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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나무 아래의 죽음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13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장마가 이어지면서 다소 습하고 무더운 날씨가 이어집니다. 이럴 때면 시원한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함께 추리소설을 읽는 즐거움을 찾곤 합니다. 이러한 소소한 행복에 동행한 추리 소설이 바로 캐드펠 수사 시리즈 중의 하나인 <장미나무 아래의 죽임> 입니다. 엘리스 피터스 작가의 이 책은 12세기 영국의 슈루즈벨리 수도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중세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축일을 앞둔 어느 비 오는 밤, 누군가가 수도원 정원의 장미나무를 훼손하려다 젊은 수도사에게 들키고, 이 수도사는 그 자리에서 칼에 찔려 쓰러지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사건은 단순한 살인에서 시작해, 주디스 펄의 실종과 두 번째 살인으로 이어지며 점차 미궁에 빠집니다. 캐드펠 수사는 현장에 남겨진 구두 발자국, 사라진 구두 한 짝, 청동 세공인의 허리띠 장식 등 작은 단서들을 집요하게 추적합니다. 주디스는 결국 비밀의 방에 감금된 채로 발견되고, 연쇄된 사건의 배후에는 재산과 사랑, 인간의 욕망이 얽혀 있음을 드러냅니다. 마지막엔 캐드펠의 섬세한 추리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로 진실이 밝혀집니다.
소설은 수도원, 장인들의 작업장, 시장 등 중세 도시의 풍경과 생활상을 치밀하게 묘사합니다.
직물업, 구두 제작, 청동 세공 등 당시의 생업과 사회 구조가 사건 전개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단순한 추리소설을 넘어
역사 소설로서의 깊이를 더 합니다.
그리고, 주디스 펄이라는 사건 중심에 선 여성 인물을 통해 당시 남성의 보호 없이 살아가는 여성이 겪는 위험과 사회적 시선을 보여줍니다. 그녀를 둘러싼 남성들의 욕망과 경쟁, 그리고 그로 인한 비극은 중세뿐 아리라 현대에도 유효한 소설의 소재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소설에 등장하는 장미나무는 사랑, 상실, 그리고 희망을 상징하는 듯 합니다. 장미나무가 불타고, 살인이 일어나도, 사랑이라는 감정은 사라지지 않음을 암시하며, 사건의 결말에 이르러서도 그 향기는 남아 있습니다.
살인과 음모가 중심인 추리소설이지만, 캐드펠 수사는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과 연민을 잃지 않습니다.
그는 "죽은 사람보다 산 사람이 중요하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단순한 범인을 잡는 데 그치지 않고, 등장인물들의 상처와 치유에까지 관심을 기울립니다. 이로 인해 '치유'와 '용서'의 감정을 책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추리를 이끌어가는 캐드펠 수사라는 인물도 아주 흥미롭습니다. 십자군 전쟁을 겪은 전직 군인이자 수도사로 그려진 캐드펠 수사는 저자의 이력이 투영된 그림자와도 같습니다. 이는 캐릭터와 배경의 설득력을 높이고 있어, 소설 속 이야기를 좀더 촘촘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은 단순한 살인 미스터리를 넘어, 중세 영국의 삶과 인간의 본성을 깊이 있게 탐구한 작품입니다. 사건의 퍼즐을 맞추는 지적 쾌감, 세밀한 시대 묘사, 그리고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어우러져, '가장 따뜻한 미스터리'라는 별칭이 아깝지 않은 소설입니다. 장미나무 아래에서 피어난 사랑과 진실, 그리고 그 너머의 용서와 치유를 경험하고 싶은 분들이라면 꼭 읽어볼 만한 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