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기도가 될 때 - 수도원에서 띄우는 빛과 영성의 그림 이야기
장요세파 수녀 지음 / 파람북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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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장요세파는 기도와 독서, 그리고 노동으로 수도하는 트라피스트 봉쇄수녀원의 수녀입니다. 그녀는 그림을 통해 성서를 묵상하고 기도하며, 그것을 책으로 펴냈습니다. 머리글에서 밝혔듯, 그녀는 화가의 삶과 작품을 통해 영원을 향한 창문이 열려 있음을 경험했습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모든 화가의 그림을 섭렵하려고 한 것은 아닙니다. 탐미적 성향의 작품과 파괴적이고 폭력적인 작품은 길가는 행인처럼 스쳐 갈 뿐입니다. 반면에 생명, 용서, 사랑과 같은 것을 드러낸 작품, 인간의 내면과 종교적인 것을 표현한 작품들에는 강한 끌림이 있어 그것에 집중했다고 합니다. 이 책에 소개된 약 50여 편의 그림들과 이에 대한 저자의 글은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며 신을 향해 마음의 문을 열게 합니다.

특히 렘브란트 반 레인의 작품들과 조르주 루오의 작품들, 그리고 최종태 작가의 조각들을 많이 소개합니다. 이런 작품들과 관련된 작가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신과 인간의 본질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예를 들어. 작가는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를 두 번이나 이야기합니다. 한번은 이 그림의 아버지의 손과 얼굴에 집중하면서 신의 사랑의 양면성을 묵상합니다. 또 한번은 인간을 대하는 신의 계산법, 즉 인간을 한없이 용서하고 품어주시는 마음을 시로 표현했습니다. 나는 특히 조르주 루오의 작품과 이에 대한 작가의 글에 끌렸습니다. <성안(聖顔)>의 예수는 머리에 가시관을 쓰고 있지만 환한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예수는 고통을 당하면서 타인의 아픔을 이해하고 상처를 보듬어주는 상처 입은 치유자입니다. 그녀는 <그리스도의 얼굴>에서 깊은 고요 속으로 사람을 인도하는 가난한 자 예수를 발견합니다. <트리오>에 묘사된 세 병의 광대의 얼굴에서 수난받는 그리스도와 일상의 굴레를 벗어난 자유로운 인간, 평화로운 참사람의 얼굴을 봅니다. <성녀 베로니카>에서도 그리스도의 참된 얼굴인 참된 인간을, <피고인>에서는 가난한 이를 짓밟고 그들의 생명을 부수고 있는 자들을 생각합니다. 곳곳에 실려 있는 수녀의 시 또한 잔잔한 울림을 줍니다.

이렇게 수녀의 그림 묵상은 영혼을 정결하게 하는 기도이며 신의 은총을 보여주는 빛이 됩니다. 삶에 지치고 회의에 빠질 때, 기도하고 싶어도 기도의 자리에 선뜻 다가가지 못할 때, 이 책을 펼쳐 들어 보세요. 마음은 겸허해져 신으로 향하는 여정을 떠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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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주의 - 일렁이는 색채, 순간의 빛 해시태그 아트북
헤일리 에드워즈 뒤자르댕 지음, 서희정 옮김 / 미술문화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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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주의 화가의 주요 작품들을 한 권으로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큰 기쁨입니다. 책 앞부분에는 인상주의 시대의 시작을 간략하면서도 분명하게 설명합니다. 튜브 물감의 발명으로 인한 손쉬운 야외 작업, 시시각각 변하는 색감, , 미세한 순간의 포착, 유연해진 붓질, 즉흥적이고 생기가 넘치는 화폭, ! 어쩌면 이렇게 감각적이면서 선명하게 인상주의를 설명해 놓았는지,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이 책 표지에 적혀 있는 부제 또한 마음에 듭니다. ‘일렁이는 색채, 순간의 빛’! 인상주의의 특징을 이보다 더 간단명료하게 보여주는 문구는 없을 것입니다.

저자는 첫 작품으로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 식사>를 소개합니다. 당시 관람자들은 작품에서 벗은 여성을 보는 것은 익숙했지만, 이 작품의 벗은 여성에게는 신화적 의미가 담겨있지 않아 관람자의 관음증을 자극합니다. 이는 아카데미의 미술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입니다. 특히 벗은 여인의 시선이 당돌하게 관람자를 향해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그 시선은 우리에게 직시하라고, 위선을 떨치고 마네가 들려주는 현실을 당황하지 말고 받아들이라고 요구한다”(p. 16)고 설명합니다.

저자는 꼭 보아야 할 작품들예상치 못했던 그림들로 구별하여 사십여 가지 작품을 보여줍니다. 마네, 모네, 드가, 카유보트, 르누아르, 피사로, 쇠라, 세잔, 고갱, 고흐, 등과 같이 이름만 들어도 떠오르는 작품들 뿐 아니라, 모리조, 용킨트, 기용맹, 니티스, 포랭, 체이스, 커샛, 소로야, 등과 같이 생소한 화가의 작품도 소개합니다. 아무래도 인상주의의 진면목을 보여준 모네의 작품이 가장 많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인상, 해돋이>, <건초더미, 눈과 태양의 효과>, <햇빛을 받은 루앙 대성당, 서쪽 외관>, <헌던 국회의사당, 안개를 통해 빛나는 태양>, <푸른 수련> , 빛에 의해 표현되는 다양한 인상을 보여줍니다. ‘인상주의하면 누구나 모네를 제일 먼저 떠올릴 것이지만,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을 딱 하나(pp. 84~85) 소개한 것은 아쉽습니다. 그래도 색인바로 앞에 그의 작품 <나무와 수풀>을 부분 확대하여 두 페이지에 걸쳐 실어 놓았는데, 너무나 강렬하고 아름다워 한참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매력적인 미술책입니다. 누군가에게 인상주의를 소개한다면, 이 책을 건네주겠습니다. 출판사 미술문화해시태그 아트북 시리즈에 관심이 갑니다. 이미 출간된 <검정: 금욕과 관능의 미술사><마녀: 유혹과 저주의 미술사>를 보고 싶군요. 출간 예정인 <>, <악마>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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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롬! 기초 히브리어 - 이스라엘 언어와 문화를 한 권에 쏙! 샬롬! 히브리어
임채의 지음, 이나현 감수 / 시원스쿨닷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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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구약성경 연구를 위해 기초 히브리어를 공부해서 히브리어에 익숙합니다. 히브리어를 읽을 수 있고, 명사와 동사의 기본형들과 변화는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고대 히브리어에는 익숙하지만, 현대 히브리어는 접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접했을 때, 강한 끌림이 있었습니다. 구어체 현대 히브리어를 공부하는 일은 나에게 새로운 도전이며 즐거움입니다.


이 책은 히브리어 알파벳과 모음, 그리고 대명사를 서론에 실어놓아서 초보자들도 독학하기 좋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책 표지에 있는 QR코드를 따라 들어가 보니 이나현 선생님의 히브리어 알파벳 쓰기 영상이 준비중이라고만 뜨고 열리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어쨌든 나는 이미 숙지하고 있으니, 패스! 앞부분은 대명사와 인칭대명사, 형용사 등을 이용해 현재형 문장을 만드는 연습을 합니다. 성서 히브리어를 공부할 때보다 쉽고 재미있습니다. 복잡한 문법 설명 대신 회화에서 곧장 사용할 수 있는 문장들을 확인하고 연습하니 내용이 쏙쏙 들어오네요. 또 각 Part 뒤에는 쉬어가기가 있어 이스라엘에 관한 여러 문화와 상식들을 알려주어 독자의 흥미를 자극합니다. 표지 날개에 QR코드가 있어 따라가 보니, 저자의 <샘플 강의>를 만났습니다. 이 책이 아니라 <히브리어 왕초보 탈출 1, 2, 3>에 대한 광고성 오리엔테이션과 맛보기 정도의 강의만 들을 수 있네요. 그래도 무료강의안에 알파벳과 이름, 과일 채소, 국가 도시, 종교, 장녀 사물, 숫자 관련 단어들과 다양한 문장을 듣고 따라 할 수 있게 되어 있어서 초보자들에게는 크게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이 듭니다. 이미 히브리어를 알고 있지만 홀로 공부해서 발음에 자신 없는 분들은 정확한 발음을 확인할 수 있어서 좋을 것입니다.


이 책, 체계적으로 잘 구성되어 있습니다. 기본적인 문장 형태와 실생활 회화를 익히게 해주며 꼼꼼하게 복습하고 확인시켜 줍니다. 현대 히브리어 회화책이 거의 없는 한국 상황에서 정말 훌륭한 교재가 나왔네요. 고대 히브리어를 배운 분들, 이 책을 가지고 히브리어 회화에 도전해 보세요. 반대로 앞으로 고대 성서 히브리어를 배울 분들이 이 책으로 먼저 현대 히브리어 회화를 맛보면, 성서 히브리어를 배울 때 쉽게 따라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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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인문학이 되는 시간 : 사상·유적편 문화가 인문학이 되는 시간
플로랑스 브론스타인.장프랑수아 페팽 지음, 조은미.권지현 옮김 / 북스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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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를 사상과 유적으로 살펴보는 일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책 전체를 한번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인류 역사를 고대, 중세, 근대, 현대로 나누어 각 시대의 사상과 유적을 소개합니다. 시대를 이렇게 구분한 근거도 각 편 앞에 분명히 제시해 놓았습니다. 고대는 인류 최초 문자가 출현한 기원전 4,000년경부터 서로마 제국의 멸망까지, 중세는 서로마 제국의 멸망에서 동로마 제국의 최후라 할 수 있는 콘스탄티노플리스의 멸망까지, 근대는 중세 말에서 계몽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프랑스 대혁명 때까지, 현대는 프랑스 혁명 때부터 오늘날까지로 구분합니다. 이런 친절한 설명이 있는 인문학책은 독자에게 많은 교양을 쌓게 해 줍니다. 이 책은 주한프랑스문화원 세종출판번역지원프로그램의 도움으로 출간되었군요. 그래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색다른 편집이었습니다.


고대 사상에서는 동서양의 여러 종교뿐 아니라 철학 학파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간략하지만 핵심 정보가 잘 담겨 있습니다. 중세 사상에서 궁정풍 연애를 제일 먼저 소개한 것과 근대 사상에서 프리메이슨소개한 것은 의외였기에 그만큼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현대사상에서 아날학파아르 앵코에랑그리고 하스카라 운동에 대해 새롭게 배웠습니다. 이런 사상들을 파악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세상과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들이 얼마나 다양한지를 알 수 있습니다. 관련된 유적들을 살펴보면, 사상 편에서 소개한 많은 종교와 철학과 사상을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습니다. 유적은 인류의 자취요 역사의 지문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는 85개 이상의 유적들을 소개하고 설명합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유적 사진이 기대한 만큼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머리에 잘 그려지지 않아 일일이 인터넷에서 찾아보고서야 아 이런 것이구나하고 연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 책 제목 그대로 문화가 인문학이 되는 시간을 갖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책, 교양 지식의 보물창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 전체를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목차를 보면서 관심 분야의 글을 읽어도 되고, 호기심이 발동하는 분야를 읽어도 됩니다. 모든 것들을 쉽고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참신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폭넓은 인문학적 교양을 쌓고 싶다면 이 책이 제격입니다. 교양인이 되길 원하는 자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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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란 무엇인가 -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까지, 분노를 해석하는 12가지 담론,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바버라 H. 로젠와인 지음, 석기용 옮김 / 타인의사유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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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 나는 분노를 매우 단편적으로만 생각했습니다. 내가 누군가에 혹은 무엇인가에 분노하고 있다면 스스로 이성을 잃고 있다고 판단하고 분노를 가라앉히려고만 했습니다. 또 쉽게 화내는 사람을 상종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분노에 대한 이런 편협한 생각을 버리고 좀 더 넓고 깊은 관점에서 분노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 바버라 로젠와인은 우리가 아주 많은 감정과 행동에 분노라는 딱지를 붙임으로써 매우 복잡한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한다고 지적합니다. 그녀는 어린 시절 소파 뒤에서 인형을 두들겨 패곤 했는데, 그것을 본 어머니가 손님에게 저 아이 안에는 분노가 많이 들어 있어요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저자가 어린 시절 인형에게 행했던 분노는 어떤 감정에서 또는 어떤 상태나 상황에서 나온 행동이었을까요? 저자는 Part 1에서 분노를 부정적으로 보는 담론들을 소개합니다. 불교는 분노를 버리라고, 스토아주의는 분노를 억누르라고 가르칩니다. 그리고 스토아주의의 이런 가르침은 프로테스탄트 종교 사상 속에 흘러 들어갔고, 마사 누수바움과 같은 신스토아주의자들에게 이어졌습니다. 한편 Part 2에서는 악덕과 미덕 사이에 위치한 분노를 제시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당한 경우에는 미덕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중세 기독교에서도 신의 의지가 반영된 정당한 분노, 의로운 분노가 있음을 가르쳤죠. 이렇게 분노를 정당하고 생산적인 것으로 바라보는 관점은 근대 세계에서 힘찬 미래를 맞이하게 됩니다. 한편, 저자는 정당하거나 고결한 분노가 아니라 할지라도 주의를 기울이고 이해나 관심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이 책은 Part 3에서 자연스러운 분노에 대해 말합니다. 수많은 분노의 감정과 행동은 모두 같은 것이 아닙니다. 분노마다 각자의 기원과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죠.


이 책을 통해 분노의 다양성과 분노의 도덕성에 대해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산다는 것은 저마다 다양한 분노를 지니게 됨을 의미합니다. 내가 분노할 때 그 분노가 항상 정당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하며, 동시에 타인이 분노할 때 그 분노를 쉽게 넘겨짚지 말고 이해하려고 해야 합니다. ‘역자 후기마지막에 누가 화낸다고 그저 화만 내지 말고”(p. 283)라는 표현이 이 책의 논지를 잘 말해 주고 있는 듯합니다. 분노를 단편적으로 취급해 획일적인 해석을 내리지 말고,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이해하려고 할 때 바람직한 인간관계나 사회관계를 이루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은 나의 편협한 생각의 틀을 여지없이 깨뜨린 도끼같은 책입니다. 모든 독서인에게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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