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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자수 - 누구나 쉽게 따라하는 ㅣ My Lovely D.I.Y. 시리즈 8
학연출판사 편집부 지음, 노인향 옮김, 최수정 감수 / 미호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중년에 접어든 아내가 자수를 배우겠다고 했다. 특히 예쁜 꽃들을 수놓고 싶어 한다. 이전에도 아내는 들에 나가면 예쁜 들꽃들을 책 사이에 껴서 말려 책갈피로 쓰곤 했다. 이제 자신이 직접 수놓아 집안의 소품들을 장식하고자 한다. 아내는 이런 글을 써 놓았다.
“토담 아래 옹기종기 모여 핀 복숭아, 채송화, 맨드라미, 백일홍, 분꽃을 수놓고 싶다. 얌전히 무릎에 얹은 수틀에 봉숭아물 들인 손으로 흙내 나는 꽃들의 이름을 수놓고 싶다. 키 순서대로 쪼르륵 세워 수놓고 머리 맡 창에 커튼을 만들어 꿈에서도 그들을 만나고 싶다.”
이런 아내의 바람을 어느 남편이 못 본 척할까? 이제 돋보기를 써야 하는데 힘들지 않을까하는 염려도 조금은 했지만, 의욕 있게 고상한 취미생활을 하고 싶어 하는 아내를 기쁜 마음으로 격려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 책을 건넸다. 아내는 또 이렇게 적어 놓았다.
“꽃향기처럼 찾아온 책이다. 사랑하는 남편이 건네주었다. 제목도 <나의 첫 자수>여서 뭉게구름처럼 부픈 마음으로 책장을 열었다.”
책 하나 건네고 아내의 설레는 마음을 얻었으니 수지맞는 장사다.
책을 살펴본 아내의 반응이 궁금했다. 일주일이 지나 아내에게 물었다.
“책 어때?”
생각보다 시큰둥하다.
“왜? 마음에 안 들어?”
“내가 기대했던 책이 아니어요. 내가 처음 자수를 시작하는 마당에 <나의 첫 자수>라는 제목이 마음에 들었는데, 내가 원하던 꽃 자수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고 정말 자수의 쌩 기초만 실어 놓았어요. 그리고 오래된 일본판 자수 책을 옮겨 놓은 것 같아요.”
아내는 서점에 나가 자신이 원하는 자수 책 한 권을 사왔다. 거기에는 밑그림 그리기를 시작으로 씀바귀, 아메리칸 블루, 민들레, 백일홍, 알리움, 아네모네, 채송화, 능수화, 엉겅퀴, 코스모스, 구절초 등 수많은 꽃들을 스케치하는 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어떤 재료를 사용해서 어떻게 씨앗, 꽃받침, 줄기, 등을 수놓을지 상세하게 알려준다. 그리고 실제로 자수한 것들을 사진 찍어 실어 놓았는데, 한 페이지 가득 채운 사진 하나하나가 자수의 아름다움을 실감나게 드러내고 있었다.
두 책을 비교해보니, 내가 건넨 <나의 첫 자수>는 30년 가까이 집안일을 하며 바느질도 어느 정도 한 중년의 여인에게는 너무나 쉬운 기초 책이었다. 이 책은 자수에 필요한 기본 도구와 실 사용법, 바느질의 기초를 설명하고, 헝겊에 놓는 다양한 무늬의 꽃 자수 디자인, 그리고 주방 용품, 바느질 도구, 외출용품 등에 놓은 자수 소품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 책은 이제 막 결혼한 새색시나 실과 바늘을 거의 사용해본 적이 없는 초보자 아가씨들에게는 유용하겠다 싶다. 책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독자를 잘못 만난 것이다. 아내의 말마따나 ‘서로 잘못 만난 것이다.’ 아내의 바람에 걸맞은 책은 아니지만, 이 책을 선물함으로 나는 살가운 남편으로 톡톡히 점수를 땄다. 그리고 자수라는 여인들의 세계를 조금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여인들의 그 섬세하고 아름다운 세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