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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탄잘리
라빈드라나드 타고르 지음, 류시화 옮김 / 무소의뿔 / 2017년 11월
평점 :
타고르의 <기탄잘리>는 신에게 바치는 송가(頌歌)이며 우파니샤드의 범아일여(梵我一如) 사상이 담겨있다. 타고르는 한국을 ‘고요한 아침의 나라, 동방의 등불’이라고 말했다. 이 정도 내용을 고등학교 문학시간에 선생님으로부터 배웠다. 그러나 그의 시를 직접 접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번 류시화가 옮긴 <기탄잘리>는 여러 면에서 나같은 독자에게 큰 유익을 준다.
무엇보다도 유명한 ‘타고르의 전기들’과 타고르의 자전적 수필을 기초로 엮은 ‘타고르의 생애와 문학’(pp.156~251)은 <기탄잘리>를 이해하고 느끼는 데 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위대한 시인 타고르의 진면목을 잘 보여준다. 또한 곳곳에 있는 타고르의 20대 사진들과 60대, 70대의 사진, 부인과 찍은 사진, 아이들과 찍은 사진, 간디와 찍은 사진, 그의 장례식 사진은 타고르를 가깝게 느끼게 해 준다. 타고르가 직접 그린 그림들이 참 마음에 든다. 자화상(p. 220)은 그의 내면을 잘 표현했다. 이 글을 통해 타고르가 시인을 넘어 극작가, 화가, 음악가, 사상가, 교육자였음을 알게 되었다.
‘타고르의 생애와 문학’을 읽고 난 뒤 ‘기탄잘리’를 읽으니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감흥을 느낄 수 있었다. 기탄잘리에 실린 시의 배경을 잘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내를 잃고 난 뒤 슬픔을 담은 시(詩), ‘기탄잘리 87’에 이런 표현이 나온다. “그녀를 찾다가 나는 당신의 문 앞까지 왔습니다. … 나는 지금 영원의 가장자리에 와 있습니다.” 시인은 사랑하는 이와의 사별로 인한 슬픔을 신을 만나는 기회로, 삶과 죽음을 넘어 완전한 우주 안에 하나 됨을 추구하는 기회로 삼았다. 죽음과 상실로 괴로운 ‘나’는 내 마음 깊숙이 자리 잡은 ‘님’에게 돌아가길 원한다. 그는 ‘기탄잘리’에서 진솔한 언어로 삶과 죽음, 기쁨과 슬픔을 노래한다. 그는 시를 통해 삶의 사명과 의미를 이야기 한다. “나의 일생이 다만 소박하고 곧은 것이 되게 하소서. 당신이 음악으로 가득 채우는 갈대 피리와 같이”(기탄잘리 7). 시인은 스스로 말했듯, 자신의 갈대를 가지고 세상의 조용한 한 구석에서 피리를 부는 자였다.
‘기탄잘리’ 곳곳에 실려 있는 그림들은 타고르의 시를 더욱 정서적으로 아름답게 만든다. 이 책 뒷부분에 실려있는 기탄잘리 영문(pp. 256~301)을 읽어보면 류시화가 번역한 기탄잘리(pp. 10~141)가 류시화만의 독특한 문학적 철학적 감성을 잘 담아내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아쉬운 점은, 한글 번역 아래 영문을 실어 놓아 비교하기 쉽게 편집했으면 더 좋았으리라. 어쨌든 인도인들이 라빈드라나트 타고르의 시를 읽으면 세상의 온갖 괴로움을 잊게 된다고 고백한다니, 타고르는 분명 세계의 위대한 시인이기에 충분하다. 나도 힘들고 지칠 때 타고르의 시를 집어 읽어보겠다. 인도인들과 같은 정서를 가지고 있지 않아 다 이해가지는 못하겠지만 나름 큰 즐거움을 줄 것이다. 세계의 바닷가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처럼, 헤엄칠 줄도 모르고, 그물을 던질 줄 모르고, 진주를 캐내지 않아도, 타고르 시의 바다에서 웃으며 놀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