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경을 쓰는 시간
노자 지음, 장석주 옮김 / 니들북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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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바람이 서늘해지는 계절이면 문득 삶의 무거움을 덜어내고 싶어집니다. 매년 300권이 넘는 책을 묵묵히 읽고, 수많은 문장 속에서 삶의 해답을 건져 올려 여러분께 건네는 북소믈리에로 살아가고 있지만, 저 역시 때로는 꽉 차버린 생각의 무게 때문에 마음에 과부하가 걸리곤 합니다. 채우는 일에만 익숙해진 일상 속에서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어쩌면 무언가를 더해 넣는 것이 아니라, 꽉 쥔 손을 가만히 풀어놓는 '비움'이 아닐까요?

최근 제 서재 한편을 깊은 고요로 채워준 책이 있습니다. 바로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장석주 저자의 <도덕경>입니다.

책을 든 순간 표지에 새겨진 문구가 가장 먼저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생각은 유연하게, 삶을 가볍게 만드는 노자의 문장들.'

이 한 문장을 천천히 읊조리는 것만으로도 팽팽하게 긴장해 있던 마음의 거문고 줄이 슬며시 풀리는 듯한 기분이 들더군요.

저자인 장석주 시인은 마흔 중반이라는 인생의 분기점에 조용히 서울을 떠났다고 합니다. 안성에 '수종재(樹鐘齋)'라는 조그만 집을 짓고 살면서, 동양 고전의 정수인 <도덕경>을 '인생의 닻이자 돛'으로 삼아 자그마치 15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깊이 탐구하셨다고 해요. 거친 세상의 파도에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주는 '닻'이 되어주고, 삶이라는 바다를 향해 부드럽게 나아갈 힘을 주는 '돛'이 되어준 노자의 글. 저자는 그 시간 동안 비움을 직접 실행하며 마침내 맑고 꽉 찬 고요로 삶을 채워나가는 경험을 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책이 지닌 가장 특별하고 미학적인 가치는 바로 '필사(筆寫)'의 공간에 있습니다. 도덕경의 한자 원문을 스스로 정성껏 따라 쓸 수 있도록 세심하게 구성되어 있거든요. 여기에 저자의 깊이 있고 따뜻한 해설이 더해지니, 고전이 주는 울림이 한층 더 묵직하게 가슴으로 파고듭니다.

저 역시 차 한 잔을 곁에 두고, 책의 빈 공간에 나만의 필체로 붓펜을 번지며 한 자 한 자 필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사각거리는 펜 끝의 촉감과 함께 서서히 붓끝을 따라 마음속 얽혀 있던 잡념들이 비워지는 순간은 참으로 경이로웠습니다. 내 손으로 꾹꾹 눌러쓰는 그 여백의 시간이야말로, 세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진짜 내 자신과 만나는 가장 솔직한 대화의 시간이었던 셈이죠.

흔히 노자라고 하면 '상선약수(上善若水)'나 '천장지구(天長地久)' 같은 널리 알려진 구절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번 필사의 여정 속에서 제 가슴을 깊게 흔든 문장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위학일익 위도일손(爲學日益 爲道日損)'이라는 구절입니다.

"배움이란 매일 무언가를 더해 넣는 것이지만, 도를 행한다는 것은 매일 무언가를 비워내는 것이다."

우리는 매일같이 더 많은 정보, 더 높은 성과, 더 나은 스펙을 채우기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살아가잖아요. 하지만 노자는 진짜 삶의 지혜는 채움이 아닌 '덜어냄'에 있다고 나지막이 일러줍니다. 오늘 하루 내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던 집착 하나, 타인과의 비교 하나를 살포시 내려놓는 것. 그것이 바로 내 삶을 유연하고 가볍게 만드는 출발점이 아닐까요?

또 하나 잊히지 않는 구절은 '지족불욕 지지불태(知足不辱 知止不殆)'입니다. "만족할 줄 알면 욕됨이 없고, 멈출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

우리는 끊임없이 멈추지 못하고 달려가느라 가끔은 스스로를 위태로운 낭떠러지로 몰아세우곤 합니다. 하지만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할 줄 알고, 적절한 때에 멈추어 서서 고요를 누릴 줄 아는 삶이야말로 진정한 강함이라는 사실을 노자의 문장들은 잔잔하게 일깨워줍니다.

여기에 하나 더, '대교약탁(大巧若拙)'이라는 절묘한 문장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가장 뛰어난 기교는 마치 서툰 것처럼 보인다."

완벽해지려고 애쓰며 스스로를 가두던 틀을 깨고, 조금은 서툴고 덤덤하더라도 자연스러운 본연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참된 삶의 예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분은 요즘 마음의 여백을 얼마나 남겨두고 계신가요?

매일 바쁜 일상의 쳇바퀴 속에서 지쳐 있다면, 잠시 멈추어 서서 장석주 저자의 <도덕경>을 펼쳐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책의 빈 공간에 나만의 정갈한 필체로 노자의 문장을 한 자 한 자 써내려가 보세요. 캄캄했던 마음 한구석에 조용히 불이 켜지고, 비워진 그 자리에 비로소 마음에 깃드는 깊은 고요와 평온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오늘 밤은 내 안의 번잡한 생각들을 하나씩 덜어내며, 삶을 조금 더 가볍고 유연하게 안아주는 따뜻한 시간이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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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표 2026-09-16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Yes24에서 3년간 120개 이상의 서평을 작성하며
책을 통해 많은 지식을 쌓았습니다. 서평을 작성하면서
책의 내용을 되새기고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번에 신청한 책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기대하고 있습니다.
책을 통해 성장하는 경험, 계속해서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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