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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만리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3년 7월
평점 :
하얼빈, 샤먼, 남경, 북경, 상해, 광저우, 심천, 홍콩... 제가 가본 중국의 도시들입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꽤(?) 되는군요. 제가 처음으로 중국엘 갔던 날은 바로 김일성이 사망한 날이었지요. 외삼촌 사업차 가시는 길에 방학이라 따라간다 했거늘, 엄마가 공항까지 데려다주시는 와중에 길에서 차들이 빵빵 거리며 어서 라디오 틀어보라고, 김일성이 죽었다고... 당시만 해도 제 기억에 중국과의 정식 수교가 맺어지지 않았던 걸로 아는데, 그런 날... 그곳으로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보내는 울 엄마의 마음이 어떠셨을지는 사뭇.
………………
벽돌만한 휴대폰을 자랑삼이 꺼내들고 큰 목소리로 통화하는 남자들, 속옷이 다 보여도 상관없다는 듯 치마를 입고 꿋꿋이 자전거를 타고 가는 늘씬.한 여자들, 망치 등의 몇몇 간단한 도구들을 앞에 놓고는 길위에 앉아 하염없이 자신(의 노동력)을 써달라 기다리고 있다는 초췌한 모습의 남자들, 송화강의 유람선을 타러 가는 길에 펼쳐져있던 난전엔 북한산 빤쓰가 팔리고 있던 나라, 그리고 문도 없는 나무로 된 간이 화장실에 앉아 볼테면 봐라.라는 식으로 앉아 큰 볼일을 보던 사람들, 아침부터 맥주를 권했던 외삼촌 거래처 사람들... 이런 것들이 중국에 대한 저의 첫 인상들이었으며, 이후에도 북경의 고급 식당 바닥에 아무 거리낌없이 침을 뱉던 이들, 엘리베이터 안에서 버젓이 담배를 피워대는 사람들, 체크인하러 온 손님에게 숙박명부보다 재떨이를 더 먼저 자연스레 내밀었던는 호텔 직원들... 등등 그 인구 수 만큼이나 중국이란 나라는 그 이후 저에게 무궁무진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보여주었었지요.
북경에서 기차를 타고 어디론가 가던 도중 창밖으로 보이던 정말 끝없이 펼쳐졌던 신축 건물 공사현장들을 보며, 광저우 공항에 내릴때 보았던 희한한 모습의 건물이 아시안 게임을 위한 랜드마크 건설이었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었을 때며, 도대체 층고를 왜 이렇게 높게 했을까라며 이해되지 않았던 상해의 호텔을 보면서 중국인들의 하드웨어에 대한 집착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만, 그런 멋진 호텔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수준 즉 소프트웨어는 정말 형편이 없더군요. 이 책의 등장인물 중 하나인 서하원의 말을 빌자면, 중국이란 나라는 중국땅에 옴으로써 중국이란 나라는 과연 어떤 나라인가라는 생각이 드는 그런 나라로 여전히 제게 남아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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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머릿말에서 1962년 펄 벅이 "그들이 빛의 속도로 산업화하고 근대화할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라는 말을 했다며, 40여년을 내다본 그의 투시력에 감탄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 소설을 쓰기 위한 사전 답사를 마치고 나니 자신 또한 왜 소련은 몰락했는데 중국은 건재하는지의 이유를 확인했다고 밝히고도 있지요. 1980년대 이래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10%를 유지하고 있는, 최근 들어서조차도 성장률의 하한선을 7%로 잡고 있는 중국이란 나라는 책 속의 표현을 빌자면 예수가 탄생한 이후, 그러니까 서기 2,000년 동안에 약 2세기 정도만 빼고는 1,800년 동안 GDP가 세계 1위였던 부자나라였었었지만 한편으로는 그네들 특유의 문화로 인해 지저분하며 게으르고 거짓말을 잘하는 비교양이고 반문명적인 국가이고, 그런 무질서와 무자각 상태이기 때문이 민주주의가 이루어질 수 없는 나라란 서양인들의 비판을 들어야했기도 한 나라이지요. 저 또한 비슷하게 가지고 있는 이러한 추상들에 대해 소설 속 등장 인물인 전대광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중국 하면 싼 인건비, 짝퉁, 불량식품 같은 것만 생각하지 초스피드의 경제성장에 발맞추어 모든 분야의 기술이 세계적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는 생각은 안해요"라며 중국 제대로 보기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중국에 파견나가 있는 한국과 일본 등의 주재원들의 이야기가 주된 스토리입니다만, 어쩌면 작가는 이 소설이 어떠한 주제나 교훈을 전달하는 스토리로서의 소설이 아닌 그러한 형식을 빌어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주고자 하는 것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는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 머릿속에 가장 또렷하게 남았던 문장은 바로 '문제 삼지 않으면 아무 문제가 없는데 문제 삼으니까 문제가 된다'는 중국식 편의주의였었었지요.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이 한 문장을 통해 전세계를 통틀어 가히 압도적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는 8천만에서 1억명을 헤아리는 화류계 종사여성들이 나름 편히 배부르게 잘 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궤변으로부터, 얼마전 화제(?)가 되었던 가짜달걀 사건도 조사해보니 인체에 피해는 없겠더라, 그러니 중국 정부는 가짜 달걀 제조업자의 생존을 위해 그 직업을 보장해 주었다는 대응 등이 나오는데, 이는 "북풍이 불어야 기러기가 오고, 돌을 던져야 파문이 인다"라는 중국의 속담과 정확히 들어맞는 면면들이 아닐까 합니다. 즉, 자신들을 향한 이러한 외부세계의 시선에 대해 '아직 북풍은 불지 않았고, 돌은 여전히 내 손안에 있다'란 방식의, 나쁘게보면 너무도 뻔뻔한 것같고 좋게보면 대범한 반응이랄까요?
이처럼 저도 이미 가지고 있었었던, 소설 속 등장인물들 또한 품고있는 중국이란 나라에 대한 이해할 수 없음을 저자는 중국에 오랫동안 살았던 한 등장인물의 입을 빌어 "중국이라는 나라는 새로운 사실들로 가득찬 수천 페이지짜리 백과사전을 한 장, 한 장 넘겨가는 기분이었다. 살아갈수록 끝도 없이 새로운 것이 나타나는 나라, 그래서 살아갈수록 그 실체가 알쏭달쏭 모호해지는 대상. 그래서 중국 생활 6개월이면 중국 전체게 대해서 아는 척하고, 1년이면 자기 분야에 대해서만 아는 척하고, 10년이 넘으면 아무 말도 안 한다는 말이 생겨났는지도 모르겠다. …… 중국에 대해서 알려고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고, 중국에 대해서 안다고 하는 것은 더욱 어리석은 일이다"라고 표현하고 있기도 합니다. 책은 또한 이전엔 제가 몰랐었었던 중국의 사회상을 알려주고 있기도 한데, 상사원의 아내로서 중국생활을 하고 있는 이지선의 표현을 빌자면 "그녀가 중국에 와서 놀란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특히 놀란 것이 …… 하나는 여자들이 정조 관념이라고는 전혀 없이 마음껏 몸을 내두르며 사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당원이나 관리들과 일반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극심한 인간 차별이었다. …… 인간 평등을 위해 공산주의 혁명을 했다는 사람들이 어찌 저리도 앞뒤 안맞는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싶었고, 인민은 나라의 주인이라고 하는데 그런 역겨운 꼴을 수도 없이 당하면서도 왜 사람들은 한마디 불평도 없이 무표정하게 묵묵히 서있기만 한 것일까. …… 한국이 얼마나 민주화된 인간다운 사회인지를 중국에 와서 비로소 깊이 느꼈던 것이다. …… 인민들 참 묘해요. 분명이 있으면서 전혀 없는 것 같은 존재, 알 듯 말 듯 영 아리송한 존재, 그게 중국 인민들이에요"
저자의 생각을 대변하는 소설 속 또 다른 등장인물들은 이에 대해 수천 년에 걸친 황제 권력에 대한 절대주의, 신성주의가 중국인들의 영혼에 아로새겨져 그들만의 DNA가 되어 오늘날까지도 권력 순응주의, 권력 굴종주의가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싶다는 말을 하며, 중국 정부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까지도 중국의 분열 - 대만을 비롯해 꾸준히 독립을 요구하는 각 자치민족들 - 에 대해 두려워하는 것에 대해서도 그들의 그런 생각은 중국의 긴 역사를 통해 경험적으로 얻어진 것이며, 중국의 역사를 한마디로 하면 여러 나라로 갈라져 있다가, 전쟁을 하며 수없이 죽고, 통일을 하고, 다시 갈라졌다가 또 전쟁을 이르켜 죽을 만큼 죽고, 통일을 하고, 엎치락뒤치락 그 연속이었었기에 나라가 여럿이면 반드시 천하대란이 일어나고, 그러면 자기들은 틀림없이 목숨을 잃게 된다는 식의 '분열을 두려워하는 공포'가 중국인들의 DNA가 된 것이라 말하고 있지요.
이 책은 이처럼 중국의 역사에 관해서도 적지 않은 것들을 이야기해주고도 있습니다. 마오쩌둥이 현대의 중국 젊은이들에게서조차 '신'이라는 호칭을 부여받고 있는 계기와 이유, 그리고 '천하 통일 · 문자 통일 · 만리장성' 등의 업적을 남긴 진시황에 대해서도 오히려 그의 가장 큰 업적은 어쩌면 폭정을 하면 백성들의 힘에 왕조는 반드시 망한다는 시범을 보인것이 아니겠냐는, 즉 잘한 일도 많고 잘못한 일도 많은, 역사학자들이 오랫동안 뜯어먹기에 딱 알맞은 인물이라는 흥미로운 표현등과 같이 작가가 이 소설을 위해 참으로 많은 것을 준비하고 공부하셨었다라는 걸 소설 곳곳에서 쉽사리 느낄 수도 있더군요. 또한 저자는 이처럼 중국의 역사에 대한 서술 뿐만 아니라, '결국 모든 문화유산이란 황제나 귀족들의 노고나 업적이 아니라 천대받으며 산 미천한 사람들의 피땀이에요. 그래서 문화유산은 더 소중한지도 모르지요. …… (이렇듯) 이 세상에 있는 모든 문화재는 선대의 피를 먹고 이루어져 후대에게 덕을 보인다'와 같은 구절을 통해 수천 년 전 앞서 간 이름없는 일반 백성들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중국 경제 또한 '중국이 마술을 부리듯 G2가 된 것은 공산당이 정치를 잘해서가 아니었다. 1억여 명의 근로자들이 싼 인건비에 몸을 내맡기며 각종 제조업에서 그들의 솜씨를 발휘했고, 2억 5천여의 농민공이란 사람들이 그보다 더 헐값의 돈에 그들의 솜씨를 판 결과'였다는 통시적 시사점까지를 읽는 이들에게 일깨워주고 있기도 합니다.
중국이 비록 외환보유고로 인해 G2의 지위를 얻게 되었고, 몇년 후면 드디어 G1의 자리에 서게될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이들의 1인당 GDP는 여전히 개발도상국 수준인 5,000불에 머물고 있으며 이러한 사실이 서방 선진국들이 중국에 대해 일정 수준의 책임감을 요구하는 데 비해 중국은 여전히 자신들은 개발도상국임을 주장하는 근거가 되고 있기도 하지요. 이러한 상반된 모습은 중국 내부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데, 힘들게 살아가는 대부분의 일반 국민들에 비해 권력층의 호사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호화스럽다라고 소설은 말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권력층/관리들이 많은 돈을 축적할 수 있었던 이유는 중국 특유의 '꽌시 문화'로부터 기인하는데, 우리말로 하면 '인맥'쯤이 될 꽌시는 그야말로 안되는 것을 되게하며, 되는 것을 안되게도 할 수 있는 엄청난 것으로 내내 묘사되고 있더군요. 그러한 꽌시는 여지없이 뒷돈의 거래로 유지되고 있으며, 미국의 어떤 기자가 이러한 검은 뒷거래를 일컬어 '상호 존재의 조건'이라고 표현했다는 구절이 나오기도 합니다. 이는 민간업자와 공무원간의 뒷거래뿐만 아니라 실무급 공무원과 그 윗선, 그리고 더 윗선 등의 공무원들간에도 흔히 일어나고 있는데 이를두고 그 기자는 '다 같이 때 묻자'하는 공범의식이며, 어쨌거나 국민은 안중에 없이 공무원들이 그런 식으로 맘대로 해먹는 건 이 지구상에 중국밖엔 없을 것이란 조소어린 비난을 담고 있는 말이기도 하지요. 허나 세계적으로도 정보력이 뛰어난 중국 정부가 (부패한 관리들때문에 중국에 커다란 위기가 닥칠지도 모른다라는) 외국의 비판을 모를 리 없을 뿐만 아니라 관리들이 그러한 부정부패는 거울 속 들여다보듯 환히 알고 있는데 그러면 중국 정부는 왜 그러한 부정부패를 척결하지 못하느냐 묻는 건 지극히 서양식의 논법일 뿐, 거대한 조직이 움직이려면 조직원들의 절대충성이 절대요건이며 그 절대충성은 관리들의 적당한 타락을 또한 적당히 묵인하는 것, 그게 독재정권을 유지하는 수천 년 동안의 요령이고 전통임을 중국 정부는 알고 있고, 그러하기에 중국 정부는 아직은 나라가 망할 정도의 부패는 아니라고 느긋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이처럼 '경제력과 정치민주화'의 측면에서 선진국의 조건을 규정하고 있는 서방 세계와는 달리 중국 사람들은 자신들 앞에 펼쳐지고 있는 현재 중국의 발전상들이 그저 황홀할 뿐이며, 이러한 황홀한 성취를 이룩하게 해준 것은 다름아닌 공산당이기에 당은 자신들에겐 고마우면서도 두려운 존재일 수 밖엔 없고, 따라서 자신들의 서양식 민주주의를 이식하려하는 서방의 시도에 대해 '천안문 사태'와 같은 강력한 진압을 중국 정부는 일반 국민들의 커다란 저항감없이 할 수 있었었다는 분석을 내리고도 있습니다. 그러니 관리들의 타락과 횡포가 심해지고, 날로 심해지는 빈부 격차, 그리고 차츰 강화되어 가는 민주의식 등이 결합해 중국에서도 민주화 투쟁이 곧 일어날 것이며 이후 민주주의가 중국 땅에서도 실현될 것이라 예상하는 서방의 시각은 그야말로 자기중심적이고 일방적인 주장이고 판단일 뿐이라는 것이지요.
영국으로부터 홍콩의 주권을 돌려받았던 것을 기념하여 내놓은 '백년고독'이란, 제가 참 좋아하는 중국술이 있습니다. 뒤에 씌여져 있는 설명의 글을 읽어보고는 과연 중국인들에게 홍콩을 영국에게 빼앗겼던 지난 100년이 '고독'의 시간이었었던가하는 의문을 가지며 그들의 아픈 역사에 애처로움을 느끼기도 했었었습니다만, 그 애처로움은 이내 곧 그 술조차 일본의 어느 술병 디자인을 그대로! 카피한 것임을 알게되고는 예의... '얘네들 도대체 뭐야?' 하는 생각을 갖게 해주었었죠. 어쨌든 영국은 아편전쟁에서 승리해 중국으부터 100년 동안 홍콩을 조차했을 때, 그 100년이란 세월이 얼마나 긴 세월이며, 당대 사람들이 다 죽어버린 그 세월뒤에는 지난 일은 흐지부지되는 게 인간사이기도 하니 홍콩은 영원히 자기네들 땅일 것이라 생각했었었지만, 중국의 지도자 덩샤오핑은 서로 기분 상할 말 한마디 하지 않고 그저 오래 묵은 서류를 내밀며 손가락으로 그것을 가리키기만 했었었고, 영국은 그 오래된 서류앞에서 어쩔 수 없이 홍콩을 중국에 내주어야 했다고 합니다. 영국이 물러나고 홍콩을 되돌려 받은 중국은 이른바 일국양제(一國兩制), 즉 홍콩을 중국 영토로 하되 경제체제는 그 전 그대로 자본주의를 지속시칸다는 것을 온 세상에 천명했으나, 홍콩의 중국인 부자들은 그 말을 믿지 않고 돈을 싸 짊어지고 외국으로 줄행랑을 치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캐나다 밴쿠버에 갑자기 중국인촌이 생겨나기도 했다라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중국 정부의 말을 믿지 않고 외국으로 도피한 그들의 행동은 사회주의 중국이 건설되면서 부자들이 가차 없이 당했던 역사 체험에서 비롯된 것이었으나 중국 정부는 그 약속을 어김없이 잘 지켰을 뿐 아니라 부자들까지 당원으로 입당시켜 주는 획기적인 조치를 취했는데 그건 그야말로 '중국식 사회주의'가 아니라 '중국식 자본주의'의 탄생을 의미했다는 것이지요.
허나 이러한 '중국식 자본주의'의 기원은 사실 훨씬 더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사마천의 「사기」에 이미 '자기보다 10배 부자면 헐뜯고, 자기보다 100배 부자면 두려워하고, 자기보다 1,000배 부자면 고용당하고, 자기보다 10,000부자면 노예가 된다'란 구절이 있듯이 그때 이미 중국은 돈이 인간사회를 어떻게 지배하고 있는지, 돈이 인간사회에서 얼마나 큰 권력으로 작용하고 있었는지를 알고 있었었으며, 비록 정치제도는 봉건주의였으나 경제구조는 그때 이미 자본주의 형태였다라고 저자는 말하고도 있습니다. 이러한 중국인의 DNA는 마오쩌둥이 주도한 공산혁명에 의해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되지만, 이후 덩샤오핑이 주도한 개혁개방은 그가 인민들을 향해 외친 3대 구호, '첫째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최고다 하는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 둘째 먼저 부자가 되어라 하는 선부론(先富論), 셋째 부자가 되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한 성부강영론(成富光榮論)'에 의해 인민들의 환호와 함께 다시 터져나와 이후 '돈만 쳐다 보고 가자!'나 뒤이어 등장한 '차라리 목숨을 버릴지언정 돈을 놓치지 마라','구걸은 부끄러워도 몸을 파는 것은 부끄럽지 않다'등의 사회적 분위기로 이어졌으며, 이러한 돈을 향한 중국 인민들의 뜨거운 열망들이 뭉쳐져 온갖 제조업에 뛰어들어 험한 일을 해낸 지난 30년의 결과가 비로소 오늘날 중국을 G2로 만들어 낸 것이라 저자는 말하고도 있습니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저자는 비로소 소설의 첫머리에 자신이 '왜 소련은 몰락했는데 중국은 건재한지를 확인했다'는 것의 이유를 밝히고 있지요. 1978년 안후이성에서 있었던 '인간은 본성적으로 사회주의적 존재가 될 수 없고 자본주의적 존재라는 사실'에의 확인을 보여준 사건이 있은 후, 덩샤오핑은 이를 즉각 받아들여 농토는 국가가 소유하고 경작권은 농민들에게 부여하는 이른바 '개혁 개방형 신농법'을 시행하게 되는데, 이로부터 시작된 중국의 농업 생산성 향상은 여전히 집단농장 체제 속에서 물자부족으로 고생했던 소련과 비교되며 이후 '백성을 굶주리게 해서는 권력은 존재하지 못한다는 케케묵은 봉건시대의 정의'가 얼마나 살아있는 진리인가를 20세기에 사회주의 국가들이 생생하게 입증해 보였는데, 이를 두고 저자는 자본주의 형식이 중국 사회주의를 살려낸 역설이라 말하고도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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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에는 급격한 경제 발전으로 인해 졸부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도 나옵니다. 그들은 새끼손가락의 손톱을 길게 기르며 그렇게 기르는 것은 '나는 거친 일 아무것도 안 하고 사는 부자다' 하는 신분 과시의 한 방법이며 이를 이쑤시개와 귀후비개로 활용하는 것이 현실 속 그들의 모습이라 말하고도 있지요. 또한 퇴폐 발마사지 단속에 대해 강력한 단속을 하겠다는 정부의 발표에 대해 '나라에 정책이 있으면 우리에겐 대책이 있다.(上有政策 下有對策)'는 말을 하는 종업원의 말을 통해 정말로 14억명의 인구가 살며, 그 안엔 14억 가지의 일들이 벌어진다라는 것을 무척이나 생생하게 알려주고 있기도 합니다. 이것이 소설가에 의해 쓰여진 글이니 당연히 소설이라 불러워져야겠습니다만, 다 읽고 나니 다시한번 이 책이 소설이라기보다는 소설의 형식을 빌린 중국 소개서가 맞다는 생각이 더욱 굳어지게 되더군요. 다만,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으나 수많은 등장인물들에 관한 초중반의 묘사에 비해 그들의 이야기는 너무도 빨리 마무리지어진다는 아쉬움을 떨쳐 버릴 수는 없었습니다. (왕링링의 고의부도나 송재형과 리옌링의 결혼이 대표적 예이지요) 또한 중국에서의 '꽌시문화'란 것에 대해 저도 많이 들었었습니다만, 과연 그것이 소설속에서 내내 묘사되고 있는 것처럼 정말 절대적으로 작용하느냐에 대해선 사뭇 작가의 과도한 도식화가 아니었을까하는 의문을 가져보게도 됩니다만 저 스스로 느꼈었듯 이 책이 단순히 스토리만을 전달하기위한 소설이 아니다란 생각을 해본다라면 그런 점들은 묻어두어도 될만큼 멋진 책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 또한 아니말할 수 없겠네요.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전환하고 있는 중국이란 나라. '중국이 각성하면 세계가 흔들릴 것이다'라는 나폴레옹의 말이 과연 근자에 실현될지를 그 바로 옆에 위치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지켜보아가는 과정 내내 아마도!!! 이 소설로부터 얻은 지식들은 저를 꽤나 흥미로운 관전자로 만들어줄 듯 싶네요. 처음으로 읽어본 이 분의 소설 「정글만리」. '관록'이란 무엇인가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상당히 인상깊은 책이었습니다.
★ More 'Food for Thought'
- 남경태 著 「종횡무진 동양사」 : 중국과 일본, 그리고 인도의 역사를 간략하고 재미있게 서술해 놓은 책. 그 중 중국사 부분만 따로 읽는다면 이 소설에 등장하는 중국 역사에 관한 이야기들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