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함이 없는 이야기 - 장경철, 민혜숙의 묵상과 시
장경철.민혜숙 지음 / 더드림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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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지혜롭게 살기위해 거창한 철학적 담론이 아니라 삶의 작은 지혜들을 묵상하고 간결한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 책은 일상의 평범한 나날들을 기독교 가치관으로 들여다보고 그 의미들을 잘 드러내 보여준다.

 

아침에 대해 저자는 질문한다. 성경은 왜 하루의 시작을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라고 표현했을까? 하나님은 노예상인처럼 우리에게 일거리부터 주시는 분이 아니시다. 저녁의 쉼부터 주신다. 따라서 아침은 언제나 좋은 아침이다. 이 글을 읽으며 나의 아침을 돌아본다. 침대에서 게으름을 피우다 피곤한 몸을 간신히 가누고 일어나면 무엇이든지 후다닥 해 치운다. 칫솔질과 세수도 후다닥, 화장실의 볼일도 후다닥, 아침밥은 먹는 둥 마는 둥 후다닥, 새로울 것 없는 쳇바퀴 도는 하루의 삶이 이렇게 시작한다. 작가의 말이 마음에 다가온다. “시간은 시간에 의해서 새롭게 되지 않는다. 시간은 오직 은혜에 의하여 새롭게 된다”(p. 21). 아침에 깨어 하루를 맞이하는 첫 순간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순간을 느끼고 누릴 수는 없을까? 민혜숙의 시(詩)가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이 아침 / 참 행복합니다 / 모든 것이 다 있어서가 아닙니다. / 아직도 내 안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고 / 밖에는 수고해야 할 많은 일들이 있지만 / 그래서 더 행복합니다. / 주님 안에서 / 내 한날의 축복을 넉넉히 받아 / 어제의 행복으로 오늘의 감사를 열고, / 내일의 소망으로 오늘의 기쁨을 누립니다”(p. 44). 일단, 하루의 시작을 시간적으로 여유 있게 해야 한다. 나는 게으름 피지 않고 7분만 먼저 일어나기를 다짐한다. 왜 7분이냐고? 그냥 기분 좋은 숫자이니까. 진실한 크리스천들은 아침의 첫 시간을 하나님과 교제하는 데 쓴다는데, 나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세수를 하며 하나님을 느껴보고 싶다. 천천히 아침을 들면서 하루를 주심에 하나님께 감사하고 싶다.

 

이 책은 소소한 삶의 모습과 하나님과 믿음에 대한 작은 생각들을 여섯 꼭지로 묶었다. 길에서 누리는 행복, 함께하는 삶의 능력, 등등. 하지만 그렇게 일관성 있는 묶음은 아닌 듯하다. 어쨌든 책상 옆에 놓아두었다가 아무 데나 펴서 부담 없이 읽기 좋은 책이다. 책 곳곳에 그려져 있는 김유하의 꽃 그림이 책의 내용을 친근하게 만든다. 그리고 책 곳곳에 배어있는 장경철의 유머가 슬며시 웃음 짓게 한다. 더 이상 남자를 만나고 싶지 않다는 여학생에게 장 교수는 위로한다. “아니다. 네가 만나 세 사람만 나쁜 사람이다. 네가 다음에 만날 사람들 가운데 하나님이 너를 위해서 예비해 둔 사람이 있단다. {이 말을 하기는 어렵지만) 그동안 너도 나쁜 사람이지 않았느냐?”(p. 35). 크크! 웃음이 절로 난다. 그렇다. 사람은 누구나 만남 속에서 다듬어진다.

 

장경철 교수 부부는 삶을 따뜻한 시각으로 바라본다. 모든 것이 은혜요, 감사할 일이며, 사랑할 일이다. 책 제목 <다함이 없는 이야기>는 소소한 일상의 삶 속에 하나님의 은혜가 얼마나 가득한지 잘 보여준다. 하나님의 사랑과 은총으로 이루어지는 우리네 인생은 그 자체로 다함이 없는 이야기 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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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통 한국사 - 모든 역사를 꿰뚫는 10가지 프레임
구완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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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래간만에 한국사 책을 읽어보았다. 지금까지 읽은 역사책 중에 가장 즐겁고 의미 있는 독서였다. 이유가 무엇일까? 이전에는 시험 준비로 읽었기 때문이고 지금은 역사 그 자체에 관심을 갖고 읽었기 때문일까? 책을 읽는 동기의 차이도 중요한 이유겠지만, 무엇보다 열 가지 프레임으로 한국역사의 큰 흐름을 정리한 이 책의 구조 때문일 것이다. 이전에는 주로 정치 중심으로 역사(왕을 중심으로 한 지배층의 역사)를 정리하다보니 한 시대의 사회상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없었고, 역사는 지루한 암기과목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시대 구분을 시작으로 지배층, 피지배층, 기술과 생산력, 토지와 조세, 사회와 문화, 종교, 대외관계, 전쟁, 인물까지 열 가지 틀 속에서 한국의 역사를 관통(貫通)하고 있다. 이 프레임에 따라 각 시대를 살펴보니 그 시대의 정치와 사회 구조, 문화와 종교 등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이해하게 되었고, 단편적으로 한 시대뿐 아니라 한국 역사 전체를 통시적(通時的)으로 볼 수 있는 눈이 열렸다.

 

첫 장인 한국사의 시대 구분부터 새로웠다. 이전에는 선사시대, 고조선 시대,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 시대, 근현대 정도로 구분했었다. 그런데 이 책은 선사 시대와 초기 국가의 형성 단계에서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철기 시대가 국가 형성에 어떻게 연결되는지 한 눈에 보게 하고, 고대를 삼국시대부터 남북국 시대까지로 규정함으로써 통일신라와 발해 전체를 아우르는 시각을 가지게 한다. 조선시대도 근세와 근대 태동기, 세계사와 결합되는 근대로 나누고 있다. 확실히 시대구분의 프레임을 가지고 한국 역사를 나누니 한국 역사 전체를 생각하는 틀이 형성된다. 지배층의 프레임뿐 아니라 피지배층의 프레임으로 역사를 훑어보니 각 시대상을 더 구체적이고 균형 잡히게 볼 수 있다. 특히 경제적 관점(기술과 생산력, 토지와 조세)과 문화적 관점(사회, 문화, 종교)관점에서 한국역사를 관통해 살펴보니 어떤 역사적 필연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관통 한국사>라는 책 제목에 딱 맞는 책의 구조와 내용이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역사를 관통하기 위해 꼭 명심해야 할 내용을 형광펜 칠하듯 표시해 놓은 것이다. 또 책 좌우편에 중요한 내용들을 그 때 그 때 정리해 놓은 점도 크게 유익했다. 더욱이 한 챕터가 끝날 때 제시해 놓은 깔끔한 요약과 도표는 전체 흐름을 잡는데 큰 도움이 된다. 중고등학교의 교과서가 이랬으면 좋겠다. 그러면 학생들이 역사에 흥미를 느낄 것이고, 우리나라를 더 잘 이해하고 더 큰 자부심으로 사랑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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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쓴 인생론
박목월 지음 / 강이북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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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목월의 시(詩)는 많이 접했지만, 그의 수필은 처음이다. 이전에 시인의 아들 박동규 교수의 수필집 <내 생애 가장 따뜻한 날들>를 읽으면서 박목월 시인이 가정을 얼마나 소중히 여겼고 따뜻한 마음으로 가정의 울타리가 되어 주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이제는 시인이 직접 자신의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풀어 놓은 이 책 <밤에 쓴 인생론>을 읽게 되었다. 이 책에서 시인은 내면의 성찰을 통해 가정과 일상의 삶의 의미를 차분하게 들려준다.

 

시인은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책의 내용을 소개하면서, 천사 미카엘의 미소가 가장 의미심장하고 신비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는 자신이 고향으로 가는 길에 한 청년의 도움을 기억하고, 자신도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에게 비록 그들이 사기꾼이라 할지라도 도우려고 힘썼다고 한다. 이런 소소한 이야기를 하면서 인생에서 작은 친절과 사랑의 의미를 잔잔하게 알려준다. 그는 계속해서 톨스토이의 글을 인용한다. “미래에 있어서 사랑이란 있을 수 없다. 사랑은 오로지 현재의 활동이다. … 인간의 사랑은 하느님의 아들로서, 따라서 현재로도 인간에 대한, 모든 인간에 대한 사랑이다”(pp. 77~78).

 

시인은 또 괴테의 <미뇽의 노래>의 시구와 그가 헤어진 여인을 백발이 되어 만나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강릉 가는 기차 속에서 ‘실연(失戀)해 보신 적이 있느냐’고 묻는 여대생이 결국 자살한 것을 알고 좀 더 진지하게 대답해 주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고 고백했다. 이러 이야기를 통해 시인은 독자에게 사랑과 고독, 이별과 만남,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시인의 수필에는 시인답게 시(詩)가 많이 나온다. 김춘수 시인의 <꽃>, 괴테의 <미뇽의 노래>, 헤세의 시구와, 릴케의 시, 칼 부세의 시, 성경 고린도전서 13장의 시, 절친 조지훈 시인의 시 등. 물론 시인 자신이 쓴 시들도 많이 소개한다. ‘남도 삼백리’라는 제목의 수필에서 저 유명한 <나그네>를 다시 접했다. 아, 학창시절 외웠던 이 유명한 시구를 눈감고 외워 본다.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 구름에 달 가듯 가는 나그네 /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 술 익은 마음마다 타는 저녁놀 / 구름에 달 가듯 가는 나그네.” 시인은 이 시의 배경을 밝힌다. 시인의 나이 이십대 후반, 2차 세계대전은 절정에 다다랐다. 그 당시 시인의 삶은 암울하고 이울어질 징조가 보였단다. 이 막다른 골목에서 시인은 남도적(南道的) 향토적 세계에 침잠하여 구름에 달 가듯 가는 과객으로서의 체념과 달관으로 이십대 후반을 걸어왔다는 것이다. 의외였다. 그렇게 젊은 나이에 체념과 달관으로 살았다는 것이….

 

어쨌든, 이 가을의 문턱에서 박목월 시인의 인생관과 가치관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참 좋은 책을 만났다. 사색(思索)의 계절 가을에 가정의 소중함, 믿음과 사랑, 인생의 고독과 이별, 시(詩)의 가치, 독서의 즐거움 등에 대해 생각하고 싶다면 이 책이 제격이다. 이 책을 천천히 읽어 가면, 삶과 그 의미에 관해 차분히 숙고하는 유익한 시간을 가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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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가 아니면 다 실패한 삶일까 - 철학자와 심리학자의 인생질문 20 Art of Lving_인생의 기술 4
줄리언 바지니.안토니아 마카로 지음, 박근재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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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하나같이 흥미로운 인생 질문 스무 가지에 대해 심리학자와 철학자가 나름의 관점을 가지고 의견을 개진했다. 철학은 가치를 따져 묻는 일이고, 심리학은 사실 연구에 더 집중하지만 이 두 영역이 만나 상호보완적으로 균형 잡힌 인생관과 가치관을 가지도록 독자를 인도한다. 확실히 장밋빛 해답을 제시하는 자기계발서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깊이와 통찰력을 제공한다.

 

자기계발서에서는 최고가 되라고 도전하고, 성공과 행복을 목표로 삼으면 그것들을 쟁취할 수 있다고 장담한다. 그리고 자신을 믿으라고 말하며 자기 자신답게 살라고 부추긴다. 이런 자기계발서를 읽는 순간에는 정말 뭔가 될 것 같은 마음에 들뜬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책은 다르다. 최고가 되지 않아도 실패한 삶은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는 모든 분야에 최고가 될 수 없다고 정직하게 인정한다. 우리의 능력 하나를 향상시키면, 불가피하게 다른 능력을 잃기 마련이라는 사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결과가 아니라 노력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언급한다. 우리는 어느 누구도 완벽하지 않으며, 완벽해질 수도 없다. 행복은 너무 모호한 개념이라서 그것을 인생의 목표로 추구할 수 없다. 그렇다. 행복은 미래에 이루어야 할 목표가 아니다. 지금 행복해질 이유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실제 가치 있게 사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 우리는 목표를 이루는 것보다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자기답게 산다는 것에 대해서도 이 책은 깊은 생각을 하게 한다. 도대체 ‘자기답다는 것’이 무엇인가? 결국 인간이 결정된 존재가 아니라 만들어져가는 과정에 있는 자들이라면, 자기답다는 것을 어떤 고정된 이미지에서 찾으면 안 된다. 우리는 지속적인 자기 창조의 과정 안에 있다. 따라서 우리는 정직하게 질문해야 한다. 나에게 가능한 것은 무엇인가? 내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는 무엇이며, 그것을 위해 치러야 대가를 치룰 수 있을까?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등과 같은 질문에 정직히 답하며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에 관해서 심리학자와 철학자의 관점은 상당히 다르다. 심리학자는 빅터 프랭클을 인용하면서 창조 행위를 통해, 혹은 경험을 통해, 혹은 삶의 고통 속에서도 우리가 태도를 분명히 결정함으로써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반면 철학자는 좀 더 냉철하다. 사람은 종교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유한한 인생에서 의미를 찾으려할 때 인생에 의미가 없다는 점이 아니라 충분한 의미가 없다는 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기계발서를 읽을 때처럼 많이 격려 받거나 고무되지는 않았다. 반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정말 삶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스스로 세워놓은 삶의 목표를 추구하는 것을 넘어 삶의 의미와 자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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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자수 - 누구나 쉽게 따라하는 My Lovely D.I.Y. 시리즈 8
학연출판사 편집부 지음, 노인향 옮김, 최수정 감수 / 미호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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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에 접어든 아내가 자수를 배우겠다고 했다. 특히 예쁜 꽃들을 수놓고 싶어 한다. 이전에도 아내는 들에 나가면 예쁜 들꽃들을 책 사이에 껴서 말려 책갈피로 쓰곤 했다. 이제 자신이 직접 수놓아 집안의 소품들을 장식하고자 한다. 아내는 이런 글을 써 놓았다.

“토담 아래 옹기종기 모여 핀 복숭아, 채송화, 맨드라미, 백일홍, 분꽃을 수놓고 싶다. 얌전히 무릎에 얹은 수틀에 봉숭아물 들인 손으로 흙내 나는 꽃들의 이름을 수놓고 싶다. 키 순서대로 쪼르륵 세워 수놓고 머리 맡 창에 커튼을 만들어 꿈에서도 그들을 만나고 싶다.”


이런 아내의 바람을 어느 남편이 못 본 척할까? 이제 돋보기를 써야 하는데 힘들지 않을까하는 염려도 조금은 했지만, 의욕 있게 고상한 취미생활을 하고 싶어 하는 아내를 기쁜 마음으로 격려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 책을 건넸다. 아내는 또 이렇게 적어 놓았다.

“꽃향기처럼 찾아온 책이다. 사랑하는 남편이 건네주었다. 제목도 <나의 첫 자수>여서 뭉게구름처럼 부픈 마음으로 책장을 열었다.”

책 하나 건네고 아내의 설레는 마음을 얻었으니 수지맞는 장사다.

책을 살펴본 아내의 반응이 궁금했다. 일주일이 지나 아내에게 물었다.

“책 어때?”

생각보다 시큰둥하다.

“왜? 마음에 안 들어?”

“내가 기대했던 책이 아니어요. 내가 처음 자수를 시작하는 마당에 <나의 첫 자수>라는 제목이 마음에 들었는데, 내가 원하던 꽃 자수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고 정말 자수의 쌩 기초만 실어 놓았어요. 그리고 오래된 일본판 자수 책을 옮겨 놓은 것 같아요.”


아내는 서점에 나가 자신이 원하는 자수 책 한 권을 사왔다. 거기에는 밑그림 그리기를 시작으로 씀바귀, 아메리칸 블루, 민들레, 백일홍, 알리움, 아네모네, 채송화, 능수화, 엉겅퀴, 코스모스, 구절초 등 수많은 꽃들을 스케치하는 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어떤 재료를 사용해서 어떻게 씨앗, 꽃받침, 줄기, 등을 수놓을지 상세하게 알려준다. 그리고 실제로 자수한 것들을 사진 찍어 실어 놓았는데, 한 페이지 가득 채운 사진 하나하나가 자수의 아름다움을 실감나게 드러내고 있었다.

 

두 책을 비교해보니, 내가 건넨 <나의 첫 자수>는 30년 가까이 집안일을 하며 바느질도 어느 정도 한 중년의 여인에게는 너무나 쉬운 기초 책이었다. 이 책은 자수에 필요한 기본 도구와 실 사용법, 바느질의 기초를 설명하고, 헝겊에 놓는 다양한 무늬의 꽃 자수 디자인, 그리고 주방 용품, 바느질 도구, 외출용품 등에 놓은 자수 소품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 책은 이제 막 결혼한 새색시나 실과 바늘을 거의 사용해본 적이 없는 초보자 아가씨들에게는 유용하겠다 싶다. 책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독자를 잘못 만난 것이다. 아내의 말마따나 ‘서로 잘못 만난 것이다.’ 아내의 바람에 걸맞은 책은 아니지만, 이 책을 선물함으로 나는 살가운 남편으로 톡톡히 점수를 땄다. 그리고 자수라는 여인들의 세계를 조금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여인들의 그 섬세하고 아름다운 세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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