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너와 헤어지는가 - 낭만적 사랑과 결혼이라는 환상에 대하여
켈리 마리아 코르더키 지음, 손영인 옮김 / 오아시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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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너와 헤어지는가> 부제는 ‘낭만적 사랑과 결혼이라는 환상에 대하여’

로맨스는 발명되었다고 주장하며 사랑을 선택하고 관계를 끝낼 권리에 관한 7개의 시선이 담긴 책이다.


처음에 책을 집어들었을 때는 매거진의 연애코너에나 실릴 글들의 모음인건가 싶었지만 막상 읽어보면 사랑과 결혼에 대한 깊은 사색과 철학적 사고가 담긴 200p도 안되지만 묵직한 책이었다.


주로 사랑을 선택할 권리와 관계를 끝낼 권리를 둘러싼 역사를 살펴보면서 낭만적 사랑, 성적 자기결정권, 경제적 안정성과 같은 여성 인권을 둘러싼 역사를 돌아보는 책이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유롭게 ‘사랑을 선택할 권리’와 ‘관계를 끝낼 권리’를 가지고 있는지도 생각해보게 하는 내용들이었다.  

자유연애와 낭만적 사랑에 대한 오늘날의 인식은 사실 18세기가 되어서야 생겨났다. 사랑을 바탕으로 한 결혼의 등장은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가진다. 결혼이 주는 경제적·사회적 목적의 굴레에서 벗어나 사랑이라는 감정을 토대로 동반자를 선택하게 됐다는 점에서다. 이것은 관계를 시작하고 끝낼 권리를 여성도 갖게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실제로 경제적 안정성은 관계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사랑을 바탕으로 한 결혼과 ‘연애’의 등장으로 파트너 선택에서 경제적 안정성이라는 요소의 중요성은 줄었다고 보여지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경제적 불평등은 여성의 자유로운 선택을 가로막는다는 현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7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초반에는 착한 남자와 헤어지기 힘든 이유, 사랑, 이별, 자유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남성과 여성은 선천적, 사회적 차이가 있기 때문에 연애와 결혼에서도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여러 연애조언서의 예를 든다. 특히 여성의 생체능력과 노화를 염두에 둔 ‘연애 시장’에서의 불공평함을 파헤친다.


중반부에서는 섹스 인 더 시티 챕터에서는 19세기 후반 산업화의 여파로 시골의 젊은이들이 도시로 이동하기 시작된 여성 노동인권운동과 ‘연애(date)’라는 관계의 형태를 돌아본다. 성적 자유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며 혼전 성관계 또한 점점 늘어났고, 여성의 성적 욕구 또한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정되었다.


마지막 장 ‘’다른 가족의 모습’에서는 ‘혼전 동거’ ‘다자연애주의자’ 동성애 등 새로운 형태의 관계를 탐색한다. 지금 시대 결혼은 꼭 필요하지 않은 것이 되었지만 여전히 결혼산업은 활성화되어 있고 결혼에 있어서 ‘사랑’을 가장 크게 고려하기도 한다. 시장경제는 여성들을 가부장제로부터 벗어나게 해 준 동시에 여성들을 통제시키는 수단이 되기도 했다.


인상적인 대목 중에 하나는 진정으로 사랑해서 결혼하는 일은 사실 18세기에 이르러서야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인류 역사상 대부분의 사람은 사랑 때문에 결혼하는 것은 단순히 말해 너무 위험하다고 여겼다. 예를 들어 고대 로마인들은 결혼을 부와 재산 그리고 (가부장의) 혈통을 계승하는 데 필요한, 틀에 박힌 일이라고 봤다. 따라서 결혼을 영원히 지속해야 하는 관계라고 여기지 않았다.


재밌었던 대목중에 하나는 데이트의 출현 이전에는 여성이 자신의 집으로 남자를 불러 가족의 감독 아래 만나는 방식이었다는 것이다. 남성은 자기를 초대해달라는 바람을 넌지시 전할 수 있었겠지만, 실제로 초대하는 것은 여성에게 달려 있었다. 한편 밖에서 하는 데이트는 여성을 욕망의 대상으로 만드는 한편, 남성은 구애부터 비용 충당까지 데이트에 필요한 여러 요소를 잘 배치하는 배우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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