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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시 하나쯤 가슴에 품고 산다 - 눈물 나게 외롭고 쓸쓸했던 밤 내 마음을 알아주었던 시 101
김선경 엮음 / 메이븐 / 2019년 7월
평점 :
처음 책 제목 만을 보고는 유명한 시인들의 시를 엮어서 독자들에게 시의 탄생 배경이나 시인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 생각이 들렸다. 역자 김선경씨는 자신의 삶에서 위로가 필요할 때 만난 시들을 이 책을 통해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프롤로그에 이야기한 러시아 시인 조지프 브로드스키의 다음 말에 대한 역자의 이해에 공감의 스티커를 마구마구 보내게 된다.
“시가 해야 할 일은
언어가 더 멀리 더 빨리 여행할 수 있도록 능력을 키워 주는 것”이다.
이 말을 나는 이렇게 이해했다. 아직 살지 못한 삶에 대한 힌트를 주는 언어가 시라고 말이다. 불완전한 시간에 대한 믿음을 가르쳐 주는 소중한 시간들, 바로 시를
읽는 시간이다.
그렇게
이 책 속의 시들을 만났다. 참으로 운치 있게도 살짝 열어둔 창밖으로 빗소리와 더불어 시원한 바람 소리가
들린다. 이 책 속의 시들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라도 하라는 듯이 말이다.
역사는 8개의 꼭지로 나누어서 각 꼭지마다 의미를 부여한 다음에 그것에 어울리는 시들을 모아서 우리들 의식의 식탁 위에
올려 두었다. 때로는 왜 이 시가 여기가 있지? 하는 생각을
하기보다는 이렇게 시를 모아서 분류를 하다니! 하는 감탄이 먼저 나왔다.
시들을
모은 꼭지 앞에 자신의 이야기, 그리고 책 <윌든> 속의 한 구절, 알레스카 원주민 이누이트 족의 이야기까지 더해서
말이다. 시라는 메인 요리를 만나기 전에 다양한 색색의 접시에 소스 또한 여러 가지인 샐러드를 만나는
느낌이었다. 이 책은 시를 읽었다기 보다는 그냥 시를 느겼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역자와 함께 같은 감성을 느꼈는지는 모르겠지만, 시 하나 하나를
읽으면서 어떤 시는 가슴에 담겨 남았고, 어떤 시는 그냥 관통해서 흘러가 버리기도 했다.
그걸로
족한 거 아니겠는가? 전문 시인도 아니고, 시를 연구하는
사람은 더더욱 아닌 책을 좋아하고, 시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은 부담스럽지 않다. 그 어떤
자기계발서나 위안을 준다는 인문학 서적과는 다르다. 그냥 읽으면 된다.
읽다가 지겨우면 다 읽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게 시 아니겠는가?
삶에
지쳐서 자신을 돌아보며 여백이 필요한 날, 이 책 속의 시 하나와 마주하면 그것으로 족할 듯 하다. 오늘은 비가 오니, 소주 한 잔이 생각난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읽는다.
<소주 한 잔 했다고 하는 예기가 아닐쎄> 라는 시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