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가는 대로
수산나 타마로 지음, 이현경 옮김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5년 12월
구판절판


죽음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할머니가 멀리 미국에 있는 손녀에게 보내는 일기 형식의 편지였다. 사실 이 책은 몇 달 전에 클럽에서 어떤 분이 나눔을 하실때, 다른 책들과 몇권 받은 소중한 책이었다. 약간 오래된 책이라, 한쪽에 놓아두고 저 책은 언제 읽을까.. 라는 행복한 고민으로 생각만 하다가, 이렇게 읽게 된 책이었다. 그런데, 약간은 낡고, 타인의 손때가 묻은 이 책이 이런 보석같은 책일 줄이야. 이제야 알아보게 된 것이다.

그냥 평범한 가족 속의 할머니 이야기가 아니라, 특별한 사정을 지닌 가족의 이야기라 마음이 더 끌리고 할머니의 손자에 대한 한 글자 한 글자가 얼마나 따뜻하게 다가오던지. 침대 머리맡에서 아끼고 또 아끼며 봤던 책이었다. 책을 다 읽고 마지막 장을 덮고 잠자리에 들때쯤 나는 나도 나이가 들고 죽을 때가 다 되었을때 손자.손녀들에게 다만 한 장의 편지글이라도 남기고 싶어졌다.

여자의 업은 딸에게로 전해지고, 또 그 딸의 업은 그녀의 딸에게 전해진다. 라는 말. 한국에도 있다. ' 몇살이 넘어 결혼해야 엄마의 팔자를 닮지 않는다. ' 라는 말처럼 말이다. 여기 손녀에게 마지막 편지를 적는 할머니의 삶도 그러했다. 남편의 아이가 아닌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갖고, 평생 상처와 그리움으로 지낸 할머니. 그리고 그녀가 낳은 딸. 그녀는 아버지가 누군지도 알리지 않은 채 아이를 배게 되고, 젊은 나이로 어머니 먼저 죽게 된다. 그리고 그 손녀는 할머니가 키우게 되는데, 그 할머니가 이 글을 남긴 그 할머니이시다.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된 소녀는 그녀의 엄마처럼 할머니와는 사이가 그렇게 좋지 않았다. 점점 커가면서 그것은 심해졌고. 그래서 미국으로 떠나기로 결심한다. 할머니는 손녀에게 그녀가 살아온 생들과 손녀의 엄마. 그러니까 자신의 딸과의 일들에 대해 손녀에게 담담히 이야기 한다. 상처받은 여자들의 이야기와 그녀들의 생을 담담하게 말하고 있는 할머니의 편지글은 글쎄... 할머니 곁에 남은 오직 손녀가 남기고 간 늙은 벅이라는 개처럼 쓰라렸고, 안타까워 가슴이 아팠다. 책을 읽노라면, 할머니의 잔잔하지만, 사랑하는 손녀에 대한 문체들에 가슴이 아파오고, 동시에 따뜻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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