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주의자의 은밀한 뇌구조

이타주의자의 은밀한 뇌구조 - 인간의 선량함, 그 지속가능성에 대한 뇌과학자의 질문
김학진 지음 / 갈매나무 / 2022년 1월

이타주의자의 은밀한 뇌구조 

요즘 시중에 뇌과학 관련 서적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그 중에서도 이 책은 인간의 선량함과 인정욕구, 이타주의 등의 개인적으로도 내면의 딜레마였던 주제들을 다루고 있어 주저없이 집어든 책이다. 

특히 국내 뇌과학자의 번역을 거치지 않은 글이라 친숙하게 읽혔고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도 명쾌해서 소장해놓고 한번 더 읽고 싶은 책이었다. 

우리는 왜 ‘좋아요’에 집착하는가부터 우리는 왜 남의 눈치를 보고 선택하는가, 뇌는 어떻게 인정 중독에 빠지는가, 그 사람은 왜 착한 일을 할까? ‘선의’에만 의존하는 것은 왜 위험한가, 자신을 위한 선택인가, 타인을 위한 선택인가, 공감은 살아남기 위한 뇌의 전략인가? 등의 목차의 제목만 보고서도 궁금해 지는 주제들이 가득했고 그 궁즘증을 거의 완벽하게 해결해준다. 

개인적으로는 자신이 얼마나 인정 중독인가를 체크하는 방법에 대한 대목이 인상적이었는데 저자는 스스로에게 나는 하루 몇 번, 어느 정도 강도로 타인에 대한 험담을 하는가?란 질문을 해보라고 제안한다. 타인을 향한 험담을 일삼는 사람은 자신의 인정 욕구를 험담에 반영하는 경우가 많고 타인을 향한 비난, 혹은 타인에 대한 질투와 시기심 등은 생존을 위협하는 대상이나 상황에서 비롯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적응 행동일지도 모르지만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누군가를 소외시키는 행동은 근본적으로 그 집단 내에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고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본능적인 욕구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또한 저자는 인정 욕구가 가진 긍정적인 가능성을 최대한 끌어내보자는 일종의 대안도 제시한다. 인정 욕구의 실체를 정확히 인식하고 적절한 방향으로 조율해나갈 능력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인정 욕구가 인정 중독으로 이어지기 전에 이를 미리 감지하고 건강한 이타성으로 이끌 수 있다면 개인과 사회 모두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외에도 돈보다 평판이 더 중요한 사람의 심리, 인정 중독의 또 다른 얼굴이라는 분노 조절 장애, 인간의 이타성에 대한 새로운 해석, 영웅적인 희생 행동의 숨겨진 이면,‘성공한 사이코패스’의 뇌 구조, 진보주의자가 도덕성에 더 민감한 이유 등에 대한 뇌과학적 해설들도 읽어 볼 수 있었다. 

성공한 사이코패스의 뇌 구조에서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 같은 성공한 CEO 중에 공감 능력이 낮은 사람이 많다는 색다른 해석도 흥미로웠다. 순간의 측은한 감정, 즉 공감에 휘말리면 당신의 결정은 장기적으로 모두에게 해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도리어 일반적인 사람들에 비해 낮은 공감 능력을 지닌 사람이 더 쉽게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공감 능력이 낮으면 지친 직원들을 다그쳐 임무를 완수하도록 지시하는 것이 더 쉬울 테니 말이다. 이런 논리에서 볼 때 지나친 공감 능력은 집단의 리더들에게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