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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법 - 상 - 제66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대상 수상작
야마다 무네키 지음, 최고은 옮김 / 애플북스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가 인생에서 가장 많이 후회하는 것은 살면서 한 일들이 아니라, 하지 않은
일들"
감성적으로는 얼마든지/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문장입니다만, 엄밀하게 보자면 상황에 따라선
틀렸다라 말해질 수도 있는/해야할 문장이라 생각합니다. --- 'A를
선택했던 것에 대한 후회'라면
'살면서 한 일'에 대한 후회의 일례가 될 수도, 그러하기에 동시에
발생되는 '(그때 취할 수 있었던 다른 선택지인)
B를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하여 후회하는 것이 삶의 석양 즈음, 가슴에 한(恨)으로
남게될 수도 있지요. 하지만! '그때 그녀에게 사랑한다는 고백을 했었어야
했던거야'라는 류의 후회라면, 이건 '(사랑고백을) 하지 않은 것'에의 후회가
될 수는 없습니다. 당시 분명 그러한 고백을 하는 선택(A)을 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이는 엄연히 '사랑고백을 하지
않겠다(complement of A)'라는 특정의 선택을 한 것이기 때문이죠. 결국, 무언가를
'하지 않았다'는 후회는 사항에 따라, 또한 관점에 따라 많은 부분 없애버릴 수 있는/존재하지 않는 후회일 수
있는 겁니다. 뭐, 암튼!
"인간에게
삶이 의미 있는 까닭은 그것이 한 편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나 스스로가 만들어
온 이 '한 편의 이야기'를 끝내기에는, 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를 해소하기엔, 일반적으로 주어진 80년의 시간이 길지는 않다라 생각합니다.
그 누구에게나 죽음이란 것이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은 것인 것만큼은 정설이라 받아들여지지요. 자! 이런
우리에게,
진시황이 그토록 찾아헤매었던
불로초가 현대의 의학기술로 우리 앞에 등장했다 해보죠. 이 시술을 받으면 그 시점부터 신체의 노화는 중지됩니다. 즉, 20세에
HAVI를 받는다면 평생 20세의 신체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고, 좀 더 연륜이 쌓인 시점인 30대 초반에 받은 사람은 그 상태로 영원히 살 수
있는 것이죠. --- 시술을 받을 것인가, 받는다면 언제 받을 것이냐의 여부는 전적으로 개인의 선택에 맡겨져 있습니다. 자! 오래
생각하지 말고, 만약 당신이라면 이 시술을 받으시겠습니까? 당신의 가족에게도 이 시술을 받으라
권유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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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e long run, we all
die."
'In the long run'을
하나의 숙어로 이해해 '우린 결국 죽잖아'로 해석하건, 이 말을 한 케인즈의 뜻대로 '장기(長期)에선, 우린 다 죽고 없어지는데?'쯤으로
해석하건 --- '책 읽는다, 맥주 마신다, 담배 핀다'라는 세 가지 행위를 적절히 섞어 하고 있는 (주말을 기다리는 거의 유일한 이유가 되는) 시간은 정말 즐겁습니다. 민폐끼치지 않겠다란 생각만 없다면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열두
시간동안 얼마든지 (밥 따윈 필요도 없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허나!!! '책 읽는다'와 '맥주
마신다', 그리고 '담배 핀다'라는 세 가지 행위를 별개로 나누어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의 열두 시간을 삼등분하여 그 네 시간동안 한 가지만 하여야 한다면 그게 즐거움이 될 수 없을 뿐 더러, 오히려 고통으로
받아들여질 겁니다. ('담배만 핀다 - 맥주만 마신다 - 책만 읽는다'의
순으로 고통이 되겠지요.) 이처럼,
살면서 취했던 행동에 대한
후회와 취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후회가 그 경계를 알 수 없이 섞여 있기에 우리의 삶이 끝나는 것이 아쉬운 것일 수 있으며, 행복한 순간과
불행한 순간이 함께 존재하기에 우리의 삶은 한 편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 거라 생각합니다. 자! 여기까지가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고, 이것에의
동의 여부를 떠나 --- (먼저 하늘나라로 가신 저의 아버지는
물론이거니와) 투병 중이신 장인어르신과도 언젠간 헤어져야 한다라는 피해낼 수 없는
사실 앞에서, 앞서 읽었던 책 「해피엔딩」이 '죽음이 초래하는 아쉬움'을 이야기 해주었다라면, 이 책 「백년법」은 그렇다면 '죽음이란
걸 없애면 아쉬움이 사라질 것 같아? 혹 아쉬움 대신 다른 것이 생겨나
우리를 괴롭히지는 않을까?'란 질문을 던져주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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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불로화(不老化) 기술이 보급된 세계. 하지만 모든 인간이 영원히
살아서는 사회를 유지할 수 없다. 따라서 불로화 시술을 받은 이는 법으로 정해진 기한이 지나면 죽어야
한다."(상권, p5)
작가 야마다 무네키가 밝히고
있는 이 작품의 기본 설정입니다. 일반적으로 '주입(inflow)만 있고 유출(outflow)이 없는 그 어떤 물체/상황'도 생각해낼 수
없기에, '법으로 정해진 기한이 지나면 죽어야 한다'라는 착상 자체는 누구나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다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 한 사람의
일생이 최소 120년에서 어쩌면 180살까지, 그것도 육체의 변화 없이 지속될 수 있다면 대체 어떤 부작용들이 생겨나게 될까요? 작가 야마다 무네키가
보여주고 있는 발생가능한 상황의 예시는 약간의 소름을 주었기도, 혹은 그 디테일에 놀라움을 받았기도, 또는 호기심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재수생'이란 영어 단어가 없듯이) 그런 상황 자체가 없기에 그런
상황을 표현하는 하나의 단어가 없을 수도 있으며, 또는 100% 충족되기에 그를 표현하는 단어가 없을 수도 있듯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청춘의 육체'를 하고 있기에 정작 그 '청춘'이라는 단어가
사용되지 않게 될 것이며, 또한 거의 모든 사람들이 청춘이다보니 사회는 보다 유쾌해지겠죠. 물론, 그와 동시에 '죽음'이란 단어 역시 ('청춘'이란 단어가 사라지게 된 이유와는 반대의 이유로) 자취가 희미해집니다. "겉모습으로 나이를 구분할
수 없으니, 어느샌가 연상이나 연하라는 개념도 사라"(상권,
pp72-73)지게 되었으며, 겉모습은 20대이나 실제 나이는 98세인 누군가는 "연애를 못하게 됐다. … 두근거림이 없었다. 상대를 생각하며 가슴이 타들어가는 경험은 지난 반세기 동안 하지
못했다"(상권, p32)라는 고백을 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 '노쇠'라는 단어의 사라짐은 기어이 가족 관계 자체까지
변화시켜버리고
말지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늙지 않고 영원히 젊은 육체로 사는 남녀가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는 건
당연한 일"(상권, p87)이 되었으며, 심지어는
"겉보기에는 대학 여자 동기들과 별다를 바 없었다. …
어디를 봐도 나와 비슷한 또래"(상권, p247)인
엄마에게 연애감정을 품게 되는 지경까지 이르르게 됩니다. 조금 더 막장으로 치닫게 되면 드디어! --- "구애를 하려고 말을 건 여자가 실은 자신의 할머니였다는 일
… 이것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21세기 후반 일본공화국의
현실"(상권, p247)까지 등장하지요.
하지만/물론!
'불로'의 폐해가 이처럼 사뭇 역겨운
모습만 있는 건 아닙니다. "노인의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된 현대에 암은
희귀 질병이 되었다"(상권, p337)라거나, "HAVI를 받은 이의 올림픽 동종경기 참가는 두 번까지라는 규정"(상권,
p56)처럼 다분히 작가적 상상력이 만들어내는 예측들도 있습니다. 게다가, "도시 구조와 생활용품도 사람들이 HAVI를 받은 걸 전제로 만들어졌 … 노인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세상"(상권, p72)처럼 뭔가 시사적인 뉘앙스의 구절도
있지요. 어쨌든, '체험한 시대'가 모두 다른, 하지만 동일한 신체적 외양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섞여 살다 보니, 예의 공유할 수 있는 경험이란
것이 사라지게 된다라는 것에 대해 --- HAVI 시술로 지니게 된 만인의 젊음이란 것이 어쩌면 "맥주 맛이 나는 껌"(상권, p204)과도 같지
않을까란 작가의 의도가 사뭇 충격적이기는 하나, 그것에 아니 동의할 수는 없었습니다. 뭐, 그래도
여기까지는 겉으로 드러나 보여지는
현상에서의 폐해들입니다. 더 무서운 건, 눈으로 보여지지 않는, 그러니까 사람들의 잠재 의식 속에서 점점 더 커다란 자리를 차지해가는
인식의 변화인 거겠죠.
"건물은 낡아도 인간은 늙지 않는다"(상권, p288)란 이 작품 속 설정은, 건강 자체가 (삶의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되어버린 세상을 향해, "내가 죽음 또한 결정할 수
있을 때에만 삶을 선택한 결정은 가치 있어! … 삶이란 하나의 제안이고 우리는 그걸 거부할 수도 있는거야"라 항변했던 모리츠가 이르렀던 지점으로, 일본의 국민들을 몰아
갑니다.
--- "지금 생활이 영원히 계속되면 좋겠어요?
… 그런 삶이 무간지옥과 뭐가 다르죠? … 영원히 산다는 게 그렇게 좋은 일 같지는 않아요"(상권, p198)을 시작으로,
"죽음의 상실은 삶의 상실이나 다름 없"(상권, p302)다는 걸 깨닫게 되는 단계를 거쳐, 결국 "죽음에서 멀어진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죽음을 좇는다"(상권,p308)라는 상황에까지
치닫게 되지요.
"무한한 시간을 살아가기에는 너무 복잡한
생물"(상권, p250)인 인간이, 그러하기에 심지언 "죽어야 해"(상권,
p250)라 말해지는 인간에게 막상 불사(不死)의 능력이 주어지자,
"납덩이 같은 권태"(상권, p284)가 사회를 뒤덮기 시작했고,
이는 결국 "영원한 삶이란 죽음과 동일한 이미지"(하권, p120)로
받아들여지게 됩니다. 누군가를 이유 없이 죽이거나, 혹은 자살을 하는 상황이 발생된 거지요. 자, 바로 이
지점에서!!!
이 작품의 진짜 재미가 시작된다라 저는 생각합니다. 이전까지의 설정들도 충분히
흥미로웠으나, 그 시점(視點)은 엄연히 피지배계층, 책 속의 용어로는 '국민' 혹은 '민중'들의 것이었지요. 그렇다면 '정치인'나 '관료'의
시점(視點)에서 바라보는 이 상황은 어떠했을까요?(정치인의 행태는 우리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그 모습 그대로로 역시나 그려지고 있습니다. 정말 흥미로운 부분은 '관료'의
대응방식과
관점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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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당초 관료기구의 대의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상권, p61)임에도 불구하고! 유사 아키히토를 필두로 하는 '생존제한법 특별준비실'이란 곳의 업무는 "국민에게 죽음을 받아들이게 하는 것"(상권, p61)이었습니다. '백년법'의 시행이 코
앞으로 다가오자, 국민들 사이엔 "어차피 얼마 남지 않은 인생, 내키는 대로 살겠다"(상권,
p183)란 막무가내식 행태가 만연할 조짐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사 아키히토의 업무는 HAVI 시술을 받은 지
100년이 되는 해엔 반드시 죽어야 한다라는 내용을 명시한 '백년법'의 시행을 지켜내기 위한 제반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었지요. '백년법'의 시행
기일을 앞두고, 여론은 계획대로의 시행과 중단으로 나뉘게 되고, 우유부단한 총리는 결국 그 시행여부를 국민투표에 붙이기로 합니다. '백년법'이
실제 집행되면, 자신 역시 죽어야만 하는 정치인들과 관료들 일부는 예의 "선택은 국민의
몫이야. 국민의 선택을 존중하는 게 무슨 잘못이란 말인가? 그게 민주주의인데"(상권, p177)라는 변명으로 국민투표의 결과는 시행
반대로 이끌어 내려 노력하지요.
하지만!
"국민의 선택이 늘 옳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파멸로 치닫고 있다는 걸 알면서 굳이 잘못된 선택을 하도록 둘 수는 없죠. 우리가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게 우리의 책임이기도 하고요."(상권,
p177)
"민중들은 금방 잊어버립니다"(상권, p98)라거나, "대책 없이 어리석은 국민들 … 그게
민중의 본질이라면 어쩔 수 없다"(상권, p214)라 생각하는 관료 유사 아키히토는 국민 투표 결과, '백년법' 시행이 잠정 유예되자
민주주의 자체에 회의를 느끼게 됩니다. 바로 여기에서 --- 저의 사고(思考)를 움직여 준 첫 번째 관점이
등장하지요.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정치체제는 뛰어난 지도자에 의한 독재입니다.
… HAVI가 존재하는 현대에는 뛰어난 지도자가 오래도록 나라를 다스릴 수
있습니다."(상권, pp104-105) …… "민중들에게 맡겨서는 이 나라를
다시 세울 수 없어. … 지금 이 공화국에 필요한 건 시대를
움직일 역량이 있는 유일무이한 지도자야."(상권, p216)
알고
보면 플라톤도 독재를 가장 이상적인 지배 체제로 주장했었던 것이고, 적지 않은 기간 동안 리광효라는 정치인은 소위 '(과오를 훨씬 뛰어넘는 공이 있다라는 평가로 인해) 존경받는
독재자'로 실재하였었으며, 심지어! 김일성이나 이승만 전 대통령 같은 독재자들도 초단기적으로는 '시대를 움직였던' 지도자로 인식될 여지를 가지고
있기도 하지요. 이처럼 소설은 전체적으로 보아 비교적 초반부에 스스로의 결말을 미리
보여주고 있습니다. --- "과연
선의(善意)의 독재자는 가능한가, 선의의 독재자를 우리가 원하여도 되는 것인가?"
유사
아키히토가 소설 전반에 걸쳐 겉으로 드러나는 관료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라면, 또 한 명의 관료는 이야기의 뒷편에서 이 소설이 전개되는 스토리의
뼈대를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읽는 순간에도 그러했었고, 소설 전체를 다 읽고난 후에는 더더욱 찌릿!하게 다가왔던, 이 작품의 핵심
동인(動因)이라 생각하는 구절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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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의
내용을 담은 예언이 가장 주목받는 건 참사를 미연에 방지했을 때가 아니라 예언된
참사가 실제로 일어났을 때"(하권,
p132)
작가
주제 사라마구는 「예수복음」을 통해, 사탄의 존재를 하나님께서 용인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사탄의 존재가 곧 자신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라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보여주었었지요. 마찬가지로 --- "자신이
하는 일은 옳다는 절대적인 자신"(상권, p299)을
가지고 있었던 한 관료가, 자신의 주장이
무참히 묵살되자 오로지 그 '옳음'을 증명해내기 위한 목적으로 가상의 상황을
현실로 옮겨내었다라는 이 소설의 구성 역시 그에 못지않은 충격을 선사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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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의
정당화로 읽혀질 여지를 지니고 있는 소설임에 분명합니다. ---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단기간에 국가를 재건하려면 결정을 내리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의회민주주의는 적절치 않습니다"(하권,
p369)와
같은 구절은 과거 박정희 유신정권을 옹호하는 것으로 읽혀질 수도, "평화로운
방법으로, 누구나 납득할 수 있도록 바꾸기는 어려워. 어찌됐든 사회는 엄청난 혼란에 빠지겠지. 어차피 혼란스러워질 거라면 단기간에 빨리
끝내버리는 게 희생을 최소화하는 길이 아닐까? 그를
위한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 바로 폭력이고"(하권, p236)같은
구절은 예의 2016년의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의 입에서 실제로 나온 말이 아닐까 할 정도의 현실성을 지니고 있기도 하지요. 예의! 우리나라의
현재도 소설 속에 등장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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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이
달성된다면 그 과정에서 어떠한 악평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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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사, 우리나라의 대통령께서 이 소설을 읽으신 게 아닐까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2016년의 대한민국 뉴스에서 들었던 것만 같은 이 구절이 사실은 --- 이 구절의 전체적인 맥락은
사실!!!
"종교와 사상, 주의, 철학, 삶의 보람, 인생관, 가치관, 그러한 정신적인 가치는 국민
개개인에게 맡겨두면 된다. 국정을 맡은 자의 책무는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꾸리기 위한 물질 기반을 정비하는
일이다. 왜냐하면 그 일을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국가뿐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그 목적이
달성된다면 그 과정에서 어떠한 악평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하권, p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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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우리는 (게다가 개인적으로 저는) 자신의 또는 가족 중 누군가의 삶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라는 것에
불안해하지만, 반대로 자신 또는 사랑하는 누군가의 삶의 마지막이 확실하게 정해져 있다면 오히려 그 불안은 더욱 가중되지 않을까라는 생각할 꺼리를 안겨준 이 소설을, 작가 스스로
일종의 SF 소설이라 부른 이 작품이/이 작품을 제게/제가 정치 소설로 읽혀진/읽어낸 건 대체 왜일까요. 여하튼!
--- 짧지 않은 두 권의 이 작품,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과연 여러분에겐 어떤 소설로 읽혀질지 또한 궁금...
※ 비슷한 설정, 다른 포커스의 소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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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 체 作, 「어떤
소송」, 민음사 刊, 2013. :
① 수단과 목적의 전이가 초래하는 기묘한 결과 ② 자기결정권의 소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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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시 에이지 作,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 폴라북스 刊, 2010. : 후회를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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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준 作, 「당신들의
천국」, 문학과지성사 刊, 2012. : 지도자는 어떠해야 하는 가, '선한 독재자'는 과연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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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와일드 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더클래식 刊, 2012. : 늙고싶지 않았고, 그래서 늙지 않게 되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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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버트 조지 웰스 作, 「투명
인간」, 열린책들 刊, 2014. : 상상 속 상상과 현실이 된 상상 간의 엄청난 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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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불 作, 「혹성탈출」,
소담 刊, 2011. : 과도한 욕망이 초래한 파멸 ①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作, 「지킬
박사와 하이드」, 더클래식 刊, 2014. : 과도한 욕망이 초래한 파멸 ②
- 박예슬
외 共著, 「해피엔딩」 p65, 엔자임헬스 刊, 2016.
- 예를
들어, 그 때 왜 일산의 아파트를 샀었었을까,류의 후회.
- 그때
분당의 아파트를 사지 않았던 것에 대한 후회.
- 박예슬
외, 위의 책 p364.
- 아~주
특이한 경우를 제외한다면, 일단 '빨리 죽어버리고 싶다'라 소망하는 사람은 없다라, 저는 생각합니다. 신앙심 깊은 40대 초반의 목사님이라
할지라도, '지금 당장 하나님께서 당신 곁으로 오라 하십니다'라 전했을 때 과연 기쁜 마음으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까요?
- "HAVI
(Human Antiaging Virus noculation)"
- "여자들은
다들 빨리 받더라. … 한 살이라도 어리게 살고 싶은 게 여자 마음 아니겠어?"(상권, p237) VS "육체적으로 어느 정도는 원숙미가
더해져야 근사하기 때문"(상권, p237)이라는 남자.
- '하지
않은 일에의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언젠가 꼭 한 번은 해볼 작정! ^^
- 임종
순간과 직후에는 슬픔, 허전함 등의 여타 감정들이 더 클 수도 있겠으나, 시간이 흐르면 그 많은 감정들은 결국 '아쉬움'으로
정리되죠.
- 엄밀하게
말해 이 작품 속 설정이 '불사(不死)'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 "HAVI를 받으면 영원한 젊음을 얻을 수 있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불사의 몸이 되는 건 아니다. 사고나 부상을 입어 죽을 수도 있고, 병에 걸리기도 한다."(상권, p39)
- HAVI
시술은 만 20세가 되는 시점부터 받을 수 있습니다.
- 80세에
HAVI 시술을 받는 경우.
- 예를
들어 --- "기록상으로는 117세. 스무살에 시술을 받아 겉보기에는 스무 살로 보였지만"(상권, p17)
- 서양
사람들에겐 100% 쌍꺼풀이 있기에, 그것을 표현하는 한 단어가 없다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 "늙어
죽는다, 인간의 육체가 그렇게 만들어진 건 뭔가 의미가 있어서일 거라"(상권, p71) 생각하거나, 그저 "자기 수명의 기한을 정하는 게
싫다"(상권,p43)나 "납득이 가지 않는 것뿐입니다. … 자기가 죽을 날이 법으로 정해지는 게요"(하권, p74)라는 이유로, HAVI 시술을
거부한 소수의 사람들도 존재합니다.
- "도쿄에는
신흥 환락가들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었다. 그만큼 수요가 있다는 뜻이다. 사람들이 모두 젊으니 놀 기운이 넘치는 것이다."(상권,
pp67-68)
- "현대에는
HAVI의 영향으로 '죽음'은 지극히 희귀한 현상이 되었다. 주변에서 죽음을 접할 기회는 거의 없었다. … '죽음'이란 무엇인가. 사람들은
언론을 통해 '죽음'을 상상하고 흥분하는 모양이다."(상권,p33)
- 물론
다음과 같은, 마치 대한민국의 '개나 소나 다 성형'의 상황을 꼬집는 것이 아닐까 싶은 구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모가 한 사람의 인상 모든
것을 결정짓는 건 아니다라 말해주고 있습니다. --- "20대에 HAVI를 받는 것이 상식인 현대. 사람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젊었다. 그래도
실제 나이는 대충 짐작이 갔다. 눈의 총기, 다양한 표정, 쾌활함, 온몸에서 풍기는 분위기. 진짜 20대와 HAVI 덕에 스무 살의 육체를
유지하는 100세는 그런 것들이 다르다.(상권, p32)
- "그때까지
일본에서 뿌리내렸던 자식이 늙은 부모를 부양하는 전통도 그 의미를 잃은 까닭에 친자관계를 존속시킬 실질적인 이유도 사라졌다. … 호적제도가
폐지된 것이다. 이것이 '노쇠'에 이어 '가족'이라는 개념을 결정적으로 붕괴시킨 계기였다."(상권, p86)
- 율리
체 作, 「어떤 소송」중, 민음사 刊, 2013.
- "영원한
삶에 너무 집착하다 임계점을 넘어버렸다"(하권, p103)
- "정치가들은
자기만 생각할 뿐 국가를 위해 한 몸 바치겠다는 자세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상권, p61)
- "관료의
참맛은 자신이 책정한 법안으로 나라를 움직이는 거지. 기본적으로 관료들은 자기 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해. 자기가 생각한 정책이 채용되지 않으면,
자기가 잘못한 게 아니라 그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정치가나 국민이 어리석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하권, p131)
- 얼마
전, 대한민국에도 한 명 있었었죠. 하지만 --- 이 소설 속 유사 아키히토는 분명 나향욱과는 다른 관점에서 위와 같은 주장을 한
인물입니다.
- 물론,
이는 작품 전체를 다 읽고나서야 알아채게 되는 점입니다.
- '죽음'을
피하고 싶다하여, 실제 그것을 피할 수 있게 만들어 놓으면 또 다른 곤란이 닥쳐올 것이라는, 다시 말해 우리가 현재 불편하다 생각하는 것을
제거하고 나면, 또 다른 불편함이 반드시 그 자리를 대체할 것이라 요약될 수 있는 주장.
- "지금부터
약 30년 전, 한 독창적인 내무성 관료가 만일 일본이 백년법을 철폐하고 사실상 불로불사 사회로 진입했을 때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를 주제로
면밀한 현장조사와 각종 통계자료, 고금의 사회과학 이론을 적용한 완벽한 시뮬레이션 문서를 작성해 정부에 제출했다. 그것이 바로 미츠타니
보고서다. 하지만 그 결론이 너무 과격하고 충격적이겄기 때문에 극비문서로 지정되어 국민들에게 공표되지는 않았다."(상권, p93)
- 예를
들어, "어차피 얼마 남지 않은 인생, 내키는 대로 살겠다"(상권, p183)류의 반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