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거의 6개월에 한번 정도 주기로 친구들이나 대학 동기들 혹은 기타 아는 지인들로부터 부모님 소천하셨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오늘도 대학 동기 친구의 아버님 별세 소식을 전해 오니 이제 부모님 세대를 보내드려야 할 나이가 되었다는 것을 실감하는 중이다. 벌써 부모님을 떠나보내야 할 나이라는 것에서 또 몇해 내로 아이들 결혼 소식이 들려올 것이고 그러다 보면, 다시 이젠 같은 세대 즉 친구들이 하나둘씩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소식이 올 것이다. 그러다 내가 어느 친구 보다 먼저 가게 될는지도 모른다.

 

올 때도 순서 정한 것도 없었고, 갈 때도 차례를 정한 적도 없이, 우리는 각자의 생존의 묷을 안고 무차별적인 부정성으로 가고야 만다. 며칠 전 함명춘의 시집 '무명 시인'의 말미에 평론가의 시집 평론 서두에서 나오는 말들이 떠오른다. 우리들이 사는 기계처럼 사는 게 아닌가라고 평론가는 화두를 던지고 있었던 것이다. 감각의 노예처럼 최대한 감각에 충실하도록 배고프면 먹고 자고 싸고 그리고 자본에 충실하게 돈이나 벌려고 태어난 듯이 매일매일 경제적인 활동이라는 그럴싸한 포장을 하며 자신의 삶에 열심이라는 분장을 시키며 자위하며 더 노력을 해서 집도 사고 차도 사고 노후를 대비해서 돈을 모아야 하는 등등의 삶이 거대한 자본주의 시대에 걸맞은 메커니즘화된 것은 아닌지 평론가는 묻고 있더라는 말이다. 그래서 이 현실의 기계화된 타동적이고 피동적이 삶에서 우리들이 놓치고 망각하고 잃어가는 것은 또 무엇인지를 묻고 있는 것이었다.

 

어릴 적에 커오면서 바라는 꿈들, 그리고 가졌던 순수들, 내세우고 지키고 싶었던 정의들, 바름과 옮음 들. 어짊과 인자함 들. 그리고 이상에 대한 미학들까지, 살아오면서 이 피동화된 삶의 기계 속에서 잃어 가는 것들이 하나하나 늘어만 가는 것은 아니었을까.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대체 얻은 것은 무엇이고 잃어 가는 것은 무엇인지 시인은 따져 묻고 있다고 보았다. 대체 우리는 무얼 위해서 혹은 무엇에 의해서 살아가고 살아지는 것인지라는 질문 앞에서 나는 얼마나 당당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의연할 수 있을 것인가?

 

혹시나, 무슨 볼 일이 없더라도 어느 지방 법원의 민사 소송 재판장에 구경 한번 가보면 금방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끝없는 원고와 피고의 다툼의 90%이상이 돈에 관련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사기 치고 빼앗고 빼앗기고 사기당하고 등의 사건들이 가히 전부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어느 순간 내가 아귀가 되고 다른 아귀들에게 다툼을 벌이며 사건들의 정당성과 부당성들이 부딪히는 그 생생한 현장에서 그 누구도 자신의 의지는 과연 그 다툼에서 이겨서 내 손해를 충당하고 이익을 보전 받는 것만이 전부였을까라고 묻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묻고 있을 정신만 있었더라면 그런 법정에까지 나설 일도 없었을 테지만, 그래서 그곳에서도 아귀의 자문자답은 찾아 볼 수 없는, 실로 삶이란 거대한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늪지대는 아닌가 싶었다. 발을 한번 잘못 빠지기라도 하는 날에는 점점 늪은 끌어당기고 빠져나올 수도 없이 빨려 들어가는 자본적 삶의 힘에 억눌려 버린 것은 아니었던가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삶의 마지막 시간의 단두대에 서 있을 때만이 그동안의 삶을 반성과 후회로 점철될 것은 암병동에 호스피스가 되어 보면 금방 느낄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 우린 정작 지금 이 시간이 내 시간의 마지막 단두대라는 사실은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시간은 늘 마지막일 텐데 영원 할 것처럼 착각하고 이대로 쭉 갈 것만 같은 무변화성 앞에서 늪에 서서히 침몰해가고 있는 것과 같은 질문을 하게 된다.


친구 아버님의 소천 소식이 아침부터 시간의 단두대가 묵직해져 옴에 몸서리치게 만든다.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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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5 10: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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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5 10: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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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5 11: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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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5 11: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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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5 11: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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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5 12: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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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5 12: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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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5 20: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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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5 10: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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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5 14: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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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5 15: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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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5 17: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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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5 17: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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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5 17: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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