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언덕의 노래
김인수 지음 / 책을담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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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쓴 리뷰입니다>

인류 최초의 전쟁, 그 붉은 핏빛 욕망과 평화의 서사 – 김인수 장편소설 《붉은 언덕의 노래》

안녕하세요, 매년 300권 이상의 책을 맛보고 그 향연을 여러분과 나누는 북소믈리에입니다. 지난 연휴, 제 시간을 완벽하게 훔쳐간 670페이지 분량의 압도적인 소설을 하나 소개하려 합니다. 단 3일 만에 마지막 장을 덮게 만든 마력의 책, 바로 김인수 작가의 《붉은 언덕의 노래》입니다.

아주 재미있으면서도 묵직하고 역동적인 서사를 가진 이 작품은, 여러분의 상상력을 까마득한 태고의 시간으로 이끌어 줄 것입니다.

인류 최초의 전쟁, 제벨 사하바의 비극

작가는 수단 북부, 나일강 상류 지역인 '제벨 사하바(Jebel Sahaba)'라는 지역에서 인류 최초의 전쟁이 일어났다는 매력적인 설정으로 이야기를 엽니다. 우리가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아득한 시기, 람보르 부족야르 부족이라는 두 세력이 충돌합니다.

전쟁의 시발점은 한 개인의 비극적인 실수였습니다. 람보르 부족의 '툼바'가 홀로 사냥을 나갔다가 야르 부족장의 아들을 실수로 죽이게 된 것이죠.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야르족의 맹렬하고 강고한 신념 앞에, 툼바는 전쟁을 막고자 스스로 목숨을 내어놓는 희생을 택합니다. 하지만 한 번 불붙은 복수의 연쇄는 멈추지 않고, 결국 거대한 전쟁의 소용돌이로 두 부족을 몰아넣습니다.


입체적인 인물들이 빚어내는 역동적인 앙상블

이 소설의 백미는 단연코 전쟁이라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빛을 발하는 다채로운 인물들의 군상입니다.

  • 용맹한 장수들: 람보르 부족의 솔론, 툼바, 티아라와 이에 맞서는 야르 부족의 소소르, 차루, 마투. 이들이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전투씬은 숨 막히는 긴장감을 자아냅니다.

  • 전쟁의 종결자, 재무르: 두 부족 모두에 속한 경계인이자, 갈등의 해결사로 등장하는 재무르는 이 소설의 가장 핵심적인 인물입니다. 극단적인 대립 속에서 그가 보여주는 행보는 깊은 카타르시스를 선사합니다.

  • 서사에 깊이를 더하는 여성들: 툼바의 아내 미르셀, 재무르의 아내 쓰화, 그리고 람보르 부족 전 족장의 딸 초람. 이들은 단순히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지 않고 서사의 흐름을 주도하며 소설의 재미를 한층 끌어올립니다.

깊은 울림을 주는 통찰: '지혜의 시간'과 욕망

단순한 오락 소설을 넘어, 이 책은 현대인들에게도 묵직한 화두를 던집니다. 람보르 부족의 족장이 가지는 명상의 시간인 '지혜의 시간'은 복잡하고 시끄러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시사점을 줍니다. 특히 인간의 '욕망'에 대해 통찰한 다음의 구절은 현재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전쟁들을 새로운 시야로 바라보게 만듭니다.


"살아간다는 건 욕망을 다스리는 일이다.

끊임없이 솟아나고 충돌하는 욕망 속에서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 일이다.

전쟁도 이 욕망으로부터 시작된다. 욕망으로부터 진정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로 인해."


책의 후반부, 람보르 족장이 붉게 물든 언덕을 바라보며 "이쯤에서 싸움을 멈추라"는 자연의 절규로 해석하는 장면은 《붉은 언덕의 노래》라는 제목이 얼마나 절묘하게 맞닿아 있는지 증명하는 명장면입니다.


영상화가 기대되는 압도적 스케일

책장을 넘기다 보면 자연스레 한 편의 장엄한 대하 사극이나 웰메이드 드라마가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텍스트가 뿜어내는 에너지가 워낙 강렬하여, 시각적인 요소와 웅장한 OST가 가미된 영상 매체로 재탄생한다면 우리가 상상했던 그 이상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북소믈리에의 한 줄 평: "핏빛 욕망으로 시작된 인류 최초의 전쟁, 그 참혹함 속에 피어난 인간애와 평화의 서사곡."

인간의 욕망과 전쟁의 기원, 그리고 그 틈바구니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우정, 평화를 갈구하는 진정한 리더십의 태도까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훌륭한 작품입니다. 이번 주말, 여러분도 670페이지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마법 같은 몰입감을 꼭 경험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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