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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조지아에 뭐가 있는데요?
권호영 지음 / 푸른향기 / 2020년 3월
평점 :
대체 조지아에 뭐가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조지아라고 하면 전혀 모르고 살다가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 펜싱, 유도, 레슬링 등에서 한국 대표팀과 맞붙는 선수들의 국적으로 처음 알게된 나라였다. 그런 나라에 대해 이런 코로나 시국에 읽는 여행서적이라니 뭔가 색다른 느낌이었다.

솔직히 처음엔 아직 가보고 싶은데 못가본 수많은 나라가 있는데 굳이 내가 조지아를 갈 일이 있을까하는 생각에 간접체험 삼아 읽은 책인데 막상 읽다보면 코로나가 끝나면 일순위로 가보고 싶은 나라가 되었다.
유럽의 동남아라고 할 정도로 스위스 사람들이 산을 감상하러 오고, 프랑스 사람들이 와인 마시러 오고, 이탈리아 사람들이 음식을 맛보러 오고, 스페인 사람들이 춤을 보러 오는 조이아에 대해 단순한 여행가이드북이 아닌 여행에세이 수준의 저자의 여행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책의 구성은 가장 힙한 여행지인 카즈베기, 트빌리시, 시그나기, 메스티아 네 곳의 여행기를 담았고 유심칩 구입과 환전부터 트레킹코스, 숙소와 맛집, 카페까지 깨알 같은 정보를 담고 있다.
특히 손님을 ‘신이 주신 선물’이라 여기는 조지아 사람들의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에 대한 이야기들이 인상적이었고 천혜의 자연과 올드시티의 이국적인 분위기, 발달이 덜된 교통편과 저렴한 물가 등의 장점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어떤 대목에서는 저자의 문학적 감수성까지 느껴지는 표현과 문장들이 즐거웠다.
가을 햇살이 길게 뻗어 세상 모든 지붕을 다 비추고 있었다. 하늘에 떠 있는 구름만큼이나 마음이 가볍게 들떴다.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사람들의 눈빛을 읽을 수는 없었지만, 입가의 미소만 봐도 우리는 지금 비슷하게 행복하구나, 하고 느꼈다.
조지아가 좋았던 여러 가지 것들 중 하나는 창문이었다. 이제는 낡아버린 나무틀에 끼워진 홑겹 유리로 만들어졌을 뿐이라서 바람도 술술 들어올 것만 같고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그런 건 괜한 우려였다. 방충망 따위가 없어 맞은편 지붕 위에서 놀던 참새 한두 마리가 포로롱거리며 날아들까 봐 창문을 활짝 열어둘 용기는 없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창문을 열고 닫는 소소한 행위에서 행복을 느꼈다.
산책은 여행의 일부였다. 자주 걸었지만 조금은 느렸고, 멀리 걸었지만 가끔은 돌아가는 날도 있었다. 산책하는 시간이 누적될수록 여행의 질감을 느끼는 일에 익숙해졌던 것 같다. ‘지금’ 내게 주어진 시간에 감사한다. 오감이 파르르 진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