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문, 환문총
전호태 지음 / 김영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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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어 나가기 위해서는 우선 환문총에 대해서 알아야 될 것 같다. 환문총은 중국 길림성 집안현 태왕향 하해방촌, 집안평야 동북쪽 끝의 용산 남쪽 기슭 서편에 위치해 있다. 고구려의 흙무지돌방무덤으로 1935년 일본인 학자들에 의해서 그들의 조사로 인해 벽화고분으로 밝혀졌다. 이 무덤은 널방 벽에 그려진 겹으로 이루어진 둥근무늬로 인해 환문총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그런데 그 둥근무늬의 사이사이로 사람이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이 희미하게 보이는데, 그것은 원래 그려졌던 그림이 있었다는 말이었다. 처음 환문총의 널방 벽에 생활 풍속을 주제로 한 벽화가 그려졌는데, 어떠한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그 그림 위해 다시 회를 입혀서 새로운 벽면을 만들고 겹둥근무늬의 장식무늬 벽화가 그려졌다는 말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왜 다시 벽화를 그렸던 것일까? 그 물음에서부터 이 책은 시작한다.


나조차도 왜 다시 벽화가 그려졌을까에 대한 궁금증이 이는데, 역사학자들은 얼마나 궁금했을까? 당연한 말이다. 평생을 고구려 고군벽화 연구에 매진했던 저자 전호태 씨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그 궁금증을 토대로 이 책을 발간해 내셨다. 그 비밀이 풀린것은 아니지만, 의문을 가지고 연구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 책에 싣게 된다. 그런 자신을 책 속 주인공에서 한인규라는 국립박물관 미술부의 학예사로 설정해둔다.


한인규는 책의 저자처럼 환문총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가 대학 선배로부터 고태일이라는 사람의 책 보따리를 얻게 되면서, 그의 연구는 심도있어진다. 환문총의 두번 그려진 것의 수수께기의 실마리를 찾아내려고 노력하며, 그에 따른 역사적 상황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고구려인들의 이야기는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벽화 소재의 형태나, 수정한 사례는 자주 발견되었지만, 벽화의 주제를 바꾼 경우는 환문총이 유일했으므로 집중을 받음은 자명한 일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각장마다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고구려의 역사상황과 무덤, 고분벽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의 주제를 두고 다양한 사람들을 등장시켜 여러 관점에서 볼 수 있게 만든 독특한 구성을 연출하였다. 조금 에둘러 표현하는 것 같은 난해함도 있긴 했지만, 독특한 구성이 눈길을 끄는 책이었다.




하루 일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오면서 동심원문들이 왜 저런 무덤 속에 그려졌을까를 생각해보았다. 조선 절간 대웅전에 모셔진 탱화 속 부처나 보살의 두광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고향집 근처 너럭바위 위에 새겨진 장식무늬를 떠올리게도 했다. 널방 입구의 괴수는 새로 그린 그림같지 않았다. 동심원문들만 새롭게 그린 이유는 무엇인지도 궁금했다. (p.83)


성문 근처에서 쳐다보니 초원 끝 구릉지에 우뚝 선 고구려의 성이 위압적이다. 커다란 돌들을 벽돌처럼 다듬어 쌓은 까닭인가. 이전에 보았던 흙벽돌로 쌓은 성들보다 단단하고 육중해 보였다. 모두 처음 보는 고구려의 성을 힐끗거리며 통나무를 다듬어 짠 커다란 성문 사이로 들어선다. 이제부터 나와 두 스님, 우리에게 딸린 가족들은 고구려에서 살아야 한다. 이전처럼 생구로 살겠지!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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