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비 오는 날, 다자이의 서늘한 문장 한 줄이 내 마음 속으로 훅하고 들어왔다.
'살아 있음의 슬픔, 고독을 건너는 문장들'이라는 책 표지의 문구를 이 책을 읽으면서 꾹꾹 마음에 눌러 쓰게 되었다.
책 속의 문장들, 그것은 단순한 절망의 기록이 아니라, 어떻게든 살아내겠다는 지독한 다짐이었다.
성공을 향해 쉼 없이 매진하며 타인의 시선에 맞춘 단단한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다자이의 문장을 읽는다는 것은 내면에 침잠해 있는 ‘인간이라는 병’을 다시금 기꺼이 앓아보는 일과 맞닿아 있다.
최근 마주한 『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은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는 지침서가 아니다. 다자이의 치열한 문장들을 발췌하여 원문과 번역, 그리고 그 곁에 깊은 사유를 덧붙인 나지막한 ‘문장 큐레이션 북’에 가깝다. 이 책의 진가는 ‘필사’라는 여백에 있다. 효율과 속도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이 책은 독자에게 ‘읽고, 멈추고, 적고, 생각하라’며 느림의 독서를 권유한다.
책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유독 펜 끝이 무거워지는 대목이 존재한다. 바로 단편 『달려라 메로스』의 한 구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