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
서하진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1월
품절


총6편의 단편이 실린 책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여성작가에게서 에쿠니 가오리 작가의 분위기가 느껴져 무언가 일본스러우면서도 한국적인 느낌이 담긴 단편들이라고 해야 할까. 중간 중간 그런 기분이 들었다. 일본스럽다는 건 에쿠니 가오리 작가의 글 분위기가 나서 그렇다는 것이고, 한국스럽다는 것은 우리나라 가족들 속의 아픔이나 상처가 담겨져 있어서였다. 총 6편의 단편들은 상처를 안고 있는 이야기들이다. 특히 가족.

가장 마음에 끄는 단편이 제목인 <요트>였다. 부부는 젊었을 때부터 저축보다는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 부부는 세계 각국을 가곤 했었다. 하지만 하나뿐인 아들이 점점 커가면서 그 여행을 하는 횟수도 점차 줄어들게 되었지만, 남편의 마음은 어디론가 떠나는 것에 마음이 쏠려 있었다. 어느 날 남편은 아내에게 불쑥 말을 꺼낸다. 집을 팔아서 요트를 사자고. 아내는 그런 남편의 말에 어의없어 하지만, 요트를 사서 대서양과 태평양을 항해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러던 어느날, 고등학생인 아이가 가출을 하고, 몇일씩 무소식이된다. 공부잘하고 말썽한번 일으키지 않았던 아들이 말이다. 부부는 아이를 찾아나서고, 몇일째나 되던 날 외진곳에서 잠들어 있는 아이를 발견한다. 그리고.. 잠에서 깬 아이에게 아내는 말한다. "요트 탈래?" 라고. 육 개월 동안...

공부만 알고 지내는 아이에게 요트라는 말은 정말 바다같은 느낌이 아니었을까.. 엄마가 내뱉는 요트를 타러 가자는 말. 왠지 이런 엄마가 너무도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고등학생 아이에게 6개월만 한국을 떠나 요트를 타러 가자고 말하는 엄마. 나도 먼 훗날 내 아이에게 이런 말을 내뱉을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미소지었다.

바람난 아버지가 남긴 일기를 읽는 아들의 상처.. 아내의 사표와 공부를 시작한다는 말에 못마땅한 남편이 집을 나가고, 다른 여자가 생긴듯한 행동을 하며, 집을 판다고 내 놨을때 아내는 남편에게 끌려가고 있었지만, 어느 날 그 집을 나오는데, 남편과 만난 그 카페에서 로또에 당첨된다는 거짓말을 한다. 그리고 남편의 표정. 그 통쾌함의 이야기. 죽은 오빠를 위해 동생과 아픈 엄마를 위해 집의 가장이 된 그녀. 난자를 팔며 돈을 버는 그녀의 상처 이야기.. 옛 사랑에게 돈을 빌려주고 떼이고, 몇달간 고민하다 남편에게 이야기를 꺼내는 아내. 그런데 백수가 된 남편은 그녀의 말에 아무런 이유를 묻지 않고, 돈을 갚아준다고 말하는 이야기.. 이런 저런 가족사 안에서의 상처와 개인의 상처가 함께 묻어 있는 단편집이었다. 그 상처안에서 통쾌한 이야기도, 흐뭇한 이야기도.. 또 가슴아픈 이야기도 골고루 담긴 단편집.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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