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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쿡 - 애플의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는 조용한 천재
린더 카니 지음, 안진환 옮김 / 다산북스 / 2019년 5월
평점 :
퇴직했거나 사망한 인물이 아닌 현직CEO에 대한 책, 그것도 현재 세계 최고의 기업 중에 하나인 애플의 팀쿡을 자서전도 아닌 애플 전문 저널리스트가 쓴 책이란게 흥미롭다.
팀쿡 평전이라 해도 될만큼 출생부터 IBM, IE, 컴팩을 거쳐 애플에 합류하기까지 그리고 스티브잡스와 같이 일했던 시기와 잡스의 사후 애플 수장을 맡고 난 뒤의 경영활동까지 모든걸 다뤘다. 아마도 팀쿡의 사후에 이 책에서 2019년 이후의 이야기들만 덧붙이면 전 생애에 대한 평전이 되겠다.

책을 읽다 보면 팀쿡을 위한 용비어천가라 할 정도로 팀쿡의 완벽함과 선함에 대한 스토리들로 가득찬 책이다. 하지만 독자들은 그 모든 것이 팩트에 기반한 사실 그대로란걸 알 수 있다. 설레발이나 화려한 형용 없이 실제 있었던 사실들이 이어지는 책이다.
애플과 스티브잡스에 관한 책이 시중에 넘쳐나지만 지나간 과거가 아닌 지금 현재 애플이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책이다.
미국 남부의 시골마을 앨라배마에서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나 어떤 학창시절을 보냈는지, 그의 가치관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어린 시절의 경험은 무엇이었는지, 오번대학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IBM에서 어떤 활약을 펼쳤는지, IE와 컴팩을 거치며 공급망과 재고관리 분야에서 어떤 혁신을 일으켰는지, 그리고 마침내 스티브 잡스의 손을 잡고 애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팀 쿡의 개인적인 일화부터 경력의 모든 순간순간이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히 펼쳐진다.

스티브 잡스 시절의 애플은 포천 500대 ‘살인 기계’ 중 하나였다. 세금을 회피했고, 자선 기부는 전혀 하지 않았으며, 아시아권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독성 화학물질에 중독되게 만들었다. 내부에는 항상 살벌한 경쟁적 분위기가 감돌았고, 독선적인 그를 견디지 못해 수많은 인재가 애플을 떠나갔다.
하지만 팀 쿡이 이끄는 애플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들이 바로 그 부분이다. 팀 쿡이 어떻게 애플을 사회적 기업이자 모범이 되는 기업으로 만들었는지, 프라이버시나 인권, 환경보전에 관심을 가지고 포천 500대 기업 CEO 중 최초로 커밍아웃을 단행하며 소수자들의 입장에 서기로 했던, 재생 에너지와 임업, 지속가능한 제조 분야에 막대한 수준의 투자를 하고 차별 없는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흑인 및 장애인을 대상으로 코딩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팀 쿡이 이룬 지난 8년간의 성과는 잡스가 만들어놓은 혁명적인 ‘하드웨어’ 위에, 새로운 ‘기업가치’를 입히고 있다.

팀쿡의 획기적인 아웃소싱 전략에 관한 스토리도 인상깊었다.
애플은 아이맥을 생산하면서 처음에는 일부분만 LG전자에 아웃소싱했다. 컴퓨터의 브라운관 스크린과 몇 개의 부품만 LG전자에 위탁생산한 것이다. 하지만 1999년 애플은 아이맥의 생산 공정 전체를 LG전자에 넘겼다. 이어 주문과 수요가 증가하자 당시 애플의 경쟁사인 델의 파트너 업체로 잘 알려졌던 대만의 기업 홍하이정밀공업과 위탁생산 계약을 맺었다. ‘폭스콘’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이 회사는 이후 팀 쿡 시대의 제조를 정의하게 된다. 이전에도 애플은 폭스콘에 애플 II의 조립을 위탁한 적이 있었지만, 업계의 혁신을 주도하는 두 회사의 공조 관계는 아이맥의 아웃소싱 계약으로 시작되었다고 보는 게 옳다. 물론 그 과정을 진두지휘한 인물은 팀 쿡이었다
커밍아웃에 대한 스토리는 독자들에게 젠더감수성과 관련된 큰 영감을 주기도 한다.

“저의 성적 성향을 결코 부인한 적은 없지만, 지금까지 그것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적도 없습니다. 따라서 이 자리를 통해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게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습니다. 그리고 저는 제가 게이라는 것이 신이 제게 준 가장 큰 선물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그렇게 《포천》 500대 기업의 CEO 중 첫 번째로 커밍아웃한 인물이 되었다. 그는 이렇게 글을 이어나갔다. “제 자신이 게이인 까닭에 소수집단에 속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었으며, 그와 동시에 여타의 소수집단에 속한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고충도 주의 깊게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