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식범 케이스릴러
노효두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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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식범 - 노효두 


평소 스릴러 소설을 즐겨 읽지만 그 중에서도 번역을 거치지 않은 국내 작가의 한국적 요소가 이야기에 가미 된 수작이 목말랐는데 그 갈증을 채워주는 소설이 바로 고즈넉이엔티의 케이스릴러 시리즈다. 이 책은 그 시리즈의 27번째 책으로 <찾고 싶다>의 노효두 작가의 신작이다. 


갑작스러운 교통사고 후 어딘가로 납치된 주인공이 온통 회색 벽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정신없이 뛰쳐나와 때마침 지나던 자동차를 세우는데 운전석에 앉은 남자가 나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초반부터 몰아치는 스토리는 그 미스터리의 궁금증 때문에 도저히 중간에 책을 덮을 수 없게 만드는 페이지터너의 전형이었다. 


곤경에 빠진 주인공의 직업이 범죄 심리학자라는 기발한 설정으로 여느 스릴러 소설에서는 볼 수 없었던 복잡한 전개가 흥미진진하다. 1부 범죄 심리학자, 2부 뮤지컬 제작자, 3부 미스터리 유튜버, 4부 성형외과 의사, 5부 면식범 이어지며 챕터마다 중심 인물이 다르며 다섯 이야기가 결국 퍼즐처럼 맞춰져가는 재미에 희열을 느낀다. 


스포일러가 우려되어 자세하게는 얘기 못하지만 중간중간 기가막힌 작가의 해설과도 같은 비장한 문장들이 인상적이기도 했다. 


내가 나임을 포기한 순간부터 자신을 믿을 수 없었다. 스스로 믿을 수 없다는 건 세상 누구도 믿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아마도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얼굴이 어색해지기 시작한 게.

경수는 가면을 쓴 것처럼 불편한 얼굴로 사람들을 대했다. 최대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도록, 혹여 자신이 감추고 있는 진실이 새어나갈까 항상 조심했다. 모든 순간 생각과 감정을 컨트롤하며 거짓 얼굴로 산 거였다.


다행히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되레 이전보다 더 많은 동료가 신뢰감을 표시했다. 그들의 태도에 우쭐해져서 TV까지 나가 정의로운 척 떠들어댔다. TV 속 자신의 얼굴이 눈에 거슬렸지만 자신만 모른 척하면 누구도 트집 잡지 않았다. 의도치 않게 대중의 신뢰가 높아졌고 고독하던 마음에도 작은 위로가 쌓였다.


스스로 삶을 포기했으니 이제 됐다고, 합당한 벌을 받은 거라고, 이것이 인과응보라고, 그런 터무니없는 생각에 휩싸여 살았다. 진짜 벌은 지금부터인지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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