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에서 바이올린 제작자의 길에 이르기까지.

내 인생, 안단테 칸타빌레
김호기 지음 / 민트북(좋은인상) / 2009년 9월

단순한 바이올린에 관한 소설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 외로 재밌고 진솔하게 읽은 책이었다.

음악을 하는 큰오빠의 영향으로 바이올린을 접하게 되고, 바이올리니스트가 되어 부산 시향에서 근무하게 된다. 하지만 손가락에 이상이 있어 자신의 꿈을 접어야 할것인가? 라는 고민으로 시간을 보내다 바이올린 이라는 자신에겐 없어서는 안될 이 악기를 포기하지 못하고. 음악가로서가 아니라 이젠 바이올린 제작자의 길을 다시 개척한 김호기 마에스트라. 그녀의 인생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바이올리니스트에서 바이올린을 만드는 제작자의 길. 너무나 멋진 이야기로만 생각했다. 포기할 수 없는 바이올린과 사랑하는 악기를 만드는 일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맞다. 그녀의 인생도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멋졌지만. 물론 많은 힘든 순간들도 있었다. 바이올리니스트였을때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지 않던 순간. 누구에게도 말 못할 고민은 항상 그녀를 힘들게 했고. 제작자의 길로 들어선다는 것은 힘든 선택이었다.

마에스트라가 되기 위해 그녀는 유학을 떠났다. 이탈리아로. 국제 현악기 제작학교에서 4년간의 시간을 보낸뒤. 어렵다는 졸업장을 따내고. 마에스타라 자격을 획득한 그녀. 힘든 그 순간 순간에는 주위에서 위로의 손길을 보내는 사람들도 물론 많은 도움이 되었지만. 가장 중요한 건 호기 씨 본인의 마음가짐에 달렸었다.

눈물겨웠던 순간. 가장 아끼는 것을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 일념. 그녀는 이토록 아름답게 바이올린을 제작하는 제작자가 되었다.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준 노라 존스에게 바이올린을 선물했을 때. 노라 존스는 한국인의 누군가가 자신에게 준 최고의 바이올린 선물에 감동했고. 그 한국인을 찾았다. 그리고 건네준 친필 편지.

항상 그녀가 사랑하는 바이올린과 행복한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 책에서 보여준 그녀의 인생만큼이나 행복하게-

이 세상에 영원한 관계란 없다. 잠깐 땀을 식히고, 머리를 기대고, 쉴 수 있을 뿐,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 머물 수는 없다. 그걸 알면서도 나는 언제나 이별 앞에 담담하지 못하다. 나는 언제나 이별에 서툴다. (p.144)

우직한 걸음이 나중에는 가장 묵직한 한 걸음이 될 것을, 목표로 향하는 확실한 한 걸음이 될 것임을 나는 안다. 대충 그 순간만 모면해서는 진정한 발전을 이룰 수 없다. 그건 그 누구보다 스스로가 가장 잘 알 것이다. 다른 사람은 속여도 자기 자신은 속일 수 없는 법이니까. 느리더라도 정직하고 우직한 이 길이 결국에는 가장 빠른 길이다. (p.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