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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쿠바 - 14살 연하 쿠바 남자와 결혼한 쿠바댁 린다의 좌충우동 쿠바살이
쿠바댁 린다 지음 / 푸른향기 / 2022년 2월
평점 :
어쩌다 쿠바
쿠바 여행 가이드북이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쿠바를 배경으로 한 한편의 아름다운 로맨스 드라마를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야기는 한국에서 잘 나가는 외국계 회사 팀장이었던 이 책의 저자가 쿠바로 여행 갔다가 14살 연하의 쿠바 남자와 결혼하게 되며 시작된다.

영화라면 너무 비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논픽션 에세이라 이렇게 책으로 읽을 수 있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말레꼰 바다가 내다보이는 아바나에서 저자는 좌충우돌 쿠바살이에서의 경험과 생각, 느낌들을 유쾌하게 그려낸다.
모든게 빠르고 편하고 바쁘게 돌아가는 한국과는 달리 쿠바는 수시로 정전과 단수가 되고, 닭고기를 사기 위해서 5시간 이상 줄을 서고, 휴지를 사기 위해서 모든 상점을 다 돌아야 하며 인터넷도 자유롭게 쓸 수 없었으며, 코로나19로 인해 한동안 외출도 금지되는 불편하고 느리게 돌아가는 곳이었다.
그런 불편함에서 행복을 쟁취해가는 여정을 함께 할 수 있는 오묘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다. 어렵게 생활용품을 구하고 나면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행복했고, 작은 것 하나에도 진정으로 감사할 줄 알게 된다고 한다.
그 외에도 쿠바에서 맞이한 첫 번째 생일, 남편이 머리를 잘라줬어요, 쿠바에서 오븐 없이 빵 굽는 법 등의 흥미로운 에피소드들과 쿠바의 사계절, 쿠바의 코로나 현황, 슈퍼마켓 등의 최신 동향도 읽어볼 수 있고 마지막에는 쿠바댁 린다가 추천하는 쿠바의 명소들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이런 유쾌한 이야기들 중에서도 진지한 저자만의 자기성찰이 엿보이는 대목들이 인상적이었다.
어쩌면 나는 인생을 제대로 깨닫기 위해서 이곳에 온 게 아닐까? 그동안 나는 지금까지 내가 살아왔던 생활의 기준에 맞추어 눈을 감고 귀를 막으며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었다. 나는 당신들과 달라요, 라는 마음으로 그들을 이해하거나 그들의 세상을 깊이 있게 받아들이려고 노력하지도 않았고, 내 기준으로만 그들에게 섞이려고 했었다. 이제는 달라져 볼까 한다. 내가 있는 이 천국에서 똥도 밟아보고 노래도 하고 춤도 춰 보아야겠다. 좀 더 유연한 사고로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이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해봐야겠다. 이곳에 있는 동안 할 수 있는 건 다 해 보고 누릴 수 있는 건 다 누려봐야 나중에 미련이 없겠지?
나의 사랑, 나의 진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사랑, 그리고 봉사가 쿠바에서 절정의 꽃이 되었다. 지금까지 감사한 마음으로 살았고, 앞으로도 감사한 마음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타인을 통해 알게 된 순금과 같은 것이었다. 나는 쿠바에서 사랑을 만났고, 쿠바에서 인생을 다시 배우고 있다. 누구를 위한 것이 결국 자신을 위한 것임을 철저히 배워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