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뒤집자.

사진으로 가끔 세상을 뒤집어 본다.

시간도 좀 뒤집어 보는 것을 우리는 흔히,

역사라고도 하지.

 

왜곡된 물질 세계의 현상에서 뒤집어 보고,

우리의 삶을 뒤집어 보다 보면,

가지고 있는 슬픔과 고통과 쓰림의 정체가

무엇인지 따져 들게 된다.

비록 현실을 디집지는 못할지라도,

가끔 뒤집어 보자.

사진처럼 뒤집기하듯이.


 

 

긍정을 부정하고, 부정을 긍정하는 것만큼

어려운 것도 없을진대,

사진으로는 의외로 간단하다.

 

다만, 뒤집어 보겠다는 의도만 있다면

가능하다.

그러므로, 이 의도가 우리 삶에 의지로 발전할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기를...

 

 

2.MAY I TAKE YOU PICTURE?

 

사진 찍어도 되겠습니까?

아니오 라면 돌아서야 하고,

예라고 한다면 다가가야 한다.

 

비단, 인물만은 아닐 것이다.

 

풍경에게 말을 걸어,

풍경아, 사진 한 장 찍어도 될까?라고 물어본다.

 

오늘의 빛과 그림자에

일렁이는 이랑과 고랑 사이로,

인연의 씨줄과 날줄이 교차하는 틈을 비집고,

그래서 순간의 멈춤을 만나서,

찍어도 되겠습니까?라고 물어야 한다.

 

친수성이 친밀성으로 만나는 거룩한 관계겠지.

적어도 풍경에게서 조차 정중하고도

무례하고 싶지가 않아서이다.

 

PS 참조: 사진에 느낌을 담는 여덟 가지 방법, <스가와라 이치고(菅原一剛)지음, 김욱 옮김, 한빛미디어, 2010>

3. 어설프게 모르고 어설프게 아는, 이 사이의 길.

 

'봐야 한다.

안 보일 때까지.

 

보지 말아야 한다.

보일 때까지.

 

본다는 건 볼록 렌즈의 빛을 모아 불을 일으키는 것과 비슷하다.'

 

<인용 _ 나는 지구에 돈 벌러 오지 않았다. 이영광 산문집, 이블, 2015 12>

 

 

어설프게 알고 봤던 것들과,

어설프게 모르고 봤던 것들의 사진들.

이런다고 알면 얼마나 알 수 있을런지,

모르면 또 얼마나 모를 수 있을런지.

그래서 인간인가 싶었다.


다 아는 것도 못하고,

다 모르는 것조차도 못하고,

이 어정쩡함의 정체가 모습의 실체 같았으니까.

 

전지(全知)한 신과 전무(全無)한 백치.

이 사이에 난 길에서 서성댈 따름인 거 같아서 이다.

 

사진이란, 

얼마인지도 모르고 마구 써버린 신용카드의 전표같은 것.

훗날에야 전표에 찍힌 숫자를 보고 까무러치게도

너무 많이 써버렸구나,

이걸 다 어떻게 갚을 거지'라는 부채.

그러니 사진 찍는 게 두려워져.

 

감당할 수 없는 것들에 두려움, 

감당하려는 난감함.

 

어줍잖게라도 찍겠다고 나설 때는 

겁없이 맹렬히 날아드는 불나방이 홀린 것처럼 빛에게 달겨 들어,

그리고 초라하게 사멸한다.

 

이는 필시 중독된 거다, 나방의 맹목에 대한 어설픈 시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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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에 담은 사진과 글입니다.

 

봉인된 사진 블로그를 보면,

이 사진과 글을 내가 직접 적은 건지

낯설 때가 있어서 다시 알라딘으로

옮겨봤습니다.

 

즐거운 감상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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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3 11: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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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3 11: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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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4 12: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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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5 08: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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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7 11: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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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7 12: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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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7 13: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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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7 13: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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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0 04: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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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0 08: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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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0 12: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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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0 12: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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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옥 2019-06-15 18: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락, 반가워라. 낯익은 저 사진들 ^^*
유레카님이 즐겨 찍으시는 소재를 눈치챈 지 제법 되거든요 ㅎ
며칠 나갔다 왔더니 피곤이 누적되어 눈 앞이 어질어질합니다.
집 앞 저수지에서 유레카표 물결무늬 흉내도 내봤지 말입니다 제가 ㅋ

yureka01 2019-06-15 23:05   좋아요 1 | URL
네 .저걸 보면 일렁이는 시간이 느껴져서요..
앞으로도 저런 사진 궁극까지 한번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2019-06-15 21: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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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5 23: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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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0 12: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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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1 07: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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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2 13: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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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3 07: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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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6 11: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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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26 09: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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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0 18: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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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0 22: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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