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드는 자makers'란 실질적인 경제 성장을 창출하는 일군의 사람, 기업, 아이디어다. '거저먹는 자takers'란 고장난 시스템을 이용하여 사회 전체보다는 자기 배만 불리는 이들을 말한다. 거저먹는 자들의 범주에는 다수의 금융업자와 금융기관은 물론이고, 그릇된 사고에 젖어 있는 민간 및 공공 부문의 리더들, 그러니까 금융화가 경제 성장과 사회 안정, 심지어 민주주의도 좀먹고 있음을 알지 못하는 CEO, 정치인, 규제 담당자까지 들어간다."
- 라나 포루하, 「메이커스 앤드 테이커스」중 p30, 부키, 2018.
「Car guys VS Bean counters : The battle for the soul of American Business」라는 영문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책은 라나 포루하의「메이커스 앤드 테이커스」의 기업 버젼, 좀 더 넓게 보자면 미국 경제 버젼이라 소개될 수 있습니다.
뛰어난 제품을 만들어야만 성공할 수 있고 뛰어난 제품을 만들겠다는 전략은 오직 제품에 대한 열정에서 나온다. 그리고 소비자들의 평가를 중요하게 여겨야 그런 전략을 유지할 수 있고, 예산절감에만 혈안이 되어 온갖 수치와 도표에 의존하다가는 나아갈 방향을 잃게 된다. 이런 중요한 사실을 되새기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 보기를 권한다. 이 책 속에 내가 글로벌 기업의 일선에서 보고 배운 50년의 역사가 펼쳐져 있다.(p16)
이토록 간결하고 명확하며, 자신감 넘치는 자신의 책에 대한 소개를 본 기억이 없는 이 책은, "Everything is obvious. Once you know the answer"라는 구절에 너무도 완벽하게 부합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저자 밥 루츠가 이 책을 통해 제시하고 있는는 정답인
비단 자동차회사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 모든 나라에 적용되는 보편적인 진리다. 고객에게 최고의 제품을 팔겠다는 목표만 밀고 나간다면 성공은 저절로 따라온다. (p15) … 결국 문제는 기업인이 핵심가치를 어디에 두고 어떠한 경영철학을 가지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p23) … 탁월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둔 기업은 매출이 늘어나고 이익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이익'이 상품이나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면서까지 절대적으로 추구해야 할 기업 경영의 최우선 과제라고 할 수 있는가. 이익은 고객들이 만족하면 저절로 따라오는 것 아니던가.(p23)
이러한 내용에 이의를 제기하는 경영인이나 학자 또한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저자 밥 루츠는 GM의 몰락은 바로 --- "상품이나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면서까지' 비용 절감 혹은 이익 추구에만 전념한 결과라는 진단을 내리고 있지요.
1950~60년대는 GM에서 '자동차 전문가 product guy'가 점점 사라지고 '경영 전문가 professional management'가 떠오르던 시기였다. … GM의 주된 목표는 돈을 버는 것이고, 비용을 투입해서 차를 만들면 그걸 팔아서 돈을 벌면 된다고 생각했다. 차는 단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생각이 경영진 사이에 퍼져 있었다. GM은 비용절감과 이윤극대화에만 신경 썼을 뿐, 고객들이 어떤 상품을 원하는지는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았다. … 나는 최고경영진이 좋은 상품을 만들어 내겠다는 열정이 없다면 '비용절감'은 가능할지 몰라도 '매출극대화'는 달성하기 어렵다고 믿는다. 이것은 지난날 GM의 모습을 보면 잘 알 수 있다.(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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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릴 때도 있지만, 주저하지는 않는다"라는 그의 좌우명처럼, 이 책을 통해 밥 루츠는 자신의 주장을 그야말로 날 것 그대로 표현해내고 있습니다. 요약해 보자면 --- "① 멍청한/GM에게만 가혹한/일본 회사에는 우호적인/좌파 언론 때문에 GM은 부당함을 당했다. ② 일본 자동차회사들이 미국 내에서 거둔 성공은 순전히 외부적인 요인들 덕분이었지, 그들의 기술력이 GM보다 뛰어나서가 아니었다"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어차피,
case study가 지니고 있는, 여러 선택지들 중 하나일 수 밖에 없음이라는 한계라는 걸 감안해서 본다면 --- 위와 같은 저자의 불평 사항들에 대해선 그러려니 하고 넘겨낼 수 있을 것이고, 저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렇게 넘겨 버리는 것이 옳은 것이라 보여집니다. 그보다는 이 책에 담겨 있는 내용들 중, 우리가 진지하게 고민해보아야 할 부분은 바로,
변화를 위해서는 숫자놀음꾼(Bean counter)들이 그려 내는 세계가 허상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비전과 열정을 갖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하는 '제품 전문가'에게 다시 기업경영의 주도권을 넘겨주어야 한다. … 신발 만드는 회사는 신발을 잘 아는 사람이 경영하는 것이 맞고, 컴퓨터 프로그램 회사는 프로그램을 잘 아는 사람이 경영하는 것이 맞다. … 물론 재무전문가들의 조언이나 도움이 필요할 때도 있다. 그러나 최종 결정은 실제로 고객들을 상대해보았고 이들의 생각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내려야 한다. 탁월한 상품과 서비스를 팔겠다는 열정으로 노력하는 사람이 모든 것을 냉정하게 분석하려는 사람들을 앞서기 마련이다.(pp24~25)
경제학을 공부하였으나, 이후의 사회 생활은 모두 제조업에 몸담아온 저에게, 저자의 위 주장은 일견 이해가 되기도, 한 편으로는 과도한 도식화이다란 반대 의견을 갖게 해줍니다. 경영전략에 대한 저자의 부정적인 견해가, 저의 과거와 현재 경험에 비추어 보아 완전히 틀렸다고는 할 수 없으나, 저자의 주장이 "창의적인 자동차맨과 무능한 숫자놀음꾼의 대결!"이라는 인식을 정당화시키는 부작용을 낳게 되었다라는 점은, 이 책에 대한 저의 평가를 끝내 부정적인 것으로 기울게 해주었지요. 물론,
비용 절감을 위해 작은 부분들을 소홀히 하기 시작하면 그 기업은 몰락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기업이 최고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경쟁사들보다 고객을 더 만족시켜서 기꺼이 지갑을 열게 만들지 못한다면 결국은 필패할 수밖게 없기 때문이다.(p315)
기업이 추구해야 할 궁극적인 목표가 '고객 만족'이어야 한다는 점에는 저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경영 관련자들이 동의를 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고객 만족'을 강조하는 관점이란 것이,
MBA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이들은 더 좋고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일에만 열정을 쏟는다. 물론 이들도 비용절감과 조직운영에도 신경을 쓴다. 그런 것들은 경영자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그들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고객이다.(p302)
기업 내 재무나 마케팅 관련 부서에 대한 비판으로 이루어지는 것에, 적어도 저는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저자는 다음과 같은 예로, 전략/인사/마케팅/재무 부서의 업무에 대한 유효성을 힐난하고 있지요.
당신이 개 사료 회사를 경영한다고 치자. '식품화핫' 기술을 잘 사용한다면 좋은 원료를 최적화된 저렴한 비용으로 제대로 조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동화시설을 이용해 제조공정과 포장작업을 할 때 노동비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젊고 의용적이며 말 잘 듣는 노동자들을 뽑아 노조 없이 관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케팅이나 광고를 할 때는 사전에 설문조사 등을 거치고 꼼꼼히 연구해 완벽한 성과물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회계나 재무팀도 잘 굴러갈 수 있을 것이다. 물류나 제품유통은 컴퓨터로 모델링해서 물건이 부족하면 적시에 적정량을 채워 넣고, 최고의 판매인력을 고용하여 상점에서도 가장 좋은 자리에 배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경영진은 유명 경여앧학원 학점 3.5이상인 인재들로만 채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만든 사료를 개에게 줬는데 개가 안 먹는다면 말짱 도루묵이다.(pp304~305)
제 아무리 개가 그 사료를 먹지 않는다 하여도, 우리는 그 사료를 기획하고 생산하여 시장에 내놓은 모든 활동을 '말짱 도루묵'으로 치부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성공이라 여겼던 것이 성공이 아니었듯, 우리가 실패라 여겼던 것이 실패만은 아니란 점"
- 이건범,「파산」중 p6, 피어나, 2014.
이건범의 위 주장은, 일 개인의 차원에서만 기억해야할 것이 아닌, 기업의 차원에서도 또한 반드시 기억되어야 할 내용이며 무엇보다! --- 그 사료를 개가 너무도 잘 먹는 상황을 만들어 내는 것에도 또한 이 모든 과정들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에, 밥 루츠의 견해는 그 어떤 반박도 할 수 없다라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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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자찬으로 가득 찬 전형적인 '꼰대'의 자서전이다"란 어느 독자의 시니컬한 주장에 거의 전적으로 동의하게 됩니다.「메이커스 앤 테이커스」에서 라나 포루하가 비판했던 금융자본주의의 폐해에는 거의 대부분 동의를 표했었으나, 그와 비슷한 맥락으로도 보아질 수 있는 밥 루츠의 이 책「빈 카운터스」에는 부정적인 생각을 더 많이 갖게 된 건, --- 경제 체제의 구조와 일 기업의 구조가 다르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나, B를 부정하는 것이 곧 A를 강조하는 것이 아님을 받아들이지 않는 저자의 기본적 가치관으로부터 기인되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어쨌든!
비용 절감을 위해 작은 부분들을 소홀히 하기 시작하면 그 기업은 몰락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기업이 최고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경쟁사들보다 고객을 더 만족시켜서 기꺼이 지갑을 열게 만들지 못한다면 결국은 필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p315)
라는 구절은, 이제까지 읽었었던 경영 관련 서적들에서도 모두 강조되었던, 그러나 현실에서는 종종 지켜내지 못하기도 하는 참으로 아픈 곳임을 다시 한 번 더 새겨보았다라는 배움을 얻을 수 있는 독서였다라는 점에 나름의 만족을 가져 봅니다.
※ 함께 읽어보면 좋을 책 :「메이커스 앤드 테이커스」·「개싸움판에서는 고양이가 돼라」·「장사의 기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