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바꾸는 기적의 글쓰기 - 도서관에서 만난, 만권의 책이 선사해 준
김병완 지음 / 북씽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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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살면서 가장 바꾸고 싶은 것이 자기 자신이고, 또한 가장 바꾸기 어려운 것이 자기 자신이지 싶습니다. 작가 김병완 씨는 글쓰기를 통해 이 일을 해냈다고 말하는군요. 그는 스스로 가장 훌륭한 스토리를 가진 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는 사실을 꿰뚫어 본 것입니다. 그는 작가가 되는 것이야 말로 인생의 최고 도전이라고 믿습니다. 모든 사람에게는 작가로서의 재능이 있는데, 단지 그것을 실행에 옮기지 않았기 때문에 작가가 되지 못한다고 주장합니다. 자신을 당당하게 세상에 보여주자고 힘주어 말합니다. 물론 작가가 되기 위해 실행에 옮기는 일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음을 저자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을 스스로 존중하고, 자신을 믿으며 지금 당장 글을 쓰기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이란 글 쓰는 존재입니다. 그는 ‘글 쓰는 인간’(Homo Scriptus)이란 단어를 처음 만들었다고 자랑합니다(p. 79). 그리고 자신이 새롭게 만든 단어 ‘라이더’(wrider)를 설명합니다(p. 81). 이 단어는 작가(writer)와 독자(reader)의 합성어로, 책 읽는 독자이며 동시에 책 쓰는 작가라는 뜻입니다. 현대는 독자와 작가의 경계가 무너졌다고 그는 지적합니다. 작가는 이 시대 최고의 ‘퍼스널브랜딩’이라고 말하며 독자를 계속해서 밀어 붙입니다(p. 117). 글쓰기는 글쓰기만을 통해 배울 수 있으니, 용기를 가지고 지금 당장 첫 문장을 쓰기 시작하라고 도전합니다. 글쓰기에 미치고, 그러면서도 어린아이가 놀이터에서 노는 것같이 놀라고 충고합니다(p. 124, pp. 141이하). 뜨거운 가슴을 가지고 있어야 함을 힘써 말합니다.

  이렇게 1부는 ‘창조적 글쓰기를 위한 의식 개혁’ 차원의 글들이라면, 2부는 ‘창조적 글쓰기를 위한 실전’입니다. 글쓰기에 대한 실제적인 조언들을 기대했는데, 살짝 실망했습니다. 1부의 내용들을 다시 반복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너무 문법에 얽매이지 말고 즐기며 쓰라는 것입니다. 독자들이 반할만한 첫 문장을 만들라든가, 제목을 식상하게 만들지 말라든가, 글쓰기에는 기술이 필요하다라든가 하는 일반적인 조언들을 나열합니다. 결국 양이 재능을 이기니, 뜨거운 심장으로 꾸준히 많이 읽고, 끊임없이 공부하며, 많이 쓰라고 힘주어 도전하는 것으로 책을 마칩니다.

  책 여기저기에 멋진 말들이 소개되어 있네요. 마음에 간직하기 위해 몇 구절 적어봅니다.

  “고전은 질박해야 하고, 작가는 진실해야 한다”(p. 57).

  “독서파만권 하필여유신(讀書破萬卷 下筆如有神), ‘만권의 책을 읽으면 글을 쓰는 것도 신의 경지에 이른다’(杜甫, p. 86).

  “우리는 세계의 어떤 것들도 열정 없이 이루어진 것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헤겔, p. 131).

  “인간은 행동에 의해서 자기 자신을 만들어 간다”(사르트르, p. 135).

  “행백리자반구십(行百里者半九十), 백리를 가고자 하는 사람은 구십리를 반으로 여겨야 한다”(p. 158).

  이 모든 문장들은 자기계발서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문구들입니다. 윌리엄 서머싯 몸(W. Somerset Maugham)의 말이 가장 인상적입니다. “소설을 쓰는 데는 세 가지 법칙이 있는데, 안타깝게도 그게 뭔지 아무도 모른다.”(p. 261). 모옴에 따르면, 김병완 씨는 아무도 모르는 것을 겁 없이(?) 쓰고 있네요. 만 권의 독서에서 나온 용기일 것입니다. 어쨌거나 책 말미 각주에 언급한 글쓰기에 관한 책들 몇 권이 탐나네요. 찾아 읽어 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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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히스토리 - 한 권으로 읽는 모든 것의 역사
데이비드 크리스천 & 밥 베인 지음, 조지형 옮김 / 해나무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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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모든 것의 역사’(Bic History)를 공부하는 근본적인 방법과 핵심 줄거리를 제시하는 교과서 같은 책입니다. 너무 멋지고 탁월합니다. 본문들은 어려운 내용들을 간략하면서도 적절한 설명으로 독자들에게 전달합니다. 수많은 사진들과 내용을 정리한 그림들, 심지어 핵심단어들을 기억하기 좋은 상징 그림들로 제시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주장을 펼칠 때 사용하는 네 가지 방법, 직관(intuition), 권위(authority), 논리(logic), 증거(evidence)를 설명하고(p. 42), 이 네 가지를 기억하기 쉽게 그림으로 표시합니다. 즉, 하트, 엄지손가락 치켜든 손, 뇌, 눈을 각각 그림으로 연결시켜 놓았습니다(p. 43). 게다가 더 깊이 생각해야 할 질문들을 각 단락 마지막에 다양한 글자 크기로 눈에 확 들어오게 실어놓았습니다. 책을 접하는 순간 푹 빠져들었습니다. 정말 흥미롭습니다.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이 책의 저자 데이비드 크리스천과 밥 베인은 “여덟 가지 임계국면(treshold)”이라 부르는 전환점들을 중심으로 모든 것의 역사의 틀을 설정하고 서술합니다. 여덟 가지 임계국면은 빅뱅, 별의 출현, 새로운 원소의 출현, 태양계와 지구, 지구상의 생명, 집단 학습, 농경, 근대 혁명입니다(p. 29).

  이 거시적(巨視的)인 역사책은 세상의 모든 것을 바라보는 놀라운 시각을 제공합니다. 더불어 수많은 진지한 질문들을 하게 합니다. 그 질문 중 하나는 존재하는 모든 것이 어떻게 시작되었는가(How did everything begin?) 하는 것입니다. 즉, 우주의 기원과 생명의 기원에 대해 생각하게 만듭니다. 빅뱅이론에 따르면, 우주의 모든 에너지와 물질이 들어 있는 매우 작은 공간이 빠르게 팽창(big bang)했습니다. 그렇다면 그 ‘작은 공간’은 어떻게 존재하게 되었으며, 우주 초기의 물질과 에너지는 어떻게 시작되었단 말입니까? 또 물질신진대사(metabolism), 항상성(homeostasis), 생식(reproduction), 적응(adaptation)을 특징으로 하는 생명체는 어떻게 생길 수 있었을까요? 이 책은 흥미롭지만, 궁극적인 해답은 제시하지 못합니다. 아마도 이는 천문학, 화학, 역사학, 등 모든 인간 학문의 한계일 것입니다. 아니 인간의 한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은 필연적으로 미래에 대해서도 질문합니다. 거시적으로 30~40억년 후면 태양계는 안드로메다 은하와 충돌하기 시작할 것이고, 수억 년 후면 지구의 대륙은 판구조에 의해 새롭게 재배열될 것이라 합니다(p. 412). 그 때가지 인류는 살 수 있을까요? 이질적인 유적학 설계로 생존할 수도 다른 행성에 가서 살 수도 있을까요? 작년에 보았던 영화 <프로메테우스>가 생각납니다. 인류의 기원을 밝혀낼 단서들을 찾아 우주선 ‘프로메테우스’는 떠나지만, 그들은 인류의 기원이 아니라 종말을 발견하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글쎄요. 인간의 미래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활짝 열려 있는 것입니다. 이 책 말미에 있는 옮긴이의 말이 마음에 남습니다. “빅 히스토리는 현대 사회를 이끄는 극소수의 지도자만이 가져야 할 전문지식이 아니라, 현대 사회에 사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도덕 지식이다”(p. 424). 빅 히스토리는 독자에게 ‘인류의 미래를 위해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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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커피기행 1 - 고대 문명과 예술을 찾아 떠난 세계 커피기행 1
최재영 글.사진 / 북스타(Bookstar)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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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하면 사족을 쓰지 못하는 나에게 「세계 커피 기행」1, 2 권은 하루 일과를 마친 저녁 시간 좋은 가을 친구가 되어 주었습니다. 작가는 20여년 공무원 생활을 하고 난 뒤 무려 15년 동안 54개국을 여행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각 나라에서 직접 겪은 문화와 커피에 관해서 세련되지는 않지만 정감 있게 묘사합니다. 전문 작가가 아니라서 글이 유려하지는 않았지만, 본인이 직접 발로 체험한 것들을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어서 오히려 커피 향기가 솔솔 묻어나옵니다. 사진도 직접 찍고, 그림도 직접 그렸다니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수채화는 수준급이고, 커피에 관한 소개는 이미 전문가 수준인 듯합니다. 정원사에 의해 가꿔져 핀 꽃만이 향기가 절정이고 모양이 최고인 것은 아니죠. 그보다 들꽃의 절박한 어여쁨이 더 가슴을 벅차게 한다는 사실을 아는 이라면 이 책이 주는 대리만족의 행복감을 느낄 것입니다.

  커피 기행답게 커피의 고향 에티오피아에서 시작해서 이집트, 터키를 거쳐 유럽으로 간 1권은 각 나라의 고유한 커피 문화 이야기를 꽃피워 올립니다. 비엔나에서 맛본 실망스런 비엔나 커피, 카운터 앞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시면 테라스에 앉아 마시는 것보다 엄청 싸다는 이탈리아 커피점, 걸죽하고 찐한 모르코 커피, 스위스의 쉬납스 커피, 등. 글과 사진으로는 도저히 상상이 되는 않는군요. 그래도 1장 뒤편에 있는 ‘커피학 개론’과 각 장 여기저기에 있는 ‘카페 팁(cafe tip)’은 커피에 관해 다양한 읽을거리를 제공합니다. 이런 것들이 없다면 이 책의 제목이 무색할 뻔 했습니다.

  2권은 1권에서 다 다루지 못한 유럽의 프랑스와 독일을 거쳐 러시아와 아시아로 넘어 옵니다. 아시아와 북미, 중남미의 커피 기행을 읽으면서 이제 커피는 세계인 모두를 사로잡았음을 느낍니다. 이전에 BookStar에서 출판한 「신의 커피」를 읽으면서 커피의 세계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는데, 이 책의 저자도 그 책을 읽었다고 하네요. 저자가 한없이 부러워지는군요. 사진, 그림에 일가견이 있는 저자는 세계 커피의 경험과 세계 문화 예술의 체험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네요. 저자가 한 없이 부럽습니다. 그 마음 저자의 글 솜씨를 따라 딱 두 글자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하하.” 이 책, 세계 여행을 꿈꾸는 자들을 미치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하하.” 나도 떠나고 싶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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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가 잃어버린 주기도문
김형국 지음 / 죠이북스(죠이선교회)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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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교회가 잃어버린 주기도문」, 제목이 매우 도발적입니다. 그러나 날카롭고 분명한 지적입니다. 한국교회는 주기도문을 잃어버렸습니다. 주기도문은 공동체의 기도이며 하나님 나라를 소망하며 드리는 기도입니다. 그러나 한국 교회는 온통 자신의 욕망만을 채우기 원하는 이기적 기도만을 드리고 있습니다. 누군가 기도하는 기도의 내용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며 어떤 믿음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지요. 한국교회는 주기도문을 달달 외워 항상 기도하지만, 주기도문의 정신과 가치는 이미 놓쳐버리고 말았습니다. 주기도문은 예배를 마치는 형식적인 기도로 전락했습니다. 수많은 교회의 기도회(새벽기도, 금요기도회, 등)와 공식 예배의 대표기도를 들어보면 온통 물질의 부요함과 육체의 건강, 세속적 성공, 그리고 교회의 외적 성장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저자 김형국 목사는 한국교회가 주기도문의 의미와 그 정신을 제대로 배우고 그 정신에 따라 주기도문을 드린다면 회복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주기도문 설교집을 내놓았습니다.

  “1장, 우리, 하나님 나라 백성”과 “2장 하나님 나라 백성의 기도”는 산상수훈 안에서 주기도문의 위치를 확인하면서 주기도문이 ‘하나님의 백성’만이 드릴 수 있는 기도임을 분명히 합니다. 산상수훈대로 살아야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하나님의 백성이기에 산상수훈대로 살 수 있습니다. 주기도문은 “하나님 자신을 구하는 기도이며 인격적인 기도로서, 하나님이 묻고 내가 답하는 기도”(pp. 64~72)라고 했습니다.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주기도문이 담대한 기도인 이유는 하나님의 관점에서 기도자 자신이 바뀌길 원하는 기도이기 때문입니다. 3장부터 10장까지는 주기도문의 단어와 문구 하나하나를 하나님 나라의 관점에서 매우 꼼꼼히 살펴봅니다. 너무 자세해서 독자들이 논점을 놓치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 책이 시리즈로 주기도문을 설교한 것임을 감안한다면 어쩔 수 없으며 분명 필요한 것입니다.

  본래 주기도문은 간략한 언어로 되어 있습니다. 예수님은 이 기도문을 가르치면서 제자들에게 무엇을 기대하셨을까요? 주기도문의 단어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를 잘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기보다 주기도문의 정신으로 무장하고 변화되어 주기도문대로 살아내는 그리스도인들이 되길 원하셨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 마지막에 있는 “주기도문으로 드리는 기도의 예”(pp. 342~347)는 주기도문의 가르침과 의미를 각인시키고, 주기도문을 실제 날마다 드리는 우리의 기도로 승화시킬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주기도문을 ‘나 자신을 위한 기도’, ‘내가 속한 교회를 위한 기도’, ‘한국교회를 위한 기도’로 풀어 놓은 것은 참신했습니다. 그리고 “주기도문으로 기도하기”(pp. 350~363)에 나오는 질문들은 자세한 설명으로 흐트러진 주기도의 의미들을 정리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이 책을 읽으며 나 자신이 주기도문을 잃어버린 짝퉁 그리스도인으로 살고 있지는 않은지 뼈아프게 도전받았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기도합니다. “주님, 저에게도 기도를 가르쳐주십시오. 제가 주기도문으로 기도할 때, 나의 생각과 마음을 바꾸어 주십시오. 하나님 나라의 백성답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며 살게 하소서. 나의 삶을 통해 주의 이름이 높아지고 주님 뜻이 온전히 드러나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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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집
박완서 지음, 이철원 그림 / 열림원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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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故) 박완서 작가의 수필집 「노란집」은 2000년대 초반부터 아치울 노란집에서 쓴 글들을 그의 딸 호원숙 씨가 묶어 2013년 8월 열림원에서 출간한 따끈따끈한 책입니다. 올 추석 명절 휴가 기간 중 읽었습니다. 정말 추석 명절에 읽기에 제격이지 싶습니다. 이미 작고(作故)하신 부모님들이 많이 생각났습니다. 나의 부모님은 일제 강점기에 결혼하셨고, 만주에 사시다가 해방을 맞이하셨습니다. 오직 어머니하고 단 둘이 월남하신 아버지는 육이오 전쟁에 참전하시어 부상까지 당하셨죠. 어머니는 생전에 자주 말씀하셨습니다. “야야, 내 고생한 이야기를 쓰면 소설책 몇 권은 나오겠다.”

  노부부의 삶을 짧은 소설 형식으로 쓴 <그들만의 사랑법>을 읽는 내내, 영감님과 마나님은 바로 나의 어버지와 어머니의 모습이었습니다. 늘 배고팠던 잔인한 계절, 그 봄의 기운은 노부부에게 젊은 날을 기억하게 하고, 현재를 살아가게 하는 힘입니다. 나이 들어 눈귀 어두워 서로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해도 그 분들은 여전히 사랑하고 있으며, 희망으로 서로를 일으켜 세웁니다. “지금 노부부를 소통시키고 있는 건 말이 아니라 봄기운인 것을”(p. 17). 부모님 살아생전 서로에게 먼저 죽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머니는 당신 손으로 아버지의 마지막을 지키고 싶으셨지요. 하지만 어머니가 먼저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삼 년 되는 해 어머니 곁으로 가셨습니다. 추석 성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한 여름 낮의 꿈’에 나오는 내용이 마음에 아른 거렸습니다. “부엌 쪽에서 마나님이 설거지하는 소리가 점점 아득해진다. 마지막 날까지 저 소리를 들을 수 있었으면, 죽음도 이렇게 달콤하게 왔으면, 그러면서도 그에게 가장 익숙한 생활음, 그릇 달그락대는 소리에 안타깝게 매달리다가 마침내 스르르 놓아버린다.”(pp. 54~55).

  행복이란 무엇일까요? 어떻게 살아야 잘 살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삶은 때로 고단하고 누추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책에 묘사된 것처럼 아주 하찮은 것에서 큰 기쁨을 발견하고, 초라한 것에서도 오묘하고 위대한 그 무엇을 발견하며 사는 삶이 좋은 삶 아닐까요? 이 책을 읽으며 삶의 잔잔한 행복들을 느낍니다. 나의 부모 세대가 지난한 삶 속에서도 가족 사랑과 자연 사랑으로 희망을 놓지 않았듯, 나도 고단한 삶 가운데도 스스로를 위로하고 또 위로받으며 나 자신의 삶을 사랑하며 살아야겠습니다.

  이 책 곳곳에 담겨있는 이철원 화가의 그림들이 참 정감 넘칩니다. 박완서 작가의 글과 어쩜 이다지도 잘 어울릴 수 있을까요? 박완서 작가의 글은 봄기운처럼 따사롭고 봄꽃처럼 향기롭습니다. ‘황홀한 만남’에서 작가는 이렇게 씁니다. “상사초가 피어난 건 저 달빛을 만나고저 함이었구나, 떨리는 마음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 삶은 누추하기도 하고 오묘한 것이기도 하여 살다 보면 아주 하찮은 것에서 큰 기쁨, 이 세상에 태어나길 참 잘했다 싶은 순간과 만나질 때도 있는 것이다”(pp. 270~272). “이 세상에 태어나길 참 잘했다.” 이 문장이 나의 마음에 계속 메아리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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