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로부터 온 편지
이정서 지음 / 새움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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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라는 소설은 정말 매번 읽을 때마다 다른 감동을 준 책이다. 아마도 세 번 이상은 읽은 듯 하다. 어린 시절 한번, 대학교 다니면서 한번, 그리고 중년이 되어서 한 번 이상..

이렇게 읽어도 지루하지 않는 소설이 어디 있던가? 그래서, 스테디셀러인가 보다.

그런데, 이러한 어린왕자를 가지고 쓴 소설이라니? 책 제목 <어린 왕자로부터 온 편지> 를 보고는 소설이라기보다는 어린 왕자를 읽은 감동이나, 어린 왕자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묘사한 책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러한 나의 예상은 완전히 빛나갔다.

 이 책은 소설의 형식을 빌어서 우리가 여태 읽은 <어린 왕자> 의 번역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같은 단어지만 문화적인 차이에 의해서 재해석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책이었다. 우리가 읽은 번역본들이 대부분은 일본어판이나 영문판을 번역한 것이라서 원작과의 거리가 생긴다는 것이다. <어린 왕자>는 분명 프랑스와 영어로 이 책을 출간했으나, 아무래도 생텍쥐페리는 프랑스어가 모국어로 표현이 좀 더 쉬웠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책의 저자는 우선 어린 왕자 속 헌사의 존댓말의 여부부터 출발한다. 그리고는 보아뱀에 대한 이야기를 거쳐, 우리들에게 염소와 양에 대한 번역의 차이를 들려 준다. 그런데, 재미있는 부분은 어린 왕자가 처음 주인공을 만나서는 높임말을 쓰다가, 나중에 친해진 다음에 친근한 반말을 사용했다는 것은 불어 원문을 번역하면 알 수 있다는 부분이었다. 사실, 어린 왕자의 번역본을 읽으면서 이러한 부분을 생각해 보진 않았기에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린 왕자가 살던 별인 소행성의 번호를 달리 매겨진 번역본들이 생겼는지도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가 철학서처럼 포장해서 읽어온 <이방인>이 정말 우리가 알던 그런 책이 아니라는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이렇게 번역의 오역이나 문화의 차이로 인해서 우리는 진정 세계적인 고전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번역을 오롯이 혼자만의 전쟁이라고 이야기하는 이 책 속의 저자의 글에서 여태 읽은 수 많은 번역서들을 번역해 준 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절로 생겼다. 고전을 번역한다는 것이 그냥 다른 나라 언어를 우리나라 말로 번역하는 것이 아닌 것을 이 책을 통해서 더욱더 알게 되었다.

 어린 왕자라는 고전 소설을 이 책을 통해 다시 읽는 기쁨과 더불어 다르게 번역되는 부분에서 미묘한 의미를 차이를 집어내는 것도 정말 재미있게 따라가며 읽었다.

 이 책은 소설이지만 소설이 아닌, 어쩌면 번역가의 어려움과 우리나라 출판계의 현실을 약간을 들여다보게 해 주는 그런 다큐멘터리는 아닐까?

이러한 생각과 함께, 달구벌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사람이 바로 책 속의 등장인물인 소담이라는 에필로그를 읽으며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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