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보다 두 배로 일하라', '주말도 없이 일하라', '신입 사원 주제에 쉴 생각을 하다니', '해결하지 못하면 죽는다고 생각하고 일하라' (p8)
이게 뭐, 1970년대의 소위 '산업역군'이란 마약같은 호칭으로 꼬셔가며 일시켜대던 시절에라면 그럴 수도~ 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 아무리 취업이 지난해진 세상이라 하여도, 입사 첫날부터 위와 같은 지시를 하는 사장이 있는 회사라면, 선뜻 계속 다니겠다는 결심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저를 포함하여, 그리 많지 않을꺼라 생각합니다. 반면!
처음엔 질 수 있다. 하지만 마지막엔 기필코 이긴다. (p30) … 과거의 성적이 미래의 실력이 될 수 없다. (p113)
'불가능은 없다'는 것은 '무엇이든 다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무엇인가 꼭 해야 하는 것을 절대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찾아내 해결하는 것'을 의미한다. (p72)
내 어깨를 토닥이며 이런 말들로 격려해주는 사장이 있는 회사라면, 그냥 '까라면 까'가 아닌 '깔 수 있는 능력'의 배양, '까고자 하는 의지'의 고취, 가장 중요할 '왜 까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유' 등을 함께 제시해주며 '까라! 나도 함께 까겠다!'라 말하는 사장이 경영하는 회사라면, 그 회사가 심지어! --- "모든 기업들이 움츠리고 살림을 줄여가던 그 10년 장기 불황의 와중에 10배가 넘는 성장"(p8)을 이루어낸 '실적'까지 지니고 있는 회사라면, 이건 뭐 보고자시고 할 것도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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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상투적인 전개같지만, 위 두 case는 모두 --- '일본전산'이라는 회사의 창업자 나가모리 시게노부의 경영관, 그리고 그러한 경영관 하에서 일본전산이라는 회사가 이루어 낸 기적같은 성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물론!
"성공담에서 사회적인, 역사적인 운(運)은 대개 중요하게 취급되지 않고, 그들의 인간 승리만이 비춰진다. … (그러하기에) 사업이든 뭐든 간에 성공한 남의 이야기에서 배울 건 그다지 많지 않다."
- 이건범,「파산」중 p13, 피어나, 2014.
이러한 비판 또는,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에 대한 의구심 등이 있을 수 있다는 것에, 100% 저도 동의합니다. 기독교의 간증이라는 것이 지니고 있는 (일종의) 편향성과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다 보면 기억하기보다는 잊고 싶은 일들이 더 많다. 내가 그때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그 말을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내 주장을 펼칠 용기가 있었더라면, 내가 유혹에 빠지지 않았더라면 하는 후회가 드는 대목들이 우리 인생에는 즐비하다. 반대로 기억해야 할 고마움과 즐거움은 의지와 달리 쉽사기 까먹는다. … 우리가 자라면서 몸에 입게 된 외상(外傷)의 자국은 나이가 들어도 잘 없어지지 않아 늘 거슬리지만, 몸이 성장하는 경과를 우리는 전혀 알아차리지도 못하지 않는가? 남은 자국으로 그 상처는 기억하지만 몸 곳곳이 자라고 근력이 커지는 변화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 이건범, 위의 책 p271
「일본전산 이야기」라는 제목의 이책, 이 '성공한 남의 이야기'는, --- 과거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라는 것으로부터, 지금에까지도 여전히 엄청난 자책을 받고 있는 저에게, 아직 끝난 것은 아닐 제 삶 속 과거에의 반성과, 바로 지금 이후부터의 미래에 대한 계획 및 그 실천에의 다짐이라는, (적어도) 두 가지의 효용을 안겨주었습니다.
"자본가는 타락하지 않으면 몰락한다. 악독하게 판단하고 피도 눈물도 없이 결단하지 않으면 어영부영하다가 자기뿐만 아니라 자기를 따르던 선량한 무리마저 죽음의 계곡으로 떨어뜨릴 위치에 서 있는 거다. 한데 난 그런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다 회생의 기회도 놓치고 상처는 상처대로 주고 받아다야 할 최악의 상황으로 가고 말았다. 나를 잡아당기는 과거의 힘과 미래의 힘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던 것이다. (pp156~157)
저의 과거에 존재했었던, 현재에까지도 그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그 실패. 그 실패의 이유를 누군가가 제게 묻는다면 '몇 가지를 말씀드릴까요?'라 반문 후에 대답할 듯 합니다만, --- 저 스스로가 제게 물어본 물음엔, 그 모든 것이 결국 '제 노력의 부족'이었고, 그 이외의 이유들은 그저, 변명에 불과할 뿐이다라 답변하게 됩니다. 이처럼,
오로지 '제' 노력의 부족이 빚어낸, 참 많은 사람들과의 헤어짐, 그리고 남은 이들이 겪어야 했던/겪고 있을 어려움들을 알고 있는 이가 읽어낸,
'경영자는 곧 회사의 직원과 그 가족들의 생활을 책임지고 있는 가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한순간도 사업 외의 것에 정신을 빼앗겨도 안 되고, 그런 여유가 생길 리도 없다. (p22)
라 말하고 있는 이 '성공한 남의 이야기'는, 이미 지나가버린 제 과거에 대한 안타까움을 위해서라기보다는 --- 지금 앉아 있는 이 자리와, 이를 바탕으로 (어쨌든) 펼쳐지게 될 저의 미래에, '한 번 더'의 실수/실패를 하지 않기 위한 일종의 교본으로 받아들여집니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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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추적인 일을 하고 있거나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연일 끝이 보이지 않는 잔업도 할 수 있고 귀가 시간도 밤 10시, 11시가 되는 경우도 많다. 결국 일과 가정을 양립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실력을 빨리 확보하는 수밖에 없다. (p200)
위의 인용구는, 우리가 이 책을, 정말로 꼼꼼하게 읽어야 하며, 곰곰이 생각해보아야 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는 숙제 또한 함께 내어주고 있지요. --- 이 구절이, '일찍 퇴근하지 못하는 건 결국 너의 실력이 부족해서이다'라는 투로, 즉 그 모든 것을 '개인의 책임/의무'로 돌리는 (앞뒤 다 자른) 문장으로 곡해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며, 그러한 여지가 있다라는 건, 반드시 그렇게 곡해하는 이들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라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죠. 그게... 당신이 일하고 있는 곳의 사장일 수도, 심지어는, 당신 자신일 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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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 보도! 삼성전자 연봉의 실체"이란 대문짝만한 제목의 신문 기사가 실렸다 해보죠. 내용을 보니, 삼성전자는 발 사이즈가 큰 사람일수록 높은 연봉을 받는다 하네요. 실제 통계수치를 제시하는 기사를 보면 언뜻, '창업주는 관상으로 직원을 뽑았다더니, 이젠 발사이즈로...'와 같은 섣부른 탄식이 자아지겠죠. 그러나!
발 사이즈와 연봉이 비례하는 것이 확실한(irrefutable) 통계수치라 하여도, 그 두 가지간의 관계를 추론해 보자면 --- 연봉이 많아지는 높은 직급에 있는 사람은 아무래도 남자일 가능성이 크고, 남자는 일반적으로 여자보다 발 사이즈가 크기 때문에, 그러한 비례 관계가 결과된 것일 뿐, 실제 둘 사이에는 아무런 인과관계(causation)가 존재하지는 않음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성공한 남의 이야기'를 인용해 옴에 있어,
예를 들어, 실제로는 청소 용역비를 아끼려는 꼼수를 지닌 사장에게는, "일본전산에서는 '청소'를 모든 일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p51)라는 구절이 직원들에게 청소를 강요할 수 있는 훌륭한 이유로 둔갑되어질 수 있는, 이러한 '의도적 오용'의 소재로, 이 책「일본전산 이야기」가 사용되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염려해 봅니다. 성공한 남, 즉 일본전산이 직원들에게 청소를 시켰던 이유가,
청소를 못하는 사람은 제아무리 잘났어도 큰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뜻이다. … 밑바닥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어야 '모든 일'을 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밑바닥 일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하면, 나중에 관리자로 성장했을 때 직원들을 제대로 통솔하기 어렵고, 부하 직원들을 이해하기도 어렵다는 것이 이들의 지론이다. (p51)
이 책에 등장하는 일본전산식 경영방식들을 그대로 우리 회사에 도입한다 하여, 우리 회사도 또한 일본전산처럼 성공하리라 생각하는 건 정말 바보짓입니다. 일본전산과는 정반대의, "인간은 말이 아니다. 당근과 채찍의 조화는 필요없다. 단지 당근만이 필요할 뿐이다"라 경영관을 지닌 야마다 아키오 사장이 경영하는 일본의 미라이 공업이란 회사처럼, 일본에서 '노는 것'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 회사의 성공 사례가 있기도 하듯 --- '일본전산'의 성공사례나, '미라이 공업'의 성공사례 등은 모두, 일종의 필요조건을 제기해줄 뿐, 그렇게만 하면 누구나 그들처럼 성공할 수 있다는 충분조건이 아님을 알아야 하겠죠. 그걸 의도적으로 부인한다라는 건 그저, 유럽의 수도꼭지를 떼어가 아프리카에서 돌려보는 (안타까운) 어리석음을 보여주는 것일 뿐...
"<아라비아이의 로렌스>라는 영화를 보면 유럽에 여행 온 아프리카인들이 호텔의 수도꼭지에서 물이 철철 나오는 것을 보고 이거다 싶어 수도꼭지를 떼어 고향으로 가져았다. 물론 물은 나오지 않았다. 목소리 큰 사람이나, 밥 빨리 먹는 사람을 뽑고 싶거나 또는 학력이나 학업 성적을 무시하고 인재를 채용하고 싶다면, 그들에게 학력 콤플렉스를 없애고 자부심을 심어주고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자기계발을 통해 새 인생을 살게 하는 인적 자본 주타(investment in human capital)를 반드시 선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 <조직의 크기는 곧 리더의 크기>, DBR 51호, 2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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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은 잉어가 잘 크는 연못이 되어야 한다. 리더는 가끔 메기가 되고, 관리자도 자주 메기가 된다. 위치를 떠나 서로 메기가 되는 것인데, 역시 가장 큰 메기는 자기 자신이다. 그렇다고 메기가 잉어를 잡아먹지는 않는다. 메기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활력 있고 건강한 잉어를 키우는 데 있기 때문이다. (p178)
결국, '수단의 합목적성'이라는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 건강한 잉어를 키우는 일 수단으로서의 메기가, 잘못 인용되고 오용된다면 오히려 연못 속 잉어를 모두 다 잡아먹어버린 결과를 초래하게 될, '시쓰케(Situke)'가 없는 <5S 운동>,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는 <5S 운동>의 '5S'란 게, 고작 제조 현장의 '감시와 처벌'을 위한 도구로나 사용되고 마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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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성공이라 여겼던 것이 성공이 아니었듯, 우리가 실패라 여겼던 것이 실패만은 아니란 점"
- 이건호, 위의 책 p6.
성공이라 여겼던 것이 진짜 성공이었었는데, 지금의 실패는 모든 것을 다 실패로 만들 것, 이란 생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던 때, 정말 커다란 망치로 제 뒤통수를 후려갈겨주었던 한 문장이었습니다. 뭔가 문학적인 표현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심오한 사상이 들어있는 것도 아닌, 그저 정말 평범한 말이겠지만 그걸 미처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던 저에겐, 두 개의 성경구절과 더불어 당시의 저를 서있을 수 있게 해주었던 버팀목이었었죠. 전...
이 책「일본전산 이야기」속 내용을, 실제 현장에 적용시키려 하기보다는, (당신이 근로자이건 경영자이건) 일종의 '자기 자신에 대한 지배'의 교본 정도로 생각하는 게 옳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즉시 한다, 반드시 한다, 될 때까지 한다"(p25)라는 '일본전산'의 모토나, "'안 된다'고 선입견에 가득 찬 머리로 처음부터 단언하지 말고, 되는 방법을 찾아보라는 것"(p107)이라는 나가모리 시게노부의 채근은, 이것이 꼭 기업의 경영에만 국한될 것이 아닌, 결국엔 자기 자신이 살아가는 삶의 발전을 위해서도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다 보면 언젠가 저도, 그리고 당신도...
성공이란 거창하고 멀기만 한 미래의 그림이 아니며 바로 지금 우리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차근차근 해나갈 때 비로소 한 걸음 다가오는 것임을 우리는 일본전산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깨달을 수 있다. (p273)
와 같은, 그런 삶의 소회를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 기업의 경영에 관한 책 :「도요타의 원가」,「디테일의 힘」,「디테일의 힘 2」
...금연 297일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