와 연대의식이야말로 민주주의의 필수 요소라는 주장에 반기를 들고 싶은 것이다. … 어쩌면 그 뒤에 또 다른 음흉한 의도가 숨어 있을 수도 있다. … 중산층의 관심을 부유층이 아니라 빈곤층에게 돌리는 것이다."


게르트 보스바흐 · 옌스 위르겐 코르프,「통계의 거짓말」중 pp216-217, 작은책방, 2016.



【 한국, 한국인의 비난 본능 】


"해방과 전쟁을 겪으며 자라난 한국 기성세대들은 …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정체감과 존재감을 확인할 충분한 기회 없이 지난 60년을 달려왔다. 그래서 사실 한국의 많은 기성세대들의 존재감은 독립적으로 존재하기보다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 누구의 아버지, 누구의 자식, 누구의 친구 등과 같은 수많은 관계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들에게 이런 관계적 존재감이 충분히 느껴지지 않는 상황은 너무나도 불안하고 동시에 좌절스러운 상황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국 사회에 수없이 일어나고 있는 갑질은 바로 그런 존재감의 상실에서 비롯된 분노가 원인이었다."


- 허태균,「어쩌다 한국인」중 p79, 중앙books, 2015.


제가 정말 좋아하는 책인「어쩌다 한국인」에서 저자 허태균 교수는 한국인이 지니고 있는 여섯 가지 특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 중, '관계주의'라 명명된 위와 같은 특성으로 인해, 한국인의 분노는 예의 그것의 해소를 위해 항상 '나쁜 놈' 하나를 찾아내 그 '나쁜 놈'을 때려잡아야만 풀리노라 주장하고 있지요. 현실에서 발생되는 수많은 사고들이 거의 예외 없이 '인재(人災)'라 불리우는 것 역시, '나쁜 놈'을 기어코 찾아냈기에 만들어진 조어(造語)라는 겁니다. 


"설사 기계나 시스템의 잘못이라고 밝혀져도, 그렇게 만든 '사람'을 찾는 데 더 집중한다. 만약 인간이 어쩌지 못하는 날씨나 불가항력적인 천재지변이 문제를 일으켰다면, 그것을 예측하고 대비하지 못한 사람을 찾는다"


- 허태균, 위의 책  p178.


허나 허태균은 위와 같은 한국인의 특성 자체를 비판하고 있지 않습니다. 정말 심각한 문제는, "책임자를 때려잡았으니 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6하며, 더 나아가 "그놈이 충분히 처벌받는 것을 보면 정의가 실현됐다고 생각하는 것"7에 있다라는 것이죠. 이러한 특징이, 우리 한국인만의 문제일까요?


뭔가 잘못되면 나쁜 사람이 나쁜 의도로 그랬으려니 생각하는 건 무척 자연스러워 보인다. 우리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누군가가 그걸 원해서 그리되었다고 믿고 싶고, 개인에게 그런 힘과 행위능력이 있다고 믿고 싶어진다. 그러지 않으면 세계는 예측 불가능하고, 혼란스럽고, 무서울 테니까. 난 본능은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중요성을 과장한다. 잘못한 쪽을 찾아내려는 이 본능은 진실을 찾아내는 능력, 사실에 근거해 세계를 이해하는 능력을 방해한다. 비난 대상에 집착하느라 정말 주목해야 할 곳에 주목하지 못한다. … 누군가를 손가락질하는 지극히 단순한 해법에 갇히면 좀 더 복잡한 진실을 보려 하지 않고, 우리 힘을 적절한 곳에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항공기가 추락했을 때 잠깐 졸았던 기장만 탓하면 재발 방지에 도움이 안 된다. 기장이 왜 졸았는지, 앞으로 졸지 않으려면 어떤 규제가 필요한지 물어야 한다. 기장이 졸았는지 알아내느라 다른 생각을 못 하면 발전은 없다. 세계의 중요한 문제를 이해하려면 개인에게 죄를 추궁하기보다 시스템에 주목해야 할 때가 많다. (pp294~295)


이 책의 저자는 "왜 안 좋은 일이 일어났는지 명확하고 단순한 이유를 찾으려는 본능"(p294)를 '비난 본능'이라 명명하며, 이 또한 우리가 세상을 잘못 이해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라 지적해줍니다. 이 부분을 읽으며, 2008년 우리나라를 휩쓸었었던 '광우병 사태'가 떠오르더군요. 


세상의 모든 정보를 모두 흡수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우리가 지금 어떤 부분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어떻게 선택했는가, 그리고 지금 어떤 부분을 무시하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가 받아들일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이야기가 있는 정보, 즉 극적으로 들리는 정보다. (p148) 


당시의 논란이 정확한 사실에 기반하여 진행되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책의 저자들이 명명하고 있는) '공포 본능8'과 그의 해소를 위해 '비난 본능'이 발현된, 거기에 --- '이명박'이라는 특정인에 대한 반감이 어울어진, 그리하여 결국 '미국산 소고기 수입'은 또한 '인재'라는 결론이 지어지길 원했었던 현상이 아니었던가라 생각합니다. 당시 우리나라에도,  

진지한 문제에는 진지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p271)

당시의 문제를 위와 같은 방식으로 논의해보려는 정치인이, 언론이, 과학자가 있었는지 궁금하네요. 있었었겠죠?


【 현실과 이상과의 거리 】

공항 곳곳에서 눈에 띄는 보안 요원은 테러 위헙을 그 어느 때보다 낮춰주지만, 언뜻 보기에는 위험이 더 커진 느낌을 준다. (p172)

이 책의 저자들은 "세상은 해를 거듭하며 조금씩 조금씩 나아진다"(p27)라 명확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의 '느낌'9이 그러하지 않은 것은 "좋은 것보다 나쁜 것에 더 주목하는"(p95) '주목 본능' 때문이라는 것이죠.10 이러한 '주목 본능'이 줄어들지 않고 외려 더 강해지는 것에 대해 저자들은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나쁜 뉴스가 많이 나오는 이유는 세상이 나빠져서가 아니라, 고통을 감시하는 능력이 좋아졌기 때문일 수 있다. (p108)

여기에 더해, 뉴스 소비자 (즉, 우리들)의 '주목 논리'11는, 이전에도 있었었던 일들을 마치 새롭게 생겨난 사건인 양 바라보게 만들기도 하지요. 한동안 시끄러웠던 차량 급발진 뉴스가 매일 같이 9시 뉴스의 첫 꼭지를 장식하던 때를 떠올려 보면 됩니다. 한 두대의 차량에 급발진 사고가 난 뉴스가 나오기 전에도 분명 급발진 사고는 발생되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일종의 '팔리는 상품'이 아니었기에 묻혀져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초미의 관심사가 되자, 이후 매일 같이 '오늘도 또 급발진 사고가 났다'는 식으로 그 상품을 판매했었을 뿐. 어쨌든, 

상황은 나쁘면서 동시에 나아지고 있기도 하고, 나아지고 있지만 동시에 나쁘기도 하다. 세계의 현 상황도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 (p103) … 연간 변화가 1%에 그쳐도, 너무 적고 느리다는 이유로 무시해서는 절대 안 된다.(p256) … 더딘 변화도 변화라는 사실을 기억하라. (p262)

저자들은, 이 세상이 분명 나아지고 있다라는 것 자체만큼은 이처럼 확고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와 동시에 "시리아 사람들에게는 물론 이런 추세가 위안을 주지 못한다. 그곳은 지금도 미개하다"(p161)라는 (일종의) 위안 또한 잊고 있지 않습니다만, 예의 '세상은 분명 나아지고 있다'라는 결과 자체, 그리고 그 결과를 입증하는 것에 대한 저자들의 강조는 자칫, 

"생활인으로서의 우리가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도 우리네 삶의 조건을 둘러싼 '해석의 투쟁'은 지속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그 누구도 이러한 투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 우리가 맑스경제학을 공부하는 것은 세상을 해석하는 또 하나의 방법을 배우는 것이며, 주류적인 해석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비판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기 위한 것이다. 다시 말해 팽팽하게 당긴 고무줄이 원래 길이로 되돌아가는 모습을 균형의 회복으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엄청난 변화를 겪는 물질적 삶의 조건을 견뎌내야 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잊지않기 위함이다."

- 류동민,「프로메테우스의 경제학」중 pp 6-7, 창비, 2009.

만들어낸 성과에 만족함으로써, 그 과정에 있었던 수많은 다른 문제점들, 예를 들자면 --- "간극 본능은 분할을 연상케 하지만 알고 보면 완만한 다양성에 불과하고, 차이를 연상케 하지만 사실은 수렴하는 차이며, 갈등을 연상케 하지만 사실은 합의에 이르는 갈등"(pp60~61)의 과정 속에서 존재하였었을 '분할'과 '차이'와 '갈등'의 피해자들을 잊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약간의 아쉬움을 안겨 주기도 했습니다.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의 만나는 점에서 균형이 이루어지고 경제가 균형에서 벗어나더라도 결국에는 균형점을 찾아간다고 이론적으로는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균형으로 돌아가는 데 한 세대가 걸린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부동산 가격폭등 때문에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꾹 참고 30년만 기다리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해줄 수는 없지 않은가?"

- 류동민, 위의 책(2009)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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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가 미국의 모든 대학교와 대학원 졸업생들에게 선물한 책이라는 문구가, 제가 이 책을 구매했던 가장 큰 이유였었습니다.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말이죠. 저에게 이 책을 분류하라 한다면, (통계적 기법들이 소개되고 있는 것이 아님에도) 일종의 통계학책이라 말하겠습니다. 그리하여, 통계 용어로 이 책의 메시지를 표현해보자면 결국 --- 횡단면 분석(cross-section analysis)만 하지 말고, 시계열 분석(time-series analysis)도 함께 곁들여 보면, 적어도 '수치화될 수 있는 면들에서의 삶의 질'은 예전보다 분명 나아졌고, 앞으로도 나아질 것이다라는, 뭐 이 정도가 아닐까 싶네요. 굳이, 큰 돈 써서 그 많은 수의 졸업생들에게 선물할만큼 대단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은 아니지 않나 싶은...




  1. '사실충실성'이란 의미. 이 책에서 처음 소개하는 말로, 팩트(사실)에 근거해 세계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태도와 관점을 뜻한다.
  2. numerical value.
  3. "사람들은 세상에 대해 생각하고, 추측하고, 학습할 때 끊임없이 그리고 직관적으로 자신의 세계관을 참고한다. 그래서 세계관이 잘못되면 체계적으로 잘못된 추측을 내놓는다." (p27)
  4.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이상(理想)'의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 "이상은 실현하는 데 쓰이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측정하는 데 쓰여야 합니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현실과 이상의 거리가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알 수 있고, 현실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를 알게 됩니다." - 자오팅양·레지 드브레,「상실의 시대 : 동양과 서양이 편지를 쓰다」중 p24, 메디치, 2016.
  5. 제가 조국을 비판하고 있다는 것이 곧, 이영훈의 논리 자체에 동의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A와 B의 논쟁에서 B의 비합리적인 면을 지적하였다 하여, 그것이 A가 합리적임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듯 말이죠.
  6. 허태균, 위의 책 p182.
  7. 허태균, 위의 책 p183.
  8. "폭력, 감금, 오염을 두려워하는 자연스러운 본능 탓에 우리는 그 위험성을 체계적으로 과대평가한다." (p174)
  9. "데이터를 더 명확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그들의 의견은 입증되지 않은 기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더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단지 느낌일 뿐인 것을 안다고 생각하는 착각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p47)
  10. "여기에는 세 가지 원인이 작용한다. 하나는 과거를 잘못 기억하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언론인과 활동가들이 사건을 선별적으로 보도하기 때문이며, 마지막으로 상황이 나쁜데 세상이 더 좋아진다고 말하면 냉정해 보이기 때문이다." (p95)
  11. "극적 본능 탓에, 그리고 언론이 그 본능을 이용해 주의를 사로잡는 탓에 우리는 늘 세상을 과도하게 극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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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읽는 국화와 칼 Picture Life Classic 4
루스 베네딕트 지음, 김진근 옮김 / 봄풀출판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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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로 상징되는, 국가대표간 한·일전에 대한 우리의, 그리고 일본인들의 관심은 새삼스런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뜨겁지요. (저에게 이를 분석할만한 사회학적 능력은 없습니다만, 어렴풋이나마 추측해보자면)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일제의 식민지배로 표현되는 과거의 역사가 한·일전의 승리를 갈망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라1 이해된다면, 대체 일본인들이 한·일전에 보이는 극도의 흥분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정설인지는 모르겠으나, 일제 하 어느 우체부가 석굴암을 발견했고, 그 웅장함에 감탄한 일제가 석굴암을 분해해 일본 본토로 옮기려는 작업을 하다가, 생각해 보니 한반도도 자기네 땅인에 굳이 이건 본토로 옮겨야할 이유가 없지 않겠냐라는 이유로 다시 조립을 했다하더군요. 그래서 석굴암 본존불상을 둘러싸고 있는 수호신(?)들의 시선이 제각각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한·일전에 보이는 일본인들의 관심과 승부욕이란 게 혹시, --- 그렇게 오래되지 않은 과거에, 자신들의 식민 지배하에 있던 국가와의 대결에서 (지배자였던) 일본이 (피지배자였던) 한국에 질 수는 없다라는, 일종의 계층의식의 발로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2


일본인이 계층제도를 신뢰하는 것은 그것이 사람과 사람, 사람과 국가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 일본인은 국내 관계와 마찬가지로 국제 관계를 바라보는 관점 역시 계층제도에 대한 관념을 바탕으로 한다.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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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접어들던 1944년 무렵 미국은 태평양 전쟁에서 연승을 거두며 일본을 사지로 몰아넣었다. 승리가 임박해지면서 미국은 여러 난제를 해결해야 했다. 일본 본토를 공격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을 투항시킬 수 있을까? 미군이 일본에 상륙했을 때 일본인이 목숨 걸고 저항하면 전력에 막대한 손실을 입지 않을까? 일본을 점령하고 나서는 어떤 방식으로 일본 사회를 바꿔야 할까? 천황제도는 계속 남겨둬야 할까? … 이처럼 일본인의 사고와 행동방식을 이해하는 일이 미국 정부가 당면한 급선무가 되었다. 같은 해 6월, 이 책의 저자 루스 베네딕트는 그 해답을 얻도록 문화적 관점에서 일본을 연구하라는 임무를 받았다. <국화와 칼>은 저자가 미국 정부의 의뢰를 받아 제출하려고 만든 일종의 일본 문화 연구 보고서인 셈이다.(pp14~15)


위와 같은 이유로 탄생된 것이 바로 이 책이죠.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의 질(quality)을 떠나, 제 아무리 판세가 기울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전쟁중이었던 당시의 상황에서 자국의 승리를 가정하여 승전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까지 미리 대비하였던 미국의 치밀함에 '무섭다'라는 단어가 떠오르기만 합니다. 이러한 치밀함이 아마도, 현재의 미국이 지니고 있는 '파워'의 근간이겠지요. 암튼!


이 책을 펼쳐들었던 이유는 예의, (이 글을 쓰고 있는 2019년 8월 3일만큼은 아니었지만) 한국과 일본간에 과거사를 둘러싼 갈등이 전개되고 있었던 시점에, 도대체 일본이라는 나라는 어떠한 성격의 국가일까라는3 개인적 호기심을 해결해 줄 수 있지 않을까란 기대 때문이었고, 지지부진했던 저의 독서와는 달리 그 기간 동안 급격히 악화된 한일간의 관계는,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이에 대한 감상문을 쓰는 것에 적지않은 부담감을 주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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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진짜, 승전 후 일본의 지배를 위한 준비의 일환으로 집필된 책일까란 의문이 들 정도로 이 책은 일본과 일본 문화, 일본인에 대한 다양한 영역에 대해 '발기발기 찢어 해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사 방법에의 한계로4 인해서인지, 혹은 집필의 목적 때문인지, 이 책은 일본인과 미국인의 사고 방식, 그리고 그와 상호작용되는 관계인 생활 방식에의5 차이를 설명하는 데에 많은 설명을 할애하고 있기도 하지요.6 그러한 연유로, --- 저 개인적으로는 이 책의 적지 않은 부분은 읽어내기에 좀 많이 지루하기도 했었더랬습니다.       


"우리가 특정한 질서를 신뢰하는 것은 그것이 객관적인 진리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믿으면 더 효과적으로 협력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 상상의 질서(imagined order)는 언제나 붕괴의 위험을 안고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신화에 기반하고 있고, 신화는 사람들이 신봉하지 않으면 사라지기 때문이다. 상상의 질서를 보호하려면 지속적이고 활발한 노력이 필수적이다. 이런 노력 중 일부는 폭력과 강요의 형태를 띤다. … 하지만 상상의 질서는 폭력만으로는 유지될 수 없다. 진정으로 믿는 사람이 일부 있어야 한다."


-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중 pp165~167, 민음사, 2015.


작금 벌어지고 있는 한국과 일본간의 대립을 언젠간 해결하려 한다면, 언젠간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라 생각한다면, (당연히 일본인들의 노력도 필요하겠으나, 그건 그네들의 문제이므로 차치하고) 우리가 이 '전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자 한다면 당연히! 그들의 사고방식에 대한 이해가 선결되어야 하겠죠.7 --- 이 책을 통해​ 저자가 보여주고 있는 일본, 그리고 일본인들에게 작동하고 있는 '상상의 질서'라는 게 한두 가지로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만, 제가 꼽아 본 가장 중요한 것은 '명예에 대한 의리'입니다.  


명예에 대한 일본인의 '의리'는 자신의 명예에 오점이 없게 하는 것을 말한다. … '명예에 대한 의리'는 분명히 보복행위를 포함한다. (pp222~223) ……… 일본 문화에서 '의리'는 이중적 의미가 있다. 하나는 다른 사람, 조직, 국가를 상대로 침략수단을 사용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상호존중 관계를 준수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p257)


현재와 같은 사회 분위기에서, '일본을 이해하자'라는 주장은 자칫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쌍욕을 자초하는 것일 수도 있겠으나, --- 승전을 가정하고 패전국에 대한 사전적 이해를 구하고자 쓰여진 이 책에서 보여지고 있는, 


어떤 민족이 자신들의 사회경험와 가치체계에 근거해 다른 나라가 전혀 상상할 수 없는 행동계획을 추진할 때도 각국은 공동의 목표에 대해서만 장광설을 늘어놓을 뿐 그들의 생활습관과 가치관을 이해햐려 하지 않는다. 만약 한 민족이 다른 민족을 이해하고자 노력한다면, 그들의 행동과 사상이 자신들과 다르다고해서 반드시 나쁘다고 할 수많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p37)


위와 같은 인식의 기반은, 감정에만 치우치지 않는 대응을 위해서라도 지금의 우리에게 또한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 책의 저자, 루스 베네딕트가 말하고 있듯, 지금의 한일 관계에 있어 우리가 준비해야 하는 것은 그들이 주장하는 논리를 깨부수는 것이지, 무조건적인 배척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적군의 입장에서 그들의 인생관을 이해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 관건은 그들이 다음번에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가 하는 것이지, 그들과 같은 처지에 놓였을 때 우리가 어떻게 할 것인가가 아니다.(pp24~25) 


………………………………………………………………………………​


"어떤 문화적 자원이 한 사회에서 주요한 상징이 되는 것은 지배적 집단 혹은 유력한 소수집단이 그 자원을 유지하며 성장시킬 때이고, 한 문화가 제도로서 확립되는 것은 그것을 지지하는 사회기반이 존재할 때이다."


- 이케가미 에이코,「사무라이의 나라」중 p93, 지식노마드, 2008.


현재 일본의 대응이, 자국 내 총선에서의 승리를 위한 일종의 전략이라 분석했던 기사가 많았었습니다. 허나 정치 세력이 반한 감정을 전략의 하나로 사용하겠다라 계획하는 것에는, 그러한 전략이 먹혀들 것이라는 판단이 전제되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며, 이는 곧 --- 그러한 전략이 먹혀들만한 사회적 기반이 존재한다라는 것을 의미하는 바, 


일본인은 모욕을 받으면 곧바로 복수를 계획하고, 복수를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서양인이 그들의 윤리관에 비추어 복수를 맹렬히 비난하는 것에 상관없이 미국 정부의 일본 점령정책이 성공할지 여부는 그들이 복수를 생각하지 못하게 하는 능력에 달렸다.(p444)


선거가 끝나면 일본의 대응도 변할 것이다라 생각했던 우리의 대응은 너무도 저급한 수준이었었지요. 일본 제품의 불매 운동이 단기적으로 우리 국민들의 감정을 표출하는 일 대응방식으로는 평가받을 수 있겠으나, 다시는 이와 같은 논란이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선 --- '화이트 리스트'에서 우리를 제외시킨 일본의 '복수'를 비난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주장이 일본에게 '모욕이 아님'을 인지시킬 수 있는 반박불가의 논리를 개발하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며, 그 어떠한 논리도 먹혀들지 않는다면, 


'그들이 복수를 생각하지 못하게 하는 능력'이 지금의 우리에게 없음을 반성하며, 그러한 능력을 만들어 내자라는 내적 합의를 만들어 내는 것이, 소위 말하는 '정치'가 해야할 일이, 그리고 그를 이행하는 것은 결국 우리 모두의 의무가 아닐까 싶습니다. 




※ '일본'에 대한 궁금함 :사무라이의 나라」·「국가와 희생」·「이 세상의 한구석에



  1. ​선동렬 감독의 다음 인터뷰 내용에 등장하는 '사명감'이란, 단순히 '우승'이라는 목표 달성이 아닌, 거의 전적으로 일본전의 승리에 해당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 "국가대표라는 타이틀은 무엇하고도 바꿀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태극마크를 달고 경기장에 나선다는 자부심과 함께 무거운 책임감도 갖고 있다. …… 바뀐 시대에도 태극마크를 다는 국가대표라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 선수 선발에서도 기량과 함께 정신적인 면도 볼 생각이다. …… 또 이제는 도덕적인 부분도 고려할 생각이다." ​- <태극전사에게 사명감은 필수 … 실력·정신력 겸비해야> 중, 세계일보, 2017.8.22. Internet copy
  2. ​"일본인은 자신의 기준을 다른 나라에 강요할 수 없다. 일본인 스스로 그것이 가능할 것이라곳 생각했다는 것 자체가 그들의 잘못이다. 일본인은 각자 '알맞은 자리'를 찾아 만족하며 사는 자신들의 도덕관이 다른 나라에서는 받아들여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이런 도덕관과 계층제도는 오직 일본에 속하는 일본인만의 산물일 뿐이었다."(p155) : 식민지배 당시 일본인들은 피지배인이었던 조선인들이 '각자 알맞은 자리'에 만족하고 살아가기를 원했었겠죠. 그러했기에, 다음과 같은 세뇌를 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조선인들이 내지인들보다 못한 것은 사실이다. 내가 조선인이라고 해서 그런 엄연한 사실을 인정하는 데 인색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것은 조선이 일본 제국의 변두리에 자리잡은 데 근본적 원인이 있는 것이다." - 복거일,「비명을 찾아서(상)」중 p45, 문학과지성사, 1987.
  3. "이 책은 일본인의 종교, 경제, 정치, 가정 등 특정한 일면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일본인의 생활방식과 가치관, 그리고 일본인이 자아를 들어낼 때의 관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심도 있게 소개한다. 다시 말해, 이 책에는 일본을 일본인의 나라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p36)
  4. "문화인류학자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연구방법인 일본 현지 조사를 포기해야 한다는 점"(p25)
  5. ​"원시부족이든 문명국이든 인류의 행동은 모두 일상생활 속에서 학습되기 때문이다. 그 행동방식이나 가치관이 아무리 이상해도 모든 민족의 정서와 사고방식은 일상생활의 경험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p34)
  6. ​예를 들자면 --- "일본인과 미국인은 문화적 차이에 기인하여 전쟁 중에도 확연히 다른 행동방식을 보인다. 예를 들어 일본인은 서양인이 만든 일련의 전쟁규정을 따르길 원하지 않는다. 특히 제네바 협약처럼 전쟁포로의 권리를 존중해야한다는 규정은 철저히 무시한다. 또한 전쟁의 승패를 결정하는 요인에 대한 시각이 매우 독특하다. 그들은 전쟁의 승패를 결정하는 최대 요인이 물질이 아닌 '정신'이라고 여긴다."(p47)
  7. "손자는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을 최상의 전략으로 보았으며, 이것을 실현하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모공>편을 만들었다. …… <모공>편의 핵심은 마지막 문장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을 것이다(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원칙으로 요약할 수 있다." - 손무,「손자병법」중 p94, 휴머니스트,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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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카운터스 - 숫자와 데이터로 기업을 망치는 사람들
밥 루츠 지음, 홍대운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만드는 자makers'란 실질적인 경제 성장을 창출하는 일군의 사람, 기업, 아이디어다. '거저먹는 자takers'란 고장난 시스템을 이용하여 사회 전체보다는 자기 배만 불리는 이들을 말한다. 거저먹는 자들의 범주에는 다수의 금융업자와 금융기관은 물론이고, 그릇된 사고에 젖어 있는 민간 및 공공 부문의 리더들, 그러니까 금융화가 경제 성장과 사회 안정, 심지어 민주주의도 좀먹고 있음을 알지 못하는 CEO, 정치인, 규제 담당자까지 들어간다."


- 라나 포루하, 「메이커스 앤드 테이커스」중 p30, 부키, 2018.


「Car guys VS Bean counters1 : The battle for the soul of American Business」라는 영문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책은 라나 포루하의「메이커스 앤드 테이커스」2의 기업 버젼, 좀 더 넓게 보자면 미국 경제 버젼이라3 소개될 수 있습니다.   


뛰어난 제품을 만들어야만 성공할 수 있고 뛰어난 제품을 만들겠다는 전략은 오직 제품에 대한 열정에서 나온다. 그리고 소비자들의 평가를 중요하게 여겨야 그런 전략을 유지할 수 있고, 예산절감에만 혈안이 되어 온갖 수치와 도표에 의존하다가는 나아갈 방향을 잃게 된다. 이런 중요한 사실을 되새기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 보기를 권한다. 이 책 속에 내가 글로벌 기업의 일선에서 보고 배운 50년의 역사가 펼쳐져 있다.(p16)


이토록 간결하고 명확하며, 자신감 넘치는 자신의 책에 대한 소개를 본 기억이 없는 이 책은, "Everything is obvious. Once you know the answer"4라는 구절에 너무도 완벽하게 부합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저자 밥 루츠가 이 책을 통해 제시하고 있는는 정답인


비단 자동차회사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 모든 나라에 적용되는 보편적인 진리다. 고객에게 최고의 제품을 팔겠다는 목표만 밀고 나간다면 성공은 저절로 따라온다. (p15) … 결국 문제는 기업인이 핵심가치를 어디에 두고 어떠한 경영철학을 가지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p23) … 탁월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둔 기업은 매출이 늘어나고 이익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이익'이 상품이나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면서까지 절대적으로 추구해야 할 기업 경영의 최우선 과제라고 할 수 있는가. 이익은 고객들이 만족하면 저절로 따라오는 것 아니던가.(p23)  


이러한 내용에 이의를 제기하는 경영인이나 학자 또한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5 이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저자 밥 루츠는 GM의 몰락은 바로 --- "상품이나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면서까지' 비용 절감 혹은 이익 추구에만 전념한 결과라는 진단을 내리고 있지요. 


1950~60년대는 GM에서 '자동차 전문가 product guy'가 점점 사라지고 '경영 전문가 professional management'가 떠오르던 시기였다. … GM의 주된 목표는 돈을 버는 것이고, 비용을 투입해서 차를 만들면 그걸 팔아서 돈을 벌면 된다고 생각했다. 차는 단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생각이 경영진 사이에 퍼져 있었다. GM은 비용절감과 이윤극대화에만 신경 썼을 뿐, 고객들이 어떤 상품을 원하는지는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았다. … 는 최고경영진이 좋은 상품을 만들어 내겠다는 열정이 없다면 '비용절감'은 가능할지 몰라도 '매출극대화'는 달성하기 어렵다고 믿는다. 이것은 지난날 GM의 모습을 보면 잘 알 수 있다.(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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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릴 때도 있지만, 주저하지는 않는다"6라는 그의 좌우명처럼, 이 책을 통해 밥 루츠는 자신의 주장을 그야말로 날 것 그대로 표현해내고 있습니다. 요약해 보자면 --- "① 멍청한7/GM에게만 가혹한8/일본 회사에는 우호적인9/좌파10 언론 때문에 GM은 부당함을 당했다. ② 일본 자동차회사들이 미국 내에서 거둔 성공은 순전히 외부적인 요인들11 덕분이었지, 그들의 기술력이 GM보다 뛰어나서가 아니었다"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어차피,


case study가 지니고 있는, 여러 선택지들 중 하나일 수 밖에 없음이라는 한계라는 걸 감안해서 본다면 --- 위와 같은 저자의 불평 사항들에 대해선 그러려니 하고 넘겨낼 수 있을 것이고, 저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렇게 넘겨 버리는 것이 옳은 것이라 보여집니다. 그보다는 이 책에 담겨 있는 내용들 중, 우리가 진지하게 고민해보아야 할 부분은 바로,


변화를 위해서는 숫자놀음꾼(Bean counter)들이 그려 내는 세계가 허상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비전과 열정을 갖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하는 '제품 전문가'에게 다시 기업경영의 주도권을 넘겨주어야 한다. … 신발 만드는 회사는 신발을 잘 아는 사람이 경영하는 것이 맞고, 컴퓨터 프로그램 회사는 프로그램을 잘 아는 사람이 경영하는 것이 맞다. … 물론 재무전문가들의 조언이나 도움이 필요할 때도 있다. 그러나 최종 결정은 실제로 고객들을 상대해보았고 이들의 생각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내려야 한다. 탁월한 상품과 서비스를 팔겠다는 열정으로 노력하는 사람이 모든 것을 냉정하게 분석하려는 사람들을 앞서기 마련이다.(pp24~25) 


경제학을 공부하였으나, 이후의 사회 생활은 모두 제조업에 몸담아온 저에게, 저자의 위 주장은 일견 이해가 되기도, 한 편으로는 과도한 도식화이다란 반대 의견을 갖게 해줍니다. 경영전략에 대한 저자의 부정적인 견해12가, 저의 과거와 현재 경험에 비추어 보아 완전히 틀렸다고는 할 수 없으나, 저자의 주장이 "창의적인 자동차맨과 무능한 숫자놀음꾼의 대결!"13이라는 인식을 정당화시키는 부작용을 낳게 되었다라는 점은, 이 책에 대한 저의 평가를 끝내 부정적인 것으로 기울게 해주었지요. 물론,


비용 절감을 위해 작은 부분들을 소홀히 하기 시작하면 그 기업은 몰락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기업이 최고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경쟁사들보다 고객을 더 만족시켜서 기꺼이 지갑을 열게 만들지 못한다면 결국은 필패할 수밖게 없기 때문이다.(p315) 


기업이 추구해야 할 궁극적인 목표가 '고객 만족'이어야 한다는 점에는 저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경영 관련자들이 동의를 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고객 만족'을 강조하는 관점이란 것이,


MBA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이들은 더 좋고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일에만 열정을 쏟는다. 물론 이들도 비용절감과 조직운영에도 신경을 쓴다. 그런 것들은 경영자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러나 그들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고객이다.(p302)


기업 내 재무나 마케팅 관련 부서에 대한 비판으로 이루어지는 것에, 적어도 저는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저자는 다음과 같은 예로, 전략/인사/마케팅/재무 부서의 업무에 대한 유효성을 힐난하고 있지요. 


당신이 개 사료 회사를 경영한다고 치자. '식품화핫' 기술을 잘 사용한다면 좋은 원료를 최적화된 저렴한 비용으로 제대로 조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동화시설을 이용해 제조공정과 포장작업을 할 때 노동비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젊고 의용적이며 말 잘 듣는 노동자들을 뽑아 노조 없이 관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케팅이나 광고를 할 때는 사전에 설문조사 등을 거치고 꼼꼼히 연구해 완벽한 성과물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회계나 재무팀도 잘 굴러갈 수 있을 것이다. 물류나 제품유통은 컴퓨터로 모델링해서 물건이 부족하면 적시에 적정량을 채워 넣고, 최고의 판매인력을 고용하여 상점에서도 가장 좋은 자리에 배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경영진은 유명 경여앧학원 학점 3.5이상인 인재들로만 채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만든 사료를 개에게 줬는데 개가 안 먹는다면 말짱 도루묵이다.(pp304~305)


제 아무리 개가 그 사료를 먹지 않는다 하여도, 우리는 그 사료를 기획하고 생산하여 시장에 내놓은 모든 활동을 '말짱 도루묵'으로 치부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성공이라 여겼던 것이 성공이 아니었듯, 우리가 실패라 여겼던 것이 실패만은 아니란 점"

- 이건범,「파산」중 p6, 피어나, 2014.


이건범의 위 주장은, 일 개인의 차원에서만 기억해야할 것이 아닌, 기업의 차원에서도 또한 반드시 기억되어야 할 내용이며 무엇보다! --- 그 사료를 개가 너무도 잘 먹는 상황을 만들어 내는 것에도 또한 이 모든 과정들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에, 밥 루츠의 견해는 그 어떤 반박도 할 수 없다라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 


​"자화자찬으로 가득 찬 전형적인 '꼰대'의 자서전이다"14란 어느 독자의 시니컬한 주장에 거의 전적으로 동의하게 됩니다.「메이커스 앤 테이커스」에서 라나 포루하가 비판했던 금융자본주의의 폐해에는 거의 대부분 동의를 표했었으나, 그와 비슷한 맥락으로도 보아질 수 있는 밥 루츠의 이 책「빈 카운터스」에는 부정적인 생각을 더 많이 갖게 된 건, --- 경제 체제의 구조와 일 기업의 구조가 다르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나, B를 부정하는 것이 곧 A를 강조하는 것이 아님을 받아들이지 않는 저자의 기본적 가치관으로부터 기인되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어쨌든!


비용 절감을 위해 작은 부분들을 소홀히 하기 시작하면 그 기업은 몰락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기업이 최고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경쟁사들보다 고객을 더 만족시켜서 기꺼이 지갑을 열게 만들지 못한다면 결국은 필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p315)


라는 구절은, 이제까지 읽었었던 경영 관련 서적들에서도 모두 강조되었던, 그러나 현실에서는 종종 지켜내지 못하기도 하는 참으로 아픈 곳임을 다시 한 번 더 새겨보았다라는 배움을 얻을 수 있는 독서였다라는 점에 나름의 만족을 가져 봅니다. 



※ 함께 읽어보면 좋을 책 :메이커스 앤드 테이커스」·「개싸움판에서는 고양이가 돼라」·「장사의 기본 




  1. ​"숫자놀음꾼. 직역하면 '콩 세는 사람'으로, 숫자와 데이터로 모든 문제를 바라보고 위험을 회피해 제품과 서비스 혁신을 어렵게 만드는 재무, 회계 담당자를 냉소적으로 일컫는 말이다."(p1)
  2. "유쾌하면서도 비극적인 이 책은 GM을 비롯한 자동차 제조사들에서 금융 지식으로 무장한 MBA 출신 관리자들이 엔지니어들을 압도함에 따라 제품보다 재무 지표를 중시하는 문화가 형성된 과정을 풀어낸다." - 라나 포루하,「메이커스 앤드 테이커스」중 p114, 부키, 2018.
  3. "이 책은 미국의 경쟁력이 왜 약해졌는가를 다룬 책이다."(p22)
  4. ​"국내에는「상식의 배반」으로 번역되어 출간되었던 던컨 와츠의 책 원제" - 미타니 고지,「경영전략 논쟁사」중 p354, 엔트리, 2013.
  5. "주주가치 창출이 효과적인 비즈니스 전략의 결과가 되야지 원동력이 되어서는 안된다" - 레이먼드 셔먼,「개싸움판에서는 고양이가 돼라」중 p121, 처음북스, 2017.
  6. <포춘>지의 소개.
  7. "이산화탄소로 인해 지구의 운명이 암울해졌다는 호들갑과 지난 20여 년간 온난화론자들의 예측이 제대로 들어맞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지만 SUV를 탓하는 언론 기사가 한데 어우러져 미국 자동차회사들에 큰 타격을 안겼다."(p75)
  8. "노동자들의 높은 임금과 지나친 보너스, 과도한 건강보험 비용, 제조업 부문에 큰 타격을 준 정부 규제와 더불어 이와 같은 적대적인 언론보도 때문에 미국 자동차회사들은 정말 경영진의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험난한 길을 헤쳐 가야 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pp76~77)
  9. "토요타는 뭘 해도 좋은 평가를 받고, 반대로 GM은 뭘 해도 나쁜 평가를 받는 일이 반복되고 있었다.(p237) …… 우리가 보기에는 일본 회사들이 운이 좋아서 타격을 덜 입은 것이었다. 그러나 미국 언론의 눈에는 그것이 바로 기술력, 환경을 지키려는 의지 그리고 선견지명 덕분인 것으로 보였다."(p265)
  10. "미국 언론도 문제다. 몇몇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다수 언론인은 확실히 좌파다."(p70)
  11. "외교안보상의 이유로 일본기업을 더 우대해주고, 미국 언론에서 '빅3'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연일 더 커지면서 1990년대 후반에는 GM의 시장점유율이 점차 떨어졌고 수익성도 하락했다."(p116)
  12. ​"나는 … 매년 목표를 세워 놓고 그에 맞추어 경영한다는 것은 고객에게 아무 도움이 안 되는 아주 쓸데없는 짓이라고 생각한다. …… 미국 해병대에서는 '어떠한 전투계획도 실제 적과 교전이 시작된 후 2분이 지나면 아무 쓸모가 없다'는 말이 전해진다."(p141)
  13. 아마존 독자의 평
  14. Yes24 리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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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수업 - 세계의 경영학자가 생각하는 경영 지식의 최전선
이리야마 아키에 지음, 김은선 옮김 / 에이지21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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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과을 공부했었을 당시에는, '경영학'이라는 분야는 '과학으로서의 학문'이 아닌 일종의 '테크닉'이라고 생각했었더랬습니다. 물론 경제학도, 중력의 법칙에서와 같은 엄밀한 의미에서의 '법칙성'을 지니고 있지는 못한다 말해질 수 있겠으나, 적어도 물체가 향하는 방향이 땅이 있는 곳이라는 정도는 설명해낼 수 있다는 점에서 --- 특정 전략을 도입하면 모든 기업이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성공은 할 수 있다라는 것을 설명해낼 수 없는 경영학은 '학문'이라 불리어질 수 없다, 뭐 그런 이유였다고나 할까요? 


"경영학은 심리학, 철학, 사회학, 경제학과 같은 전통적인 학문의 주석에 불과"1


- 강민호,「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중 p83, 와이비, 2017.



그럼에도 불구하고 --- 경영학의 최신동향을 알기 쉽게 전하기 위해 쓰여진 이 책에서 저자는,


세계의 경영학자는 경영학을 사회과학의 일부로 인식하는 시각을 중시한다. 보다 정확하게는 '사회과학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연구자들이 밤낮으로 고군분투하는 발전 단계의 학문'이 바로 경영학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p25)


라는 주장을 매우 강하게 견지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 "경영학을 사회과학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탄탄한 이론이 필요하며 경영학 연구의 목적 또한 먼저 이론의 발전에 두어야 한다"(p294)라는 경영학계의 지배적인 사조와 그 연구 과정을 이 책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안내해주고 있지요.2 하여, 


이 책을 읽는 동안에도 그러했었고, 다 읽은 후에 쓰는 이 감상문도 또한, 과연 '경영학을 과학이라 할 수 있겠느냐'란 질문에 대한 저의 짧은 소견을 담아내는 것으로 정리해볼까 합니다. 


…………………………………………………………………………… 


이론이란 이 세상의 진리를 탐구하기 위해 존재한다. 따라서 이론 명제가 만들어지고 나면 관측, 실험, 데이터 분석 등의 실증 연구를 통해 그것이 현실 세계에서도 성립하는지 검증할 필요가 있다.(pp 280~281) 


'이론(theory)'에 대한 이론(異論)의 여지가 없는 구절입니다. 예를 들어, --- 특정 전략을 도입함으로써 어느 기업이 전례 없는 사업적 성공을 거두었다고 할 때, 과연 그 성공이 특정 전략의 도입으로부터 기인되는 것인가에 대한 (상관관계가 아닌3) 인과관계(causality)가 증명될 수 있어야만 비로소 '이론(theory)'이 될 수 있는 첫 번째 단계를 통과했다 할 수 있게 되지요.  


사회과학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는 현재의 경영학계는 예의, 위와 같은 과정을 통해 경영학이 과학의 한 분야로 인정받기 위해, 그들의 연구 결과가 시간과 공간에 한정되는 것이 아닌, '이론(theory)'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이 책의 저자는 주장하고 있습니다. 


도요타가 아무리 뛰어난 기업이라 하더라도 도요타를 관찰하여 도출한 법칙이 다른 기업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세계의 경영학자는 가능한 많은 기업에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일반법칙을 탐구하는 것이야말로 과학적인 태도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론 분석을 통해 도출한 가설이 다른 많은 기업에도 두루 해당하는지' 테스트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실증 분석'이라는 과정이다. 세계의 경영학자는 실증 연구에 수백이나 수천, 혹은 수만 개 기업의 데이터를 수집하여 가설을 통계적으로 검증한다.(p38) 


이처럼 경영학에서 논의되고 있는 많은 내용들, 예를 들어 "공격적 경영이 중요하다"(p37)라는 가설이, 단순히 술자리에서의 대화로 끝내지는 것이 아닌, 엄연한 학문적 뒷받침을 지니고 있는 하나의 '이론(theory)'이 되어갈수록, 경영학은 사회과학으로서의 위상을 인정받게 되겠지요. 허나! 

"특정한 인과효과 추정치가 그것을 도출한 연구에서 대표하는 수준을 넘어서 다른 시간, 다른 장소,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 대해 예측력을 가지고 있는가의 문제는 외적 타당성(external validity)이라고 부른다."


- 조슈아 앵그리스트 · 예른 슈테펜 피슈케,「고수들의 계량경제학」중 p114, 시그마프레스, 2017.


경영학 논문에서 주장되어지고 있는 내용들이 과연, 위와 같은 외적 타당성을 충족시키고 있느냐가 경영학자들이 극복해내야 할 가장 큰 난관임에 틀림 없으나, 역설적으로 이같은 난관은 '경영학'이라는 학문이 다루고 있는 대상으로부터 발생되는, 다시 말해 '근본적인 태생'의 문제라는 것에 경영학의 고민이 있다라 저자는 말해줍니다. 


경영학은 결국 '인간이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분석하는 학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 세상에 인간만큼 복잡하고 기묘한 존재도 없다. 기업을 경영하는 인간의 사고는 매우 복잡하고 모호하며 다듬어지지 않은 것이다. … 그렇기 때문에 경영학자의 고민은 더욱 깊어져만 간다.(pp33~34)

 

이같은 근본적인 태생의 문제에 앞서, 경영학이 과학이 되기 위해 극복해내야 하는, 또한 극복해낼 수 있는 난관들에는 무엇이 있는지를 먼저 보기로 하죠. 우선!



【경영학 연구 방법론의 문제 】 


"두 변수가 인과관계에 있다면 다시 원인이 발생했을 때 같은 결과를 얻게 된다. 즉 '우연의 일치'4, '교란 요인'5, '역의 인과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편 두 변수의 관계가 상관관계에 지나지 않는다면, '우연의 일치', '교란 요인', '역의 인과관계' 중 하나가 존재한다. 상관관계의 경우, 그 원인이 다시 일어나도 같은 결과를 얻게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 나카무로 마키코 · 쓰가와 유스케,「원인과 결과의 경제학」중 p35, 리더스북, 2018.


특정 경영 전략과 사업 성공간의 관계 사이의 '인과관계'를 검증함에 있어, 통계 과정이 요구하는 기술적(technical) 문제점들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데서 기인되는 불완정성으로 인해, 경영학이 하나의 '이론(theory)'으로 정립되지 못하였었다는, 단순한 방법론적 문제점을 들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 서적에서 '어떤 경영 방침을 위한 기업의 실적이 20%나 향상되었다'라는 내용을 읽거나 경영전략과 실적과의 상관관계를 나타낸 그래프를 제시받았을 때 우리는 그것을 곧이곧대로 믿어야 할까? 물론 그렇지 않다. 어지간히 정확한 통계분석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 한 '경영 효과'에 관한 많은 분석은 내생성6과 조절효과가 고려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어떠한 경영전략이 실적 향상에 기여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실제로는 제3의 요인이 작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내생성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는 것은 곧 경영 효과가 과대평가될 가능성 역시 간과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pp117~118) 


'단순한 방법론적 문제'라고 적었듯, 이같은 문제는 거의 대부분 보완되었다고 보아도 됩니다. 기라성같은 비즈니스 스쿨에서 연구하는 학자들이 통계학적 방법론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낸다라는 건 그야말로 어불성설이죠. 허나, 



【 연구 대상의 한계 】 


경영학이 지니는 과학성은 미약한 것을 분명히 해두어야 할 것 같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왜나하면 경영학이란 엄밀히 말해 개인 혹은 집단의 의사결정을 분석하는 학문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p33) …… 세계의 경영학자는 과학을 지향한다. 그러나 그 과학이라는 것은 일상의 비즈니스에서 나타나는 매우 인간적인 의사결정과 배치되는 것이 아니다. 경영학자는 오히려 그러한 인간적인 의사결정까지도 과학적으로 파악하려고 노력한다."(p252) 

 

경영학이 사회과학의 범주 안에 존재하는 한, '인간적인 의사결정'에 대한 분석이라는 대상 자체를 던져 버릴 수는 없습니다. --- 경영학 학술지 중,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라는 이름의 저널이 있다 합니다. 다음의 인용문은, (적어도 '사회과학'임이 부인되지는 않는 경제학을 전공한 저에게는) 그 이름이 표방하고 있듯, (management라는 좁은 의미로서의) '경영'이라는 것이 분석 대상의 특성으로 인해 '과학'이 되기 어려운 실례로 이해가 됩니다. 


재무 교과서에서는 DCF(Discounted Cash Flow)나 유사 기업 비교법과 같은 수단을 동원하여 기업의 가치를 산정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렇게 산출된 기업 가치를 바탕으로 해당 기업을 인수했을 경우에 기대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 및 인수에 필요한 비용 등 여러 조건을 반영한 '인수 전체 가치'를 산정한다. … 그러나 현실에서는 인수 전체 가치보다 높은 금액을 지불하는 경우가 많다. … 지나치게 높은 인수금액을 지불하는 데에 과연 이러한 경영전략적인 이유만이 반영되어 있는 것일까? 경영학자들은 연구를 통해 그럴 듯한 경영전략적인 설명과는 별개의 이유로 경영자들이 거액의 인수 금액을 지불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것은 바로 경영자의 '우월감', '초조함', '자부심' 때문이었다.(pp239~240)


경영학이라는 학문이 '인간의 의사결정'을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날 수 없고, 기업의 의사결정이라는 것이 1인 1표와 같은 민주주의적 결정과 동일하지 않는 한, CEO와 같은 권력자의 성향으로 인해 '과학적인 과정을 통해 도출된 결론'과 다른 결정이 내려질 수도 있다라는 점에서, 더 중요하게는  


"예측 모델은 특정한 말이 승리할 확률을 추정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그 말이 승리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 애덤 쿠하르스키,「수학자는 행운을 믿지 않는다」중 p300, 북라이프, 2016.


영학이 "인간적인 의사결정까지도 과학적으로 파악7하려고 노력"하는 한, 다시 말해 --- 인간적인 의사결정에 대한 나름의 합리적인 '해석'을 제시하는 한, 제 아무리 경영학자들이 기술적인 통계 분석의 문제점들을 극복해내었다 한들, --- (특정 현상을 설명하는 것에는 현재까지의 경영학이 유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외적 타당성'까지 갖춘 '예측'이 가능한 '과학'의 단계에까지 이르렀다고는/이를 수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저마다의 성공담이나 실패담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것들은 언뜻 서로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수많은 사람의 개인적인 스토리를 찬찬히 들여다보고 검증해 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그 모두를 관통하는 경영의 진리가 모습을 드러낸다.(p40) 


'경영의 진리'라는 것이 정녕 존재하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은 가지는 것은, 어차피 전문적으로 경영학을 공부할 것이 아닌 저에게는 그다지 유용하지 않다 생각합니다. '경영학도 엄연한 과학으로 성립된다'라는 명제에 제가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것 또한, 현실 속 회사 업무에 그 어떠한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요. 저자가 인용해 놓고 있는 조지프 슘페터의 다음 주장에서와 같이, 


To produce other things, or the same things by a different method, means to combine these materials and forces differently … Development in our sense is then defined by the carrying out of new combinations.(p125)


간단히 말해, "혁신을 만들어내는 방법 중 하나는 이미 존재하는 지식과 지식을 조합하는 것"(p125)라는 것, 이것이 바로, 


다른 기업을 벤치마크할 때는 대상 기업의 전략과 실적을 안이하게 연결시키기보다는 그러한 전략을 선택하게 된 배경을 철저히 분석하여 혹시라도 다른 요인이 실적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는 않은지 의심해봐야 한다.(p118)


저같은 일반 독자가 현실에서의 성공8과 실패9를 이야기 하고 있는 경영 관련 서적과 DBR이나 HBR과 같은 매거진 속 케이스 스터디를 읽고자 하는 이유가 됨과 동시에, 제가 향유할 수 있는 유용성이 되는 것이겠죠.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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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혁신 성과를 지속하려면 두 가지 노력을 동시에 균형 있게 해나가야 한다. 지식의 폭을 넓히기 위한 '탐색'과 이를 심화시켜 '활용'하는 노력을 동시에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p133)


대학 교수에게는 연구자로서의 역할과 지식 전달자로서의 역할이 주어져 있다라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대학 교수들이 연구를 게을리 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지식의 전달자' 역할을 충실히 한다면 그 또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이겠지요. --- 참으로 즐겁고 재미있게 읽어낼 수 있었던 이 책「경영학 수업」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쓰여진, 명백히 '지식의 전달자'로서의 역할을 위해 쓰여진 책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책이, 예의 일본인에 의해 쓰여졌다라는 것에, '또 한 번 더!'의 아쉬움 어린 부러움을 가지게 됩니다. pp90~101에 기술되어 있는 '분산기억'이라는 부분은, 비록 그것이 심리학의 성과라 할지라도 '조직관리'라는 측면에서 설명되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저의 업무에도 응용해보고 싶다라는 마음을 강하게 심어준, 결과적으로 --- 제 수준에서의 '지식의 탐색'이 제가 몸담고 있는 조직 속에서 '해당 지식의 활용'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있을, 


제 삶 속 '혁신'에의 유익한 영양제였었다라 생각을 갖게 해준,

그 밖에도 전반적으로 매우 만족스러운 독서였었었네요. 

     

                                                                                 

※ '경영학'에의 관심을 불러일으킬만한 책들 : 경영전략 논쟁사」·「전략수립의 신」·「개싸움판에서는 고양이가 돼라」·「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 아주 멋진 케이스 스터디 : 장사의 기본

※ 통계학적 기본 인식에 대한 책들 :원인과 결과의 경제학」·「데이터 분석의 힘」「」                                                                                                                                                                                                                                                                                                         





  1. 이 책의 저자인 이리야마 아키에 교수 또한 경영학은 크게 보아 경제학, 심리학, 사회학에 기초를 둔 3개의 유파로 구분되어질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본문 pp 50~61 참조.
  2. '경영전략의 이론적 변천사'를 다룬「경영전략 논쟁사」가 보다 구체적인 이론의 발전사를 다루고 있다면, 이 책「경영학 수업」은 전반적인 수준에서의 이론적 발전 과정을 다루고 있다라 생각합니다.
  3. "Correlation dose not imply causation."
  4. "우연의 일치이기는 하지만, 두 변수가 매우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을 '거짓 상관Spurious Correlations'이라 부른다. … 주가를 예측하는 사람들 중에는 우연의 일치로 발생한 사건들은 마치 '근거는 없지만 잘 맞는 경험 법칙''처럼 믿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 나카무로 마키코 외, p30
  5. 이 책에서는 이를 '조절효과'라 번역하고 있습니다. : "어떤 변수가 다른 변수에 미치는 효과의 정도가 다시 다른 변수에 의해 좌우되는 것을 '조절효과'라고 한다."(p114)
  6. "회귀분석의 설명변수와 오차항에 상관관계가 있어 회귀분석의 유효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p109)
  7. 저자가 '파악'이라 표현한 부분은, 엄밀하게 말하자면 '해석'이 되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8. 「장사의 기본」
  9. 앞으로 읽을「빈카운터스」
  10. "최근 들어 기존의 통계분석을 이용한 연구가 경영학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통계학은 근본적으로 '평균'이라는 개념에 바탕을 두는데 이것이 경영학의 목적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영하겡서 주료 이용되는 통계 방법은 '가우시안 통계학'으로, 쉽게 말하면' 평균'을 구하는 학문이다. 경영학자는 가우시안 통계로 도출한 것을 전제로 경영 현상 사이의 평균 관계를 검증한다.(p301) ……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저렴한 요금과 높은 수준의 고객 서비스라는, 어떤 의미에서는 모순된 두 가지 전략을 동시에 실현하는 매우 독특한 기업이다. … 그런데 사우스웨스트 항공처럼 독창적인 경영전략으로 성공을 거둔 기업은 평균적인 경향 분석이 목적이 가우시안 통계로는 분석할 수 없다는 비판이 있다. 왜냐하면 독창적인 전략으로 높은 실적을 올리고 있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을 회귀분석의 대상 표본에 포함시키면 회귀선(평균적인 경향을 나타내는 직선)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회귀분석에서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소위 '이상치(평균에서 멀리 떨어진 값)'로 치부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평균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 즉 독창적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기업이 지니는 경쟁력의 비결일 수도 있다.(pp302~303) …… 경영학의 목적이 가우시안 통계로는 '이상치'로만 분류되는 기업을 연구하는 것이라면, 그런 기업의 내부 상황을 심도 있게 분석하는 케이스 스터디는 여전히 유용한 방법이 될 수 있다."(p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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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의 기본 - 백년 가게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오카무라 요시아키 지음, 김윤희 옮김 / 부키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포드 … 에게 이윤은 목적이 아닌 결과였다. 이윤이 없으면 기업은 존재할 수 없지만, 경영자는 '종업원들에게 더 많은 임금을 주는 것'을 주된 동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 미타니 고지,「경영전략 논쟁사」중 p37, 엔트리, 2013.


헨리 포드의 고임금 정책을 오로지 순수하게만 볼 수는 없다라는 주장1에도 일리는 있으나, 적어도 "이윤이 목적이 아닌 결과"라는 그의 철학 자체는, 지금의 제 지식과 논리로는 반박불가(irrefutable)의 영역입니다. 그렇다 하여 이러한 저의 동의(同意)가 곧 --- '기업의 목적은 이윤 극대화'라는 경제학의 가르침을 부인하는 것이라 생각지는/도 않습니다. 겉으로는 다른 목적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여도, 결과적으로 '이윤 극대화'를 낳게 되는 행위는 말하자면, 직진만 고집하느냐 혹은 우회로도 적절하게 이용하느냐의 차이일 뿐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지요.2 그런 점에서 보자면, 


이자카야를 통해 주변 사람들에게 활력과 즐거움을 주는 것 (p138)  


자신의 사명을 위와 같은 것이라 당당하게 말하는 이 책의 저자(이자 이자카야 그룹 <오카무라 로만>의 대표)인 오카무라 요시아키의 사업적 성공을,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에서 보아) '이윤은 목적이 아닌 결과'라는 헨리 포드의 철학이 21세기에도 여전히 유의미함을 보여주는 일례라 하여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왜냐하면...


……………………………………………………………………………………… 


이 책의 내용을 아주 단순하게 소개하자면, '요식업에서 성공한 이의 성공담', 그 뿐입니다. 이 책에 대한 출판사의 소개3 또한 이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기도 하지요. 그런데 말이죠 --- 이자카야의 성공담을 기술하고 있는 이 책에는, 어떠한 비법을 전수받아 대박을 쳤다라거나, 혹은 유명 요리사를 초빙하여 인기를 끌게 되었다라는 등과 같은, '요리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단 한 줄도 나오지 않습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2003년, 101세의 나이로 작고한 일본의 아리마 히데코, 이 할머니는 생전에 일본 사회에서 대단히 유명한 사람이었다. 나이가 많아서가 아니다. 그가 100세가 돼서도 운영했던 '길베이아이'라는 이름의 작은 바 때문이다. 그는 이 술집을 53년 동안 운영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오랫동안 술집을 운영해서 유명해진 것일까. 그것도 아니다. 그의 술집에 대한 인식 때문이다. 과연 술집을 어떻게 인식하고 어떻게 운영한 것일까. 


아리마 히데코는 '술집은 사람들이 술을 마시는 곳일 뿐 아니라 스트레스를 푸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자연히 길베이아이는 단순한 술집이 아니라 '샐러리맨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곳'이 됐다. 또한 이런 술집의 주인, 이른바 마담은 '매상을 올리기 위해 손님과 술을 마시는 사람이 아니라 손님이 즐겁게 술을 마시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아리마 히데코가 다른 술집 주인과는 다른 행동을 했음은 물론이다. 그는 진급에 실패한 샐러맨에게는 위로의 편지를, 사업에 성공한 사업가에겐 축하의 편지를 썼다. 이것이 평생 거르지 않는 일과였다. 그는 손님들과 풍부하고 격조있는 대화를 나누기 위해 매일 3개의 신문뿐 아니라 광고까지 읽으면서 시사지식을 꾸준히 습득했다. 단골손님 가운데 소설가 앤도 슈사쿠, 이토추상사의 세지마 류조 회장 등 일본 사회의 거물도 상당수다. 그는 술집 주인으로서 바 운영에 더해 위로와 격려가 포함된 '인생 상담업'까지 했다. 한 마디로 '업()의 재정의'를 한 셈이다."


- 황인원, <'업의 재정의'가 힘들다고? 의미를 더하거나 빼라, 시()처럼...>, DBR 171호 (2015년 2월 Issue 2)


대한민국 요식업의 5년 생존율이 17.9%라는 현실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물론, 자영업의 환경이 나빠졌다거나, 경기가 안좋다거나... 등, 이유는 수없이 많겠습니다만, --- 요식업 대표들의 마인드4 또한 중요한 요인 중 하나임에 확실하다라 생각합니다.5 손님들에게 맛있는/건강한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여전히 요식업의 가장 주된 본질일까요?  


삼겹살을 주된 메뉴로 하는 식당을 오픈하려 고민 중이라 해보죠. 당연히 고려 대상인 입지에의 유동 인구, 상권 등을 분석하겠죠. 또한 해당 상권 내에 이미 자리잡고 있는 삼겹살집, 조금 더 넓게는 소고기/오리고기 등 여타 육류를 파는 식당들의 숫자도 고려해 볼 겁니다.6 헌데 말이죠... --- 삼겹살집의 (의외로 가까운) 경쟁 대상이 배달의 민족이나 PC방 등이 될 수도 있는 겁니다. 


바야흐로, 먹을 것이 없어서 배를 곪는 시대는 더 이상 아닙니다. 동일한 지출 금액으로 즐길 수 있는 대안들이 그야말로 수도 없이 많아진 시대이지요.7 5만원의 돈으로 친구/가족과 삼겹살을 먹으러 갈 수도 있겠으나, PC방에서 오무라이스를 먹으며 게임을 즐기며 시간을 보낼 수도 있고, 혹은 집에서 영화를 보며 배달의 민족을 통해 초밥을 주문해 먹을 수도 있는 세상인 겁니다. 삼겹살집의 경쟁 대상이 그야말로 무궁무진하게 많아진 것이지요. 그렇다면 삼겹살집 오픈을 고민 중인 당신이 진짜 고민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혁신적이고 의미 있게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함으로써 기업은 적절한 가격에 고객을 유치하고 유지할 수 있으며, 한편으로는 경쟁자가 흉내내기 어려운 자신만의 사업 경험을 만든다. 이러한 성과가 바로 장기적으로 수익성 있는 성장의 필수 원동력이다."


- 레이먼드 셔먼,「개싸움판에서는 고양이가 돼라」중 pp13~14, 처음북스, 2017.


온갖 좋은 단어를 다 가져다 놓은 듯한, 허나 한 단어로 표현해보자면 결국엔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라 이해됩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 2인분 이상만 판매가 당연한 것 되어, 혼술의 메뉴는 될 수 없었던 보쌈이라는 메뉴를 1인분도 파는 모 프랜차이즈는 적어도 손님의 니즈8를 만족시킴으로 시장의 범위를 확장시켰다라는 점에서는 확실한 '차별화'를 이루어냈지요. 


"혁신적 기업이 니즈를 제대로 충족하지 못한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기회를 포착한 이유는 제품 카테고리에 만연한 고정관념과 산업의 관행을 재구성하고 근본적으로 새로운 소구점(appealing point)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 레이먼드 셔먼, 위의 책 중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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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조셉 파인과 제임스 길보어는 세계적 경영전문지<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경험경제로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Welcome to the experience economy)'라는 논문을 실었다. ……  (해당 논문의 핵심 주장은) 소비자에게 '경험을 둘러싼 환경'을 판매할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 경험이 경제적 가치를 획득한다는 설명이었다. …… 오늘날의 '경험경제'란 '고객이 상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상품에 담긴 스토리와 경험을 사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경험경제'에서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이미지보다 어떤 경험을 제공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 정성재, <'좋은 제품'아닌 '좋은 경험' 제공하는 회사가 성공한다>, DBR 190  (2015년 12월, Issue 1)


(적지 않은 구독료를 내야만 읽어볼 수 있는, 그나마도 집중해서 읽지 않으면 쉬이 이해되지 않는) 경영학 매거진에 실려 있는 article 에서 배우게 되는 내용을, 이 책「장사의 기본」의 저자 오카무라 요시아키는, 자신의 체험/경험을 바탕과 함께 지극히 쉬운 문장으로9 이렇게 설명해 줍니다.


나는 이자카야가 단순히 술을 마시는 곳이 아니라 삶을 즐길 수 있는 장소이기를 바란다. … 동료들과 술 한 잔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시간인데, 거기에 감동까지 더해지면 얼마나 좋을까. 한 편의 드라마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pp58~59) …… 이자카야에 와서 맛있는 술과 요리로 배를 채우는 일도 물론 행복하지만, 나는 그와 더불어 마음까지도 두둑하게 채워갈 수 있기를 바란다. (p109)  


이 책을 읽어보면, 저자 또한 많은 독서를 통해 자신의 사업관을 정립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그 중에는 경영에 관한 책들도 있을 수 있겠지요. 저자의 사업관이 스스로의 체득을 통해서 얻어진 것인지, 독서를 통해 얻어진 것인지가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자신의 업()에 최신의 경영이론이라 말해질 수 있는 것들을 온전하게 적용하여 실천했다라는 점이 중요한 것이지요.10 


1인 보쌈이라는 메뉴를 내놓은 프랜차이즈 업체가, 적어도 '차별화'라는 점에서는 표면적으로 성공한 듯 보이나, 한 발 더 나아가 --- 혼자 온 손님에게 1인 보쌈이라는 메뉴 이외에 추가적으로 무엇을 제공하고 있는가라는11 점에서 보자면 (적어도 저의 경험으로 보아) 그같은 표면적 차별화가 얼마나 오래갈까라는 의문이 생기는 것도 사실입니다. '혼자인데, 꼭 보쌈이 먹고싶다'라는 욕망을 실현할 방법은 벌써! 그 식당 말고도 많아졌기 때문이지요.12 즉, 그 프랜차이즈가 초기13에 내세웠던 소구점(appealing point)의 생명력이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다라 보기엔 어렵다라는 것이죠.  


"블루오션 전략의 핵심은 기업이나 산업 그 자체가 아니다.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기 위한 활동으로 새로운 시장으로 만들고 시장을 장악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출시다. …… 를 위해서는 경쟁과 고객에 대한 다른 관점 설정이 필요하다. 경쟁자보다는 대체재, 고객보다는 비고객으로 전략의 초점을 이동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단순한 벤치마킹이나 차별화 혹은 원가우위라는 전략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


- 박경수,「전략수립의 신」중 pp75~77, 더난출판, 2016.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것에는 성공했으나, 과연 그 시장을 '장악'하려는 노력까지를 갖추었느냐라는 점에서, '1인 보쌈' 프랜차이즈의 미래가 (제 개인의 시각에서 보아) 암울해 보이는 것에 비해, --- 이 책의 저자 오카무라 요시아키가 자신의 이자카야 사업에 있어 '경쟁과 고객에 대한 다른 관점'으로 설정함에 있어 추가적으로 갖춘 것은 다름 아닌, '진정성'이었습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인다면 '전략으로 뒷받침된 진정성'이었다랄까요? 


사람은 자신이 대접을 받고 있다고 느낄 때, 상대가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감동을 느낀다. 손님에게 감동을 주려면 그를 사랑하는 방법밖에 없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다면 기꺼이 그가 가려워하는 곳을 긁어주고 싶어진다. 이것이 진정한 '접대'다. 요리 솜씨나 접대 노하우는 훈련으로 키워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사랑이 없는 기술은 손님을 깜짝 놀라게 할 수는 있어도 마음을 따뜻하게 하지는 못한다. 손님의 행복을 바라는 사랑이 있다면 그 가게는 필연적으로 발전한다.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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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략 】 


그의 진정성에 '전략'이 뒷받침하고 있다라는 것이, '진정성'의 '진정성'을 해하는 것은 아닙니다. 적어도 이 책에 소개된 바로는,  


'홍보하지 않는다', '간판을 걸지 않는다', '입구를 모르게 한다'는 시도는, 오늘 온 손님들을 기쁘고 즐겁게 해 드리지 못한다면 다음 기회는 없다는 우리의 의지다. 손님을 어떻게 하면 기쁘게 해 드릴까, 온 힘을 다해 고민하고 행동하겠다는 의지인 것이다. <오카무라 로만>에서는 손님이 부탁한 일을 하는 것을 '작업'이라고 하고, 손님이 부탁하기 전에 해 드리는 것을 '일'이라고 생각한다.14(p60) 


홍보도 안하고, 간판도 없으며, 입구조차 쉽게 찾아지지 않게한다라는 것이 시작부터 '의도'된 것이 아닌, 그가 물려받은 어머니의 이자카야가 그러했었듯, 이자카야의 본질이 맛있는 음식이나 멋진 인테리어 등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점을 저자가 이해하고 실천에 옮긴 것이기 때문입니다.  


"태양의 서커스의 가치곡선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ERRC라는 4가지 액션 프레임워크 활용이 필요하다. E는 기존 요소 중 제거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Eliminate, R은 현재 수준 이하로 낮추어야 할 것은 무엇인지Reduce, 또 다른 R은 현재 수준 이상으로 높여야 할 것은 무엇인지Raise, C는 새롭게 추가해야 할 요소는 무엇인지Create를 나타낸다. … 태양의 서커스에서는 어떤 요소들이 ERRC되었을까? … 먼저, 제거된 요인은 스타 곡예사, 동물묘기쇼, 구내매점, 복합 쇼무대 등이다. 다음으로 감소된 요인은 재미와 유머, 스릴과 위험, 증가된 요인은 독특한 공연장이다. 마지막으로 창조된 것은 테마, 세련된 관람환경, 다양한 공연작품, 예술적 음악과 무용이다."


- 박경수, 위의 책 중 p77.


저자가 '블루오션 전략'의 전략 캔버스를 이해하고 그 전략을 자신의 사업에 접목시킨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물론, 그러했을 수도 있겠으나) 외려! --- '태양의 서커스'처럼, '블루오션 전략'의 훌륭한 일 사례로 언급되는 것이 맞다라 생각합니다. 저자의 이자카야는 여타 이자카야들의 행동양식들 중에서 없앨 것과 추가해야할 것 등을 그야말로 '고객의 마음에 맞게' 조합해 낸 결과물이란 것이지요. 더 나아가,



【 진정성  


지금 우리는 물질의 시대가 아닌 마음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음식점이 맛이 좋은 것은 당연하고, 미용실이 커트를 잘하는 것은 당연하다. 무슨 말인가 하면, 이제는 손님에게 마음을 얼마나 줄 수 있는가15, 그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손님은 '자신의 이름을 기억해 주는 마음', '비가 오는데고 밖에까지 배웅을 나와 주는 마음'에 기쁨을 느낀다. (pp 111~112)


저자가 보기에, 우리 이자캬야는 요리가 맛있습니다! 라든가, 우리 미용실은 커트를 참 잘한다니까요! 라는 '차별화'의 대상도 아니며, 심지어 해당 업()의 KSF16도 더 이상은 아닌 겁니다. 만약 저자가 맛있는 안주와 저렴한 사케 등을 이자카야의 KSF로 간주했었다라면, 거기에 더해 '친절함'을 차별화 요소 중 하나로 내세웠다면 이는 마치 --- 렉서스 자동차의 실내 인테리어에 쓰인 stitch 처럼 일종의 '의제(擬制) 차별화(pseudo-differentiation)'에 그쳤었겠으나, 


"고객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마케팅 대상이 아니라 성장을 위한 파트너다. 결국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가치를 줄 수 있느냐의 여부가 새로운 성장의 관건이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서는 고객과의 친밀감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급자 입장에서 고객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고객 관점에서 그들이 원하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그럴 때 비고객도 고객이 되는 새로운 시장을 찾을 수 있고 기업은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다. 진정성 마케팅에서 고객과의 친밀감이란 고객의 불편함을 고객보다 미리 고민하고 해결해주려는 배려와 혜택이다. 고객과의  친밀도가 높아지면 고객의 충성도도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기대하지 않은 서비스를 제공받을 때도 소비자는 진심을 느낌다. 비오는 날 밤 늦은 시간, 일본에서 MK 택시를 이용했다고 하자. … 목적지에 도착하면 기사아 당신보다 먼저 내려 트렁크에서 짐을 꺼내줄 것이다. … MK 택시 기사라면 트렁크에서 우산도 하나 꺼내줄 것이다. '비 맞지 말고 쓰고 가시라'라는 말과 함께다. '어떻게 돌려줘야 하냐'고 물으면 '다음에 이용하는 아무 MK 택시에나 돌려주면 된다'고 얘기할 것이다. 택시비를 내고 목적지 건물까지 걸어가는 동안 MK 택시 기사는 출발하지 않고 헤드라이트를 비춰줄 것이다."


- 이우창, <무차별 광고시대, 이제 진심만이 통한다> 중, DBR 136호 (2013년 9월 Issue 1)


(이러한 실례(example)가 또한 일본 기업이라는 점에서, 안타까운 마음이 없지 않으나 어쨌든 저자의 이자카야 또한) '이제 진심만이 통한다'라는 것을 (성공을 위한) 무기로 하여 성공을 거둔 것이 아닌, '이제 진심만이 통한다'를 실행에 옮기다 보니 성공을 거둔 것이라는 점에서, 같은 해에 발표된17 위 article의 주장과 완벽하게 일치하고 있는, '이윤이란 목적이 아닌 결과'의 적확한 일례로 간주될 수 있는 것이지요. 바로 이것이, 


장사란 '어떻게 오게 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돌아가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다. 손님을 오게 하기 위해 광고를 하고 큼직한 간판을 달고 가격 할인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어머니는 '저 손님을 어떤 마음으로 돌아가게 할까' 오로지 그것만 생각하셨다. … '손님을 어떻게 돌아가게 할까'를 철저히 고민한다면 어떻게 오게 할지는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 추운 날 발이 시릴 것 같으면 바로 담요를 가져다주고, 더운 날에는 꽁꽁 얼린 물수건을 미리 준비해 둔다. 어떤 준비와 배려가 손님으로 하여금 '다시 오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하는지 우리가 생각하고 고민해야 할 일은 너무 많다. (pp 97~98)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장사의 기본'이라, 저자는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 


나는 회사든 가게든 팀워크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내가 강조하는 부분은 '자책하는 팀'을 만드는 것이다. 팀에 문제가 생겼을 때, 팀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남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자신의 책임으로 인정하는 팀이 '자책하는 팀'이다. 문제가 생겼을 때 서로가 '네 탓이요'라고 발뺌하는 팀은 좋은 팀이 아니다. 좋은 팀, 강한 팀은 다름 아닌 '자책하는 팀'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해서 우연히 멋진 이야기를 한 편 읽었는데, 여러분께도 알려주고 싶다. 


<우리 집은 모두 잘못했다>

오늘 학교에서 돌아오자 엄마가 "네 형 책상을 닦다가 금붕어가 들어 있는 어항을 깨버렸단다. 조심했어야 했는데 엄마가 잘못했어"하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형은 "제가 책상 바깥쪽에 두어서 그래요. 제가 잘못했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생각했다. 어제 형이 어항을 거기에 두었을 때 나도 '위험한데'라고 생각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니, 내가 잘못했다. 

밤에 귀가하신 아빠가 그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라시며, "아니야. 아빠가 어항을 살 때 동그란 것 말고 네모난 것으로 샀어야 했는데, 아빠가 잘못했어"하고 말씀하시는 바람에 모두 한바탕 웃었다. 

우리 집은 항상 이렇다. 우리 가족은 모두 잘못했다. 


이 이야기는 어느 초등학생이 쓴 글이라고 한다. 나는 이 이야기가 정말 좋다. 그리고 이 이야기의 화살표를 여러분 모두에게 돌리고 싶다. 이런 가족이 사이가 나쁠 이유가 있을까. 하지만 우리 모두 이와 반대로 살고 있지는 않은가. 


- 회사에 지각한 것은 깨워주지 않은 배우자 때문이야.

- 회사가 잘 안 되는 것은 스태프 때문, 세상 때문, 환경 때문이야.

- 손님이 오지 않는 것은 불황 때문, 날씨 때문, 동종업계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야.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내 탓이 아니라 남 탓으로 돌려버리면 마음은 편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는 결코 성장할 수 없다. 가게에 손님이 줄어든 이유는 남 탓으로 돌리면, 가격 인하 같은 소극적인 꼼수로 대처하기에 급급해진다.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과정이 빠졌기 때문에 해답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새로운 해답,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지 못하면 성장은 기대할 수 없다. 


반면에 '원인은 나에게 있어. 어떻게 하면 좀 더 손님들을 즐겁게 해드릴까'하고 지속해서 고민하다 보면 새로운 해답을 찾을 수 있다. 투덜거리고 불평을 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편이 성장으로 이끄는 길임을 명심하자. 


그러므로 만약 스태프나 부하 직원이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아도 한탄하거나 낙심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모두가 내 말에 귀를 기울여 줄까'를 고민해야 한다. 문제가 생기면 그때가 바로 기회다. 새로운 해답을 찾아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pp92~94)


이 책이, 단지 '장사의 기본'에만 국한된 내용을 담고 있었었다면, '내가 아는 모든 이에게 권하고 싶다'라는 의미의 ★표시를 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에도 적용될 수 있는18, 심지어는 나의 가족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19 내용들을 담고 있다라는 점에서, 이 책은 '장사의 기본' 뿐만이 아닌, '삶의 기본'을 이야기해주고 있다라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노력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배웠다. '표면적인 노력'과 '숨은 노력'. 표면적인 노력이란 … 무기를 장착하는 것이다. 하지만 표면적인 노력만으로는 인망을 키우기 어렵다. 반면에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지도 인정받지도 못하지만 끝까지 하는 것, 그것을 '숨은 노력'이라고 부른다. ①신발을 가지런히 정리한다, ②부모님을 소중히 여긴다. ③'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아끼지 않는다, ④휴지를 줍는다. 언뜻 보면 당연한 일을 마음에 담아서 실행하는 것.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누구도 할 수 없을만큼 해내는 것', 이런 숨은 노력이 일류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pp44~45) 


저에게 다시금, 한동안 잊고 있었던, 저 스스로의 지난 삶을 반성하게 해주었던 다음의 문구를 다시금 일깨워주었다라는 점에서도 또한, 참으로 잊지못할 독서였었네요.


"내가 감동할 만큼 내 스스로 정성을 다했는가? 하늘이 감동할 만큼 내 정성이 지극했는가? 정성이 지극해 진심으로 내가 감동하고 또 하늘이 감동할 정도라면 이루지 못할 일이란 없을 것이다. 설사 이루지 못했다 하더라도 진심으로 정성을 다했다면 결과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며 후회란 게 남아 있을 리 없다. 자신의 부족함에 좌절하지 않고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계속 도전하면서 그 과정을 즐기다 보면 어느덧 나 자신이 탄복할 만한 경지에 도달하게 된다. 원하는 결과를 덤으로 얻으면서 말이다."


- 황석공,「소서」중 pp137~138, 동아일보사, 2015.


※ 저의 감상문을 소개하기에 참으로 창피하지만, 어쨌든 비슷한 내용의 책 :장사의 신 



'내가 아는' 모든 이들에게 반드시 읽어보라 권하고 싶은, 지금 이 블로그에 와있는 당신에게마저 여하한 구실로라도 '나를 아는' 이란 형용사를 붙여 --- 꼭 한번 읽어보시라 말하고 싶은 책들의 제목 앞에 ★표시를 붙입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표시이겠지만 가끔은, 타인의 주관을 한번쯤 믿어보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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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포드는 이익공유제(profit-sharing)를 통해 노동자들이 생산뿐만 아니라 소비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믿었으며, ‘일당 5달러’라는 파격 조치도 바로 그런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달리 말하자면, 노동자들에게도 자동차를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 '포드는 어떻게 마르크스를 쫓아냈는가?', 네이버 <주제가 있는 미국사> 중.
  2. 기업의 목적을 주주가치의 극대화라 가르치는 경영학에도 동일한 맥락의 논리가 있더군요. --- "주주가치 창출이 효과적인 비즈니스 전략의 결과가 되야지 원동력이 되어서는 안된다", 레이먼드 셔먼,「개싸움판에서는 고양이가 돼라」중 p121, 처음북스, 2017.
  3. "자영업 폐업률 87.9%, 외식업 5년 생존율 17.9%. 이렇듯 시장은 과열 경쟁에 돌입한 지 오래이고 대기업이 운영하는 체인점이 경영진에 허덕인다는 소문도 들려온다. 거리에 나서면 호객을 하는 사람들로 북새통이고, 가격 할인을 홍보하는 간판들이 장사진을 이룬다. 모든 가게가 필사적으로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것이다."
  4. "성공한 기업들은 본질적으로 그들이 제공하는 상품이나 서비스 자체가 고객들과 가치 있는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성공한 것입니다. 만약 여러분들의 상품과 서비스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데도 뭔가 계속 잘 안 되고 있다면, 거의 대부분의 이유는 아주 심플합니다. 바로 그만큼의 가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 강민호,「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중 p45, 와이비, 2017.
  5. 물론, 그렇지 않은 요식업 사장님들도 계시겠지만, --- 식당이라는 곳을, 본인의 생계를 이어가기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분들이 많기에 통계적으로도 요식업 폐업률이 높게 나올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손님에게 무언가(말하자면, '고객가치')를 드리기 위함이 아닌, 본인의 이익을 우선시 하기에 결과적으로 망하게 되는 경우도 많을 꺼라는 거죠.
  6. 더 크게 보자면 : "산업구조분석은 시장의 판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 시장의 판을 파악하기 위해 보통 5가지 측면에서 산업 내 요인들을 검토한다. 크게 2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는데, 하나는 현재 영위하고 있는 산업 내부 관점에서 산업 내 경쟁강도, 공급자 교섭력, 구매자 교섭력에 대한 검토이다. 다른 하나는 신규 진입자의 위협, 대체재의 위협 등 현재 영위하고 있는 산업의 외부 관점이다.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이 5가지 요인에 대한 분석을 우리는 5 Forces라고 한다. 5 Forces 분석은 … 산업의 구조분석을 통해 산업에서 어떻게 경쟁할 것인지를 판단하기 위한 도구이다." - 박경수,「전략수립의 신」중 pp 93~94, 더난출판, 2016.
  7. "경쟁이라는 것이 꼭 동일한 산업 내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 경쟁자를 정의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단순히 동일 산업 내의 업체들을 경쟁자로 정의한다면 간단하겠지만,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 박경수,「전략수립의 신」중 p100, 더난출판, 2016.
  8. 이 표현이 참 맘에 들지는 않습니다만, 제 지식으로는 이를 대체할 적절한 단어를 찾지 못하겠네요.
  9. "책을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오카무라 사장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쉽고 간결한 문장으로 글을 써 내려간다."(p177) - <해설> 중
  10. "계획을 수립하는 이유는 바로 실행하기 위해서입니다. 실행을 통해 원하는 결과를 얻고자 계획하는 것이죠. 그런데 계획에 집중하다보면 계획을 위한 계획이 반복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 강민호, 위의 책 중 p175.
  11. 예를 들어, 혼자 와서 '맥주 한 병과 함께 보쌈을 먹고 있는 손님'을 주요 타켓으로 하였다면, 그 손님들에게 '혼자 먹을 수 있다'라는 점 이외의 그 무언가를 함께 선사해주어야 한다라는 것이지요. 적어도 제가 경험해 본 (일산 버스터미널 지하에 위치하고 있는) '1인 보쌈'집은, 그저 '혼자 와도 맥주 한 병에 보쌈을 먹을 수 있다'라는 경험 이외에는 그 무엇도 건네주지 않더군요.
  12. 여차하면, 걍 보쌈집 들어가서 소(小)자 하나 시키고 남는 건 놓고 오거나 포장해 오면 되지 뭐! 라는 용기가, 더 이상은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되었기도 하고 말이죠.
  13. "본격적으로 혼밥 열풍이 불기 시작한 2015년 이전부터 *****는 직영점 운영을 통해 노하우를 쌓아왔습니다." - 해당 프랜차이즈 홈페이지 중.
  14. 「도요타의 원가」를 읽었을 당시에는 매우 비판적으로 받아들여졌었던 문장입니다만, 이 문장이 의미하는 바대로 이해해본다면, 다음의 문장이, 단순히 노동력을 동원해 특정 작업을 이행하는 '작업'과, 부가가치를 창출해 낸다라는 의미에서의 '일'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고도 보여집니다. : "도요타는 '이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행동은 일이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p13) … ​'이익을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있는 행동' 이것이 도요타가 생각하는 '일'에 대한 개념이다.(p23) … 설계자가 말한 대로, 상사에게 지시받은 대로만 '일'하는 것은 '일을 처리하고 있는 것'일뿐 거기에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없다. '일' 하나하나에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진정한 '일'인 것이다. (p193)" - 호리키리 도시오,「도요타의 원가」중, 한국경제신문 한경BP, 2017.
  15. "100엔짜리 토마토가 300엔이 되는 장사라고 제일 처음에 말했지만, 그 차액인 200엔은 우리들의 '마음'인거야." - 우노 다카시,「장사의 신」중 p197, 썸엔파커스,2012.
  16. "Key Success Factor의 줄임말로 핵심성공요인으로 번역되는 KSF는 특정산업에서 성공하기 위한 조건들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 특정산업에서 성공하는데 필요한 제반 조건을 의미한다." - 네이버 지식백과
  17. 이 책의 원서는 2013년, 일본에서 출간되었습니다.
  18. "내 나름으로 리더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얻은 답이 이것이다. 리더란 지원하는 사람이다. … 내가 깨달은 나의 역할은 각각의 스태프들을 돕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서 중요한 역할은 각자 본인에게 맡기고, 나는 뒤에서 그들의 목표 달성을 도와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 <오카무라 로만>에서는, 앞에 나서지 않는다는 마음가짐으로 모든 스태프를 아래에서 힘껏 밀어 올려 줄 수 있는 분들이 점장을 맡고 있다. '끌어올리려는 리더'에서 '밀어 올리려는 리더'로, 이것이 <오카무라 로만>의 리더론이다." (pp 95~97)
  19. 위 인용문 중 굵게 표시된 부분은 제 가족 단톡방에 실제로 올렸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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