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 사도세자의 마지막 7일 나남창작선 84
김상렬 지음 / 나남출판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아버지 영조에 의해(영조 한사람에 의했다고 보기엔 좀 그렇긴 하죠? 영조를 움직인 노론들을 포함해서) 27살의 나이에 뒤주에 갖혀 죽은 사도세자. 학교 다닐때 국사시간에 잠깐 배웠던 그의 생애와 드라마를 통해서 본 그가 전부였는데. 뒤주 속에서의 7일동안 있었던 그의 내면과 그에 연관된 일들이 적힌 이 책을 읽으니 마음이 참 착찹하네요.

소설이 그렇듯 역사에 작가의 소설적 가공의 살을 붙여 놓아서 모든것이 진실은 아니였구요. 역사적 상황과 사건은 그대로 보여주고 뒤주속에 갖힌 사도세자의 심리는 작가의 문학적 상상력을 가미하였습니다. 원래 사도세자가 죽은건 뒤주에 갖힌 8일만이었지만 저자는 7일로 줄여 만들어 놓았네요.

그래서 책의 진행은 사도세자로 부터 시작해 그가 뒤주에 갖힌 첫째날. 둘째날... 일곱째날 이렇게 나뉘어져 있습니다. 읽는데 지루하진 않았구요. 읽으면서.. 참 마음이 좀 그랬답니다. 뒤주속 어둠에 갖혀 8일동안 보낸 사도세자. 물론 사도세자가 함부로 칼을 휘두르거나 몰래 왕궁을 빠져나갔다는 점. 또 그외 승려와의 일. 여러가지 점들이 있었지만, 그렇게 뒤주 속에 갖혀 굶어 죽게 했어야 했나.. 하는 점이 안타까웠다는...

책 속의 사도세자는 7일 동안 뒤주속에서 담담히. 그리고 때로는 못 견디도록 자신을 구출해줄 사람들을 끊임없이 기다렸으며, 뒤주 속 한마리 거미도 자신의 존재와 같다고 생각하였고, 아버지 영조와의 일들을 회상하고 노론과 소론의 사건들을 열거합니다. 그렇게 말라가고 말죠. 이 책 추천해드리고 싶네요 ^^

어둠이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게 보인다. 희미하게 눈에 들어오던 거미줄도 어느 새 더 진한 어둠 속으로 잠겨들어 버렸다. 나는 문득 거미줄이 내 목을 칭칭 휘감는 환상에 사라잡힌다.거미가 내 눈알을 파먹고 귓속으로 들어간다. 더 이상 어둠은 싫다. 밤이 오는 게 두렵다. 당신은 오늘도 이대로 나를 내버려 둘 것인가. 나를 이대로 정녕 죽이고 말 작정인가? 새우처럼 등을 구부린 나는, 자신도 모르게 모로 쓰러져 어둠 속에 눕는다. (p.140)

 나는 누군가를 그침 없이 죽이고 싶고, 닥치는 대로 불을 지르고 싶었다. 그걸 겨우 억누르는 방도가 궁 바깥으로의 잠행이거나 지하별궁으로의 도피, 그것밖에는 달리 도모할 수가 없었다. 거기에서 술을 마시면서, 또는 아주 잘 듣는 반역의 칼을 갈면서 지금과는 전혀 새로운 조선제국을 은밀히 꿈꾸는 것이었다.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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