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블 파이 - 세상에서 수학이 사라진다면
매트 파커 지음, 이경민 옮김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2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험블 파이


수학은 싫어하지만 이렇게 재밌게 풀어내는 수학 이야기는 흥미진진했다. 

일명 수학 교양서를 표방하며 해외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최초의 수학책이라고 한다.


이 책의 저자는 믿기지 않게도 수학 스탠딩 코미디를 공연하기도 했고 수학 공연을 펼쳤고 수학을 주제로 한 유튜브 채널 영상을 만들어 누적 조회수가 1억 뷰를 넘긴 멋진 수학 괴짜다. 겼다. 


이번 책에서는 굴욕적인 수학 실수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달력에 얽힌 수학 이야기 부터 토목공학, 컴퓨터 프로그램의 빅데이터와 리틀데이터, 금융, 통계의 오류, 우주탐사 등 열세장의 이야기를 엮었다. 


학창시절 수학을 배울때는 이걸 어디다 써먹나 싶었는데 이제와서 이 책을 보니 지금 현대 사회에서 수학이 얼마나 필수적인 학문인지, 수학이 잘못되면 현실 세계에서 어떤 엄청난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배우게 된 책이다. 


인간의 두뇌는 훌륭한 계산기이지만, 우리는 개인적인 판단 과정을 거쳐 결과를 예측하도록 진화했다. 우리는 근사치로 계산한다. 그러나 수학은 곧장 정답으로 향할 수 있다. 수학은 옳은 것에서 틀린 것으로, 정확함에서 부정확함으로, 안전에서 위험으로 뒤바뀌는 지점을 한 치의 오차 없이 알아낼 수 있다.


인치와 센티미터, 평과 평방미터, 마일과 파운드 등 지금도 단위표기법의 차이에 따른 실수가 많은데 그 옛날 콜럼버스가 아랍 마일(1,975.5m)을 이탈리아 마일(1,477.5m)로 잘못 읽었고, 그래서 스페인에서 아시아까지 거리가 얼마 되지 않는다고 착각했다는 이야기는 놀라운 에피소드였다. 콜럼버스의 예상 속에서 영국에서 중국까지의 거리가 오늘날 미국 서부 샌디에이고까지의 거리쯤으로 오판된 것이다. 유럽부터 아시아까지의 거리는 콜럼버스가 횡단하기에는 너무나 멀었다. 그리고 그 중간에 신대륙이라는 예상치 못한 대지를 마주쳤다. 물론, 그가 후원자와 선원을 속이기 위해 일부러 착각한 척했다는 추측도 있다.


통계에 대한 여러 에피소드들도 인상적이었는데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조종사들은 헐렁한 군복을 입었고, 여러 체형의 조종사가 앉을 수 있도록 조종석도 꽤 넓었다. 그러나 새로운 세대의 전투기가 등장하며 많은 것이 변했다. 조종석은 좁아졌고, 군복은 몸에 딱 달라붙었다. 미 공군은 조종사의 신체 치수가 어떻게 되는지 정확히 알아야 했고, 그렇게 전투기와 군복을 몸에 딱 맞게끔 만들려 했다. 미 공군은 신체 치수를 재는 크랙 팀을 공군 기지 14곳에 보내 총 4,063명을 측정했다. 각각의 사람은 132군데가 측정됐다. 젖꼭지 높이, 전두부 길이, 머리둘레, 팔꿈치 둘레, 엉덩이에서 무릎까지 길이 등이 포함됐다.


수학 실수 모음집인 이 책은 재밌으면서도 폭로적인 성격도 있다. 장막을 걷어내 암실에서 활동하는 수학의 민낯을 밝히며 현실 세계에서 주판과 자를 들고 밤새 야근하는 오즈의 세계가 펼쳐진다. 수학이 우리를 한없이 높이 올렸다가 한순간에 다시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걸 인지하는 순간은 뭔가 안 좋은 일이 터졌을 때 뿐이다. 이 책에는 고의로 실수 세 개를 심어두었다고 한다. 저자는 모두 발견한 사람의 연락을 기다린다고 한다. 


일단 내가 찾은 실수 하나는 책 페이지 숫자가 거꾸로 되어 있다. 맨 끝장이 1페이지고 첫장이 417페이지다. 그리고 감사의 말 첫 페이지는 0페이지고 이미지 출저를 적은 페이지는 4294967293페이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학교로 간 스파이
이은소 지음 / 새움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학교로 간 스파이


김수현의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는 간첩이 동네바로로 위장했지만 이 소설에서는 중학교 선생님으로 위장한 간첩이 등장한다. 이 소설에서는 중2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무서운 중학교 2학년 담임을 맡게 된다.  


간첩이 중학교 선생님이 된다는 이 기발한 설정의 스토리는 남북분단의 현실 그 답답함과 대한민국 공교육의 암담한 현실을 그려내지만 유쾌함도 공존하는 아주 매력적인 이야기였다. 


주인공, 간첩 임해주 뿐만 아니라 소설 속 중학생들도 공동 주연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우리는 이미 무던해져서 일상으로 생각하는 남한의 현실들을 북한에서 넘어온 간첩의 시선으로 풀어내는 방식이 이야기를 더 흥미롭게 만든다. 


거기다 시라는 소재까지 버무려지면서 이 멋진 소설의 작가가 누구인지, 이은소 작가의 이름을 다시 보게 된다. 소설의 주인공 임해주는 남파간첩 훈련중 감정을 억제하는 법을 배웠고 실제로 감정이 없다. 사랑도, 그리움도, 애틋함도, 정도 모른다.


한편의 성장드라마처럼 시와 중학생 아이들과 부대끼며 없어진 감정들이 꺠어나고 북한에서 교육받고 훈련받은 사상과 신념이 흔들리기 시작하며 결국 간첩의 임무와 선생으로서의 임무 사이에 딜레마가 생긴다. 


개인적으로는 외계인이 지구와 인간을 낯설게 보듯이 북한간첩이 보고 생각하는 남한 현실에 대한 일종의 풍자하는 대목들이 인상적이었다. 


서울의 밤은 피로하다. 커튼을 치고 불을 끄고 눈을 감아도 캄캄하지 않다. 잠을 깊이 잘 수 없다. 꺼지지 않는 불빛 때문이다. 인민의 자본과 노동을 착취해서 빛나는, 가짜 빛이다. 서울의 바람은 미세 먼지 가득한, 진짜 황색 바람이다. 잠시 딴생각을 했던 나를 비판한다. 항상 준비! 소년단 구호를 떠올리며 원수님과 당에 충성을 맹세한다.



남한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라지만 직장 생활은 자유롭지 못하다. 근무시간 동안은 모두 철창에 갇힌 새 같다. 어쩌면 이 철창에서 제일 자유로운 사람은 나일지도 모르겠다. 남한 인민은 우리더러 수령의 노예, 당의 노예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 진짜 노예는 이들이다. 이들은 자본의 노예이다. 남한에서는 욕심 없는 사람이 가장 자유롭다.


무질서 무례 무법 방종 야단 요란 법석 난동 난리 복도는 전쟁터이다. 아새끼들이 교실이 아니라 복도에 욱닥거린다. 


이은소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가볍고 유쾌하게 재미있게 소설과 독서를 즐기다가 주인공 해주와 해주의 삶, 가족, 고향, 사람들을 한번 떠올려 주길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안함에 대하여 - 홍세화 사회비평에세이
홍세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안함에 대하여


올해 벌써 홍세화의 두번째 책이 나왔다. 

시중에 에세이라고 하면 쏟아져 나오지만 그의 에세이는 사회비평에세이라는 단어가 책표지에 적혀 있을 정도로 대놓고 표방한다. 


대여섯페이지 정도 되는 길지 않은 글에도 한참을 머물러서 생각하게 만드는 한겨레신문의 칼럼 같은 글들이 수십편 엮여있는 방식이다. 


올해초에는 거침에 대하여였고 이번에는 미안함에 대하여란 제목으로 착한 방관자는 비겁한 위선자일 뿐이라는 양심에 비수를 꽂는 얘기를 한다. 


여러 분야의 사회담론들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다양한 이슈에 대한 글이지만 뼈대를 이루며 관통하는 홍세화 저자의 세상을 보는 시각과 프레임을 느낄 수 있고 내가 평소 잘못 생각했던 편견과 사고의 오류들을 바로 잡아주는 대목들이 많았다.  



그의 글들은 다섯개의 챕터로 분류되는데 제일 먼저 산업재해에 대한 어두운 현실을 들춰낸다.  

왜 노동자들이 죽는 문제로는 많은 사람이 촛불을 들고 나오지 못하는지 안타까웠고 우리는 20의 욕망과 가치관을 가진데다가 80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다보니 당연히 80에 관심을 가질 수 없고 감정이입도 되지 않으니 연대도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너무나도 불편했다. 


혐오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데 저자는 혐오를 정치적인 힘을 발휘하는 감정으로 규정한다.성소수자에 대한 나의 편견을 되돌아보면 단 한 사람이라도 자유롭지 못한 사회는 자유로운 사회가 아니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교육문제에 대한 글들에서는 현재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을 비판하며 지금의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미안함 느껴야 된다고 한다. 세계 최장의 학습시간으로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에 익숙하게 하고 비판의식과 계급의식은 형성하지 않은 채 등급과 석차로 서열을 규정함으로써 머리가 좋거나 부모의 경제력이 좋은 학벌 엘리트 집단에 복종하게 가르치고 있다. 


그외에도 ‘가슴엔 불가능한 꿈을 안고’라는 챕터와  ‘갈 길이 멀더라도’ 에서 가난과 차별, 진보정치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 논한다. 


자칫 우리가 빠지기 쉬운 함정의 하나는 개탄하는 것으로 자신의 윤리적 우월감을 확인하면서 자기만족에 머무르는 것이다. 실상 세상이 혐오스럽다고 개탄하기는 쉬운 일이다. 개탄을 넘어 분노할 줄 알아야 하고, 분노를 넘어 참여하고 연대하고 설득할 줄 알아야 한다. 사람들이 기존의 생각을 고집하기 때문에 설득하기 어렵고, 그래서 모두 설득하기를 포기한다면, 세상의 변화를 어떻게 이끌어낼 수 있을까. 의미 있는 일은 언제나 어렵다. 다시금 되새기자. 우리가 가는 길이 어려운 게 아니라 어려운 길이므로 우리가 가야 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개탄만 하며 아무것도 한 일이 없는 나 자신을 반성하게 하는 글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노우볼 팬더밍 -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브랜드 팬덤 만들기
박찬우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객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지지하는 ‘브랜드 팬덤’이 브랜딩 성공의 새로운 기준이 되었고 그 개념과 방법론이 이 책에 담겨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류세: 인간의 시대
최평순.EBS 다큐프라임 〈인류세〉 제작팀 지음 / 해나무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류세: 인간의 시대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책이었고 다큐멘터리의 한장면같은 풍부한 사진들까지 더해지면서 더 흥미진진하게 보게 된 책이다. 실제 EBS 다큐프라임 제작진이 지구 곳곳의 인류세 현장을 누빈 기록들이다. 


이 책의 제목인 인류세란 시간적으로 산업혁명 이후 인간 활동이 지구환경이나 지구 역사에 영향을 주기 시작한 시기부터 현재까지의 시간을 지칭한다. 콘크리트, 플라스틱, 치킨, 미세먼지, 도시, 기후변화, 대멸종, 그리고 현재 코로나 같은 신종 전염병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인류세는 노벨 화학상 수상자 파울 크뤼천이 제안했다고 한다. 



책의 구성은 다섯개의 챕터로 먼저 인류세란 무엇인가를 얘기하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멸종의 현장을 이야기한다. 세번째 장에서는 플라스틱이 지구를 망치고 있는 현장들을 고발한다. 여태까지 생산된 플라스틱을 평면에 균일하게 펴보면 아르헨티나를 발목 높이로 뒤덮을 정도라고 한다. 북태평양에는 거대 쓰레기 지대가 있다. 텍사스의 2배 프랑스의 3배 남한 면적의 15배 크기다. 


대한민국의 인류세 현장들도 이 책에 담았는데 미세먼지로 뒤덮인 서울, 고무줄을 먹는 울산 태화강변의 떼까마귀, 플라스틱 라벨을 먹고 죽은 서해의 바다거북, 전국 곳곳에 방치된 쓰레기산들을 보며 결국 저 모든것이 우리 몸으로 들어오게 될거라는 충격을 받았다. 


책의 마지막 장에는 인류세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지구의 절반을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하자는 지구의 절반 운동이 소개되고 우리가 대멸종을 향해 가고 있는게 아니라 우리는 이미 대멸종의 시대에 살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