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하고 단단하게, 법정의 말 - 내려놓음의 마음 공부 고요하고 단단하게
권민수 엮음 / 리텍콘텐츠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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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매해 수백 권의 책 향기를 맡으며 그 속에 담긴 삶의 정수를 길어 올리는 북소믈리에입니다.오늘 여러분께 전해드릴 향기는 조금 특별합니다. 화려한 꽃향기보다는 비 온 뒤 숲속에서 느껴지는 깊고 투명한 흙 내음, 바로 권민수의 <고요하게 단단하게, 법정의 말>입니다.


어느덧 거울 속 내 모습에서 설렘보다는 '책임'의 무게를 먼저 발견하게 되는 나이입니다.

아이의 성적표와 가족들의 건강, 그리고 내일이면 또다시 반복될 직장 내에서의 미묘한 관계들.

우리는 더 많이 채우고 더 높이 쌓아야만 안전할 것이라 믿으며 달려왔습니다.

하지만 문득 멈춰 선 어느 늦은 밤, 공허함이 파도처럼 밀려오지는 않나요?

유명한 맛집의 웨이팅 리스트를 채우고, SNS에 전시할 예쁜 사진들을 수집하며 '나'를 증명하려 애쓰지만, 정작 내 마음의 방은 발 디딜 틈 없는 창고처럼 어질러져 있지는 않은지요. 권민수 저자가 엮어낸 법정 스님의 말들은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를 멈춰 세웁니다.

'비움으로써 나를 나에게로 되돌리는 철학 에세이'라는 표지 문구가 마치 오래된 연인의 다정한 질책처럼 가슴에 박히는 이유는, 우리가 그토록 갈구하던 '나'가 사실은 무언가를 더함으로써 얻어지는 것이 아님을 이미 영혼 깊숙한 곳에서 알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비움으로 채우는 법정의 지혜

이 책은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질문들을 7개의 파트로 나누어, 법정 스님이 평생에 걸쳐 실천했던 '무소유'와 '단순함'의 미학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구성했습니다.


Part 1. 나는 어떻게 가벼워질 수 있을까? _ 비움과 자유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뜻이 아닙니다.무소유는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입니다.

이 문장은 법정 스님의 평생 철학이 응축된 결정체이자, 책의 도입부에서 우리를 가장 먼저 무장해제 시키는 말입니다. 우리는 흔히 '무소유'라고 하면 모든 것을 포기한 고행자의 삶이나 텅 빈 방만을 떠올리며 지레 겁을 먹곤 하죠. 하지만 스님은 다정하게 손을 내밀며 말씀하십니다. 소유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을 무겁게 만드는 불필요한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지라고 말입니다.


Part 2. 불안은 왜 자꾸 올라올까? _ 두려움과 신뢰

꽃들은 저마다 자기 특성을 지니고 그때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피어나며, 다른 꽃과 비교하지 않는다.

두려움 & 불안은 그림자 같습니다. 내 아이가 남들보다 뒤처질까 봐, 내 커리어가 동기들보다 정체될까 봐, 혹은 내가 남들만큼 풍족하게 살지 못할까 봐 우리는 늘 전전긍긍합니다. 하지만 스님은 들판에 핀 꽃들을 보라고 말씀하십니다. 장미는 진달래를 부러워하지 않고, 제비꽃은 목련의 화려함을 시샘하지 않습니다. 오직 '자기 자신'으로 피어날 뿐입니다.

비교라는 이름의 창살에서 벗어나, 지금 여기에 뿌리를 내리는 최선의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일러줍니다. 꽃마다 향기가 다르고 빛깔이 다르듯, 우리 각자에게는 고유한 생의 무늬가 있습니다. 남의 꽃밭을 기웃거리느라 내 뿌리가 마르는 줄도 모르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스님은 우리에게 자기 자신을 전적으로 신뢰하라고 권합니다. 내가 나를 믿고 사랑할 때,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은 더 이상 나를 흔들 수 있는 위협이 되지 못합니다.


Part 3. 일은 삶을 어떻게 바꿀까? _ 일, 돈, 시간

당신은 이 아침을 어떻게 맞이하고 있는가? 만날 그날이 그날처럼 그렁저렁 맞이하고 있다면 새날에 대한 결례가 될 것이다.


우리는 흔히 일을 '돈을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견뎌야 하는 시간'으로 치부하곤 합니다. 월요일 아침이면 무거운 몸을 이끌고 출근하며, 빨리 주말이 오기만을 바라는 '그렁저렁'한 태도로 하루를 흘려보내죠. 하지만 법정 스님은 일침을 가하십니다. 오늘 맞이한 이 아침은 우주가 당신에게 선물한 단 한 번뿐인 기회인데, 무성의하게 대하는 것은 삶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말입니다.

"오늘 아침, 당신이 마신 차 한 잔, 정성껏 다듬은 채소, 정갈하게 작성한 메일 한 통 속에 당신의 온전한 마음이 담겨 있었나요? '새날에 대한 결례'를 범하지 않기 위해,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일과 시간을 마치 귀한 손님 대접하듯 정성스럽게 맞이해 보시기 바랍니다." 라고 따뜻한 미소와 함께 이 책이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Part 4. 관계는 왜 어려울까? _ 가족, 사랑, 갈등

왕이든 평민이든 가정에서 평화를 찾는 자가 가장 행복한 사람입니다. 자기 집에 들어와서 평온한 분위기를 누릴 수 있는 자가 가장 행복한 사람입니다.

 사회적으로 아무리 성공하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왕'과 같은 존재일지라도, 현관문을 열고 들어선 집안이 가시방석이라면 그 삶은 결코 성공이라 할 수 없습니다. 우리들에게 집은 가족들과의 갈등, 아이와의 불통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의 소용돌이가 되기도 하죠.

스님은 행복의 척도를 멀리서 찾지 말고, 가장 가까운 이들과 나누는 '평온한 공기'에서 찾으라고 말씀하십니다.

저는 이 부분을 읽고 다음과 같은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당신이 오늘 집에 돌아가 문을 열었을 때, 그곳에 흐르는 공기는 어떤 온도인가요? 혹시 차가운 침묵이나 날카로운 비난이 서려 있지는 않나요? 오늘만큼은 '행복한 왕'이 되기 위해, 가족들에게 따뜻한 눈빛 한 조각을 먼저 건네보시길 바랍니다. 그 작은 배려가 당신의 집을 세상에서 가장 성스러운 사원으로 바꿀 것입니다."


이어지는 나머지 파트들에서도 정말 건져올릴 수 있는 명문장과 더불어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 너무나도 많은 책입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다시 한번 표지의 문구를 가만히 읊조려 봅니다.

비움으로써 나를 나에게로 되돌리는 철학 에세이!!

우리는 인생의 절반쯤에 이르면 '나'라는 존재를 정의하기 위해 수많은 타이틀을 붙여봅니다.

누구의 엄마, 어느 직장의 직급, 내가 사는 동네의 이름...

하지만 권민수 저자가 엮은 법정 스님의 말들은 그 모든 껍데기를 떼어내야만 비로소 '진짜 나'와 마주할 수 있다고 속삭입니다.

이 책은 단순히 '버려라'라고 강요하는 지침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가 꽉 쥐고 있느라 아팠던 그 손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이제는 좀 놓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다정한 위로에 가깝습니다. 불안이 파도처럼 밀려올 때, 인간관계의 숲에서 길을 잃었을 때, 이 책 속에 담긴 스님의 맑은 문장들은 우리가 돌아갈 영혼의 집을 비추는 등불이 되어줍니다.

복잡한 세상 속에서 마음 한구석이 자꾸만 헛헛해지는 우리 현대인들에게, 이 책은 가장 고요하면서도 가장 단단한 선물입니다.

오늘 밤, 이 문장들을 곁에 두고 잠시 숨을 고르며, 세상을 향해 뻗었던 시선을 당신의 내면으로 돌려보시는 건 어떨까요?

비워진 그 자리에, 더 맑고 단단해진 당신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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