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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가독서 - 한국인을 위한 인문고전 20
문갑순 지음 / 프리뷰 / 2015년 11월
평점 :
우선 책 제목이 예사롭지 않다. ‘나의 사가독서’라니? 사가독서를 찾아보니 조선시대에 국가의 유능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젊은 문신들에게 휴가를 주어 독서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한 제도라는데, 정말 처음 들어 보는 말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책 제목이 주는 아우라가 대단하다.
그리고, 그 옆에 적혀 있는 ‘한국인을 위한 인문고전 20’이라는 소제목 같은 이 글귀도 눈에 들어온다. 하버드 인문학
서재에 버금가는 우리의 독서목록을 만들고 싶었다는 저자의 의도를 이해한 다음 이 책의 처음을 열었다.
그런데, 만나게 되는 최초의 책은 성경? 성경이 책이긴 하나, 이것을 인문학 서적으로 봐야 하나? 하지만 세상의 시작을 이야기한다는
의미에서 성경만큼 딱 들어맞는 책도 없어 보이긴 한다. 그 다음으로 만나게 되는 책들이 그리스 신화의
탄생을 이야기하는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아>이다. 정말
트로이 목마 등을 통해서 이미 널리 알려진 대서사시인데, 그 짧은 이야기 속에서도 우리 인류에게 던지는
지혜는 커다란 울림이 있는 듯 하다.
이렇게
이 책은 인류의 역사를 따라서 그 시대를 대표할 만한 책들을 우리들에게 들려 주고 있는데, 그 중에
중세 속에서 만나게 되는 단테의 <신곡>은 또
어떠한가! 오르한 파묵을 통해 만나게 되는 오스만 제국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내 이름은 빨강>은 역사를 이해하는데 또 다른 지평을
열어 주었다.
익히
알지 못했던 일본 기독교 박해 시대의 흔적을 이야기하는 엔도 슈사큐의 <침묵>은 나에게는 너무나 새로운 것이어서 몇 번을 읽었다.
리터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통해서는 진화론의
진화를 예기하며,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통해서 팍스 아메리카나가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설명해 주고 있다.
마지막에
만나게 되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우리들의
눈을 우주로 확장하여 더 광활한 곳에서 만나게 되는 인류의 지혜를 느끼게 해 준다.
이 책의 곳곳에는
전쟁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러면서 종교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전혀 지루하지 않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시대를
관통하는 종교와 전쟁사 등을 같이 아우르는 책으로 정말 그 폭이 넓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20권의 책 중에 읽은 책도 있고, 아직 만나보지
못한 책도 있지만, “나의 사가독서” 이 책을 통해서 앞으로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책들이 생겼다. 그리고, 나에게도
길지는 않지만 짧게 주어지는 겨울 휴가를 책과 보내야 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게 만들어 준 책이었다. 이번
겨울엔 어떤 주제를 가지고 책들을 읽어 나가 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