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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 제8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문학동네 청소년 39
이꽃님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2월
평점 :
"인간은 가져본 적 없는 것을 갈구하지는 않는다. 아쉬움은 즐거움을 안 뒤에 오고, 지나간 기쁨에 대한 기억이 있는 까닭에 불행을 인식하는 것이다."
- 에티엔 드 라 보에시,「자발적 복종」중 p80, 생각정원, 2015.
어제가... 종원군의 중학교 졸업이었습니다. 늦지 않게 참석했었었건만, 정말 이게 다야?라 싶을 만큼 무미건조한 졸업식이더군요. 마지막 교가 제창 순서에, 교가를 따라부르는 학생은 1도 없고, 그저 강단에 선 음악 선생님만 뻘쭘스럽게 지휘를 하셨으며, '졸업가'란 노래는 심지어 --- 015B의 <이젠 안녕>이었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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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이 올림픽이라면 지금 네가 겪고 있는 일들은 전부 훈련인 거야. 모든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훈련은 진짜 지독하고 힘든 거고, 하지만 모든 선수들이 훈련이 힘들다고 해서 떠나 버리지는 않잖아. 이를 악물고 버티고 견디지. … 그 힘든 훈련을 혼자 하려고 하지 말고, 감독님도 있고 코치님도 있는 곳에서, 라이벌도 있고 동료도 있는 곳에서 하는 건 어때? (p61)
학원에 가기 싫어 죽겠어하는 중딩에게 해주면 딱! 일 것 같은 구절 아닙니까? 아주 통째로 외워서, 글자 하나 틀리지 않고 요즈음의 종원군에게 해줘야 겠단 생각도 잠시 해보았었었거늘, --- 겉으로야 "그 많은 선수들 중에 금메달을 따는 사람은 딱 한 명 뿐이잖아. 그럼 한 명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의 땀과 노력은 쓸모없는 걸까?"(p61)라고, 중요한 건 바로 '땀과 노력'이라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어쨌든, 그 '딱 한 명의 금메달리스트'는 다른 사람이 아닌 네가 되어야만 한다,라 바래어 왔던, 그리고 그 바람은 너무도 명확하게 아이에게 전달되어져 왔던,

이 녀석의 유치원 때 졸업사진을 보며, '그땐 이렇게 귀여웠었던 녀석이 지금은...'이라며 안타까워 하고, 그리고 그 안타까움의 원인은 거의 모두, 이 녀석으로부터 기인된다라 생각해왔었던, 그냥 '몇 년, 죽었다 생각하고 공부만 하면 좀 안되는 거야?'라는 부모의 짜증은 녀석의 미래를 위한 지극히 '당연한' 걱정으로 간주했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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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가족은 '행하는' 것이었다."
- 가와무라 겐키,「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중 p176, 오퍼스프레스, 2014.
이미, 2016년 11월에「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이란 소설을 읽고 위의 내용을 '깨달았다'라 당당히 썼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로부터 한 달여 후에 읽었던 소설의 감상문에서도 예의, 그 '행할 수 있는' 시간마저 무궁무진하지 않다라는 걸 알려주는 구절을 인용해 놓았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버지를 보고, 아내에게 키스를 하고, 어린 동생과 장난을 치지만, 언젠가 그런 일들을 하는 마지막 순간인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분명히 모든 일에는 마지막 순간들이 있다. 그런 순간들을 다 기억한다면 우리는 슬픔에서 헤어날 수 없을 것이다."
- 조너선 트로퍼,「당신 없는 일주일」중 p215, 은행나무,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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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 작품이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였다면, 분명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 있던 어떤 생각과 감정을 일깨웠기 때문일 것이다."
-「허삼관 매혈기」한국어판 개정판 서문 중 작가 위화의 글
몰랐었던 게 아닙니다. 알고 있었고, 심지어 스스로 '깨달았다'라고도 했었으며, 그게 한 번만도 아니었었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가족이라는 존재는 더 많이, 더 자주 이해해야 하는 사람들일지도 모르지. (pp146~147)
란 구절에 또 다시 울컥하며 저를 반성하게 되는 건 아마도 --- "세상에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사람들이 특별한 일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 있기 때문"(pp48~49)이라는 소설 속 표현처럼, 저 자신이 여전히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완전하지 못하다는 증거이겠지요. 허나 다행히도,
나이를 먹는다는 건 어쩌면 그 시간 동안 다른 사람의 마음을, 감정을 이해하려고 연습하는 시간일지도 … (p186)
제 아이에 대한 이해의 폭과 깊이를 넓히려는 연습을, (맘에 들 정도까지는 아니겠지만 어쨌든) 나름 조금씩은 해왔을 것이란 위로 또한 전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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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만 잔뜩해 놓은, 뭔가 날로 먹은 듯한 감상문이라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으나, 이 소설을 읽어낸 분이라면 그렇게까지는 폄하하지 않으실 듯 한, 이게 대체 왜 그런 건지, 저에게만 이런 건지 정말 궁금한...
"좋은 시절은 오래가지 않는다. 짧았기에 '좋은 시절'일 수 있는 것이다."
- 오기와라 히로시,「네 번째 빙하기」의 <작가의 말> 중, 좋은생각, 2009.
이 구절이 제 맘 속에 콱~하고 와서 박히는, --- 중학교를 졸업한 아들의 모습에서 대견함을 느끼기 보단, 유치원 졸업 때의 귀여움이 왜 지금은 없을까란 아쉬움을 더 많이 느껴버린 이 아빠의 마음이란 게,
"나도 안다, 걸핏하면 과거로 회귀하는 이런 짓거리가 지금 내 인생이 얼마나 꼬여 있는지를 보여주는 척도라는 것을."
- 조너선 트로퍼, 위의 책 p195.
이었었기 때문이란 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 소설의 구절 속에 나오는 '아빠'의 자리에 '아들 종원이'를 넣어 놓으니, 이것이 바로 '내' 이야기라는 걸, 또 다시, 이제라도 '깨달았'기에... 다시 한 번 더,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노라는 다짐을 해봅니다.
아들 종원이랑 내가 같은 일직선 위에 서 있는 기분이었어. 양끝에서 서로를 향해 달려오고 있는데, 내가 달리기를 멈춰 버린 거야. 그러곤 투덜거리는 거지. 아들 종원이는 왜 더 빨릴 달려오지 않는 거야. 왜 이렇게 멀리 있는 거야. 나는 투덜대기만 하고 달리기를 멈춰 버렸어. 아들 종원이는 내가 달리지 않는 만큼 더 많이 달려와야 했어.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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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가져본 적 없는 것을 갈구하지는 않는다. 아쉬움은 즐거움을 안 뒤에 오고, 지나간 기쁨에 대한 기억이 있는 까닭에 불행을 인식하는 것이다.
- 에티엔 드 라 보에시,「자발적 복종」중 p80, 생각정원, 2015.
'지나간 기쁨'만을 잊지 못해하여, 지금의 현실을 아쉬워하고 심지어 '불행'이라고까지 생각하기도 했었던 제 잘못을, '청소년문학상'의 대상 수상작이 다시금 일깨워 주네요. 이 책... 하나의 소설작품으로서가 아니라, 자녀의 삶을 시작하게 해준 부모로서, 먼저 35년 여간을 먼저 살아본 인생의 선배로서 종원군에게도, 또한 조교수에게도 읽어보라 할 겁니다. 더해, --- 당신이 자녀를 둔 부모라면, 특히나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라면 반드시 읽어보시라, 감히 '자신있게'라는 단어까지를 사용하여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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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녀를 우리에게 보낸 분은 신이고, 우리는 그 자녀가 멀리 잘 날아갈 수 있는 좋은 활이 되면 된다."
- 김현수,「중2병의 비밀」중 p181, Denstory. 201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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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아는' 모든 이들에게 반드시 읽어보라 권하고 싶은, 지금 이 블로그에 와있는 당신에게마저 여하한 구실로라도 '나를 아는' 이란 형용사를 붙여 --- 꼭 한번 읽어보시라 말하고 싶은 책들의 제목 앞에 ★표시를 붙입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표시이겠지만 가끔은, 타인의 주관을 한번쯤 믿어보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더군요.
※ 이 작품을 읽고 떠오른, 이전에 읽었던 책들
- 오기와라 히로시,「네 번째 빙하기」
- 히가시노 게이고,「비밀」
- 조너선 트로퍼,「당신 없는 일주일」
- 사토 쇼고,「달의 영휴」
- 가와무라 겐키,「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 김현수,「중2병의 비밀」
...금연 299일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