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늪 지혜사랑 시인선 34
권순자 지음 / 종려나무 / 201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실 시집을 읽고 그 느낌을 적는 다는 것이 일반 책을 읽고 서평이나 독후감을 쓰는 것과는 다른 것 같다. 시집은 독자의 감성에 호소하는 요소가 강한 반면 책은 이성과 정보의 전달이라는 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시집을 읽고 무언가 그 느낌을 적는다는 게 쉽지 않다.
그러하기에 권순자 시인의 이번 시집인 <검은 늪> 또한 그 느낌을 쉽게 적을 수가 없었다. 시집의 제목에서 느껴지는 암울한 느낌을 가지고 접한 시인들의 글은 우리네 삶에 있어서의 모습을 예기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며, 시집 속 시 하나 하나를 읽어가다 만난 검은 늪이라는 시는 또 어떠했는가! 사람들의 버려진 양심에 의해서 이전엔 청정한 연못이었던 곳이 각종 쓰레기와 폐수로 인해 더러워진 검은 늪에 대한 저자의 비판이 실린 시, 그 검은 늪 속에서 피어난 백련 한 송이가 그래도 아직은 우리에게 남아 있는 무언가가 있음을 말하고자 하는 시인의 마음은 아닌지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감히 시인의 시를 좋다거나 나쁘다고 판단하는 것은 시인에 대한 모독이라는 생각에 시에 대한 판단은 접어 두고 싶다. 단지 시인이 사용한 아름다운 언어들이 시 속에 녹아서 독자들이 읽어 내려가면서 가슴에 한 줄기 시원한 느낌을 준다고 말하면, 이 시집의 느낌을 제대로 말한 것일까?
가을비와 봄비를 대비한 시인의 두 편의 시도 또한 그 음율이 정말 아름답다고 표현해야 할 것만 같다. 가을비가 빗방울이 되어 창에 칭얼대며 긴 대화를 하고는 어디론가 흘러간다면, 봄비는 얼굴 벌겋게 들이키는 나무들이 긴 황폐한 기다림 끝에 천천히 일어나는 것이 봄비에 의한 것임을 예기하는 시인의 자연에 대한 성찰 또한 아름답다.
보통의 시집은 시인의 시만을 나열하고, 그 시의 성상이나 감상은 독자들에게 맡겨 두는데, 이 시집은 끝에 문학평론가 황정산씨의 해설을 덧붙임으로써 독자들에게 이번 시집에 대한 설명서이자 안내서를 제공하고 있다. 이 점 또한 이 시집의 매력이 아닌가 한다.
이 여름, 시원한 계곡이나 바다로 더위를 피할 때, 이 시집 한 권을 같이 한다면, 자연과의 대화가, 또한 사람들과의 대화가 새롭게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마지막 시 봄눈의 여운을 덮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