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바키 문구점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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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점'이라는 단어는 아련한 추억을 불러온다.
나의 어린 시절에는 소위 말하는 '아이쇼핑' 의 장소가 되기도 했던 곳이었다. 학교앞 문구점 근처를 지날 때면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지나치듯 나 역시 살 것도 없으면서 괜히 들러 쭈욱 둘러보거나 작은 문구나 악세사리를 만지작 했던 기억이 있다.
<츠바키 문구점> 이라는 책 제목도 그 표지도 예쁘고 따뜻한 느낌이어서 참 마음에 들었다. 책을 읽고난 지금은 더욱 마음에 든다.
오랜만에 읽은, 마음 속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키는 일본 소설. 진하지도 자극적이지도 않은 엷은 아메리카노나 차 한 잔이 생각난다.

<츠바키 문구점>의 주인은 20대 후반의 아가씨 '포포'이다. 그녀는 '선대'라고 칭하는 그녀의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그 뒤를 이어 이 문구점을 계속 해나가고 있다. 문구점에서는 물건 파는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대필 일 또한 의뢰받아 한다.
어린 시절부터 할머니와 단둘이 살았던 포포는 자신에게 엄하게 대했던 할머니에 대한 부정적인 기억과 감정을 지니고 있었다. 할머니가 싫어서 반항도 해보고 외국에 나가 방랑 생활을 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츠바키 문구점>을 해나가며 대필 작업을 하고 이웃들과 잘 지낸다. 그리고 그녀는 그 과정에서 그제서야 돌아가신 할머니의 사랑을 깨닫게 된다.

사실 이 소설을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과 유사한 느낌의 작품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며 읽었더랬다. 읽고난 후 잔잔한 감동과 여운을 주는 좋은 소설임에는 같았으나 그 포인트는 좀 달랐던 것 같다.
'편지'라는 매개체도 유사했으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편지 내용의 사건의 그 전후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내용들을 다루었던 반면, '츠바키 문구점'에서는 주인공 포포가 대필 의뢰를 맡은 의뢰인의 사연과 그 전후의 일들이 소설의 중심 내용은 아니었다.
포포가 어릴 때부터 할머니가 엄격하게 훈련(?)시킨 대필 일을 포포가 이어 하게 되고 그 대필 일과 또 동네 이웃들의 일들을 함께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할머니의 사랑을 깨닫게 된다는 조금은 신변잡기적인 특성이 많은 작품이었다.
그러기에 사건 중심의 강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은 아니었으나 이 작품을 읽으며 읽는 이의 마음이 정화되고 착해지는(?) 느낌을 갖게하는 매력이 있는 작품이었다.
읽고 난 후 가까운 누군가에서 오랜만에 손글씨를 쓰고 픈 충동을 읽으키기도, 또 일본 여행을 떠나고픈 생각이 들게 하기도 한다.
실제로 이 소설의 번역가는 느닷없이 일본행 티켓을 끊어 소설 속 배경이 된 지역을 다녀왔다고 한다.

동백꽃이 여기저기 흐드러지게 어우러져 피어 있는, 작은 문구점이 있는 소박한 시골 동네...
내 상상 속의 '츠바키 문구점' 은 한 번도 가보지 않있지만 왠지 친숙한 유년을 떠올리게 하는 곳일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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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단어 - 변화를 이끄는 긍정적인 사람의 한 마디
존 고든 지음 /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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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성격을 긍정으로 바꾸면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도 전부 더 나은 사람이 된다.

참으로 고무적인 내용의 문장이다. 이 얼마나 투자와 노력 대비 '가성비'가 좋은 일인가!
나 하나의 노력으로 주변 사람 모두가 더 좋아진다는 것이!

이 책 <인생단어>의 저자 '존 고든'은 10년 전 <에너지 버스>로 '긍정'의 힘을 널리 퍼뜨린 '긍정 에너지 전문가'이다. 그는 <에너지 버스> 이후에도 끊임없이 많은 강연과 인터뷰, 프로젝트, 연구로 활발히 활동하며 그간 그가 깨우치고 습득한 것들을 10년 만에 <인생단어>라는 책으로 펴냈다.

요즘 같이 살기 힘든 시대에 '긍정', '긍정의 리더십'을 강조하면 환영하고 반기기보다 코웃음 치는 사람이 더 많을 듯도 하다. 불안과 불확실성의 시대에 낙관보다는 비관 쪽이 더 우위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그러므로 우리는 더더욱 '긍정'의 힘을 믿어야 할 것이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삶, 더 나은 미래를 살고 싶기 때문이다.

<인생단어>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긍정의 리더십'이다.
단순히 믿음이 있고, 긍정의 자세만을 갖추는 것에서 나아가 긍정의 리더가 되어야 한다고 한다. 긍정의 리더는 특별한 리더만이 해낼 수 있는것이 아닌 일반인 누구나 될 수 있고, 긍정의 리더가 되어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끼쳐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책 속에는 다양한 직업의 다양한 사람들의 사례를 통해 긍정의 리더가 주변을 변화시키는 것들을 보여준다.
부정적인 사람의 불평과 말은 다른 사람의 에너지를 빼앗아 미래를 망치지만 긍정적인 사람의 태도는 긍정의 말,'예언'으로 자신과 주변을 격려하여 더 노력하고 목표를 향한 일련의 조치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취하는 등 인생을 바꾸는 힘을 실제로 발휘한다고 한다.
그런 긍정적 리더는 자신의 시간, 에너지를 긍정적 조직 문화에 투자하고, 비전을 세우고, 그것을 본인만이 아닌 구성원들과 공유하고, 조직을 통합하고 결속시키며 밝은 미래에 대한 믿음으로 이끈다고 책에서는 말한다.

또 저자는 책에서 긍정적 리더의 모델을 제시하고 긍정적 리더가 되어 변화를 이끄는 방법을 제시한다.
보통 '리더'라고 하면 큰 회사의 간부나 관리자로 생각할 수 있으나 저자는 그 범위를 넓혀 "리더란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이며, 주변을 나아지게 만드는 사람이 바로 긍정 리더다."라고 하며
가정에서도, 또 자신 개인의 인생을 경영하는 우리 모두도 누구나 리더임을 강조한다.


에이브러햄 링컨의 ‘인생단어’는 아마도 ‘통합’이었을 것이고, 마틴 루터 킹 주니어는 ‘평등’을 선택했을 것이다. 테레사 수녀의 경우 ‘연민’을, 수전 B. 앤서니는 ‘투표’를 골랐을 것이다.


'인생단어'라는 책 제목의 의미는 이 책이 끝나갈 무렵에서 언급하고 있다.
흔히 아는 '올해의 단어' 라는 표현의 의미처럼 각자의 '인생단어'는 그 사람의 인생의 가장 숭고한 목표를 세우고 훌륭한 유산을 남기는데 도움이 될 단어라는 것이다.
아마도 이 책의 저자는 '인생단어'를 '긍정'으로 정한 듯 하다.

그럼... 아직 오지 않은 나의 인생 최고의 날을 위한 나의 '인생단어'는 무엇으로 정해볼 수 있을까?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아야 할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즈음 많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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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 부의 탄생, 부의 현재, 부의 미래
하노 벡.우르반 바허.마르코 헤으만 지음, 강영옥 옮김 / 다산북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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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주부라서 그런지 나는 물가에 민감하다. 요즘 1만 원권 지폐 한장을 들고 장보러 나서도 돌아오는길의 장바구니는 가볍기만 하다. 한숨만 난다. 요즘 세상은 돈을 벌기는
어렵고 그에 비해 벌어 온 그 돈의 가치는 그 고생의 가치에는 한참 못미치는 것 같다.

이번에 읽어 본 책 <인플레이션>은 처음 책제목을 보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무거웠다.
나와 같은 평범한 소시민에게는 반갑지 않은 경제 현상... 인플레이션.



돈의 역사는 곧 인플레이션의 역사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의 주제를 함축한 문장이다.

책의 앞부분에서는 돈의 탄생, 발전 과정 등을 소개하고 그와 함께 인플레이션의 발생과 발생 원인, 인플레이션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뒷부분에서는 20세기 인플레이션과 현대 경제사, 금융 위기, 금융정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마지막 부분은 이 금융 위기 시대의 투자 원칙을 다루고 있다.

인플레이션의 시작은 지폐의 등장에서 빚어졌고 , 지배 계급은 지폐가 그 화폐의 가치를 조작하기 쉽다는 단점을 악용해 화폐 가치를 조작하고 화폐 발행을 남발하여 이권을 챙기고 경제를 혼란에 빠뜨렸다. 그리고 계속된 화폐 발행량의 증가는 금융 위기를 초래했다.
어려워진 경제 상황은 서민들을 더 어렵게 만들었고 이제는 직장연금, 보험 등에 안심하고 노후를 맡길 수 없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고 책은 말한다.


이 책의 저자들은 역사상 손에 꼽히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은 독일의 학자들이라고 한다. 그러한 역사에서 지금의 경제를 이룩한 그들이기에 이 책의 부제인 '부의 탄생과 부의 현재와 부의 미래'를 꿰뚫어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제목이 주는 무거움에 비해 돈과 인플레이션과 현재 경제 위기까지의 그 흐름을 개연성 있게 또 어렵거나 지루하지 않게
잘 연결하여 설명해 놓았다. 당시 역사 속 경제 상황에 처해 있는 듯 생생하고 흥미 진진하게 읽어 나갈 수 있었다.
또, 물가가 천정부지로 오르고 서민들의 삶이 힘들어지면 더 허리띠를 졸라 매며 저축만이 해결방법이라고 단순히 생각해왔던 것에 새로운 관점으로 인플레이션을 보게 하였다.

인플레이션과 부의 관계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채워주고 더불어 금융 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데 저금리 시대 투자법이나 돈의 보호, 노후 설계를 위한 조언들은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물론 경제사나 용어, 흐름 등에 대해 다소 생소한 내 경우에는 책을 읽으며 부분 부분 문장을 되뇌고,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려고 주춤거리는 등 다소 시간이 걸리기도 했으나
돈에 관한 흥미진진한 역사를 재미나게 읽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은 큰 소득이었다.

우리 평범한 소시민에게는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로 더 팍팍한 삶을 살아 가게 될 수도 있기에 돈과 경제의 흐름과 그 사정을 알아보는 것 만으로도 큰 한 가지 지혜를 얻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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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섭의 글쓰기 훈련소 - 내 문장이 그렇게 유치한가요?
임정섭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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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를 좋아해서 블로그를 시작했다. 책을 읽은 후 그 내용과 감상을 짧게라도 기록해두면 책을 허투루 읽은 건 아니라는 일종의 자기만족을 위해서였다. 그런데 문제는 '책 읽기'가 아니라 '글쓰기'였다. 책을 잘 읽기 위해 블로그에 리뷰를 남기는 것인데 책을 읽은 후에 글쓰기가 영 자신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사실 지금 쓰고 있는 이 리뷰도 그렇다.)
책을 읽고 책 내용에 대한 분석이나 자신의 느낌을 잘 표현하고 전달하는 책블로거들을 볼 때면 늘 부러웠다. 그러면서도 정작 글을 잘 쓰기 위한 노력은 결코 한 적이 없었기에 이 책 <임정섭의 글쓰기 훈련소> 는 흥미롭고 또 반가운 책이었다.

이 책에 대한 리뷰를 쓰면서도 조심스럽다. 글쓰기에 대한 책을 읽었는데 읽은 후 쓰는 이 첫 글이 허점투성이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것 참 곤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내 문장이 그렇게 유치한가요?"
"어른 이 왜 아이처럼 글을 쓸까?"

기자 출신의 대한민국 최고 글쓰기 강사인 저자는 간단한 글쓰기조차 하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을 언급하며 '글쓰기 교육의 부재'를 그 원인으로 지적했다. 그는 문법 중심의 국어교육이 아닌 '문법을 넘어 문작'이 우선이라고 얘기한다. 또 문작은 문격 즉 '글의 품격'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이 책에 글쓰기의 기본, 품격있는 글 쓰기, 직장인을 위한 업무용 글쓰기 방법을 담았다.


책의 글쓰기 훈련은 4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1단계 '오답 노트', 2단계 '이론 학습', 3단계 '실전 연습', 4단계는 '습관 훈련 '이다.

1단계에서는 우리가 자주 범하는 오류가 담긴 '실패한 글'들을 소개하며 그 오류를 수정한 글들을 첨삭하여 쉽게 이해를 도운다.
2단계에서는 글쓰기의 마인드 컨트롤을 위한 '글 쓰는 사람의 마음가짐'을 제시하고, 이후 기술 학습 측면에서의 체계적 작법을 위한 기본기를 장르, 주제, 구성, 표현 등 요소별로 학습한다.
3단계에서는 실전처럼 연습하는 단계로 짜임새 있는 구성 연습과 여러 장르의 직장인 글쓰기의 기본 지침 안내와 작법을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 4단계에서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되기 위한 습관들을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직장인을 위한 실전 기획서 사례'를 부록으로 실었는데 이것 역시 실용적이다.

개인적으로는 각 단계중 특히 3단계의 '장르 연습' 부분이 흥미롭고 실용적이었다. 여러 장르의 글쓰기법에 대한 내용 부분이 그것인데, 설명문·기안문·보도자료·현황 보고서·문제 해결 보고서·기획서 등 직장인들이 자주 쓰는 업무 문서 작성법 등 실생활에서 활용해 볼 수 있는 것들이었다. 글쓰기라면 장르에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써온 나에게는 유익했다.

또, 업무 면에서 까다로운 용어와 표현 등을 모아 둔 '자주 쓰는 용어와 표현' 등도 싣고 있어 알차다.

이 책은 글쓰기 초보에게 쉽고 친절하다. 저자가 오류가 있는 글들을 수정하여 바른 글들로 바꾸어 놓는 예시문은 300개에 달한다. 풍부한 예시와 실용적인 지침들이 이 책의 장점이다.

저자는 글쓰기를 어려워 하는 이들도 연습을 통해 글쓰기가 향상되어 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또 그는 글쓰기는 영혼의 탈출구라 말하며 우리의 인생이 글쓰기를 통해 자유로워질 것을 희망한다.


만약 글쓰기가 고작 나 자신을 표현하는 행위라고 생각했다면 나는 타자기를 내다버렸을 것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그보다 훨씬 더 복잡한 행위다. 작가는 마치 운동선수처럼 매일매일 ‘훈련’해야 한다. 좋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나는 오늘 무엇을 했던가?
-수전 손택(미국의 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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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 혀 - 제7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권정현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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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혼불문학상 수상작들을 계속 읽어 왔다. '혼불문학상' 이라는 타이틀은 나에게는 그 작품에 대한 신뢰이다. '믿고 읽는다'라는 표현이 맞겠다.
혼불문학상 작품들은 늘 그렇듯 시대의 문제의식이 담긴 작품들이었고 그러다보니 과거든 현재든 역사의 한 부분을 담은 작품들이 많았고 그만큼 인상적이었다.

이번 7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역시 내가 지금껏 읽어온 수상작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다.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뽑힌 작품이라는 것이 이해가 될 정도로. 만주국이라는 역사의 한 부분과 제국주의, 칼과 혀, 음식, 요리 라는 소재가 신선하게 다가왔고 그 소재들을 가지고 이토록 치밀하고 인상깊게 스토리를 풀어 나갈 수 있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소설의 배경은 1945년 일제 패망 직전의 만주. 등장인물은 중국인 요리사 첸, 조선인 여자 길순, 그리고 일본 관동군 사령관 모리(야마다 오토조)이다.
소설은 이 세 명이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중국인 요리사 첸은 일본 관동군 사령관 모리를 암살하기 위해 황궁 주변을 서성거리다가 헌병대에게 잡히고 궁정 주방에서 일하기 위해 온 요리사라고 하자 사령관 모리는 첸이 광둥 제일의 요리사라는 걸 증명하도록 목숨을 건 불가능한 요리 시험을 내린다. 그리고 그 시험에서 가까스로 시한부로 목숨을 구하고 장교식당에서 일하게 된다. 그리고 사령관 모리의 명령으로 음식을 만들고 모리는 첸의 음식에 빠져들게 된다.

조선 여인 길순은 함경북도 청진 출신으로 위안부 생활(?)을 하다가 우연하게 첸의 집에 들어와 첸의 아내로서 살고 있었다. 그녀의 오빠는 대의를 위한다며 그녀를 만주로 불러들여 일본 관동군 사령관 모리를 죽일 것을 주문하기도 한다.
길순은 첸의 장교식당 요리사로 일하며 생긴 사건으로 고문을 당하고 사령관 모리의 옆으로 불려가 지내게 된다.

한편 관동군 사령관 모리는 전쟁을 무서워하며 궁극의 맛과 미륵불의 미(美)에 집착하는 유약한 성격의 인물로 작가의 말에 의하면 실존 인물이라고 한다.

한,중,일의 세 인물의 '칼과 혀'로 얽혀지는 대결. 일본의 패망이 가까워질 수록 이야기는 고조되고, 셋은 어떻게 될까...

이 작품의 초반부를 읽을 때는 굉장히 어둡고 침울하며 비장하게까지는 느껴졌었다. 한, 중, 일 세 나라의 가슴 아픈 역사의 일부분을 보여주는 이야기겠거니 생각하며 읽었다. 그러나 이야기는 꽤 특이하게도 '만주국'이라는 흔치않은 역사 소재를 배경으로 했고 여기에 세 나라의 역사의 기묘한 접점 단면들을 허구를 가미하며 드러 내었다. 물론 당시 일본제국의 우위의 권력의 면들은 늘 그렇듯 소설 속에서도 갈등의 소재가 되고 있다. 소설의 이 세 나라의 힘의 관계, 생존의 면만을 담은 이야기만을 전개하는 데 그치지 그치지 않는다.
희한하게도 이 정치적, 힘의 면과는 어울릴 것 같지 같지 않은 음식, '맛' 의 영역으로 풀어 내면서 이 소설은 신기하기도, 독창적이기도, 또 압도적이기도 하다.

참으로 이중적이라 할 수 있는 두 소재, 두 단어 '칼과 혀'.
소설은 마지막에 한중일 세 나라의 복수,증오의 역사를 공존의 면에서 그 가능성을 일면 보여주며 맺는다.


“나는 여전히 말하고 싶다. 이제 우리의 내기는 끝이 났다고. 나는 무엇도 요리하지 않았고 당신은 무엇도 먹지 않았다. 우리는 다만 외로웠을 뿐이라고. 나는 요리를 했고 당신은 접시를 비웠다. 불과 싸우던 나의 시간도, 맵거나 짜거나 달콤하거나 시었을 온갖 요리의 맛들도, 우리를 아프게 했던, 시대가 만들어낸 순간의 고통일 뿐이라고. 한 접시의 요리가 깨끗이 비워지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증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318-319쪽)

아마도 이 소설의 이런 면이 이전의 수상작품과는 달리 혁신적이고 새롭고 심사위원들의 압도적 반응을 이끌어 내는 데 기여를 했으리라 생각된다.

작가의 역사적 지식과 그 탐구, 폭넓은 이해가 느껴지고 치밀하고 탄탄한 구성과 개성넘치는 인물과 스토리, 그리고 세밀한 묘사와 문체가 어느 하나 빠지지 않게 훌륭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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