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어서 헤어지는 중입니다
한창욱 지음 / 레몬북스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언뜻 책 제목 <살고 싶어서 헤어지는 중입니다> 만 보아서는 이별 후에 심정을 써내려 간 에세이로 생각했다. 특히나, 프롤로그에 나오는 고양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더욱더 이별에 관한 이야기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길고양이 비비안이 떠나간 아델을 기다리는 이야기를 하는 프롤로그였기에 말이다. 게다가 비비안이 33개월만에 아델에게 정식 작별을 고하는 장면은 더욱더 이별의 아픔을 진하게 느껴지기에 말이다. 그런데 왜 저자는 33개월이라고 정했을까? 작별을 고하는데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한 것일까? 저자의 의도가 궁금하다.

하지만, 이 책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였다.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첫 번째 장이 사랑의 숲으로 가자였다. 정말 우리에게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시작하다니 하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제일 처음 에피소드인 하루의 끝에서에 나오는 K의 이야기를 통해, 이 땅의 아버지들을 생각나게 했다. 정말 이렇게 사랑을 전하려고 했구나하는 생각, 그 무거운 짐을 홀로 지고 나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에 대한 생각들이 교차했다. ‘헤어지는 중입니다에서는 사랑하는 딸과 이별을 서서히 준비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아련하게도 그려진다. 왜 우리는 헤어지는 것을 서서히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가만히 책을 덮고 해보았다. 나는 지금 삶의 어느 정도에 와 있으며, 지금 준비를 하고는 있는지 말이다.

 책의 중간에서 만난 순간에 충실하자에서는 우리를 둘러싼 변화의 속도에 마음이 따라가지 못해서 생기는 집중력 부족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여기서 명상을 통해 현재의 순간에 충실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이야기하는데, 정말 지금 나에게 필요한 처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알파가 있는 삶이야기에서는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추억의 장소, 심리적인 것에 대한 생각을 하도록 이끌었다. 나에게는 어릴 적 이 책의 G대리와 같은 알파가 있었던가? 아니면 지금은 또 어떤 것이 나에게는 알파일까? 생각해 보니 없는 듯하다. 알파가 있는 삶을 위해서 언젠가 숲이나 바다 등의 자연으로 가야만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눈을 감았다.

 그리운 날에 숲길을 걷다에서는 포행의 즐거움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산책이 복잡한 것들을 단순화시켜주는 지도 말이다. 그리고, 이 에피소드의 끝에 있는 시에서 말하는 숲처럼 무성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해 보았다.

 이 책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한 번쯤 부딪칠만한 상황에 대한 이야기들에서부터, 우리들이 잊고 지냈던 사실과 시절의 이야기들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생생히 그림과 같이 묘사된다. 그건 아마도 저자의 글솜씨 때문인 듯 하다. 습자기에 물이 스며들 듯, 이 책의 이야기 하나 하나가 나의 마음 속에 스며들어, 나를 다시 일깨우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너무나도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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