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생각과의 대화 - 내 영혼에 조용한 기쁨을 선사해준
이하준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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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이하준은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교수다. 그렇다고 사변적 철학에 매몰된 철학자는 아닌 듯하다. 오히려 그의 관심은 철학의 대중화인 것 같다. 그는 고전과 대화하며, 고전의 가르침을 지금 이곳에서(here and now) 현재화하려고 노력한다. 그 일환으로 그는 ‘스투디아 후마니타티스’라는 카페를 만들었다. 저자는 스스로 그림과 음악을 즐기며 산다고 밝혔다. 그의 책뿐 아니라 그의 인간미에 관심이 생겨 카페에 들어가 회원 가입을 하고 둘러보았다. ‘고전 깊이 읽기’라는 타이틀에 여러 철학자들의 책이 눈에 띈다. 특별히 흥미로운 글들은 역시 ‘이하준 교수의 생각’이라는 타이틀 아래 있는 여러 주제에 대한 단상들이다. 가끔 들어가 클래식 음악도 듣고 이 교수의 글들을 읽어보면 좋겠다 싶다.

 

‘쇼펜하우어의 고독’과 ‘니체의 초인’을 읽고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 우리들이 잃어버린 삶의 태도 중 하나는 ‘고독을 견디는 것’이다. 고독은 “완전히 혼자 있다는 근원적인 경험”이며 “실존적 정서”(p. 24)다. 고독을 견디어낼 때 비로소 자기 자신과 함께 할 수 있고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만의 삶을 살 수 있다. 어쩌면 우리는 고독을 견딤으로써 니체가 말하는 초인으로 상승하게 될지도 모른다. 현대인들은 인터넷, SNS 등에 푹 빠져 있으면서도 외로움을 느낀다. 하지만 진정한 고독에 직면하지 않기에 자신의 길을 가지 못한다. 그렇다. 니체의 말처럼 “인간은 하나의 시도”(p. 40), 따라서 우리는 삶이 끝나는 순간까지 시도하고 도전해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가르침, “사람은 습관에 의해 완성된다”(p. 66)는 습관에 관한 명제도 삶의 지혜를 준다.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날마다 작고 가볍지만 의미 있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충고한다. 내 삶에 작지만 의미 있는 습관을 만들고 싶은 것 중 하나는 고전 읽기가 아닐까? 철학자들을 친구 삼고 고전을 날마다 조금씩 읽으며 <오래된 생각과의 대화>를 지속적으로 시도한다면 나는 나의 길을 걸어갈 수 있을 것이다. 몽테뉴의 말처럼, “자기 자신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 “자기 자신에게 책임지는 사람”(p. 90)이 될 것이다. 이것이 내가 ‘1장. 나에 관하여’에 나오는 오래된 생각들과 대화하며 생각해 본 것들이다.

 

사실 인문학 혹은 고전을 읽는 것은 저자의 말처럼 “풍려(豐麗)한 사람이 되기 위함이다”(p. 13). 당장 처신하는 데 써 먹을 수 있는 ‘실용 인문학’ 혹은 ‘힐링 인문학’이 유행이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나의 인생관과 가치관, 나의 인격을 바꾸지 못한다. 진정한 고전읽기는 우리 영혼을 고양시키고 자유롭게 한다. 이 책은 존재에 관해, 사랑에 관해, 관계에 관해, 삶에 관해 수많은 철학자들과 깊이 대화하게 만든다. 이 책이 발췌해서 소개한 철학자들의 생각들, 이 생각들이 담겨있는 고전을 직접 접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깊이 사유(思惟)하는 일에 대해 도전받은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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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구원을 확신하는가? - 의심하는 당신에게 주는 존 맥아더 목사의 명쾌한 강해
존 맥아더 지음, 이지혜 옮김 / 코리아닷컴(Korea.com)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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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이 구원의 확신이 부족하다는 사실에 가슴 아프게 생각하는 존 맥아더 목사가 ‘구원의 확신’에 관한 책을 냈다. 나는 몇 년 전 R. C. 스프롤의 <구원의 확신>을 읽었는데, 거기에 네 종류의 사람들을 설명한 것이 생각난다. “구원받았고 그것을 아는 사람, 구원받았고 그것을 모르는 사람, 구원받지 못했고 그것을 아는 사람, 구원받지 못했고 그것을 모르는 사람”이다. 여기서 나의 관심은 ‘구원을 받았지만 그것을 모를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스프롤은 회심과 회심의 경험을 구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베드로후서1장 3~11절은 베드로 사도가 구원받았지만 확신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한 권면이라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구원받고도 모를 수 있다는 사실이다. 한편, 존 맥아더의 책을 읽으면서는 ‘구원받았지만 확신하지 못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확실히 배웠다. 맥아더 목사는 “그리스도인으로 살기 위해서는 구원의 확신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그런 확신이 없는 삶은 의심과 두려움, 비참함과 영적 절망 가운데 사는 것”(p. 11)이기 때문이다. 구원의 확신이 없이 어리둥절한 채 천국에 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지만, 그건 여행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이 책은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는 구원의 지속성(확실성)에 관한 것이다. 구원의 확실성은 우리가 아니라 하나님으로부터 나온다. 성부 하나님께서 구원에 대한 분명하고 확고한 계획을 가지고 주권적으로 결정하셨고, 성자 예수님이 구원의 길을 여셨고 끊임없이 중보하시며, 성령 하나님께서 구원에 관해 깨닫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인치심 즉 보증하시고 적용하시니, 그리스도인들은 구원을 잃어버릴 수 없다는 것이다. 맥아더 목사는 타락하여 은혜에서 떨어질 수 있다는 성경의 경고(갈라디아서5장, 히브리서6장, 요한복음15장, 마태복음12장, 등)때문에 심란해 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왜냐하면 여기서의 대상은 그리스도인이 아니며, “구원 자체가 아니라 구원받을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릴 수 있다”(p. 44)는 사실을 말한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로마서 5장에서 참된 신자를 주님께 영원히 묶어주는 진리의 사슬을 설명한다. 제2부는 구원의 영원성을 각 개인에게 적용하는 문제를 다룬다. 특히 요한일서에서 말하는 열한 가지 시험을 알려준다. 이 시험을 통과할 때 구원의 확신을 분명히 가질 수 있게 된다. 제3부는 구원을 의심하게 만드는 다양한 이유들을 알려줌으로써 의심의 감정을 제대로 다룰 수 있게 해준다. 특히 베드로후서 1장을 통해 신의 성품에 참여하는 일에 힘쓰도록 도전한다.

 

이 책은 구원의 확신에 관한 철저하고 진지하게 가르쳐준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성경구절들을 철저히 공부하면 확신 있는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책 말미에 있는 ‘부록, 토론 가이드’를 가지고 개인성경공부나 그룹성경공부를 한다면 매우 유익할 것이다. 확신을 가지고 그리스도인답게 살기를 원하는 분들에게 깊은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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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바람이 부는 날엔, 현대 미술 - 현대 미술을 만나는 가장 유쾌한 방법, 싱글녀의 오춘기 그림토크
권란 지음 / 팜파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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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오춘기를 맞았다고 말하는 30대 중반의 아가씨, 현실은 비루해도 취향만은 고상하고픈 전직 문화부 기자가 현대미술작품 24점을 감상하면서 떠오른 생각을 풀어놓았다. 그녀의 글은 솔직, 발랄, 발칙해서 재미있다. 톡톡 튀는 여성 특유의 수다스러움이 느껴지는 감칠맛 나는 문장들은 메트로폴리탄 서울의 각박한 삶을 살아가는 도시 아가씨의 애환을 잘 담아냈고 있어 저절로 수다의 세계에 빠져든다.

 

오트 딕스의 <저널리스트 실비아 폰 하르덴의 초상>(1926)을 감상하면서 작가의 이야기를 따라가 본다. 그림 속 주인공이 20세기 초반에 독일에서 기자로 살았던 여자이기에 작가의 시선을 더욱 끌었으리라. 30대 중반이면 의례히 애 한 둘은 데리고 다니는 아줌마이어야 한다는 편견을 깨고 작가는 당당히 자신만의 삶을 살고 있노라고 선언한다. “내 나이가 어때서! 아직 멋대로 살기 딱 좋은 나이인데!”(p. 23).

 

공성훈의 <개>(2010)를 소개하며 ‘선택’에 대해 말한다. 그녀에 따르면 “삶의 보람을 찾을 일의 선택은 어른이 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p. 40)이다. 작가가 이 그림에 끌린다는 사실은 그녀가 어른으로서 끝없이 선택해야 한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는 뜻일 게다. 하기야 이것은 30대 중반의 아가씨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 항상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다. 그러니 그림에 등장하는 개팔자가 상팔자인 것이다. 개가 갈림길에 누워있지만 어디로 갈까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것은 주인이 할 일이다. 서른다섯의 작가는 결국 자신의 입장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면 된다고 스스로를 격려한다. 이 글을 읽으며 나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詩) ‘가지 않은 길’이 떠올랐다. “단풍 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어디에선가 / 나는 한숨지으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 /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조해준의 <낙선작>은 독특하다. 아버지의 낙선 작품을 나무틀에 끼워 전시한 것들이다. 작가는 이 전시회장에서 무조건 딸의 건강과 행복만을 생각하는 자신의 부모를 떠올린다. 이 세상에 그렇지 않은 부모가 있겠는가? 하지만 요즘 자기 자식을 때려죽이고 방치하거나 암매장하는 일들이 뉴스로 터져 나오고 있는 터라 이 글이 마음에 더 와 닿는다. 작가는 부모에게 받은 만큼 그들에게 돌려주지는 못해도 부모로 인해 느낀 행복감의 절반의 절반이라도 누군가에게 돌려주고 싶다고 고백한다(p. 235). 권란 작가, 생각이 참 괜찮은 아가씨다. 연락해서 중매라도 한 번 서 줄까? 그녀의 Tistory 블로그에 들어가 본다. 그림에 푹 빠져있네. 뭐 애인이 없어도 행복하게 살겠다 싶어 중매서는 것을 포기한다. 조금은 수다스럽지만 진솔하게 자신의 삶과 미술 작품에 대한 감상을 펼쳐놓은 이 책,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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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들 - 공자와 그의 열 제자에게 배우는 10가지 변화 수업
푸페이룽 지음, 정세경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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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사상과 가르침을 깊이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논어(論語)>도 공자의 가르침을 제자들이 기록한 것이다. 따라서 공자와 그의 제자들이 어떤 대화를 나누었고, 제자들이 공자의 말을 어떻게 전했는지 살펴보는 것이 공자의 가르침을 꿰뚫을 수 있는 비결이다. 공자의 제자들로부터 일이관지(一以貫之)해야 한다. 국립타이완대학 철학교수인 저자 푸페이룽(傅偑榮)은 공자의 제자 중 열 명을 독자들에게 소개하면서 독자들이 이들을 통해 다양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 책은 본래 산둥위성TV <신행단(新杏亶)>에서 강연한 내용을 바탕으로 집필한 것이다. 원 제목은 <공문십제자(孔門十弟子)>다. 하지만 나는 번역 제목이 더 마음에 든다. <내 삶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들>! 이 제목은 인생에 대해 새로운 통찰력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하며 책을 읽게 만든다. 

 

나에게 있어서 공자의 열 제자 중 가장 인상적인 제자는 첫 번째 소개한 안회(顔回)다. 그는 공자의 사랑을 듬뿍 받은 사람이다. 공자는 그가 죽자 ‘하늘이 나를 버렸다’고 슬퍼하며 울었단다. 그는 스승의 가르침을 ‘극기복례(克己復禮, 능히 자기 스스로 예의규범을 실천함)’한 사람이다. 푸페이룽 교수는 안회가 가난하게 살았지만 즐겁게 살았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저자의 말을 들어보라. “여기서 안회를 소개하는 것은 당신이 가난하든 부유하든 모자라든 뛰어나든 즐거움은 자신에게 달렸으며, 모든 사람이 그렇게 살 수 있음을 알려주기 위해서다”(p. 41). 그렇다. 진정 즐거운 삶은 ‘나는 해야 한다’에서 ‘나는 하고 싶다’로 삶의 태도가 바뀔 때 시작된다. 유가 사상의 관건도 내면의 진실에 있다고 하지 않는가! 하고 싶지 않은데 억지로 하면, 위선적인 외식주의자가 될 수 있다. 자신의 내면에서부터 인(仁)과 도(道)를 행하고자 해야 한다. 가톨릭교회에서도 누군가를 성인(聖人)으로 추대할 때 그가 신이 주신 사명을 얼마나 많이 감당했느냐보다 얼마나 즐겁게 감당했는지를 본다고 한다. 안회처럼 스승의 가르침을 따라 즐거움으로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것보다 더 소중한 삶의 자세는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안회(顔回)의 즐거움을 시작으로, 자로(子路)의 솔직함, 증삼(曾參)의 부지런함, 자유(子游)의 도량 등, 공자 문하생 열 명의 특징들을 쉽고 재미있게 알려준다. 각 제자 이야기의 결론에는 독자가 제자들에게서 배울 점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자신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자들에게 큰 삶의 지혜를 주는 책이다. 장년들은 물론이거니와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에게 특별히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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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린다는 것
와시다 기요카즈 지음, 김경원 옮김 / 불광출판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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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기다림을 요구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기다리는 것 자체가 어려워진, 아니 거의 불가능해진 시대다. ‘기다림’을 잃어버렸다는 무엇을 잃어버린 것일까? ‘기다림’의 의미와 가치를 알아낼 수만 있다면, 우리가 기다림과 함께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와시다 기요카즈는 임상철학자이며 문학연구과 교수답게 철학, 문학, 예술을 통해 기다림에 관한 의미를 들추어낸다. 

 

기다리고 기다리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는 농밀한 시간, 우리는 이런 시간의 감촉과 꽤나 멀어지고 말았다. 저자에 따르면, 기다림은 기다리고 또 기다려도 응답이 없었다는 기억을 없애야만 가능하다. 정말이지 다 기다렸다, 끝까지 기다렸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으면 기다림은 있을 수 없다(p. 19). 그는 이렇게 말한다. “기다림을 언제까지나 현재가 되어주지 않는 미래, ‘지금’으로 도래하지 않는 미래라고 말하면 어떨까”(p. 25). 그런 점에서 기다림을 잃어버린 지금은 미래를 잃어버린 것이다.

 

가치 있는 삶은 기다림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 기다림은 때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고 수동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매우 능동적인 행위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기다리게 한 자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달려라 메로스>의 이야기를 하면서 ‘기다리는 쪽이 괴로울까, 기다리게 하는 쪽이 괴로울까?’ 독자에게 묻는다. 기다리는 자는 기다리게 하는 자에 대한 믿음만 있으면 죽을 때까지도 기다릴 수 있다. 어찌 보면 기다림은 즐거움이다. 하지만 기다리게 하는 자는 힘차게 달려야 한다. 왜냐하면 기다리는 자가 믿어주기 때문이다. 자녀를 양육하는 일도 기다림의 행위다. “오로지 기다리지 않으면서 기다리는 것, 기다린다는 사실도 잊고 기다리는 것, 언젠가 알아주리라 바라지 않고 기다리는 것, 언젠가 기다림을 당했다는 사실도 깨닫지 못한 채 기대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p. 66)이다. 어디 자녀양육에 관해서 뿐이겠는가? 자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결심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결심이 서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삶의 고통을 견디어내는 일에 관한 빅터 프랭클과 요시모도 다카아키의 의견도 인상적이다. 무수히 작은 문제에 얽매임으로써 가까스로 견디어 내는 방법을 취한 빅터 프랭클은 “인생에서 우리가 무엇을 아직도 기대할 수 있을까, 이것이 문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인생이 우리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가, 이것이 문제입니다”(p. 72)라고 말했다. 반면 요시모도 다카아키는 ‘인간은 무엇을 위해 사느냐’라는 공상적 질문 자체를 거부하고 “시간을 잘디잘게 나눠라”(p.73)고 충고한다. <사라소주>에 나오는 아버지의 고백처럼, “잊어도 되는 것, 잊으면 안 되는 것, 그리고 잊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을 스스로 확정하며 견디어내야 한다.

 

기다림에 관해 탐구하려면,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기다리는 대상, ‘고도’가 존재한다는 보증도 없이 기다린다. 이런 기다림은 “‘나’라는 것이 존재하기 시작하는 시원(始原)의 행위”(p. 201)일 것이다. 신앙인에게 예배가 바로 기다리는 행위가 아닐까? 예배란 자신의 욕망과 격렬한 충동을 진정시키고 신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기다림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내가 기다림을 받아들일 수 있기를 기다린다. 그렇다. 기다림은 삶의 본질에 속한 것이다. 그러니 기다림을 잃어버린 지금은 삶의 본질을 잃어버린 것이 아닐까? 우리 인간은 다시 기다림을 기다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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