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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바라기 노리코 시집 - 식탁에 커피향 흐르고,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윤동주를 사랑한 시인
이바라기 노리코 지음, 윤수현 옮김 / 스타북스 / 201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학창시절 배운 시들 중에서 기억에 남는
시라고 하면, 단연코 윤동주 시인의 서시일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윤동주 시인을 사랑한 일본의 시인이 있었고, 그렇게 윤동주
시인의 시가 일본 교과서에 실릴 수 있었다는 것을 한 방송에서 본 적이 있다. 그렇게 윤동주를 사랑했던
여류 시인인 이바라기 노리코의 시들을 지금 이렇게 만날 수 있음에 약간 떨림이 생긴다.
시라는
글은 그렇다. 내가 삶에서 흔들릴 때, 외로울 때, 힘들 때, 살며시 다가와서 쓰다듬어 주고 가는 그런 면이 있다. 아마도 이바라기 노리코의 시들도 그러했을 것 같다. 전쟁이 끝나고
모두가 마음의 상처로 힘들어 할 때, 이 시인의 시가 일본을 위로했다고 하니 정말 어떤 시들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말이다.
자연이
우리들에게 가져다 주는 계절의 특색을 저자는 ‘보이지 않는 배달부’라는
시에서 시인 특유의 감성으로 전해준다. 정말 다음의 구절을 읽으며 시인의 상상력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3월 복숭아꽃이 피고
5월 등나무 꽃잎들이
일제히 흐드러지고 … <중략>
땅 밑에는 조금 게으른 배달부가 있어
모자를 거꾸로 쓰고 페달을 밟고 있는 것이겠지
그들은 전한다 뿌리에서 뿌리고
가기 쉬운 계절의 마음을
우와, 정말 땅 밑에
배달부가 있는 것만 같다. 무언가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해야 할 것만 같은 동화와도 같은 시다. 이렇게 이 책에 실린 그녀의 시들은 무언가 부드럽다. 하지만, 꼭 그런 시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녀의 대표작인 ‘내가 가장 예뻤을 때’는 또 다른 느낌의 시다.
이 시집은 후반부는 그녀가 쓴 윤동주 시인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그녀는 어떻게 해서 윤동주 시인이 옥사하셨는지를 일본인 스스로 그 전모를 밝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참으로 감동적이다. 무언가 정의를 위해서 목소리를
내는 문학인의 의연함과 따뜻한 인간미가 느껴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녀가 어떻게 해서 한글을 매료되었는지, 왜 한글을 공부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가 잊고 있었던 한글의
정서를 생각나게 한다.
시인의 삶과 함께 읽은 그녀의 시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단지 시 만을 읽었다면 왜 이런 시들이 그녀의 삶의 뿌리에서 나왔는지 몰랐을 것이다. 그녀의 삶의 이야기를 읽고 그녀의 대표작인 두 시를 다시 읽으니 정말 그녀의 가슴이 어떠했을지 생각하게 된다.
시의 여백 속에서 뛰어 놀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서 마음의 위로를
받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시인을 통해
우리 역사 속의 위대한 시인 중의 한 사람인 윤동주의 삶도 다시 한 번 돌이켜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무척이나 의미 있는 시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