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가하려는 중년.
무슨 사연인지는 모르나 결심을 하니
스님은 아이는 어쩌하냐고 묻는다.
부도탑처럼 아내가 서 있다고 한다.
부도탑은 스님이 입적하고 유골을 넣은 탑일텐데,
이 부도탑처럼 아내가 서 있다는 것의 은유.
아이에게 어쩌랴고만 묻고 아내에 대하서는 묻지도 않았다.
중년 사내는 과연 무슨 대답을 했을 건가.
법당 옆 탑신에 소낙비가 내려
마치 돌에 샘물 쏟는 것처럼 흐르던 빗물이
사내의 발등을 적신다는 것은
사내가 흘린 눈물이 발등에 떨어지는 것의 묘사로 보았다.
송광사의 전나무 숲은 비가 내려 안개로 자욱한 길목의 흐릿한 풍경,
그 어디쯤에서 출가로 인연이 다했음이었고,
그들의 인연이 흐릿한 안개를 닮을 것처럼
간접적인 의미의 전개로 읽혔다.
시를 필사하면서 시인이 시를 쓰는 펜의 촉과 종이의 마찰음
이 사이의 느낌도 궁금해서 직접 써봤다.
그 느낌으로 쓰는 시란 그런 건가 싶었기 때문이다.
흡사 어느 단편 소설의 한 장면을 사진찍은 것과 같은
그런 장면들 말이다. 그런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