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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답게 나답게
안셀름 그륀.안드레아 라슨 지음, 안미라 옮김 / 챕터하우스 / 2021년 3월
평점 :
나는 개신교도이지만 안셀름 그륀 신부님의 글을 무척이나 좋아해서 열 권 가까이 읽었습니다. 그분의 글은 마음의 평안과 삶의 용기를 북돋고, 삶과 영성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줍니다. 이 책 <너답게 나답게>는 신부님과 조카 안드레아 라슨이 주고받은 편지의 내용을 기록한 것입니다. 명성 있는 수도사와 평범한 가정의 아기 엄마가 나누는 대화이니, 일상의 삶과 관련된 소소한 이야기들이 많으리라 생각하며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왠 걸요! 의외로 삶의 묵직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첫 번째 챕터, ‘일상 속 경험들’에서부터 ‘소명과 자기 발견’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눕니다. 삶에서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완벽한 결정은 없다는 신부님의 충고가 인상적입니다. “한 길을 선택했다면, 다른 길을 가지 못한 것에 대해 의식적으로 안타까워해야 하는 거란다. … 안타까움을 통해 내 영혼의 가장 깊은 곳에 도달하게 되면 진정한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p. 34). 세 번째 챕터, ‘풍요로운 삶’에서도 지혜를 얻었습니다. “주어진 기회를 모두 다 잡으려는 사람은 모든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놓쳐 버리게 될 것이다 … 기쁨이 있으면 슬픔도 있고, 희열이 있으면 비참함도 있는 법이다. 서로 상반된 감정을 모두 허용하는 사람만이 편안해지고, 진정한 기쁨과 자유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p. 63). 그렇습니다. 풍요로운 삶은 단지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감정도 느끼며, 사람끼리 주고받는 것도 적당한 균형을 이루는 것입니다. 삶을 바라보는 따뜻하고 넓은 마음의 소유자 신부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이런 인격과 믿음을 이루고 싶은 열망이 저절로 생겨납니다. 계속해서 조화로운 삶, 성공과 명예욕, 돈과 소유와 노동,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눕니다. 몰아(沒我)와 자기 발견, 온전히 나답게 존재하는 것, 생명력, 하느님 상(像), 등에 대한 내용도 흥미롭습니다.
신부님은 영성의 길을 찾겠다고 하는 사람은 결코 말리지 않지만, 그에게 질문을 던지며 토론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당신이 찾는 것은 무엇인지? 당신과 당신의 자아에만 유익한 영성을 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보다 더 큰 존재, 즉 하느님에게 자신을 내어드리고 그분의 음성을 듣기 위해 그분을 향해 나아갈 준비는 되어 있는지?”(p. 181)를 묻겠다는 것입니다. 동감합니다. 영성의 궁극적인 목적은 내가 변화하는 것이며, 나와 하나님을 발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삶에는 많은 모순과 역설이 존재합니다. 조카의 고백처럼, “우리의 삶은 흑백논리로 설명되지 않는 것이 많습니다”(p. 270). 다 이해하지 못하니 겸손히 불완전한 자신을 인정할 때, 삶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거기에서부터 감사, 희망, 믿음, 생명력, 등이 생겨나는 것은 아닐까요? 책 표지에 있는 신부님과 조카가 마주 보고 웃는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나는 너무 바쁘고 조급하게 살고 있지는 않은지, 내 얼굴에는 웃음과 평온함이 사라진 것은 아닌지 돌아봅니다. 일상의 반복되는 삶에 지친 분들, 나는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시는 분, 모두 이 책을 읽어보세요. 삶의 지혜와 용기가 생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