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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픽쳐 - 양자와 시공간, 생명의 기원까지 모든 것의 우주적 의미에 관하여, 장하석 교수 추천 과학책
션 캐럴 지음, 최가영 옮김 / 글루온 / 2019년 11월
평점 :
책 제목만으로는 같은 제목의 소설을 생각나게 한다. 하지만 이 책은
소설책이 아니다. 읽다 보면 ‘이 책의 정체는 뭐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만약 장하석 교수님의 추천사를 먼저 읽지
않고 이 책을 들었더라면 더욱더 그러하리라. 장하석 교수님의 추천사에서 밝혔듯이, 이 책은 대중 과학서도 아니다. 이 책은 철학서이자 윤리학에 관한
입문서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이 책은 끊임없이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 그런데, 그 질문이 질문인지 모르고 넘어가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
책은 우리가 여태 알고 있던 과학을 이야기하던 것과는 다른 시각으로 과학을 불러온다. ‘시적 자연주의’라는 표현이 자주 이 책에 등장하는데, 저자는 과학이라는 것이 현상으로
있는 자연을 이해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여태
그렇게 검증한 과학적인 논리를 가진 것들조차 절대적 진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말 심오하다. 이론물리학자인 저자 션 캐럴은 자연주의와 철학 및 윤리학을 과학이라는 영역과 함께 녹여낸다. 그러하기에, 이 책은 낯설다. 낯선
것에 대해 흥미를 느끼는 나 같이 호기심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딱 어울리는 책이다. 처음 책의 두께를
보고는 조금 겁에 질렸다. 하지만, 무려 600 페이지는 넘는 분량이지만 그렇게 많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마도 이러한 지적 유희를 즐길 수 있도록 저자가
재미있게 안내해 준 덕분인 듯 하다.
저자는
시적 자연주의는 자유와 책임의 철학이라고 이 책의 앞 부분에서 이야기한다. 그리고, 다음의 문장을 읽어보면, 시적 자연주의는 우리에게 어떤 화두를 던지는지
조금이나마 이해가 된다.
“세상은 어떤 가치판단의
굴레도 지지 않으므로 자연의 법칙에 따라 전개되면 그만이다. 어찌 되었든 세상은 존재한다. 거기에 우리가 아름다움과 선함을 불어넣는 것이다.”
양자장론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부분도 참으로 흥미로웠다. 중력다음으로 흥미로운 ‘다섯
번째 힘’을 찾기 위한 인류의 노력에 대한 부분도 말이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점프할 때 생기는 우리 몸 속의 전자기력이 지구 전체를 합한 중력을 이긴다는 이야기는 꼭 내가 무언가 큰 힘을 가진 것 같은 생각으로 이끈다.
‘30억
심장박동’이라는 꼭지에서 만나게 되는 물리학자 제프리 웨스트의 ‘축적비
법칙’은 또 어떠한가! 이 법칙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평생
심장이 뛰는 횟수는 포유류에 속한 종이면 15억회라는 것이다. 그런데, 현대인은 1분에 60~100회의
심장박동을 가지고 있으면서, 의학과 식품공학의 발달에 힘입어 30억
심장박동의 분량을 산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두 배나
길어진 우리의 삶은 어디에 사용해야 한단 말인가? 정말 과학적인 영역이 철학적인 생각을 하도록 만든다.
책의 후반부에
있는 폭주열차의 문제는 ‘윤리학’과 ‘메타윤리학’을 구분하는 것에 이른다.
그런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현재 개발되고 있는 자율주행차의 윤리적인 부분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과연 무단횡단하는 사람을 피하기 위해서, 주정차중인
학원 통학차량에서 내리는 아이들 방향으로 핸들을 꺽어야 할 지에 대한 결정을 자율주행차에게 맡길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런 것들 것 생각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저자의 필력에 감탄하면서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