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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함에 대하여 - 홍세화 사회비평에세이
홍세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8월
평점 :
미안함에 대하여
올해 벌써 홍세화의 두번째 책이 나왔다.
시중에 에세이라고 하면 쏟아져 나오지만 그의 에세이는 사회비평에세이라는 단어가 책표지에 적혀 있을 정도로 대놓고 표방한다.
대여섯페이지 정도 되는 길지 않은 글에도 한참을 머물러서 생각하게 만드는 한겨레신문의 칼럼 같은 글들이 수십편 엮여있는 방식이다.

올해초에는 거침에 대하여였고 이번에는 미안함에 대하여란 제목으로 착한 방관자는 비겁한 위선자일 뿐이라는 양심에 비수를 꽂는 얘기를 한다.
여러 분야의 사회담론들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다양한 이슈에 대한 글이지만 뼈대를 이루며 관통하는 홍세화 저자의 세상을 보는 시각과 프레임을 느낄 수 있고 내가 평소 잘못 생각했던 편견과 사고의 오류들을 바로 잡아주는 대목들이 많았다.


그의 글들은 다섯개의 챕터로 분류되는데 제일 먼저 산업재해에 대한 어두운 현실을 들춰낸다.
왜 노동자들이 죽는 문제로는 많은 사람이 촛불을 들고 나오지 못하는지 안타까웠고 우리는 20의 욕망과 가치관을 가진데다가 80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다보니 당연히 80에 관심을 가질 수 없고 감정이입도 되지 않으니 연대도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너무나도 불편했다.
혐오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데 저자는 혐오를 정치적인 힘을 발휘하는 감정으로 규정한다.성소수자에 대한 나의 편견을 되돌아보면 단 한 사람이라도 자유롭지 못한 사회는 자유로운 사회가 아니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교육문제에 대한 글들에서는 현재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을 비판하며 지금의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미안함 느껴야 된다고 한다. 세계 최장의 학습시간으로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에 익숙하게 하고 비판의식과 계급의식은 형성하지 않은 채 등급과 석차로 서열을 규정함으로써 머리가 좋거나 부모의 경제력이 좋은 학벌 엘리트 집단에 복종하게 가르치고 있다.


그외에도 ‘가슴엔 불가능한 꿈을 안고’라는 챕터와 ‘갈 길이 멀더라도’ 에서 가난과 차별, 진보정치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 논한다.
자칫 우리가 빠지기 쉬운 함정의 하나는 개탄하는 것으로 자신의 윤리적 우월감을 확인하면서 자기만족에 머무르는 것이다. 실상 세상이 혐오스럽다고 개탄하기는 쉬운 일이다. 개탄을 넘어 분노할 줄 알아야 하고, 분노를 넘어 참여하고 연대하고 설득할 줄 알아야 한다. 사람들이 기존의 생각을 고집하기 때문에 설득하기 어렵고, 그래서 모두 설득하기를 포기한다면, 세상의 변화를 어떻게 이끌어낼 수 있을까. 의미 있는 일은 언제나 어렵다. 다시금 되새기자. 우리가 가는 길이 어려운 게 아니라 어려운 길이므로 우리가 가야 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개탄만 하며 아무것도 한 일이 없는 나 자신을 반성하게 하는 글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