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끝 - 당신은 끝에 서 보았는가?
윤정 지음 / 북보자기 / 2020년 3월
평점 :
책 표지가 인상적이다. 붉은색의 책 표지, 그리고 저 멀리 한 점을 향해 나아가는 길이
보인다. 그 끝에 책 제목 <끝 The ending>이 놓여 있다. 그리고, 강력한 질문을 우리들에게 던진다.
“당신은
끝에 서 보았는가?”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듯이 “삶은 언어의 의미에 매달리지 않는다”라는 문구를 길 위에 던져두고
있다.
IMF 시절을 지나온 세대라면, 끝에
서 보았는가라는 질문에 그 시절을 떠올리지 싶다. 나 역시 그러하니 말이다. 그런데, 지금의 현실은 또 어떠한가?
그런데, 이 책의 저자가 시인이자 정신분석상담가라는 저자소개를 보고는
끝에 대한 의미를 달리 하게 된다. 아마도 삶의 끝을 이야기하는 것인가? 우리는 살아오면서 한번도 자신의 끝,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데
익숙하지 않지 않은가?
저자는 서문에서 하나의 기표(단어)를
잡고 그녀의 삶 속에서 죽이려고 했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끝이라는
단어는 선불교에서 이야기하는 화두를 잡기 위한 단어란 말인가?
이러한 여러 가지 상념과 함께 이 책의 차례를 만나고, ‘기다림’이라는 꼭지를 읽고 나서야 끝이라는 기표의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다.
저자는
이 책 속에서 ‘기다림, 빠짐, 고뇌, 연민, 갈등, 상상, 무지, 외로움, 자살, 죽음’ 등 27개의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각 주제에 대해 독백을 하고 성찰을 한 다음에, 그 끝을 정리한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은 저자 자신의 자아성찰, 명상(mindfulness) 등을 통해 들여다본 무의식 속의 것들을
끄집어 내어서 우리들에게 보여주는 것 같다.
‘긍정’이라는 주제의 끝에서 만난 다음의 글은 나에게 한참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길이 있다. 길이 없다. 말하지
마라. 걸어가면 길이다.
저 무거운 집을 등에 진, 느리고 느린 달팽이의 삶 속에도 길이 있다.
이렇듯, 이 책 속에는 나 자신을 잠시 내려놓고 생각에 잠기게 하는
순간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어둠’을 이야기하는 다음의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꽃 피고, 별 하나 어둠 하나, 꽃 지고 어둠 하나 별 하나……
당신도
별 하나 어둠 하나, 당신과 나는 어둠 하나 별 하나,
어둠
속에서 별 하나가 다시 태어났습니다.
어둠이
있으니 밝음이 있는 것을 이렇게나 아름답게 표현한 글을 본적이 있던가?
그리고, ‘외로움’에 대해
읽던 중 다음의 글귀를 보고는 잠시 멍하니 나의 마음을 어루만져야만 했다.
사람을 사랑한다는 건, 외롭고 쓸쓸한
나를 보며,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을 안다는 것이지
사람을 사랑한다는
건, 알 수 없는 무지개를 바라보고 지나간 소낙비를 그리워하는 것이겠지
저자가 후문에 이야기했듯이, 물질세계에 빠진 우리의 자아에게 속삭임을
주는 글들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어서 무척이나 좋았다. 그리고, 책
속의 수 많은 글들을 통해서 ‘나 자신과의 대화’를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