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 안 하기의 기술 - 꼭 해야 할 일만 하는 과학적 업무 습관
나카무라 가즈야 지음, 김수빈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6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매일 쏟아지는 업무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종종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것을 느낍니다. 더 빨리, 더 많이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은 어느새 우리의 일상을 잿빛으로 물들이고, 마음의 여유마저 앗아가곤 하죠. 수많은 책의 숲을 거닐며 매년 300여 권의 지혜를 마주하는 제게도, 이 치열한 속도전 속에서 어떻게 나를 잃지 않을 것인가는 늘 고민스러운 화두입니다. 그러던 중 만난 나카무라 가즈야의 『일 안하기의 기술』은 제목부터 묘한 위로를 건넸습니다. 책 표지에 선명하게 적힌 ‘꼭 해야 할 일만 하는 과학적 업무 습관’이라는 문구는, 무작정 게을러지라는 뜻이 아니라 오히려 내 삶의 가장 소중한 에너지를 지키기 위한 따뜻하고 이성적인 조언처럼 다가왔습니다.
책장을 넘기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꼭지, ‘빠르게에서 줄이기로’는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진정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핵심을 찌릅니다. 현대인들은 하루에도 수백 번의 크고 작은 결정을 내려야 하는 ‘선택의 과잉’, 즉 ‘선택 과부하’ 현상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렇게 과열된 우리의 일상에 부드럽게 제동을 걸며, ‘전략적 멈춤’과 ‘마이크로 브레이크(Micro-break)’의 중요성을 역설합니다. 쉼 없이 달리는 것보다, 빡빡한 일정 속에 의도적으로 여유라는 빈 공간을 만들어 두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효율과 창의성의 시작임을 일깨워줍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깊은 울림을 느꼈던 부분은 바로 ‘쓸데없는 생각을 줄이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통찰이었습니다. 저자는 머릿속을 부유하는 불필요한 사고들을 가만히 두지 말고, 직접 글로 적어 밖으로 표출하라고 강하게 권합니다. 자신이 뱉어낸 말이나 글로 표현된 문장을 통해 스스로의 잠재적인 생각과 감정을 객관적으로 깨닫게 되는 ‘오토크라인(Autocrine)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매일 블로그에 글을 쓰며 하루를 갈무리하는 시간을 가질 때마다, 복잡하게 엉켜있던 생각들이 차분히 정리되고 비로소 마음의 깊은 여유가 찾아오는 것을 체감하곤 합니다. 그렇기에 저자의 이 제안은 단순한 심리학적 이론을 넘어 제 삶의 궤적과 강렬하게 공명하며 아주 큰 공감과 끄덕임을 자아냈습니다.
생각을 비워냈다면, 다음은 실전입니다. 저자는 ‘쓸데없는 작업을 줄이는 것’에 대해 매우 현실적이고 날카로운 방안들을 제시합니다. 산더미 같은 업무 중 ‘오늘 할 일을 여섯 가지로 좁힌다’거나, 무작정 부딪히기보다 ‘가설을 세우는 습관으로 일을 줄인다’는 조언은 치열한 회사 생활이나 복잡한 비즈니스 환경에 즉각적으로 접목할 수 있는 훌륭한 무기입니다.
더불어 ‘내 차례를 줄인다’는 대목에서 다루는 ‘공을 누가 들고 있느냐’의 문제는 조직 생활을 하는 이들이 반드시 가슴에 새겨야 할 지혜입니다. 업무라는 공을 넘겨받았을 때, 그것을 내 손에 오래 쥐고 있을수록 스트레스의 무게는 가중됩니다. 공을 받는 즉시 처리하여 다음 사람에게 넘기고, 스스로 공을 가지고 있는 시간을 최소화함으로써 바쁜 업무로 인한 짓눌림에서 벗어나라는 저자의 조언은 무릎을 탁 치게 만듭니다.
또한, 일상의 에너지를 조용히 갉아먹는 이메일 업무에 대해서도 ‘하루 세 번만 메일을 확인하는 시간’을 두라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합니다. 그리고 확인한 메일은 즉시 답장함으로써 상대방에게 깊은 신뢰를 줄 수 있다는 현실적인 처방을 알려주어 무척 유익했습니다. 책의 마지막, ‘실수 줄이기’ 장에서 소개된 ‘PMBOK(프로젝트 관리 지식 체계)’와 ‘WBS(작업 분할 구조도)’의 활용법은 자칫 추상적일 수 있는 업무 관리의 영역을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통제할 수 있게 해주는 아주 고맙고 든든한 팁이었습니다.
결국 『일 안하기의 기술』은 단순히 일을 피하는 얄팍한 요령을 알려주는 책이 아닙니다. 이 책은 전략적으로 일의 군더더기를 덜어내고, 본질에 집중하며, 무엇보다 ‘나 자신’이 여유를 가지고 주도적으로 일하는 실제적인 방법을 명쾌하게 가르쳐줍니다. 현재 끊임없이 쏟아지는 업무 과부하로 인해 어깨가 무거운, 그래서 매일 스트레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모든 분들께 이 따뜻하고도 과학적인 지침서를 기쁜 마음으로 일독을 권해 봅니다.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작지만 강력한 시작점이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