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기념절에 고향 가는 길은

자동차 행렬의 긴 꼬리를 물고

느릿느릿 움직였다.


밀리고 막혀도 끝내 찾아가는 그들의 신념의 길이듯,

내 고향으로 향하는 텅 빈 길, 천천히 달렸다.


그들도 기려야 할 조상이 있는 것과 같이,

나도 따져봐야 할 조상을 모시러 가야만 했다.


지구가 만들어지고 수억 년이 흐른 후,

바다와 강에서 처음 뭍으로 올라왔던

덜떨어진 진화된 조상.


족보에는 도저히 적을 수 없으나

내 세포 안에 적힌 유전자가

나의 선조들의 되먹지 않는 잠언록이었기에 때문이다.


고작 수십 년에서 수백 년, 수천 년에 걸친,

현생대의 조상만이 전부가 아님을

유전자가 담긴 강가로 나가면 알 수 있다.


짙푸르게 녹색으로 썩어가는 세포가

진화 전의 모습을 하고

원시세포에 적힌 빛깔의 광합성 유전자가

내 유전자에 일부라도 복사되어 있는

돌연변이 된 시뮬라크르였지.


기념할 일이라기보다는,

처음 뭍으로 기어 나왔던 조상을

지겹도록 원망할 일이고,


그저 그만 그대로 있을 일이지,

뭐 하러 기어 나왔냐고 심문하고,

끊임없이 줄기차게 밝히려 묻기 위해서이다.


내 고향 가는 길은 지겹게도 한산했다. 

가서 따져 물을란다.

고마, 도로 물리라고 할 수는 없겠는가.

(도로 물릴 수 없으니 기념이나 하지 말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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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글의 첨언 :


이 사진에서 보이는 이 차선 도로 옆에는 넓은 사 차선 도로가 있습니다. 명절 당일, 넓은 도로가 전혀 움직이지 못해 꽉 막힌 길이었으나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강가로 가는 직행 길은 너무나도 조용하고 한적하고 고요했습니다.

모두 고향으로 가서 성묘도 가고 제사도 지내는 기념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생각을 확장해서, 조상의 조상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 조상도 조상이 아닐 수는 없겠다 싶더군요. 지금으로부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한국사에 있어서 조선, 고려, 통일 신라, 고구려 백제까지 그리고 다시 거슬러 올라가면 ​ 고조선. 뭐 이야기야 신화상 동이족이라고 환웅이 하늘에서 내려와 곰이 사람 되는 것이 설화일 뿐이겠고 청동기 부족에서 더 거슬러 신석기의 수만 년을 거슬러 올라가고 다시 구석기 수십만 년까지. 오스트랄로 피테쿠스의 현생 인류, 그 이전에 원시인 그 이전에 포유류, 양서류, 조류 어류까지 진화의 연결 과정이 전부 조상이었겠지요. 바다의 어류에서 뭍으로 첫발을 내디딘 조상까지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그 조상은 선조이겠지요. 우리는 고작해봐야 몇십년 몇백 년의 과거의 조상만이 조상으로 그치지는 않을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렇게 확대시키고 비약하다 보니, 지금의 기념하는 조상이 뭔가 상당히 기리는 그 신념이라는 것이 한편으로는 거슬러 시간의 과거를 추적하다 보면, 이게 별다를 게 아니구나 싶더군요.

미기록된 원시 지구에서, 지구 자체의 단백질이 원시세포가 꿈틀거리며 진화의 시작을 수억 년간 걸쳤던 세포에서까지, 지구 시간 45억 년을 거치며 오늘날의 현생대까지 생각해보면 수백 년 수천 년도 한 순간의 찰나처럼 짧기만 합니다. 장구한 진화의 시간 역사에서 오늘날의 명절을 대입시켜보면 이게 얼마나 허망한 것이고 부질없는 짓인지 새삼 놀랍기도 합니다.

과거의 조상이야 이미 지나갔습니다만, 문제는 왜 앞으로의 후손에 대한 기념이 없을까 합니다. 이 후손의 기념이란 것이 장차의 미래에 대한 그들이 살아갈 전 지구적인 고민은 찾아 볼 수가 없기도 합니다. 과거를 향한 것은 제사의 의식이지만 미래를 향한 것은 무엇으로 기념해 줄 수 있을 것인가입니다. 올해 여름, 전례가 없던 폭염이 맹위를 떨치고 하루라도 에어컨 바람이 없더라면 부채로는 도저히 버틸 수 없는 환경적 악화가 진행 중입니다. 아마 앞으로도 이런 추세로라면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강가에 나가서 당장에 녹조띠가 온 강바닥에 침잠하고 썩어가는 무산소 층에 무너지는 마당에, 우리는 조상님 은덕으로 오늘날의 부강과 풍요를 이야기하려 듭니다. 강에서 나온 첫 세포의 기억은 지금은 전혀 찾을 길이 없습니다만 강의 현상은 그때를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정착 따져 물어야 할 대상은 그 세포가 진화해서 인류까지 발전된 기제 역학을 탓해야 할는지, 혹은 태양의 빛이 광합성을 만들 수 있는 광합성 세포를 탓해야 하는지 정말 모를 일입니다.


실제로 제 주변에 경험상으로 봤을 때, 우리 세대 이전 세대의 조상님 은혜 덕분에 한 재산 굵직하게 받아 일군 분은 들 전부다 외국으로 튀어 버렸더군요. 글쎄 조상 은덕 "조오또 못 받은 가난한 이들이 기어코 조상을 기리며 죽어라꼬 아득바득 기념해야 하는 웃기지도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번에 공항 이용객 수가 사상 최대라는 수치가 이를 증명하고 있는 셈이었거든요.

늙은 사람의 가치관으로 보면 당장에 조상 앞에 머리 숙이지 않아서 후레자식이라며 아무리 지랄을 해봤자, 그 이전의 조상님에게는 그도 역시 후레자식일 뿐입니다. 진화의 사슬은 참 끈질기기 때문에 고작 몇 백 년 전의 조상만 조상이라고 우겨 봤자 이게 무슨 소용인지도 사실 명확하게 생물학적인 철학적인 답을 내주지는 못하거든요. 족보에 적힌 시조만 조상으로 한정 지우는 것도 사실 웃기는 일입니다. 시조의 이전 사람은 그럼 살았던 사람이 아니었던 것도 아니기 때문이거든요. 그러나 그렇게 따져서 기리는 조상을 생각하는 것이야 나쁠 것도 없겠지만 그런데 왜 미래의 후손들에게는 전혀 모른척하는 걸까요? 과거가 중요한가요 미래가 중요한가요? 묻지 않을 수 없거든요. 과거의 조상이야 어차피 당대의 우리가 도저히 손쓸 수 없어서 방관자가 될 수밖에 없더라도 미래의 세대는 조상을 기리는 마음 반에 반이라도 챙기려 들지는 않는 모순적 후레자식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싶습니다.

아, 그만 적어야겠습니다. 결론은 버킹검입니다. 우린 버킹검의 자손들입니다. 왕좌의 게임에서 서술되지 않는 내용 중에 버킹검 가문에는 뻐킹~검이 있습니다. 엑스칼리버처럼 어디 깊숙한 강물 속에 처박혀 있다는 번외 판이 있습니다. 네 믿거나 말거나. 사진 한장 찍어 놓고 무슨 사설이 긴 건지 씨바 저도 왜 이렇게 주절주절 떨듯이 주접떠는 건지 모를 일입니다. 이거 다 술을 마시지 못 해서 금주 현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술 안 마셔도 손은 더 떨리고 카메라도 흔들리니 사진도 흔들립니다. 네 흔들리는 갈대같이 시간이 부는 바람같이 다 그렇게 떨다 가는 건가 싶습니다. 아 버킹검 .....푸하하 결론이 좀 버킹검 허무하네요. 이 너무 버킹검. 젠장할 뻑킹 껌. 잘근잘근 씹게 됩니다. 진화와 유전이 빡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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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2 11: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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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2 12: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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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9 14: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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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9 14: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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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9 21: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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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9 22: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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