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와인에 빠져들다
로저 스크루턴 지음, 류점석 옮김 / 아우라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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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에 관한 책이라며, 보통 와인을 소개하거나, 와인을 마시는 법에 대한 책이 아니라, 와인과 철학에 대한 책이라서 평소 와인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몇 권의 와인 소개에 관한 책을 읽은 나에게 무척이나 색다르게 다가온 책이었다.
저자가 서문에 써 둔 바와 같이 이 책은 정말 와인에 대한 사색으로 이끄는 길잡이와 같아서, 평소 와인의 제목조차도 어려워하던 나에게 와인이 왜 유럽에서 발달해서 오늘날에 이르렀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권두부록이라는 독특한 부록 ‘철학자와 와인’이라는 코너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 키케로, 베이컨, 칸트 등의 철학자들의 사상과 와인을 접목시켜 이야기하고 있으며, 다소 형이상항적이고 모호한 부분이 있지만 색다름을 맛볼 수 있었다.
이 책은 크게 두 개의 부분으로 구성되어져 있는데, 1장은 “나의 와인 입문”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와인에 대한 소개와 그 와인과 얽힌 이야기를 재미있게 설명해 주고 있다. 특히 프랑스 와인이 최고가 된 이유를 예기하는 부분은 나 또한 익히 궁금하게 생각했던 부분이라서 정말 재미있게 읽은 부분이었다. 또한 우리가 와인을 시음하면서 하는 블라인드 테이스팅에 대한 저자의 회의적인 견해를 읽으면서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은 와인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와인이 그냥 눈을 가리고 마시는 향이나 맛이 아니라, 그 와인을 같이 마시는 사람들과의 교류에서 빚어지는 무언가 감성적인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일전에 유럽출장시 마신 화이트 와인에 매료된 적이 있는데, 그 와인의 이름이 바로 샤블리였는데, 그것을 소개하는 부분이 있어서 정말 반가운 마음에 이 와인에 대한 저자의 글을 단숨에 읽어 내려 가면서 다음의 문구에 절로 감탄을 하게 되었다.
“조개요리나 하얀 소스를 바른 닭요리에 하이든의 3중주곡을 들으며 마시는 와인보다 더 절묘한 와인은 없다.하지만 밤이 깊어갈 때 가만히 책상에 앉아서 홀짝이는 샤블리에 곁들일 수 있는 환상적인 안주는 또 한잔의 샤블리뿐이다.”
정말 와인에 더할 수 있는 안주가 그 와인 뿐이라는 표현이 어느 날 밤 늦게 와인 한 잔을 기울이며 느끼는 감성임을 알기에 저자의 글이 더욱더 가슴에 와 닿는다.
이 책의 2부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는 너무나 철학적이고 모호한 글들이 많아서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아마도 내가 철학에 익숙하지 못한 것 뿐만 아니라, 와인과 철학을 같이 접목시킨다는 것을 생각해 보지 않았던 탓에 더욱더 그런 것 같았다. 하지만 와인을 통해 철학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무척이나 좋았다.
이 책은 와인 입문서로써는 다소 맞지 않는 듯 하나, 와인이 주는 감성, 느낌, 사상을 같이 고민해 보고자 하는 와인 애호가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책으로 생각된다. 나 자신이 아직은 와인 애호가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 탓에 이 책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지는 못했지만, 와인이 주는 향기에 취해 이 책의 감성을 느끼며 읽어 내려가다 보니 어느새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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