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
아모스 오즈 지음, 최창모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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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아모스 오즈의 <광신자 치유>(세종서적, 2017)를 읽고 크게 감명받았습니다. 유대인인 그는 팔레스타인과 평화로운 공존을 주장해서 이스라엘에서 배신자라는 비난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비난에도 굴하지 않고 그는 샬롬 아흐샤브(Peace Now)’를 결성하고 평화운동가로 활동했습니다. 그는 다양한 소설 작품에서 관용과 다양성, 광신주의와 폭력의 배격, 타자와의 소통과 평화라는 주제를 심도 있게 다루어 독자들의 찬사를 받았습니다. 그는 괴테 문학상, 프란츠카프카 상, 톨스토이 문학상, 박경리 문학상까지 휩쓸었고 노벨문학상 후보자에 올랐습니다. 이런 작가의 명성에 대해 익히 알고 있었기에 이번에 현대문학에서 펴낸 그의 마지막 소설 <유다>를 펴들었을 때, 크게 설레었습니다. 이 책의 번역자 최창모 교수는 이미 오즈의 작품을 몇 권 번역했고, 개인적으로도 아모스 오즈를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런 분의 번역으로 나온 <유다>에 당연히 기대가 컸고, 이 작품은 그런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대학에서 예수와 가룟 유다에 관한 연구를 하던 스물다섯 살의 청년 슈무엘 아쉬는 애인을 다른 남자에게 빼앗긴 뒤 학업을 포기하고 일자리를 구했습니다. 그것은 괴팍한 노인 게르숌 발드의 말동무가 되어 주는 일이었습니다. 슈무엘은 게르숌 발드와 베일에 싸인 그의 며느리 아탈리야 아브라바넬과 삼 개월을 함께 살아갑니다. 이 작품은 삼 개월간 이 세 사람의 모습과 대화와 생각을 사색적인 문체로 긴장감 넘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 소설에서는 예수에 대한 가룟 유다의 배신과 현대 이스라엘 건국 과정에서 숨겨진 다비드 벤구리온에 대한 쉐알티엘 아브라바넬의 배신이 중첩됩니다. 이상주의자이며 사회주의자인 청년 슈무엘과 현실주의자이며 민족주의자인 노인 발드 사이의 대화는 팽팽한 갈등으로 곧 깨질 것같지만 아슬아슬하게 평행을 그리며 나갑니다. 슈무엘과 아탈리야의 관계에서는 인간의 사랑과 욕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슈무엘은 그들과의 기이한 동거를 끝내고 남쪽 사막으로 갑니다. 이 소설은 슈무엘이 자기 자신에게 물었다”(p. 456)라는 문장으로 끝을 맺습니다. 무슨 물음이었을까요? “유대인들이 대대로 나사렛 예수를 어떻게 보아 왔느냐? 유다는 그를 어떻게 보았는가? 이런 주제가 단 한 사람에게라도 어떤 유용성이 있을까?”(p. 447). 인생의 문제는 얼기설기 얽혀있습니다. 충성과 배신, 사랑과 미움이 서로 반대편에 서 있는 것만은 아닙니다. 미움과 배신은 진정한 사랑과 충성의 또 다른 모습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 질문은 철 이른 무화과나무에서 열매를 구한 것과 같은 것일까요? 아모스 오즈의 문제작, <유다>! 꼭 읽어 보세요. 실망하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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