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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없는 나는?
기욤 뮈소 지음, 허지은 옮김 / 밝은세상 / 2009년 12월
평점 :
한편의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의 소설이었으며, 그 속도감에 매료되어 정말 빠르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다. 기욤 뮈소의 책을 처음 접한 나지만, 정말 매력적인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제학을 전공한 이가 어떻게 소설을 하나의 영화 필름이 돌아가듯이 써 내려갈 수 있는지 참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할 정도였다.
맑은 눈을 소유하고 있고, 항상 밝은 모습으로 지내지만, 그 이면에 숨기고 싶은 아픈 곳이 있는 순수한 여인 가브리엘, 사랑에 모든 것을 바치고 매진하다 배반당했다는 느낌으로 자신의 삶을 황폐하게 만들어가는 마르텡, 그리고 자신이 사랑했던 모든 것을 잃어버린 후, 그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예술품을 훔치는 아키볼드 – 이 세 사람이 펼치는 흥미진진한 사랑예기와 인연에 얽힌 이야기 전개가 조금의 지루함도 주지 않고, 독자들을 이끌어 가고 있다.
파리에서 마르텡과 아키볼드의 첫 대면을 예기해 주는 부분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도망가는 아키볼드의 뒤를 따라가는 마르텡의 시야를 쫓아서 가다보면, 파리의 일부를 구경하는 것과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되며, 샌프란시스코에서 마르텡과 가브리엘의 사랑을 나누던 곳을 따라가는 것은 샌프란시스코를 가보지 않은 이들에게도 파노라마같이 눈에 아른거리는 뭔가를 보여 주는 그런 영상 서술 기법이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이었다.
파리를 서너번 가본 나로서도 파리를 세밀히 관찰하지 못한 탓에 어느 거리가 어느 거리인지 기억이 없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파리 여행시 간직해 두었던 지도를 꺼내, 추격신의 이동 경도를 따라가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였고, 가보진 못했지만, 늘 영화 속에서 봐오던 샌프란시스코의 전경을 생각하면서 소설을 읽어가는 것도 재미가 있었다.
소설을 읽는 것은 독자가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는 것도 하나의 매력인데, 저자는 이런 독자들의 마음을 알고 있는 듯이, 거리하나하나, 풍경 하나하나를 자세히 묘사해 주어서, 실제로 눈앞에 펼쳐진 듯한 느낌을 가지게 해 주고 있었다.
소설이라기보다는 영화로 이미 만든 시나리오를 소설화 한 듯한 느낌이 드는 글이라는 것이 맞을 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사람이거나, 사랑에 두려움을 가진 사람이 읽으면 정말 사랑하는 데 있어서 두려워 하지 않고 사랑을 키워 나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며, 사랑의 아픔을 겪은 이라면, “사랑은 늘 복잡하지. 인간이 감수해야 하는 형벌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기다리다보면 어느 순간 결정적인 사람을 만나게 된단다. 그럼 모든 게 간단하고 투명해지지.” 라는 마르텡이 리지에게 해 준 구절을 생각하면서, 가까운 미래에 올 사랑은 온전히 맞을 준비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함을 생각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