텟짱, 한센병에 감사한 시인 눈빛포토에세이 2
권철 글.사진, 고성미 옮김 / 눈빛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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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서러울 때가 특히 생긴 것으로 차별받을 때이다. 누가 차별받고 싶어서 그런 것도 아닐 때, 나의 의지와는 무관한 것들에 대해 차별적일 때, 존재의 슬픔을 느낀다. 차별로 슬픔을 준 사람들이 우월감으로 행복한 것도 아닐 텐데 차별로 분노를 표출하며 마치 벌레를 죽이듯 세상의 모든 벌레가 무용한 존재인 것처럼 사람을 학대할 시선으로 바라봤을 때, 혹시나 무슨 병으로 바이러스를 퍼트리며 전염을 시키는 것과 같은 사람이 있다면, 이는 격리를 당하고 분리를 시키고 배제를 시켜 버린다. 차별로 인해 분리의 장벽을 치고 생긴 것이 마치 죄가 된양 격리당했을 때이다. 차별은 무지해서이거나, 지독한 아집과 혹은 편견에 의해서거나 오류의 판단에 의해서거나 또는 의도적인 정치성으로 인해서 등등 그 원인은 실로 다양하다. 혹은 자신에게 피해를 준 것도 아닌데 피해를 입은 것과 같은 피해 망상 때문에 멀리하려 들 때도 있다.

 

시장에 가면 쉽게 사 먹을 수 있는 열대 과일인 바나나는 단일 품종이라고 한다. 즉 사람으로 치면 한 인종 밖에 없다는 것과 같이 차이가 없다. 가장 평등한 것은 바나나가 아닐까 한다. 한가지 품종의 바나나를 보고 차별은 없다. 빨간색 바나나를 본 적이 없다. 때로는 지역에 따라, 토양의 성격에 따라 생김새는 다 비슷해도 맛은 미묘하게 차이가 난다. 그래도 맛의 차이에서 바나나의 특유의 독특함은 거의 일정하다. 달리 말해서 바나나는 단일 품종으로 유전적 대가 끊기면 바나나는 멸종할 것이고 우리는 더 이상 바나나를 맛볼 수가 없다. 왜 바나나에 비유하는가 하면 사람도 단일 품종의 인간만 존재한다면, 차이가 없다면 모든 것이 공평할 것인가라는 문제이다. 차이가 없으니 인종 간의 차별을 없다고 바나나처럼 모든 것이 단일한 맛을 낸다고 보장도 없다. 특히 인종 간의 차별로 인한 인간의 차별성에 대한 편견은 그래서 아주 지독하다. 생긴 것으로부터, 피부색으로부터 나와 다름 이질성에 대해 가혹한 역사를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더더구나 사람의 생김새로 인한 차이는 이질감에서부터 시작되고 나와 다름에 대한 이질적인 거부감은 배척으로 나온다. 인종적, 성별적인 차이를 이내 제도적 권력과 결부되면서 더욱 가혹하고 지독하고 악랄했다. 빨간색의 바나나를 상상한 적이 있는가? 어쩌면 이 책의 사진에서 나오는 나균에 감염되어 평생을 나환자로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빨간색이나 파란색의 나환자를 은유할 수도 있다. 그만큼 우린 얼마나 생김새의 편견이 지독한 것인지 우리 스스로는 모른다. 설사 안다 해도 몸이 말을 듣지 않을 만큼 낯선 모습의 생김새에 때로는 혐오하기까지 한다. 그런데, 이 또한 질병을 치른 후유증에 시달린 아픈 사람이었음을 사진작가는 사진으로 알려 주었다.

 

권철 작가는 한센병이라 불리는 나병환자에 대해 사진을 찍었다. 일반적으로 나병환자들이 사회에서 잘 드러 내려 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을 숨기려 하며, 또한 사회 체재가 나병환자에게 철저한 격리를 목적으로 했다. 나병은 역사적으로도 오래된 인류와 함께 상존했던 질병이었으나, 그 특유의 후유증으로 인체가 일그러지는 모습을 하기 때문에 질병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는 감염의 두려움으로 인식되었다. 이제는 감염되지 않거나 완치되는 병인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혐오와 두려움을 가지게 되고 분리시키려 했다. 집단 수용시설로 강제 이주시키고 개인적 사생활을 포기하게 만들었으며 병원균에 감염된 것만으로도 인생은 그냥 사라지는 것처럼 학대를 당했던 역사이다. 이런 편견을 사진작가는 다큐와 르포의 형식으로 한 한센병을 앓았던 사람에게 집중하며 그와 교류하면서 그 삶을 추적했다. 그야말로 빨간색 바나나 같은 이질 당한 편견에서 하나의 인간적 휴머니즘을 한센병 환자에게서 발견하는 것. 그러함으로써 나병환자들이 질병의 후유증으로 인해 모양만 다른, 색이 다른, 엄연한 인격체임은 사진으로 나타냈던 것이다. 정상적인 직업도 구할 수 없고, 격리당한 삶에서 자유롭게 다닐 수도 없었던 한센병 사람들의 고통은 사진의 전체에서 흑백으로 암울하게 처리됨으로써 우울로 표현될 수도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한편으로는 편견과 차별의 질곡에서 살았던 한센병 환자들의 아픔을 삶의 수긍의 적응하며, 그런 사진을 통해서 한센인들이 사회에서 저마다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자신의 삶을 시로 노래하는 표현이 어쩌면 역설적 긍정을 사진으로도 표현되었던 거다.

 

사진 주인공이었던 텟짱의 삶을 통해서 평생토록 존재의 저주처럼 살았음이 결코 아니었다는 것은 그의 삶을 노래한 시에서 나타난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보다는 오히려 한센병으로 겪은 삶을 시적인 미학으로 승화시켜 냈던 한 사람의 일대기 같은 사진은 존재론적인 그늘과 그 빛의 교차점을 은유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당사자가 아니면 도저히 겪을 수 없고, 혹여 사진작가처럼 그들에게 다가가려 하지 않는 삶에서 한센인에게 손을 내밀며 손을 잡아 줄 수 있는 사진작가가 새삼 큰 울림으로 다가오기에 충분하다. 삶이란 그런 거다. 내가 나의 의지와는 무관한 것들에 대해서 비관과 긍정의 흔들림은 그의 사진에서 투영된다.

 

사진은 빛을 통해 숨어 있는 것을 드러 내는 역할을 한다. 억눌렸던 아픔과 그늘을 고스란히 빛 속으로 끄집어 내어, 숨기고 싶은 것들 감추고 싶은 것들에 저항하게 한다. 차이를 부각시키고 차별이 결코 되지 않을 양지를 지향하면서 알게 모르게 작용한 편견을 깨는 것. 그들도 아픈 사람이었음을 들어내며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인류애의 자기 치유력을 사진은 증명하려 한다는 점이다. 정말 좋은 사진과 책이었음을 감사히 감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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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옥 2020-01-23 21: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놀랍네요.
한센병, 시인, 감사, 저주, 차별과 차이..... 사진으로 담기엔 무거워 보이는데 말이죠.
눈빛출판사 책이군요. 사진책 잘 내죠? 눈빛

식구라야 셋, 그마저도 일년에 몇번 못 보는
하기사 잘난 아들 두면 해외동포가 된다는데 그거 면한 것만 해도 어딘가요 ㅎ

yureka01 2020-01-26 18:27   좋아요 1 | URL
한센병에 대한 편견이 지독한 곳에서 그들의 삶을 조명한 사진은 극히 드물거예요..
네 눈빛출판사의 사진 책이었어요..

저도 식구가 셋인데..마침 딸아이가 유럽가서...와이프랑 둘이서 명절 지내니 완전 썰렁하네요..ㅎㅎㅎ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